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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5화 (5/116)

〈 5화 〉 대립

* * *

─펄럭!

살이 따가울 정도로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창공을 비행하는 거대한 골룡(??).

그 위에서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난 묘하고도 신비한 감각에 살짝 들뜬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꺼내보는 소환수

[본 드래곤 ­ 마르가스]

당연히 옛날 이름은 본 드래곤일 뿐이고, 디자인도 이렇게 멋들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냥 도트 이미지밖에 없어서 멋있고 자시고 할 게 없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멋들어진 이름도 생기고 현실에 나타날 수도 있게된 마르가스는 그 크기도, 자태도 있는 힘껏 멋짐을 발산하고 있었다.

산양의 것과는 다르게 위로 휜 2쌍의 뿔.

머리 위에 앉아도 자리가 조금 남을 정도의 거대한 크기.

전신의 뼈와는 다르게 피막으로 덮인 3쌍의 날개

서양의 드래곤과 동양의 용이 반반 섞인 듯한 모습.

번뜩이는 붉은 안광.

“크.....내 취향 저격이다! 용용아 넌 왜 이렇게 멋있니?”

그르르....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신기한 건 바로 조종하는 감각이다.

이걸 조종이라고 해야 하나?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한다?

뭔가, 달콤한 연인 사이에 어울릴 표현이지만, 딱히 그것보다 더 정확한 비유는 내 머릿속에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 바라니 움직여주고 소환수가 느끼는 모든 걸 내가 느끼며, 서로 연결된 기분.

지금 용용이라고 불러주는 순간에도 기쁜 마음이 내게 전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환수가 과연 내 말을 들어줄까, 혹시나 인형처럼 내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쓸모없는 마음고생이었다.

그렇게 마르가스, 통칭 용용이를 몰아 내가 거신병을 쓰러트린 장소로 향하니 얼마 걸리지 않고 금방 도착했다.

달려서 PC방을 찾을 때 제법 오래 달린 느낌이라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역시 다리는 날개에 비비지 못하는 건지, 3분 남짓한 시간에 벌써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 아직 남아있네? 응? 잠깐 저 사람들은.......”

보이는 거대한 골렘의 흔적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거리를 좁히면 좁힐수록 사람들의 무리가 눈에 비치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아닌 정말 많은 사람이 쓰러진 골렘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

대표로 보이는 두 사람은 가장 앞에 서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으며, 이에 뒤따르는 사람들이 반대편의 이들에게 으르렁거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난 그런 그들의 모습에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개꿀,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아무래도 안 가져간 것 같네.”

아마, 서로 떨어진 물건이니 자기가 먼저 주웠네 하며 싸우고 있는 거겠지.

다행히 난 엄연한 정식 주인.

어차피 저들도 내가 거신병을 잡은 동영상을 보고 이곳에 왔을 테니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기꺼운 마음으로 난 용용이에게 활강을 명령하며 고도를 낮춰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사람들의 움직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칼과 방패를 든 사람은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뒤로 이동.

굳은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고, 동시에 후열 사람들의 손에 거대한 화염구, 뇌전, 빛이 뿜어져 나온다.

“예? 갑자기 무슨 레이드라도─ 아, 나구나.”

무슨 몬스터라도 나타났나 싶어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대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내 난 내가 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잠시 아래로 고개를 숙여 용용이를 바라보는 나.

음, 난 엄청 멋지게 보이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아무래도 날 레이드 보스로 보는 느낌이네.”

이대로면 전투는 피할 수 없다.

내 물건을 뺏어가려는 이에게 주먹질 한 방 정도는 선사해줄 생각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싸움에 몸을 맡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기에 난 용용이의 소환을 해제함과 동시에 소리쳤다.

“그거 제꺼에요~~~!!”

어리둥절하는 제일 앞사람의 모습에 잠시 웃음을 지었지만, 문뜩 그 순간 어떠한 의문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 날 수 있었던가?

* * *

차시연은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 뒤에 선 그녀의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 분위기 속에 그랬다가는 양쪽 모두의 눈총을 맞을 것이기 틀림없기에 그저 기도하고 기도할 뿐.

부디 저 두 남녀가 싸우지 말기를 바라며.

“비켜! 저건 국가의 소유물이야! 저 마정석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알긴 알아?!!”

“너희가 언제부터 국가를 대변했나?”

“세라핌은 판타지아 한국 대표 길드야. 그리고 우리가 서울의 중심인 강남을 정리했어. 이 상황에 우리 말고 누가 국가를 대변한다는 건데? 너도 저 물건의 가치를 알 거 아냐? 신화급, 아니 어쩌면 유일급 무장의 재료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식이면 우리도 강북을 정리했다. 그리고 주인이 있는 물건인 건 너도 알 텐데?”

“그 주인이 버리고 갔잖아!! 그럼 주운 사람이 임자지!!”

“그럼 우리가 아니마가 주인이다. 그리고 아니마의 현재 임시 대표이며 동시에 부 길드장인 내 선택은 진짜 주인에게 물건을 돌려주는 것. 이견은 받지 않는다.”

굳은 심지를 보이는 남성의 얼굴에 여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를 갈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진짜 해보자는 거야?”

“너야말로 헛된 욕심에 피를 보고 싶나? 아직도 여기가 게임 속으로 보이나 보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존재.

전신을 가릴 정도의 커다란 천사의 날개와 성녀를 연상케 하는 순백의 백의를 입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창을 손에 쥔 여인.

판타지아 한국 1위 길드 세라핌의 길드 마스터. 한예지

반대편에는 오크라는 종족에 걸맞지 않게 딱 보기 좋은 다부진 몸매와 적당한 덩치를 가지고 가죽 갑옷과 함께 거대한 배틀 엑스를 등에 멘 남성.

판타지아 한국 2위 길드 아니마의 부 길드 마스터. 강찬석

둘 모두 세계랭킹에서 이름을 알리는 초강자들.

하지만 소연과 페스나이트 길드원들에게는 그저 두려운 존재일 뿐이고, 둘 싸움에 자신들이 끼지 않기를 바라기만 기도했다.

이런 상황에 길드원들을 데리고 온 것을 자책하는 소연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괜히 왔네.....모두 미안해.”

“아니, 길드장이 왜 미안한데?!!”

“안 올 수가 없는 일이었잖아.”

“그래, 오히려 안 왔으면 더 곤란했어.”

풀이 죽은 듯 사과하는 소연에 모습에 다른 부 길드장 백강와 친구인 연정은 허겁지겁 그녀를 말리며 어쩔 수 없다 이야기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 맞다.

길드 페스나이트는 소수 정예 컨셉으로 한국 랭킹 24위에 오른 길드다.

길드원 개개인의 스펙을 따지면 훨씬 윗줄의 10위 권 길드의 장과도 겨룰 수 있을 정도.

그런 길드가 한국의 존망을 건 작전에 불참한다는 건 말 그대로 매국, 공공의 적이 되겠다는 의미이니 온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거기다 바로 연합이 완성되었다 연락을 보내와서 거부할 겨를도 없었고.

“차라리 영상을 좀 일찍 봤으면”

“그래도 오긴 와야 했어. 설마 이런 촌극이 펼쳐질 줄은 몰랐지만.”

솔직히 말하면 소연은 아니마의 찬석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라핌 길드마스터 말에 틀린 것은 거의 없다.

무려 오벨리스크의 마정석.

그것도 솔플, 이 부분이 중요하다.

판타지아의 최고 무장인 유일급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레이드 솔플과 같은 업적이 필요한데, 현재 상태창에서는 그러한 업적은 표시되지 않는다.

아마 타 게임과 모두 같은 상태창으로 통일되면서 변한 부분 같은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유일급 무기의 재탄생은 막힌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리고 그걸 떠나서 사실상 리트라이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업적을 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그걸 떡하니 해낸 사람이 있네?

그리고 어쩌면 업적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르는 마정석을 두고 갔네?

소연이라도 솔직히 마정석이 탐이날 것이다.

고대, 전설, 신화를 넘어 판타지아 세계 랭커의 상징과도 같은 최고 무장, 유일 무기.

게임이 현실이 되고 힘이 서서히 이빨을 드러내는 지금 누가 탐이 나지 않으랴.

예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내 생각하고는 찬석에게 제안했다.

“양보해서 신화급 무기를 만들어 나눠 가질 생각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주인에게 돌려줄 거다.”

“.......대체 왜 이렇게 고집 불통인데? 너도 영상 봤잖아? 그 광년이한테 유일 무기를 쥐어 주라고? 이미 그렇게나 강한데? 제정신이야?”

“.........그건 만나봐야 아는 거다. 그리고 사람의 인성과 물건의 소유권은 다른 문제야.”

“너도 말 떠는 거 보면 이해하고 있잖아!!”

그래, 저것이 한예지가 마정석을 회수하려는 진짜 이유다.

영상 속에 오벨리스크를 사냥하며 보였던 광기.

지금 모습도 그렇다.

여기저기 낭자한 골렘의 상흔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가지고 놀았는지 증명하지.

그런 존재에게 유일 무기의 단서를 넘기라니, 어쩌면 사상 초유의 범죄자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어떠한 제안과 권유에도 묵묵부답인 찬석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오른 예지는 날개를 펼치며 들고 있던 황금의 창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선택해! 싸울지 아니면 내놓을지! 못하겠으면 길드 마스터 데려와!! 맨날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더니 지금은 왜 없는데?!! 죽었을리도 없잖아?!”

“..........그녀는 지금 대화를 나눌 상태가 아니다.”

“그럼 니가 선택해. 싸울 거야 말 거야? 뒤돌아서 길드원들 얼굴 보고 결정해!!”

비수처럼 날아오는 예지에 말에 찬석은 뒤에선 길드원들을 힐끔 바라보며 침음을 삼켰다.

분명 싸우고 싶지 않겠지.

길드원까지 갈 것도 없이 아까부터 걱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과 예지를 바라보는 페스나이트의 길드원들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명분이 없고 사실 병력도 따지고 보면 밀리는 상황.

저쪽은 세례라는 특정한 의식을 통해 완전한 교단 소속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빠르게 강남으로 집결한 집단.

그에 비해 아니마는 이종족 연합이라는 다소 부족한 소속감에 여기저기 흩어진 길드원들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그저 교단 소속이 아니기에 이쪽에 서 있을 뿐인 사람들이다.

즉, 전투가 진행되면 빠질 사람들이란 소리.

거기에 세라핌은 국가를 위해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자신은 그저 주인에게 돌려준다 명분뿐이니 더더욱 싸울 이유를 모를 것이다.

‘어쩔 수 없나.......’

찬석은 바닥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한숨을 쉬었다.

저들이 물러나 주기를 바라며 허세를 떨었지만, 결국 상대가 걸리지 않고 오히려 더 과격하게 나오니 방도가 없다.

결국, 패배

아니마는 처음부터 싸울 각오가 없었으니, 이제 물러나야 할 순간이다.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뒤로하며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그때, 무언가 알 수 없는 인위적 바람이 두 사람의 사이에 불어왔다.

“이건?”

한예지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하고 이내 그녀는 강찬과 함께 이 바람의 근원이 하늘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경악한다.

예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날아오는 본 드래곤을 가리치며 소리쳤다.

“저게 뭐야?!!”

“나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거 보면 타 게임 보스 몬스터겠지!”

“나 설정충이어서 다른 게임 보스도 다 알거든? 저딴 거 없어!!”

“설정충인 게 자랑이냐? 엄청 마이너한 게임 보스겠지!”

하늘에서 강림하는 거대한 본 드래곤.

비록 오벨리스크만한 덩치는 아니지만, 저 정도라면 여타 보스들의 평균 정도는 가볍게 상회하는 크기다.

3쌍의 날개는 기분 나쁘게 실핏줄이 비치는 투명한 피막으로 이뤄져 있고, 눈에서는 자신들을 노려보는 붉은 안광이 번쩍이자 두 사람의 피부에 닭살이 돋아나는 게 느껴졌다.

보스

그것도 대형 레이드 보스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다.

둘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전투 준비!! 적룡 레이드로 가정하고 준비한다! 서둘러!!”

“기사, 성기사 앞으로! 그 외 전위직은 보조! 나머지는 후열에서 캐스팅 시작해!!!”

괜한 말싸움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에 두 사람은 서둘러 자기 진형으로 돌아가 태세를 갖추며 길드원들을 독촉하고, 레이드의 준비에 착수했다.

미지의 적

가뜩이나 레이드가 어려워진 지금 최악의 상황이 몰아닥쳤다.

그나마 다행이 천천히 다가오는 적의 행동 덕분에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잠시 서로 눈치를 보더니 이내 함께 앞으로 걸어나왔다.

“견적보고 합친다.”

“나도 알아.”

적의 힘도 모르고 레이드를 진행할 수는 없는 법.

최소한 저게 얼마나 강한지, 어떤 타입인지는 알아야 한다.

최악이라면 자신 둘이 발목을 잡아 시간을 벌어 길드원이라도 살려야─

“그거 제꺼에요~~~!!!”

“에?”

“뭐?”

긴장감 속에서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려는 찰나, 강대해 보이던 본 드래곤이 물감처럼 녹아 사라지고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가냘픈 목소리

울림이 점점 가까워지는 그때, 드디어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콰아아앙!!

등장씬이 추락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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