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 아카데미 소녀 마도장교-9화 (9/40)

〈 9화 〉 새로운 즐거움

* * *

『마도장교는 총 3가지, 최전선에서 직접 활약하는 근접형, 후위에서 추가 공격을 실시하는 원거리형, 그 이외에 한하는 지원형으로 나뉜다.』

탁, 타다닥─!

칠판에 맞부딪치는 분필 소리가 강의실 전체에 웅웅거렸다.

그리고 생도들은 그 리듬의 맞춰 자신의 공책에 필기를 시작했다. 전형적인 대학 교실의 풍경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당장 6개월 뒤 실시되는 적격 심사에서 탈락하는 녀석들이 지원형이라고 보면 된다. 마나 재능이 부족해 야포에 마법을 걸어주는 애들이 대표적인 예지.』

『나머지 유형의 마도장교는 각 사단의 지원부대 형식으로 편입되어 일선에서 전투를 이끈다. 지상군에겐 공군보다 더욱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군.』

교관이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 현대의 어느 교육 기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특이한 소재라는 거였다.

만약 이 게임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 못했겠지. 아니, 그렇다면 애초에 이런 세상에 올 일이 없었으려나.

탁, 타악─!

난 한 손으로 연필을 돌려가면서 교본을 훑어봤다.

마나 운용 병법을 시작으로, 각성자의 기원, 마력석의 성분 등. 생소할 법한 이론들이 가득했지만, 전부 한 번쯤은 보았던 설명이었다.

모르는 내용 자체가 없었다.

추후 치뤄질 적격 심사에서 필기 부문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졸지에 머리마저도 웬만한 장교는 압도하는 후보생이 되버렸다.

나쁘지 않군.

앞으로 따로 공부에 시간을 쏟을 없이 수련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잖아, 부족한 건 마나량과 신체 능력뿐이고?

씰룩─

입가가 들썩였다. 이 세계에 온 뒤로, 계획이 착착 진행되며 피어오르는 만족감은 상상 이상의 기쁨을 안겨줬다.

난 그 마음 그대로, 편안함을 느끼며 가르텔의 교육에 다시금 집중했다.

『……그래서 마력석은 각성자용 무기를 가공하는 데 중요한 원석이다. 너희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마력탄마저도, 가공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내, 가르텔의 손안에서 빛나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금속 물체를 확인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력탄.”

각성자만이 다룰 수 있고, 각성자만이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그야말로 각성자, 즉 마도장교의 꽃이라 불리는 물체가 교관의 손안에서 반짝였다.

쉽게 말해서 마력석을 융합한 총알이지.

찌이잉─!

탄두 앞부분에서 번쩍이는 보랏빛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일반적으로 각성자는 맨손으로 위력이 큰 마법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인 전장에서는 아예 마나를 응집시키는 것조차 힘들다.

마력석은 그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명품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마나를 증폭시키는 마력석의 원리를 이용해 마법의 발현 난이도를 대폭 낮추고, 총의 정밀 조준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지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니 마도장교에겐 꼭 다뤄야 할 필수품인 셈이다.

「내일 사격 훈련을 하는구나.」

「대, 대박.」

생도들도 그 사실을 아는 건지, 움직이던 연필을 멈추고 마력탄의 위용을 입술을 오므린 채 감상했다.

나 또한 상념은 잠깐 멈추고 눈앞의 광경에 음미하는 데 몰두했다.

“……예쁘네.”

향수감이 뇌내를 감쌌다. 마력탄을 이용해 전차와 전투기를 격추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걸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감회가 새로웠다.

전쟁이 벌어질 동안, 마력탄은 내 목숨과도 같았기에 애지중지하여 다뤘다. 그런 물건을 현실에서 만나니 뜻깊었다. 그만큼 반갑고도 아련했다.

『너희가 이 사관학교에 계속 있고 싶다면 꼭 숙지해야 하는 무기다, 마도장교의 기본 소양이니까! 알았나?』

『예!』

가르텔은 크게 일갈하며 얼빠진 생도들을 휘어잡았다.

『그러면 이제부터 마력 운용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실시하겠다. 백날 설명해봐야, 직접 몸으로 굴러보는 게 낫겠지.』

덜컹─!

곧이어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커다란 나무 상자를 교탁 앞에 내려놓았다.

“저건…….”

『수정구다. 마나를 제대로, 그리고 잘 불어넣어야만 불빛이 켜지는 구슬이지.』

내가 말을 이을 때쯤, 그가 곧바로 답했다.

가르텔의 말마따나, 수정구는 아직 마나를 다루는 게 생소한 각성자들을 위한 훈련 도구 중 하나였다. 어찌 보면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물건이었다.

『오늘 수업은 이 동그란 유리 덩어리에 밝은 빛을 형성하는 것, 그게 끝이다. 해결하면 곧바로 가도 좋다. 마나가 적어도 별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물론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자네들이 단기간에 과제를 완수하고 집에 돌아갈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혹시 모를 수 있겠군.』

나를 의식한걸까, 가르텔은 괜한 뒷말을 첨부하고는 생도들을 한 명씩 불러내어 수정구를 배부했다.

타악─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예나.”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나를 이어 마지막 학생까지 무사히 수정구를 받은 순간,

『그럼 다들 시작하도록!』

첫 번째 실기가 시작되었다.

「이, 이렇게 하는 건가?」

「안 밝아지는데?」

「아까 교본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고 했어! 몇 페이지였더라…….」

힘이 아닌 기술을 요하는 시험의 성격에 생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금까지의 고요함은 어디 가고, 시끌벅적한 음성이 교내를 차지했다.

“예나, 넌 뭐 할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능력치도 쓰레기인데 연습해서 뭐하게. 어차피 6개월 뒤 떠날 년이.”

개중에는 월프도 당연히 포함됐다.

그는 가르텔이 교실을 떠난 그 잠깐을 놓치지 않고, 내 자리까지 찾아와 비소 섞인 비아냥으로 시비를 걸어왔다.

“…….”

휘익─

하지만 난 그에 행동에 대응하지 않았다. 단지 몇 초의 눈마주침 후에, 고개를 절레 저으며 등을 돌릴 뿐이었다.

말을 나누는 것조차 아깝다.

저게 같은 장교 후보생이라니, 인적성 검사를 어찌 뚫고 들어왔는지 의문이다. 분명 가문의 뒷배를 이용했겠지. 얍삽하다 못해 한심함의 극치였다.

입학식 당일보다 더욱 심한 태도였다.

월프는 능력 검사에서 내 처참한 재능을 확인한 이후로, 더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는지 더욱 과감해졌다.

“비실거려서 어떻게 장교할래? 도대체 어떻게 훈련소에서 합격한 거야? 키도 작고.”

“야야, 애 울겠다.”

이제는 내 머리를 툭툭 치며 직접 손을 댈 수준까지 다다랐다.

“음, 뭐 열심히 훈련하면 6등급은 찍을 수 있을 거야. 퇴출 안 당하도록 열심히 노력해봐.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비웃고는, 위치로 돌아갔다.

녀석의 의도가 뻔했다. 복수하고 싶은 거겠지. 일개 평민에게 모욕을 들었다는 걸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거다.

슥, 스윽─

난 그의 난동으로 어지럽혀진 탁상을 정리하며 비소했다.

꼴에 귀족의 자존심은 되찾고 싶나.

생도의 본분을 잊고 어설픈 정치질을 하려는 행동은 극도로 혐오하는 모습이었지만, 분노와 노여움 따위의 과격한 심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저리 나오니 기뻤다. 더는 자비를 베풀어야 하나, 따위의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막대한 권력과 괜찮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귀족의 자식이라는 칭호가 부끄러울 정도로 안타까운 추태를 부리고 있는데.

놈이 어떤 가문을 가졌든 상관없어. 이제는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걸리적거리는 인물일 뿐이다.

“역시 이 편이 더 나아.”

난 손가락에 힘을 주어 수정구를 꽈악 움켜쥐었다.

꽈드득─!

게임 클리어에 방해됐던 정치인, 나에 대한 열등감에 음모를 꾸몄던 장군, 심지어는 전선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 등, 가릴 거 없이 방해가 된다면 완벽하게 처단했다.

그것이 내가 승전까지 대전쟁을 이끌어가는 데 성공비결이었으며, 당시 고위직을 차지했던 주요 요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로써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낼 때가 도래했다.

한때 친밀감을 형성하여 내 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은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마땅히 그의 도발에 어울려줄 계획이었다.

차근차근 옥죄야지.

탄 하나를 훔쳐 놈의 머리통을 처박아 복수할 수도 있지만, 그런 진부하면서도 멍청한 작전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건 흥겨움이 없지 않은가.

이후 대응에도 골머리를 썩일테고.

한 눈으로 봐도 전력이 차이가 크게 나는 입장에서 모든 방법을 이용해 상대편의 견고한 권위를 박살 내고, 끝내 그에게 비참한 끝을 선사하는 게…….

복수의 가장 완벽한 계획이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가상이 아닌 현실, 실제 리스크를 짊어지고 맞닥뜨린 첫 위기여선지 흥겹기마저 했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기대되네. 난 말랑말랑한 볼이 씰룩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월프를 흘겨봤다.

“그럼, 슬슬 시작해야지.”

뒤이어 투명한 수정구 속, 손바닥이 서로 마주 보게끔 자리를 잡고 막아뒀던 마나의 댐을 터뜨렸다.

사아아─!

손바닥에서 이글거리는 따스함에 두 눈을 살포시 닫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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