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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10화 (10/116)

〈 10화 〉 마경 대한민국

* * *

혼란의 도가니가 된 가족 상봉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무사히 모두 모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현재 밖의 상황을 보면 이렇게 만나지도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며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거기에 그정도면 다행이지, 아까 우리 어머니처럼 가족이 죽을지도 모른다라는 사실마저 옥죄어오니 여기서 불평을 하는 건 그저 사치일 뿐이다.

뭐, 그래도 좀 섭섭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이미 서로의 모습이 친숙한 세 사람과는 다르게 난 아직도 너무나 어색하니까.

마치 혼자서 붕 떨어진 느낌.

천천히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려야겠지.

그 뒤로 우리는 서로의 근황과 어떻게 된 일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사실 난 이미 아버지에게 들어서 다 아는 들을 이야기라 결국에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한 거지만.

난 별거 없이 그냥 좀 늦게 일어나서 아침이 되어서야 이번 사태를 자각했다.

일어나보니 이런 모습이었다며 최다한 무난무난하게 설명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 기다리던 질문이 날아왔다.

“이제 언니라고 해야 하지?”

“그러게, 우리집 딸만 둘이 됐네.”

“시혁아, 어떻게 그렇게 된 거냐?”

릴리로 변한 내 모습.

정확히는 어떻게 여성이 될 수 있었냐는 물음

의문이 들지 않을 수는 없겠지.

VR게임의 법률상 아바타의 생성은 뇌파 감지를 통한 사용자의 몸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록 아무리 자기 몸이라고 해도, 가상현실 속의 모습과의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이유로 탄생한 법률

사실 크게 의미는 없는 조항이다.

사용자의 몸을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다듬을 곳 다듬고, 깎을 곳 깎으면서, 키도 키우고 살도 줄이면 나오는 모습은 괴리감이 없을 수가 없는 수준이니까.

당장 여기 우리 가족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지.

종족 때문에 길어진 귀나, 아래에서 위로 돋아난 어금니가 생기기는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바탕부터 이미 과거의 모습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다.

평소에도 헬스를 즐기는 아버지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런 수준을 아득히 넘어 거의 그림이나 예술 작품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다부진 근육질에 야성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고

어머니나 소라도 인세에 다시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미를 뽐내며, 서로 일부러 짠 건지, 금발과 은발의 조화로운 머릿결

그리고 동시에 같은 눈꽃처럼 새하얀 피부의 윤기가 빛을 발하니, 저게 어딜 봐서 내가 알던 어머니와 소라라고 할 수 있을까.

양심 있나?

뭐, 릴리로 변한 나도 그닥 할 말은 없다만........

하지만 그래도 이 법률이 아주 의미 없는 건 아니다.

그게 바로 성별.

아무리 VR아바타 생성이 사기적인 성형수술이라고 해도 성전환 수술까지 허락한 건 아니다.

사실상 이게 법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고.

그런데 지금 난 그런 법을 거슬렀으니 세 사람이 의문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

하지만, 가족의 물음에 난 어깨를 으쓱 거릴 뿐.

할 말이 없었다.

“몰라요.”

“모른다니?”

“시혁아, 그게 무슨 말이니?”

“언니가 아는 캐릭터 아니야?”

“알긴 아는데.....”

난 뒷머리를 쓱쓱 긁으며, VR이 아닌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모 공주님 키우기 게임을 연상되게 만드는 게임명 [네크로멘서 위치 메이커]

이 이름을 말할 수는 없으니, 그저 자동사냥 RPG라고만 말했다.

게임명에서 생겨나는 오해를 감당할 자신은 없으니까.

물론 오해이기에 설명할 수는 있어도, 모바일에 관심도 없는 가족들이 알아 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오해를 받지 않는 것이 상책.

조용히 묻어가며 자연스럽게 난 그저 단순히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가 되었다라고만 설명했다.

어차피 나나 여기 가족들도 지금의 상황에 대한 원인은 모르고.

게임 속 모습이 되었다는 것부터가 비상식적인 일이니까.

VR게임이든 모바일 게임이든 안 될 건 없겠지.

나도 원인을 모르기도 하고. 나 같은 케이스가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까.

확실히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겼는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해 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소라는 바로 손을 들며 내게 질문했다.

“레벨 몇이야?”

“그건 나도 궁금하군, 솔직히 아들아, 712lv는 너무했다 생각한다. 오벨리스크 그 레벨에 가지도 못해.”

“오벨리스크? 그게 무슨 말에요?”

소라의 말에 아버지도 확실히 궁금하다는 듯 내게 시선을 보냈고,

어머니는 노량진에 도착하자마자 실신한 터라 여기서 왜 갑자기 오벨리스크 예기가 나오냐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후 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며 스마트 폰을 켜서 영상을 보여주니 실시간으로 표정이 굳어가더니 이내 걱정, 불안 등이 잔뜩 담긴 모습으로 나를 보셨다.

아무래도 오벨리스크를 잡은 사실보다 내가 광년이 포스를 풍기는 것이 더 걱정이신가 보다.

어머니 답네.

난 팔짱을 끼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솔직하게 말해도 상관은 없는데, 어머니, 아버지와 다르게 소라 저 계집애는 하도 입이 가벼워서 걱정이다.

내가 정상이 아닌 걸 아니 될 수 있으면 조용히 지내고 싶으니까.

하지만 난 결국 말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고, 또 궁금한 것도 있기 때문에.

피식 웃으며 난 내 레벨과 이유를 밝혔다.

“6212lv에요. 모바일에 전생이란 개념이 있는데. 그걸 22번해서 보너스 스탯을 5500lv 분량을 받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

응, 뭐지?

그렇게 놀랄 일인가?

마치 동상처럼 굳어버린 가족들의 모습

이리저리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다.

“저기요~~~”

반응이 없네.

심심한데 소라 볼살로 찹쌀떡 놀이나 해야지~~~ 하는데 그제서야 반응을 보인다.

칫!

“6....212lv? 내 귀가 썩었나?”

“오벨리스크 솔플할 때 알아보기는 했지만, 설마 2000lv 오버라니.”

“아들.......어...엄청 강해졌구나.....호호...”

내가 들은 게 맞냐며 귀를 후벼 파는 소라,

해탈한 듯 ‘허허.....’ 웃음 소리를 흘리는 아버지

공포영화라도 보는 듯 오돌오돌 떠는 어머니.

각양각색의 반응에 퍽 재밌기는 했지만, 내가 높다는 거야 이미 질리도록 들은 사실이고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이게 얼마나 높은 거에요?”

기준을 알아야 내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이라도 하지.

만렙이 1000lv 이라고 하는데, 다른 만렙 유저들의 진짜 레벨도 1000lv이라면 오벨리스크 사냥 자체가 가능했을리가 없잖아.

예지는 분명 시간이 문제라고 했지, 사람들이 시도는 한다고 했으니까.

그냥 높다고만 하며 내가 아나.

턱을 괴며 묻는 내 모습에 소라는 기만이라며 질색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주는지 잠깐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고민하더니 이내 최대한 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판타지아 세계 1위보다 아마도 2000lv 정도 높을 걸?”

“아마도는 뭐냐?”

“그야 이런 스펙 레벨 같은 건 원래는 없었으니까.”

“그럼 그 2000이라는 구체적인 추정값은 어디서 나온 건데?”

내 말에 소라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아버지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에 아버지는 부끄럽다는 듯 헤픈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어머니도 아버지와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아빠가 판타지아 서열 4위야.”

별 것 아니라든 소라의 발언.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역으로 얼어붙었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4위?

아버지가?

뭔가 잘못된 것 같은 정보의 입력에 랙이 걸린 난 방금 가족들 처럼 동상이되고, 소라는 ‘헤헤헤!’ 거리며 내 앞에 다가와 내 포동포동한 볼살을 가지고 논다.

“히히, 겁나게 부드럽당~~~”

잠시 이해가 되지 않는 정보의 존재에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하!’ 하는 바보 도 터지는 감탄사를 내며 소라를 밀어며 소리쳤다.

“아하! 한국 랭킹!”

“뭔 소리래? 세계 랭킹이지.”

“.........”

이 뒤에 이어지는 설명은 지금 한국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얼마나 겜창이었는가에 대한 증명이다.

* * *

한국은 예로부터 게임 강국으로 많이 알려진 나라다.

각종 게임에서의 한국인의 저력이라는 튜브의 영상만 몇 개 훑어봐도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은 수준의 업적이 줄을 잇고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보시라.

그렇다면 판타지아와 같은 VR게임에서는 어떨까?

PC와는 그 성질이 아주 다르니 이번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인이란 존재는 그리 가벼운 종족들이 아니었다.

“미친......”

스마트폰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화면 속에서 나오는 세계 3대 VR게임 판타지아, 무검산, 이터널의 탑랭킹 현황.

표 옆에 나온 국적 표시의 나열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탑랭커라고 표현된 각 게임의 랭킹 300위 권의 유저들.

그 가운데 한국인인의 수

판타지아 ­ 123

무검산 ­ 79

이터널 ­ 112

그래프의 3분지 1이 태극문양이라는 경악을 넘어 경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난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미친 한국인 같으니!

야, 인구 13억 대 중국, 인도 뭐 하냐? 우리나라 5000만이거든?

미국, 유럽 너희는 발로하냐고? 진정한 덕은 양덕이라메?!!

덕질하기 제일 좋은 게 VR이잖아?!

이러면 양덕의 이름이 운다고 이것들아!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야.

소라는 가장 앞장을 열며 그곳에 새겨진 이름들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싱글 넘버?”

“판타지에서는 싱글 넘버, 무검산에서는 천하 10대 고수, 이터널에서는 페이지 원. 뭐 이름만 다르지 다 같은 말이야. 10위 권 강자들을 말하는 거지.”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러운 눈으로 아버지, 찬석을 바라보는 소라.

심지어 어머니까지 어깨를 펴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내 어이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다.

판타지아 ­ 2위 4위 7위 9위

무검산 ­ 4위 9위

이터널 ­ 1위 5위 6위

이들의 닉네임 옆에는 자랑스러운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판타지아 랭킹 4위의 닉네임 [LionHeart}

여기 옆에 계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그럼 2위는......”

“세라핌의 길드 마스터지 여기 있네 [Eclipse]. 판타지아에서는 성녀라고 불렸는데.”

얼빵, 귀요미를 자랑하시며 쓸쓸히 떠나가셨던 그분이 알고 보니 초대형 거물이었다.

‘잠깐, 그러면’

예지와의 대화를 회상하며 그 위의 1등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새겨진 이름은 [Cayenne] 카이엔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왜 그랬는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설마 그 이유가 2위의 1위를 향한 질투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소라가 말하길 더 웃긴 건 이 카이엔이란 유저도 한국인이라고 한다.

단지 국적이 미국으로 되어있을 뿐. 실제로는 한국에 산다고.

그래서 이름이 Cayenne ­ 고춧가루라고 지었다.

“고춧가루? 이 새끼도 정상이 아니구나.”

“왜? 재밌는 사람인데?”

“너 아는 사이야?!!”

“어, 튜브 방송하면서 합방도 한 적 있는데?”

정말 몰랐냐는 듯 묻는 소라의 모습에 난 머리를 부여잡고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했다.

뭐지?

게임 스타팅 지점이 알고 보니 최종 보스 지역이었습니다?

라노벨 제목이냐?

가뜩이나 인구도 일본 반도 안 되는 이 나라에 랭커가 왜 이렇게 많아?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번 사태로 인해 탄생한 전 세계의 플레이어의 전력 중 3분지 1이 우리나라에 뭉쳐있다는 소리.

공허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난 말했다.

“뭐야 이거? 마계? 마경이냐?”

“그럼 님은 마왕이시고요.”

추가 정보

강소라 ­ [YomiYomi] 234위

윤영희 ­ [Listy} 57위

엄마랑 소라도 제정신이 아니야.......

이런 내 모습을 본 우리 가족들은 잠시 시선을 모으고는 이내 나를 향해 말했다.

“““너가 제일 비정상이야.”””

그건 맞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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