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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3화 (3/116)

〈 3화 〉 자동 강화 업데이트

* * *

화가 너무 치밀어 올라 폭발할 지경에 이르면 오히려 멍해진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

일종의 감정이 한계치에 도달해 뇌가 강제로 셔터를 내린 거라고 하던데, 내가 지금 그 상태가 아닐까 싶다.

부서진 건물의 잔해 속에 마치 현대 아트와 같이 박힌 난 잔해 틈사이로 앞으로 걸어가는 거신을 보며 오히려 머리가 더 차가워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 위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거대한 골렘의 등은 무심 그 자체.

시비를 건 것도, 하물며 싸움을 건 것도 아닌 그저 가는 길에 있었기에 밟았다 말하는 듯한 모습.

이제는 게임 [위치 메이커]의 릴리가 된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하하하!!!!!”

차라리 날 향해 적의를 보이거나 했으면 당황하기라도 했을텐데.

몬스터가 인간을 적대하는구나, 이놈은 우리의 적이구나 하고 납득하기라도 했을텐데.

이건 뭐지?

그저 밟고 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마치 어쩌다 개미라도 밟은 것 마냥 무심하게.

그래, 저 정도 덩치면 이런 조그마한 소녀 따위 개미로 보이기는 하겠지.

그러나 밟힌 개미는 밟혀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튼튼했으며, 그렇게 살아남은 개미 소녀가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는 건 알아줬으면 좋겠다.

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에 몸을 맡긴 난 이미 내 상식 밖의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부서진 잔해 속에서 폭발하듯 빠져나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타각!

피어나는 잿빛 불꽃 속에서 내 몸보다 더 큰 칠흑의 배틀 사이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입고 있던 옷 또한 불타오르며 검은 마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마녀의 상징과 같은 넓은 챙의 마녀 모자

검은 원피스에 펑퍼짐한 손매에 달린 프릴.

알몸이나 흘러내리는 옷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남자라는 자각이 있는 내게는 부끄럽기 그지없는 복장인데, 지금의 난 그런 것 하등 상관없다는 듯 걸어가는 거신병의 등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노려봤다.

“아아, 사랑하는 임. 어딜 그리 급히 가시옵니까? 사뿐히 즈려밟힌 소첩의 가슴이 아프옵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되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지껄이고 있겠지 뭐.

거대한 낫을 고쳐잡자 낫은 검은 불길에 휩싸이고 이내 거대한 흑염의 낫으로 변해간다.

사실 여기서 난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난 왜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 이런 기교를 부릴 수 있지?

이런 스킬 위치 메이커에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기술이 나오는 걸까? 하고.

그러나 난 그 모든 의문을 나중으로 미뤘다.

“소첩 가슴이 아려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사옵니다. 그러니”

작은 발이 잔해를 밟고 뛰어오른다.

비상

소녀의 손에 들렸다고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하고, 불길한 낫을 들고.

거리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한참을 뛰어가야 할 거리.

그러나 비상식의 극치를 달리는 중 일반상식을 따질 이는 여기 없겠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거신병의 뒤를 따라잡은 난 거침없이 낫을 휘둘렀다.

“절 위로하시어, 그 발이라도 두고 가시지요!!!”

─서걱!

[우어어어어!!!]

고통인지 아니면 그저 다리를 잃은 분노인지 다시금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는 거신병.

발이라 말했지만, 낫이 지나간 궤적은 거의 정강이 높이라 다리라 말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손에 걸리는 감각은 없었다.

자르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닌 너무나 압도적 절삭력에 느껴지지도 않은 것.

잘 녹은 버터? 연두부? 딱 그 정도 저항만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을 뿐,

[구오오오오!!!]

대체 얼마나 말끔하게 잘린 건지 낫이 지나간 뒤에서야 미끄러지며 서로 이별을 고하는 다리에 놀라는 것도 잠시, 놈은 다리를 잃은 반동으로 넘어진다.

─쿠과가아아앙!!

거대한 덩치 때문에 수십 채의 건물이 휩쓸려가는 걸 보니 가슴이 좀 뜨끔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저 놈이 그대로 걷는 것 자체가 더 큰 피해를 유발할 것이다.

변명 같지만 사실이라고....

아무튼 그렇게 바닥에 누워버린 녀석은 붉은 안광을 발하며 팔로 땅을 짚어 다시 일어나려고 하지만, 난 그것을 멍청하게 보고만 있지 않았다.

─타각!

다시금 경쾌하게 튕기는 손가락

이번에 모습을 보이는 건 거대한 가시였다.

절로 닿기 싫어지는 검은 안개가 일렁이는 가시들이 바닥에서 쏟아 오르며 거대한 놈의 몸과 손을 관통한다.

[우오오오!!!]

“많이 아프지? 더 아파라!!”

아까는 존칭

이번에는 반말.

그냥 되는대로 막 나오는 것 같다.

결론은 머리에 분노가 차서 미쳤다는 소리겠지.

이어지는 건 그야말로 난도질 그 자체였다.

검은 뇌전, 검은 불, 검은 얼음 등등 전부 까만색 공격들

일격에 놈의 육중한 다리를 절단했으니 아마 이렇게 난사하고 있는데도 살아있는 걸 보니 조절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게 한 바탕 모든 분노를 시원하게 쏟아내고 난 뒤의 풍경은 처참했다.

팔다리야 진작에 형체를 알 수 없이 사라졌고, 몸 여기저기 거대한 구명과 움푹 패인 자국들 투성이.

얘가 돌로 된 놈이라서 그렇지 만약 살아있는 피육으로 이뤄진 존재였다면 아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었으리라.

난 마지막으로 맨 처음 썼던 거대한 흑염의 낫으로 놈의 목을 절단하는 걸 끝으로 놈의 거대한 등에 주저앉았다.

“후우~~~~ 내가 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었던가?”

막상 다시 이렇게 보니 내가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장면이다.

당장 이 몸이 왜 이렇게 싸움이 능숙한지도 모르겠고.

허탈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는데 상태창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한다.

이름 : 릴리 아스트레아스

레벨 : 356↑ ­ 전생 22회차

종족 : 초?마녀

직업 : [네크로멘서] [흑마술사] [워록]

└인벤토리

└소환

└스킬

"어? 뭔가 깔끔해지고 새로 생겼네. 레벨도 오르고."

견습, 하급 중급 어쩌고 했던 종족들이 깔끔하게 사라지고 마지막 최종으로 보이는 초마녀만 하나 남았고, 직업란에는 흑마술사와 워록이 새로 생성되었다.

“흑마술사라고 하면 내가 쓴 게 흑마술이란 건가?”

이제는 가끔 확인만 하며 켜두기만 하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모든 스킬, 소환수를 모을 때까지는 나름 진지하게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내 기억 속에 흑마술 같은 스킬은 존재하지 않는다.

네크로멘서라면서 오히려 흑마술이 없는 게 좀 웃긴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그런 걸.

"스킬"

난 확인을 위해 스킬 창을 열었고 여기에는 아니나 다를까 내가 왜 흑마술사라는 직업을 얻었는지 적혀있었다.

스킬 리스트

[사이드 마스터리] Max

[사이드 부스트] Max

[소환수 강화] Max

[뇌전마술] Max

[빙결마술]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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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10회 특전 ­ [흑마술] 1 lv

전생 15회 특전 ­ [혈마술] 1 lv

전생 20회 특전 ­ [융합마술] 1 lv

"어라? 이게 뭐야?!"

난 스킬 창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스킬 창이 아니다.

분명 위치 메이커의 스킬 구조는 [아이스 스피어] [전자기장] 같은 단일명의 스킬들을 컬렉션 수집하듯 모으는 구조였다.

사냥하다가 나오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합성해서 만들기도 하는 그런 방식이었지.

하지만 지금 이건 대체.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소환수 창에서도 빛이 들어 오더니 창이 열리며 처음 보았던 것과 새로운 모습이 드러났다.

소환수 목록

[아크 리치 ­ 시몬]

[스켈레톤 로드 ­ 카녹스]

[어비스 나이트 ­ 플루라]

[엘더 벤시 ­ 멜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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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에에?!! 이게 뭡니까?!!”

분명 고유 닉네임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는 보기 민망한 리스트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어쩌다 이런 모습으로 변한 거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난 문뜩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설마, 업데이트?”

확실히 말은 된다.

온라인을 지원하는 여타 게임과 다르게 위치 메이커는 솔플용 게임.

그렇기에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아도 원할한 게임 진행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5년 동안 한 번도 업뎃을 안 하고 이제서야 했다고?

내가 방치하기 전, 그러니까 위치 메이커를 엄연히 하고 있었던 시기 내내 업데이트 소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었다.

게임이 너무 단순해 버그도 없었는데, 업데이트는 무슨.

사실상 정기 결계랑 몇몇 재화 결제를 제외하고는 상점 창도 변함 없었고.

그런데 이제 와서 업데이트를 했다니.

“아니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애초에 사람들이 게임 캐릭터가 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생각해야지.

당장 휴대폰으로 [네크로멘서 위치 메이커]의 업데이트 소식을 알아보고 싶지만, 방금 집과 함께 어딘가 매몰되어 버린 내 스마트폰을 지금 찾는 건 무리일 것이다.

찾아도 무사할 거라는 보장도 없고.

결국 난 서둘러 지금의 사태를 파악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쿠궁!

거의 크기가 10m는 족히 될 거대한 외눈의 몬스터, 사이클롭스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뒤에서 보면 모르겠지만, 앞에서 바라보면 거의 숯처럼 그을린 피부가 왜 몬스터가 쓰러졌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되고 멋들어진 갑옷차림의 남성이 투구를 위로 올린 채 한 여성에게 걸어간다.

“길드장, 여긴 대충 마무리된 거 같은데?”

“그러게. 빨리 다음으로 이동하자.”

남성이 길드장이라 부른 여성, 차시연의 모습은 다른 이와 다르게 상당히 조급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사태 수습이 많이 늦어지고 있으니까.

처음 VR게임 캐릭터가 되었을 때는 당황했었지만, 이내 그것이 자신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함께 되었다고 들었을 때는 오히려 기뻤다.

거기에 게임속 힘을 쓸 수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는 더더욱 기뻤지.

새벽 늦은 시간이었지만, 길드원 사람들 끼리 연락하고 이렇게 모였을 때의 감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이후 이어진 일은 만만치 않았다.

나라에서 날아온 문자 [계엄령] 그리고 군이 출동해 사태를 진정시킬 것이라는 건 순전한 개소리였다는 걸 자각했기 때문이다.

“서초는 대강 정리된 거 같지?”

“응, 강북 쪽도 [아니마]가 대부분 정리했다고 전해왔고.”

“그 판타지아 이종족 연합 길드?”

“랭킹 한국 2위 길드지. 길드원 수는 1등일걸?”

“하긴 그러면 빨리 정리할만 하지.”

들려오는 소식처럼 사태를 정리하고 있는 건 군인 따위가 아닌 시민들.

정확히는 길드들이다.

그럼 왜 군이 힘도 못 쓰고 있느냐 하면 바로 인사체계가 엉망이 되었기 때문.

2034년 현 시대에 VR게임을 안 해본 사람은 최소한 한국에는 정말 누구도 모르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없다’

게임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다들 무조건 VR계정을 하나씩 파고 아바타를 생성한다.

왜냐하면 이게 전 국민이 대부분 이용하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니까.

과거에는 카카오X라고 했었나? 그것과 비슷하다.

판타지아, 무검산, 이터널 등등 게임의 종류가 달라도 그저 서버가 다르고 사용하는 월드만 다를 뿐 모두 같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멀리 떨어진 이와는 VR에서 아바타로 만나는 시대.

스마트폰을 사는 것보다도 먼저 VR계정을 만든다는 소리도 돌 정도니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그런데 지금 ‘모든’ 사람이 자기 VR게임 캐릭터가 되었다.

게임 따위에 관심 없는 이들이라도 메신저 아바타의 외모는 당연히 변경한다.

성별은 법으로 금지되어 불가능하지만 예쁘고 멋진 몸매는 모두의 꿈이니까

줄일 곳은 줄이고, 다듬을 곳은 다듬으면서 별의 별짓을 다하면 나오는 결과물은 본인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그렇게 이상의 자기 모습이 되었으니 좋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걸 자신이라고 알아보는 이가 없다는 거지.

상태창을 보여주면 다행이 본인 본명이 나와서 자신이라 밝힐 수는 있지만, 동명이인은?

결국, 개판 오분 전이 지금의 군대고 지금의 국회이며 법원, 청와대의 상태다.

미친 척하고 정부청사에 들어갔었던 자신들은 그 난장판을 보고 단념했었지.

“몬스터도 강하고......”

“어쩔 수 없잖아. 게임이 아니니까. 맞으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어.”

“역으로 이쪽도 그걸 공략할 수도 있지만.”

리얼과 게임은 다르다.

게임에서는 눈에 칼이 박혀도 크리티컬 데미지에 시력 상실이라는 디버프를 잠깐 경험하는 수준이지만, 현실에서는 비명을 지르는 고통과 조금만 더 들어가면 뇌를 관통해 일격에 사망하니까.

비슷한 원리로 기존 공략법도 불가.

보스몹 사냥 중에 다른 몬스터가 오지 않는 법칙도 지켜지지 않고, 몬스터는 그저 날뛸 뿐 게임속의 패턴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순전히 목숨줄 알아서 챙겨가면서 싸워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힘이 있다고 해도 목숨을 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그나마 게임의 감각이 남아있어 이렇게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차시연은 잠깐 휴식을 취할까 생각하며 다음 목적지인 동작구로 향하려는 순간 저 멀리 허겁지겁 달려오는 길드원을 발견했다.

“길드장!!! 동작구에 기간트!! 기간트가 나왔어!!”

“““뭐?”””

달려온 길드원의 말을 들은 모두가 동시에 되물었다.

기간트라니......설마

“오벨리스크가 출몰했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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