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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아카데미 소녀 마도장교-17화 (17/40)

〈 17화 〉 이런 능력이 있었다고?

* * *

전신의 마나를 끌어올리자 속에서 불타는 거 같은 뜨거움이 피어올랐다.

쉬익!

난 그 강렬하고 굳센 기운을 바탕으로 거칠게 앞으로 나아갔다.

상쾌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흥분으로 인한 쾌감에 부르르 떨었다. 얼마나 이런 힘을 발산하고 싶었는가, 월프와 대련을 할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이 기뻤다.

진짜 ‘마나’를 다루는 거니까! 단지 근력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 아닌, 정말 마법을 다루기 위해 마법을 끌어올리는 거잖아?

과거엔 ‘스킬 사용’따위의 버튼을 눌러 조작했다면, 이젠 직접 모든 힘을 느끼고 통솔하여 즐거웠다.

쉬이익─!

어느덧 표적이 코앞에 놓이자, 난 일순간에 모든 마나를 손으로 응집시켰다.

콰드득!

이어서 거대하고 단단한 얼음 조각을 생성했다.

누군가가 손에 떠다니는 마법을 보면 경악하리라. 일반적으로 7등급이 구사하지 못하는 크기였다.

그만큼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흐읍─!”

몇 초가 더 지나 철골과 단 몇 걸음밖에 차이가 안 나자, 땅을 박차 거리를 좁혔다. 곧이어 빙결 마법으로 단단해진 손을 세차게 휘둘렀다.

콰지직─!

출처가 가녀린 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매서운 파공음이 귓가에 꽂혔다.

“으윽!”

사방으로 얼음 조각과 철골의 파편이 튐과 동시에, 난 그대로 흙바닥에 처박혀 수차례를 굴렀다.

“하아, 하아.”

움직임이 멈춰서야, 참았던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뽀송했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머리카락이 달라붙었고, 깨끗했던 팔다리는 자갈 부스러기들로 가득했다.

한순간에 탈진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끔찍이도 저질스러운 체력이군.

땅에 대 자로 뻗은 채 주먹을 쥐어봤다. 경련하듯 덜덜 떨렸다. 언제 팔팔했냐는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다른 부위도 다를 바 없었다.

이른 바, 마나 고갈의 징후였다.

스윽, 스으윽─

난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켜 주변 바위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가슴팍의 단추를 풀고선 크게 심호흡했다.

내 손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마법을 발동시켰다. 최대한 마나를 모아 방출시킨 결과로, 일반적으론 7등급이 엄두도 못 낼 위력을 내었다.

저 앞 거대한 얼음덩어리의 모양대로 짓눌린 표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대략 3등급 정도 되겠지.

등급 하나에 장교의 신분이 바뀌는 세계에서 네 등급을 뛰어넘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그 후폭풍이 엄청날 터, 한 번의 주먹질로 기진맥진하는 이유였다.

팔에 망치라도 한 대 얻어맞은 마냥 아픈 것도 그 때문이고.

뭐, 이 몸에 맞춰 마법의 수준을 낮춘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십 분을 버틸 순 있겠지만…….

몸을 가혹하게 내몰아야 더 빨리 성장을 하는 법이잖아?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련하고 싶을 뿐이다.

“프으으──.”

계속된 휴식에 몸 주위를 감돌던 고통이 점차 사라졌다. 바람에 휘날리는 실크가 허벅지를 간지럽히는 감각이 느껴질 정도로, 한결 편안해졌다.

마나의 고갈로 인해 공허함이 뚜렷했던 사지엔 따스함이 몰려왔다.

모두 마나가 회복됨에 따른 효과였다.

“근데 이건…….”

너무 빠르잖아.

삼심 분도 안 지났는데 반절의 마나가 회복됐다. 이게 무슨 경악스런 회복력인가, 난 풀어헤친 머릿결을 휘날리며 몸을 일으켰다.

비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는 않았기에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두 다리로 바닥을 짚는 게 가능했다.

말이 안되는데.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모아 마법을 사용한 만큼, 적어도 기력을 되찾기까지 한 시간을 족히 걸려야 했다. 심지어 이것도 최소치로 계산한 값이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지금쯤 바위에서 겨우 팔을 까닥이고 있을텐데, 그런데 현재 내 몸을 보라,

벌써 손끝과 발끝에 생기가 돌아, 팔을 붕붕 돌려도 딱히 이상이 없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신체가 바뀌면서 얻은 변화 중 하나라는 것.

하지만 의문이 남았다.

임시 숙소에서 봤던 편지지에선 페널티를 부여했다 하였는데, 이런 힘은 그와 상이하지 않은가. 어찌 보면 다속성의 마법을 다스릴 수 있는 점과 궤를 같이했다.

“으음…….”

뭐, 잘 써먹으면 되겠지.

쿠웅─!

난 수련장 한쪽에 쌓여있던 철제 인형을 새로이 꺼내, 공터 중심에 놓았다.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 목표는 몸을 단련하는 거잖아?

마나 수치가 낮아 수련을 오랫동안 해야 했는데, 기간을 대량으로 단축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그저 능력을 열심히 사용하면 될 따름이었다.

지금 머리를 싸맨다고 해서 답을 얻을 리도 만무하고.

이성적인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었다. 한 시라도 빨리 힘과 마나량을 증진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전말을 알게 되겠지.

“파아아…….”

상념을 끝마치자 머리가 맑아졌다. 난 숨을 크게 들이켜며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발목을 시작으로, 종아리, 허벅지까지, 마나를 흘려보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마나가 빠르게 차면, 더 가혹하게 스스로를 밀어붙이면 된다. 기존 훈련량의 곱절, 아니 배에 달하는 강도로 나 자신을 탈바꿈시키리라.

끝내 제국 최고의 장교로 거듭나리라.

퍼엉─!

난 푸른색의 안광을 빛내며 대기를 갈랐다.

* * *

알코올 냄새가 가득한 병실.

감기에 걸려 약을 받아 가는 사람이나 열이 올라 침대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의무실에 방문하는 생도들 사이에 눈에 띄는 남성 하나가 자리했다.

“끄, 끄으으…….”

몸 곳곳에 붕대를 감거나 부목을 덧대고 있는 그는 침음성을 내었다. 그마저도 입안에 거즈를 물고 있어 제대로 된 발음이 들리지 않았다.

“야, 야 괜찮냐?”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월프는 곁에 찾아온 두 명의 생도를 노려봤다. 함께 예나에 대해 곱씹으며 폭소를 터뜨리던 때와 달리, 당황함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좀 조용히 좀 해봐.”

“어, 으응.”

월프는 그들을 흘기곤, 눈을 찡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통증 때문에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거지?’

머리가 깨질듯이 지끈거렸다. 그러나 예나 프로이드, 그 망할 년의 면상은 도저히 잊혀지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다.

이겼어야 했다. 그 년은 7등급, 말 그대로 쓰레기였다. 뭐 하나 특출난 게 없는 녀석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씨발!”

까드득─

월프는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오도록 턱을 꽉 깨물며 눈을 부릅떴다. 그 살기가 어찌나 짙은지, 그를 찾아온 친구들이 몸을 부르르 떨 정도였다.

“너, 너희 아버지에게 이야기할까? 제국 보수당 당수라고도 하시니까 그년 쯤은 치워줄지도 몰…….”

그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일까. 옆을 지키던 생도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닥쳐!”

콰앙─!

월프는 침대 옆 나무 벽을 내리침으로써 말을 잘라냈다.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풍경이었다. 학급과 학년이 같았지만, 그들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저 제국에서 힘 좀 썼던 고위 귀족의 자제들이란 이유로 모인거라, 가장 강력한 가문을 지닌 월프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집단에 불과했다.

“일단 아버지에게 말하진 않을 거야.”

“아, 알았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월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은 확인하곤, 머리를 떨구며 이마를 감싸쥐었다.

손바닥에 가려진 입가로는 열심히 입술을 쥐어뜯었다.

‘이딴 거로 집안의 힘을 빌릴 필요 없어.’

아버지는 현재 심화되는 국내 정치 상황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터, 괜히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다.

사관학교의 최고를 차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평민한테 맞았으니 복수해달라고 하면 어찌 생각하겠는가.

‘슈트레만 가문에 먹칠을 했다고 하시겠지.’

굳이 나에 대한 평가를 절하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를 고깝게 바라보지도 않는 이상, 굳이 물어뜯을 먹이를 던져 줄 필요는 없다.

그냥 아버지가 가진 권력을 조용히 물려받기만 하면 돼.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쪽팔리는 행보는 보이지 말아야 하겠지.

“그냥 조용히 있어.”

“으, 으응.”

월프는 친구들에게 철저한 입단속을 요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그냥 우연이야.’

잠깐 방심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 예나의 실력을 너무나 얕보아 약간의 '실수'가 발생했을 뿐이다. 본래의 실력을 발휘했다면, 예나따위 상대도 되지 않았을 테다.

본 실력을 발휘하면, 이런 사소한 문제쯤은 얼마 가지 않아 해결되리라.

꽈악─

월프는 그렇게 자신의 실책을 정당화하며, 침대 옆에 있던 얼음봉투로 두툼히 부어오른 뺨을 문질렀다.

‘지옥을 선사해주마.’

가벼운 교육으로 악연을 끝내려고 했건만, 기어이 일을 크게 만들다니.

대부분의 생도가 햇살을 만끽하며 공원을 걷고 있을 따스함 아래, 그는 알싸한 향이 풍기는 방 안에서 차가운 얼음에 꽉 쥔 주먹을 떨며 다짐했다.

“으, 으으…….”

지금 느껴지는 고통을 배로 돌려주겠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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