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 아카데미 소녀 마도장교-7화 (7/40)

〈 7화 〉 예상치 못한 갈등

* * *

편안한 감각이 온몸을 감싸왔다.

마력석의 중심에서 새하얀 광선이 사방으로 발산되었다.

남들보다 더욱 밝았으며 아름다웠다.

“이게 무슨…….”

마침 코앞에 있었던 리나의 혼잣말이 귀에 꽂혔다. 냉랭함을 유지하던 그녀가 잠깐이나마 평정심을 잃었다.

하지만 찰나였다.

찡─

찬란했던 빛은 수 초도 버티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에?」

「바, 방금 뭔가 지나갔나?」

생도들은 벙 찐 표정으로 이젠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마력석을 응시했다.

어찌나 순식간의 일이던지, 몇몇은 너무나 빨리 사라져버린 광선에 두 눈을 비비곤 재차 주변을 둘러볼 정도였다.

「고작 저 정도라고?」

「월프랑 싸운 아이 아니야?」

[7]

화면에 표시된 숫자가 충격을 더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싸하다는 문장이 잘 들어맞는 광경이 있을까. 내게 적지 않은 기대를 했던 생도가 많았던 만큼, 냉랭한 반응이 줄지어 나타났다.

「푸, 푸훕!」

「7등급이면 그냥 일반인 아니야?」

그리고 생도들의 경직된 표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웃음으로 변모했다.

「크, 큭큭큭…….」

「뭔가 있을 줄 알았더니 역시 평민이잖아?」

역시 이렇게 되는가.

난 말 없이 생도들을 둘러봤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다. 임시 숙소에서 하위권임을 확인하여 이런 상황이 발생하리라 생각했다.

조금 기분이 더럽군.

그러나 진정 현실로 맞닥뜨리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감돌았다.

무슨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분노? 아니다. 초짜에 불과한 놈들이 손가락질한다고 해도, 앞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신경 쓰이지 않아. 그렇다고 자격지심도 아니야.

우스움,

말하자면 우스움이었다.

평민이 귀족보다 하등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만족하는 광경이 우스꽝스러웠다.

“……앞으로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을 거다. 7등급에 속성은 으음, 우선 자리로 복귀하도록.”

가르텔은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교관의 본분을 다하려는 듯, 애써 격려의 말을 전했다.

난 상당한 키 차이에 고개를 꺾어 그와 마주하고, 싱그러운 웃음으로 답했다.

“감사합니다.”

사락─

포니테일로 깔끔히 묶은 머리를 휘날리며 되돌아갔다.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데 나한테 그딴 식으로 대했던 거야? 고작해야 평민에 능력도 쓰레기인 네가?」

「야야, 불쌍하니까 봐줘라, 킥킥.」

가장 먼저 날 환영해주는 건, 월프와 그의 패거리의 조롱이었다.

광장의 일을 되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얼마나 강했던 건지, 그는 쌓였던 울분을 우롱과 야유로 토해냈다.

“뭐, 네 몸집에 뭘 할 수 있겠냐마는.”

“…….”

난 침묵으로 일관하며 월프의 빈정거림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굳이 저 도발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화를 낸다고 해서 얻는 이익은 없으니까. 깔보는 건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니, 굳이 월프에게만 대꾸할 이유가 없다. 교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7등급이라.

난 그저 꿋꿋이 계산했다.

7등급의 마나에서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하고 수련을 하여 등급을 올릴 예정이고, 목표치를 얼마나 산정할 건지를.

짝짝─!

“다들 주목! 이제 다음 검사를 진행하겠다!”

전원이 검사를 마쳤는지, 드디어 가르텔이 생도들을 집합시켰다.

“그럼 이동!”

곧이어 군대의 연병장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공터로 인솔했다.

"우선 기초 체력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겠다!"

그의 말을 시작으로 육체 능력에 대한 점검이 시작되었다.

잠깐의 휴식도 없었다. 가르텔은 일사천리로 생도들을 공터 중심, 다량의 측정 기구가 모여있는 검사장으로 이끌었다.

「끄아아악!」

「하나, 두울──!」

타 교관의 명령을 받고 먼저 검사를 진행 중인 아이들이 더러 보였다.

좀 힘들겠는데.

기구의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했다. 윗몸 일으키기나 왕복 달리기는 기본이요, 타이어 끌기나 역도 들기 등, 다양한 기능을 요구하는 측정기들이 눈에 밟혔다.

「빨리빨리 움직이도록!」

「끄아아악!」

「쥐, 쥐 났습니다. 교관님!」

당연하게도 공터는 생도들의 곡소리로 가득했다.

육체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잠재력을 정확히 산출하기 위한 목적인 평가인만큼 죽도록 힘들겠지.

“하악, 하악……!”

이렇게.

“하나 더 합니다!”

“끄, 끄으으!”

숨이 목젖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 차례가 다가와 시험을 시행했는데, 아직 반절도 마치지 않았음에도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리나 생도, 준비는 다 됐나?」

「하아, 하아……, 네.」

옆에서 같은 검사를 했던 리나도 상당히 지쳐 보이긴 했으나, 나처럼 기진맥진하진 않았다.

그녀만이 아니라 타 생도들도 똑같았다. 주먹을 꽉 쥐며 훈련을 이어나가거나 땀을 비 오듯 흘리는 이는 있어도, 고작 한두 단계하고 쓰러지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이 몸은 쓰레기야.

도대체 이 제작자라는 놈은 얼마나 페널티를 부여한 거야? 마나 등급부터 허약한 체력에 이어 근력까지.

오늘이 능력이 약해졌음을 가장 체감하는 날이었다.

“으으…….”

익숙지 않은 가녀린 신음성이 나왔다. 묶었던 머리카락마저 어느새 어깨 위를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난, 날카로운 눈빛만큼은 잃지 않았다.

확실히 힘들다, 하지만 그렇기에 즐거워.

고통이 심해지고 몸이 무거워질수록 즐거움 또한 늘어났다.

감각의 생생함이 살아있음을 일러 주었으니까! 과거에서 느껴보지 못한 고초가 세상이 현실임을 상기시켜 주는 거 같아 대단히 행복했다.

그렇지 않은가.

단련하고, 마땅한 보상을 받는다. 단순한 구조지만, 매력적이다. 노력하면 무한하게 성장이 가능함을 알고 있는 한, 이 고됨이 좋았다.

점차 체력이 늘고, 근육이 붙는 일종의 신호니까!

“마지막!”

“끄, 끄으이…….”

때문에 근성으로 움직였다.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며 고통이 느껴져 와도 움직이고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이 목을 적셔와도, 성장을 도모한다는 그 한 가지 목적만을 상기하며.

* * *

주홍빛이 내리 앉은 초저녁.

난 교관이 나눠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종합 : 7등급. 석차 822/1032]

동시에 손에 쥔 성적표를 살폈다.

필사적으로 몸을 굴려도 간극은 메우지 못했다. 평균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등수가 찍혀 있었다.

“역시 이 정도 수준인가.”

적어도 중위권은 됐으면 했었는데.

마음 한구석이 섭섭한 건 어찌할 수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앞으로 올라갈 계단이 많다는 거잖아, 여기서 더 떨어질 곳은 없는 거고.

슥, 스윽─

그렇게 판단하며 성적표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곧이어 두 팔을 곧게 뻗어 기지개를 켰다.

“끄으으…….”

근육들이 풀리며 시원함이 느껴졌다. 고통의 아우성을 친 근육들이 모든 과정이 종료된 지금에서야 진정됐다.

「성적표 뒷면에 기숙사 배정에 관련된 세부사항이 있을 테니 이제부터 거기서 묵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앞에서는 가르텔이 종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럼 해산!」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그가 길고 긴 훈화를 손뼉을 치며 마무리하자, 생도들은 끝나기가 무섭게 각자의 숙소로 움직였다.

「빨리 가서 쉬고 싶다…….」

「팔 아파 죽겠어.」

많던 인파는 단숨에 사라졌다.

북적이던 공터는 평화로움을 되찾았다.

난 오랜만에 조용해진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이내 생도들이 이동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좀 쉬어야지.

근성으로 신체검사를 했다보니 이젠 팔들 힘조차 남아나지 않았다. 만약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 눕는다면, 십 초도 안 되어 곯아떨어지리라 자신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훈련해야 이런 저질 체력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열심히 정진하는 것만이 해결책이야.

난 마음을 다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으음?”

아니, 하려고 했다.

“리나?”

백발의 소녀가 앞을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왜 막는 거지?”

“…….”

그녀는 물음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양이같이 차갑고 도도한 눈동자로 훑어볼 뿐이었다.

광장에서 일을 말하려는 건가.

냉랭한 눈빛의 이유가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의 사건의 전말을 듣고 싶어서 왔거나, 아니면 갈등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왔겠구나, 유추했다.

“꽤 낮은 성적이더군요.”

그리고 그 예상은 전부 빗나갔다.

“그런데?”

"그거 의도적으로 낮춘 거죠?"

“음?”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조롱하는 건가?

말속에서 느껴졌던 당당함을 보기엔 아닌 거 같은데. 그러면 정말 진심을 담아 던진 질문이라고?

이해할 수 없었다.

도저히 리나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무슨 연유로 이런 주제를 꺼낸걸까. 월프의 조롱에도, 생도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서도 유지했던 무표정함을 이번만큼은 유지하지 못했다.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난 눈썹을 꿈틀거리며 진심을 담아 되물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마나의 따스함과 순도, 다른 생도들은 몰라도 전 느꼈어요. 예나라고 했나요, 제일 앞쪽에서 당신을 관찰하고 있었으니까."

근거없는 의심은 아니었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팔짱을 끼곤, 자신의 주장에 대한 이유를 나열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의 의문은 대체로 합당했다. 아니, 합리적이었다.

측정기에서 흘러나온 빛의 특징이라, 언제 확인한 거야? 난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했으나, 내심 놀라움을 품으며 나보다 한 뼘 더 큰 리나를 올려다봤다.

일단 그녀의 주장대로, 내 마나는 다른 생도와 비교해서 압도적인 순결함과 응집력을 자랑하는 건 맞았다. 모든 속성에 통달한 마나이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잠깐이지만 측정기에서 흘러나온 마나의 밝기를 떠올린다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터다.

절대적인 양이 적어 등급이 낮게 산출됐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리나 이 아이가 마나의 특징을 파악했다고?

물론 내가 방심한 탓도 있다.

등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마나의 순도가 이렇게나 청명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마력을 줄이지 않고 방출했다.

하지만 이런 과오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리나의 통찰력은 말이 안됐다.

마나 감응력이 얼마나 높은거야? 이제 1학년에 들어선 생도가 마나의 존재를 간파함을 넘어 그 강함까지 지각했다라, 천재적인 재능이었다.

그런데 등급을 숨기진 않았는데…….

난 확신에 차 반짝거리는 리나의 동그란 눈동자를 보고 남모르게 웃었다.

딱 하나 리나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나의 마나 등급은 거짓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상식선에선, 마나의 순도가 높은데 등급이 낮을 리가 없다고 보겠지만,

나는 규격 외의 존재니까.

마나가 그 어떤 녀석보다 순결하고, 마나가 누구보다 짙은데 등급이 낮은 놈이 어디 있냐고 물을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지금 여기에 있다.

교관조차 내가 모든 속성을 다스릴 수 있다는 걸 모르는데, 후보생에 불과한 리나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온 리나가 용할 따름이었다.

“흐음, 그래서?”

그러나 난 그녀의 질문을 부정하지 않았다.

되려 역으로 질문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화두를 꺼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갈등을 풀어내야 할까, 라는 의문이 감돌았으니까.

재밌잖아?

리나가 거하게 오해를 품은 채 나에게 말을 건네는 광경은, 월프와의 싸움에 이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더군다나, 일개 평민이며 능력이 낮은 내가, 과거 황녀였던 리나와 말을 섞을 기회이기도 하니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 정상적인 대화가 아니더라도 귀중했다.

굳이 곡해된 그녀의 예측을 끊어내고 싶지 않았다.

“마나는 7등급에 신체 능력은 하위권인 평민이 귀족, 심지어 슈트레만 가문에게 그리 행동한다고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장난하지 마세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럴 일은 없어요. 사관학교에서 그런 사람을 받아줄 리는 만무하고.”

휙─!

리나는 쏘아붙이듯 어투로 대답하고는 몸을 돌렸다.

변명이라 생각한 건지, 아니면 이미 확신에 찬 건지, 그녀는 내가 해명을 하려고 할 때면 말을 잘랐다.

“딱히 월프를 그리 대했다고 해서 화를 내는 건 아니에요. 그럴 가치가 없는……, 어쨌든 그저 제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 말을 건네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녀는 금빛의 눈으로 흘겨본 뒤, 자리를 떠났다.

또각─! 또각─!

군홧발 특유의 골 찬 소리가 그녀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리나는 등허리를 뒤덮는 백발을 좌우로 흔들거리며, 공터에서 멀어져갔다.

그리하여, 그녀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순간.

“내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건 아니겠지?”

난 오늘날의 사태가 불러올 파장을 생각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 * *

가르텔은 빠르게 본관으로 향했다.

제3 임시 숙소 생도들의 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 기수는 꽤 쓸만한 놈들이 많군.’

평균 수치가 5등급을 상회하니 준수한 모집이었다.

아스트라한 사관학교가 세워진 지 어느덧 5년, 창립 최초로 2등급을 도출해낸 생도도 있을 정도로 역대급 기수였다.

“가르칠 맛이 나겠어.”

가르텔은 오른손에 든 검사용지를 쳐다보며 얕은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많은 학술 데이터가 쌓일지 벌써붙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지어 곧 연방에서 교환학생이 온다고도 하니, 전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그놈은 당최?‘

그런 장밋빛의 상상 아래, 가르텔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명의 생도에 미간을 찌푸렸다.

자그마한 몸집.

새하얀 피부.

다람쥐만 같은 얼굴.

언뜻 봐도 전선이나 전쟁에서 활약할 리가 없을 거 같은 여린 생김새를 지닌 소녀가 여타 생도들보다 기억이 선명했다.

잊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흐음.”

가르텔은 근심 섞인 신음을 흘렸다.

다른 생도들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그녀에게 자꾸만 관심이 쏠렸으니까.

‘그런 색은 본 적이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명히 보였던 형상, 그 아이가 보였던 형형색색의 빛깔을 머금은 광선의 아름다움은 전무후무했다.

삽시간에 마나가 사라졌지만, 그나마 측정기와 거리가 가까워 관찰할 수 있었다.

……이걸 어찌해야 하는가.

그는 심란함에 콧수염을 쓸었다.

측정기의 역할은 등급을 산출하는 것도 있겠지만, 생도의 마법 속성을 확인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예나의 마나 속성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 비싼 측정기가 제값을 못하는 건, 5년간 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때문에 이마가 지끈거렸다.

“허허허…….”

가르텔은 엄지손가락으로 머리를 열심히 눌렀다.

속성에 관련된 건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대한 사항, 그냥 넘기거나 독단적으로 판단하여 적을 수 없었다.

‘가족관계는 별 특징이 없는데.‘

혹시 과거 황녀였던 리나와 같이 특별한 핏줄일까 인적 기록부를 찾아봤지만, 전형적인 제국민이었다.

오히려 보통보다 못한 집안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전사자.

어머니는 폭격에 사망, 아버지는 전쟁 중에 전사, 딸은 대전쟁 활약자 자녀로 사관학교에 입학,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가족이었다.

“흠.”

허나 이 찝찝함은 무엇일까.

수십 년간의 장교 생활이 주는 직감이 발목을 붙들었다.

청량했던 빛을 허상이라 치부하고, 예나를 평범한 아이와 같이 평가할 시, 틀림없이 후회하게 되리란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지켜봐야겠군.”

가르텔은 만년필을 움켜쥐었다.

곧이어 수첩에 기다랗게 글자를 써 내려갔다.

쓱, 쓰윽─

[예나 프로이드, 주의 필요]

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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