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7화 (7/116)

〈 7화 〉 신화 장비

* * *

어느새 넋이 나간 상태에서 부활한 예지와 찬석은 내 대답을 기다리고, 난 떨떠름한 표정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상태창을 공개했다.

물론 아까 찬석이 한 것처럼 대부분의 정보를 비공개로 돌리고.

이름 : 릴리 아스트레아스(비공개)

국적 : 아리아스타 하트, 대한민국

길드 : 무

레벨 : 712lv(비공개)

비공개

““........””

내 상태창을 본 예지와 찬석 그리고 뒤에 심지어 뒤에 서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나를 향해 짜게 식은 눈빛을 보낸다.

오벨리스크를 그런 식으로 토막 낸 사람이 보니까 만렙도 아니다?

그럼 우리들은 뭔데?

“~~♪~~♬”

물론 난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입을 뾰족 내밀며, 나오지도 않는 헛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웠지만.

그렇게 다시금 우리들 사이에 정적의 바람이 지나가는데......

─쾅!!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안 배웠냐?”

어디 모 도박영화에 나온 유명한 대사를 찰지게 치는 예지.

심지어 표정까지 가관이다.

얼굴 자체는 거의 최소 성녀, 최대 인간 초월 천사님이나 다름없는데, 무슨 수를 쓰면 저렇게 뒷골목에서 껌 좀 씹으며 삥 뜯는 3류 양아치 같은 표정을 할 수가 있지?

예지의 원래 직업에 대한 합리적 고찰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원래 나라면 여기서 저 얼굴에 쫄아 빌빌 기며 간이고 쓸게고 다 꺼내겠지만, 지금은 no

6212lv의 힘을 등에 업은 내 콧대는 비브라늄보다 단단하다.

오히려 난 다리를 꼬며 팔짱을 끼고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후훗! 이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증거 있어?”

“증거? 즈으으응거?!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야, 그럼 오벨리스크 솔플이 만렙도 아니라는 걸 믿으라고? 장난쳐?”

“그럴 수도 있지?”

세상 저렇게 재수 없게 보일 수 없는 내 표정에 이마에 십자 주름이 하나둘씩 자라나는 예지는 결국 폭발 3초 전까지 갔으나.

“야이── 으읍!!”

“길드장! 좋은 말! 좋은 말!!”

“릴렉스!! 라마즈 호흡법!”

더는 길드장 이미지에 타격이 생기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던 길드원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찬석은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인 지금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미간을 누르며 한숨을 쉬고는 다시 내 상태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리아스타 하트, 역시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군.”

“뭐, 어쩔 수 없죠.”

당사자인 나도 못 들어봤는데, 들어봤을 리가 있나.

만약 그랬다면 오히려 내가 무슨 게임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역시 레벨에 대한 부분은 찬석도 납득할 수 없었는지, 보는 사람 미안해질 것 같은 눈으로 지긋이 날 응시했지만, 얼굴에 철판을 제대로 깐 내 승리

찬석은 이내 그 부분은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실명은 왜 숨기나?”

“혹시 모르니까.”

나라가 이 꼬라지가 났다고 해도 전산 정보가 사라졌을리는 없다.

당장 내가 PC방에서 무리 없이 인터넷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만약 여기서 내 실명을 밝히면 훗날 노량진에 사는 강시혁이란 인물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 심하면 컴퓨터 기록을 뒤져 무슨 게임을 했는지까지 알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명이인이란 존재가 있기는 하지만, 글쎄.....

현 대한민국에 강씨 성을 쓰는 사람의 비율은 2.56%

여기에 시혁이란 이름을 쓰는 동명이인의 수는 884명

이 조건에서 사는 위치를 서울, 그리고 노량진으로까지 압축한다면 과연 동명이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그리고 있으면 뭐 어쩌라고?

둘 내지 많으면 셋 다 조사하면 그만일 터.

아, 그런데 여자 중에는 시혁이 없으니까 수사에 혼선을 줄 수도 있게─ 응?

넌 뭔데 이걸 그렇게 자세히 아냐고?

야,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인터넷에 동명이인 찾기라고 검색해봐. 다 나온다.

“뭘 그리 혼자 곰곰이 고민하나?”

“아, 죄송합니다.”

“아까부터 사과를 많이 하는군. 미안하면 이름 정도는 가르쳐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은데?”

“하하.....나중에 기회가 되면......”

“조심성이 많은 아가씨로군. 하긴 어느 시대라도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기는 거니까.”

씁쓸한 미소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는 찬석은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예지는 어느새 길드원들을 다 떨어뜨리고는 씩씩거리며 우리 대화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그녀는 이대로 여기서 대화를 중단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화제를 전환

이 자리를 마련한 주된 목적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도 알려주시지 않는 미지의 마법 소녀, 릴리 씨.”

아주 그냥 말에 가시가 잔뜩 돋아나 있구만.

난 뭐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 난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벼운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거렸다.

“초 마법 소녀로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왜요?”

“그 오벨리스크 마정석, 넘길 의향 있나요? 후하게 쳐줄 자신 있는데.”

“어이, 한예지.”

“당신은 다물어. 우리 이야기하잖아. 그렇게 주인 손에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렇게 됐으니 이제 양호해야지.”

예지는 찬석을 향해 차가운 조소를 날리고는 다시 내게 고개를 돌려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판타지아는 해보셨나요?”

“하긴 했는데, 별로......”

“그럼 일단 그 마정석에 대해 설명부터 드릴게요. 사기 거래란 소리 듣기도 싫고 저기 남자가 뭐라 할 테니까.”

잠시 목을 가다듬은 다음 예지는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판타지아에는 양산 ­ 고급 ­ 명품 ­ 걸작 ­ 전설 ­ 고대 ­ 신화 순으로 장비와 무구의 등급이 나뉜다고 한다.

당연히 뒤로 갈수록 좋은 등급이고 보다 월등한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몬스터를 잡아 얻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걸작이 마지노선

그 뒤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럼 어떻게?”

“성장. 걸작 아이템부터는 전용 장비화가 가능한데, 전용 장비화된 장비는 성장 시스템이 열려요.”

물론 제작으로 전설이나 고대급 무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은 하다.

단지, 재료가 재료인지라 도전하는 이가 너무 적고 전용 장비화가 되지 않은 장비이다 보니 가격이 미쳐 날뛰는 판국이라 부르주아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지.

최종 목표인 신화로 가는 길은 오로지 걸작에서부터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것 말고는 없다.

어이가 없는 게 성장 방법도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무기의 종류, 주인의 종족 및 직업 심지어 성별까지 모두 결합 되어 성장 조건과 필요 재료가 정해지다보니 그야말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덕분에 좀 한다는 유저들도 대부분 전설에서 끝. 무기 정도만 고대급으로 간다고.

신화부터는 말 그대로 천외천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천외천을 넘어서 있는 게 유일이죠.”

“방금 신화가 끝이라고.”

“등급 자체는 신화에요. 단지, 신화 무구는 업적 강화라는 게 가능한데, 그걸 성공한 신화급을 따로 유일급이라고 사람들이 부르는 것뿐.”

예를 들며 ‘한 방에 드래곤을 잡다’라는 업적이 존재하고 이 업적으로 신화 무기를 강화하면

‘한 방에 드래곤을 잡은’ ‘한예지의’ 클레이모어

이런 식으로 된다고 한다.

놀라운 건 그렇게 업적 강화가 마무리되면 모두의 업적란에 강화에 사용한 업적이 소멸해서 같은 강화는 누구도 불가능하게 된다.

즉, 같은 업적을 사용한 강화는 불가. 그렇기에 유일이다.

설명을 끝낸 예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그늘이 진 얼굴로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그런데 정작 지금 시스템에서는 업적도 칭호도 사라졌죠. 그리고 나온 것이 마정석. 만약 제 가설이 틀리지 않다면 유일급을 만들 방법은 업적 속에서 탄생한 마정석이에요.”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예지의 표정에는 비장미마저 느껴졌다.

거기에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지 찬석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작 측 쪽의 사람들이 마정석을 통한 강화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전해왔다.

만약 업적이 마정석에 새겨져 있다면, 업적을 세운 마정석으로 신화급를 강화하면 유일이 된다는 건 제법 신빙성 있는 이야기다.

난 여기서 드는 의문을 하나 질문했다.

“아무 업적이나 하면 안 돼?”

“아무 업적이라뇨?”

“막, 레벨 10달성이라던가.....”

예지는 내가 말하는 게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씁쓸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임도 있죠. 간단한 업적이 도배된 게임. 근데 판타지아는 달라요. 업적 하나하나 업적이란 말을 써도 될 정도로 정신 나간 것들뿐이라. 거기에 어떤 업적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아서 더더욱 힘들어요.”

고생 고생해서 누가 봐도 업적이라고 부를 일을 해냈는데, 알고 보니 유일급 무장 중에 그 업적을 사용해 버려 업적을 얻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시X, 카이엔 개XX"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면 아무래도 본인 이야기인 듯싶다.

“하지만 판타지아에서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업적이 있어요. 동시에 업적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

“뭔지 알겠네.”

“네, 오벨리스크 솔플.”

시도는 많이 한다.

사실 패턴을 따지면 신화급 유저 기준으로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문제는 미친 듯한 체력과 방어력. 그리고 그로 인해 길어지는 레이드 시간이지.

“VR게임의 피로도는 아시다시피 장난이 아니잖아요? 피를 말리는 접전을 그렇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에요.”

한 랭커가 계산하길 장비에 무구까지 전부 폭딜로 세팅하고, 단 한 번의 유효타도 허락하지 않는 조건으로 오벨리스크를 솔플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는데, 무려 15시간이 나왔다고 한다.

하드 코어 보스, 노 히트런을 15시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거기에 폭딜 셋팅이라는 것도 사실 웃긴 게, 그정도 사냥에 쓸 장비라면 다들 전용무기인데, 머리가 이상한 게 아닌 이상 그런 장비를 복수로 맞추는 사람은 없다.

그럴 시간에 성장을 한 번이라도 더해서 차라리 말도 안 되는 풀템 신화급이라는 걸 달성하고 말지.

“서론이 길었군요. 이제 충분히 그 마정석의 가치를 알았을테니. 거래를 시작해 볼까요?”

“님 같으면 팔겠수?”

“전 아니지만, 당신은 그럴 가능성이 보이네요. 아니, 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

예지는 어이없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내가 입고 있는 장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신구도 없어. 장비도 부실해. 대체 그걸로 어떻게 오벨리스크를 잡은 건데? 당신 렙에 그 장비면 딜도 안 들어가. 막 1이나 miss 떠야 한다고.”

“흐흠!!”

“어오 저 어깨뽕이랑 콧대. 얄미워서. 아무튼 유일 하나 포기하고 드레스 코드나 맞추시죠? 잘 뽑아 드릴테니.”

예지의 제안은 사실 매우 솔깃한 내용이며 동시에 합리적이었다.

작금의 상황에 새로운 신화 무구를 구하는 건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

재료 수급은 가능한지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으니까.

칭호 강화가 대단하다고 해봐야 결국 신화급 아이템이 있어야 할 수 있어야 진행될 이야기다.

즉, 지금 업적을 세워도 신화급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유일은 너무나 머나먼 이야기란 의미이다.

그다음으로 아직 가능성이란 부분도 강조한다.

말하는 내내 확신에 가득찬 어조로 이야기했으면서, 다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어디까지나 이론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동시에 망설이는 내게 본인의 사심이 담긴 제안까지 전해왔다.

세라핌에 들어오면 장비 성장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

재료들은 창고에서 다 꺼내 줄 것이며, 정보들도 제공할 거라고, 뭐, 성장 요건은 오벨리스크도 잡는 인간이 못 할 건 아니니 알아서 해야겠지만.

유일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전 장비에 악세까지 전부 고대급 내지 신화급을 제안했다.

음..........고민되네.........

[생과 사의 단절자]

분류 : 배틀 사이드

등급 : 신화

착용 조건 : 초?마녀

.............

[태초의 마녀의 포옹]

분류 : 로브

등급 : 신화

착용 조건 : 초?마녀

...........

아. 진짜 이것만 인벤토리에 없었어도 엄청 고민이었을 텐데.

데헷()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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