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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141화 (142/144)

141화

정호는 한참이나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 아돌프 히틀러☆☆☆☆☆가 수하가 되기를 원합니다.

-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게 무슨 일이래.’

사실 메시지 자체는 그리 놀라울 것이 아니다.

보스 몬스터 도감이라는 효과는 이미 그 자체로도 강력하고, 현재의 정호를 만들어 준 원인이기도 했으니까.

다만.

‘그 독재자가 말이지.’

수하로 들어오기로 한, ‘아돌프 히틀러’라는 존재 자체가 의문 덩어리다.

그것은 실질적인 역사 속의 독재자, 히틀러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톨비아에서의 아돌프 히틀러라는 보스는 독재자이자 희대의 살인마라는 이명에 걸맞게 항시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한 번의 공략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할 줄 알았더니.’

보다 하위 던전에 해당하는 크라켄의 역습조차도 보스 몬스터인 벨라미를 손에 넣기 위해 몇 번이고 던전을 공략하지 않았던가.

당장 ‘역습’의 퀘스트로 단 한 번밖에 클리어하지 못하는 정호의 여건상 보스 몬스터의 도감을 노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돌프 히틀러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당장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으니 말이다.

“설마하니, 내가 다른 이의 밑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그것은 정호를 올려다보고 있는 아돌프 히틀러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던 모양이다.

“무슨 이유로?”

그렇기에 정호는 곧장 히틀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단순한 궁금증보다는 의심이다.

‘보스 몬스터 도감은 톨비아에는 없었던 시스템이야.’

수하가 된 보스 몬스터를 부릴 수 있다.

도감의 효과로 본래의 톨비아 시스템을 벗어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분명 메리트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시스템은 군침이 도는 것이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된다는 보장도 없어.’

그 시스템으로 얻어 낸 보스 몬스터가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나 아돌프 히틀러의 경우는 완전한 예외에 해당하는 녀석이지 않은가.

녀석은 일부이기는 했으나, 자신의 패턴 중 하나를 완전히 벗어난, 이례적인 일을 벌인 이다.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뭔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아니었나?”

“무엇을?”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뿐이라는 것을.”

속박.

처음 나오는 말에 정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의미지?”

“아돌프 히틀러는 제2차세계대전에 패배하고, 죽었다. 그것도 자살이라는 참으로 볼품없는 형식으로.”

하나, 이어지는 말에 정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진실이라는 것은 알기 전에는 무섭고, 두려운 법이지만 알게 되니 의외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

하-! 하고 허탈한 웃음을 터뜨린 아돌프는 손을 휘적이며 말을 이었다.

“이 세계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일 줄은 몰랐지.”

“그럼-.”

“처음에는 이곳에 나를 처박은 녀석의 짓인 줄 알았지만, 자네의 그…….”

아돌프가 시선을 뒤편에 서 있는 이에게로 향하자 정호가 답했다.

“헤카테다.”

“…헤카테라는 이가 보여 준 진실로 알게 되었다. 결국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속박을 짊어져야 한다는 걸.”

“그렇군.”

결국 아돌프 히틀러는 선택의 길을 강요받은 것이다.

이대로 누군가의 꼭두각시 행세를 하며 죽을 것이냐, 아니면 정호의 밑으로 들어가 생명을 연장할 것이냐.

아돌프의 선택은 후자였고-.

“그래서, 어떻게 할 텐가? 사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 그저 개똥밭이라도 이승이 낫다는 소리가 있지 않는가?”

확실한 이유보다는, 마지못해 선택하는 길이기는 했으나 분명히 자신의 의지로 택한 길이다.

정호가 우려하는, 자신이 모르는 시스템의 허점 따위가 대뜸 머리를 내밀 이유는 없어 보였다.

“알았다.”

거부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 네오 유토피아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수하가 되었습니다.

“잘 부탁하지. 주… 인. 이놈의 말을 입에 붙지가 않는군.”

어색해하는 아돌프의 말과 동시에.

- 네오 유토피아의 침공이 저지되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던전, 네오 유토피아의 끝을 맞이하는 알림이 떠올랐다.

“…….”

다만, 정호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방심하지 않았다.

아돌프가 자신의 수하들을 모조리 죽인 채, 완전체의 거신병을 이끌고 나왔다.

이는 분명 정호가 의도하지 않은, 예상외의 일이었으나.

-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그것이 달콤한 과실을 안겨다 주리라는 것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으니까.

- 시민들의 만족도가 100%에 달했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 네오 유토피아를 최초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 네오 유토피아의 업적, ‘다섯 기사’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이 지급됩니다.

- 네오 유토피아의 업적, ‘완전체 거신병’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이 지급됩니다.

- 최초 업적, ‘미션 임파서블, 불가능을 가능으로-’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이 지급됩니다.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달성 업적과.

투두두둑-

허공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보상들의 향연.

그것은 지금껏 고생한 노고를 씻어 내리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후두두두두둑-

아니.

열대 지방에서나 내린다는 소나기, 스콜(Squall)이었다.

* * *

하위 던전과 상위 던전을 나누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공략의 난이도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그 외에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하위 던전은 클리어 즉시 던전이 무너져 내리지만.

상위 던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어, 사라지지 않고서 남는다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고생했다네. 적진에 단독으로 돌격하여 승리를 쟁취하다니. 이런 영웅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네.”

이는 당연하게도, 하위 던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퀘스트’라는 존재의 유무 탓이다.

덥석-

정호는 롬멜이 내민 손아귀를 쥐어, 악수를 하면서도 눈을 흘겼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당연하게도, 네오 유토피아의 퀘스트인 ‘쿠데타’의 보상이 있는 장소.

만족도에 따라 차등 지급 하는 그 보상은 공략이 완료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네와 같은 영웅에게 작은 성의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나?”

‘만족도 100프로.’

아니나 다를까.

정호의 눈앞에 북하게 쌓인 보상은 완벽 달성 조건인 만족도 100프로에 걸맞은 것이었다.

‘단순히 오 성 등급 각성 재료만 15개. 코인은 이만을 조금 넘는군.’

화신의 각성에는 각성 재료가 소비된다.

하나, 그마저도 확률에 기대어 확실시할 수 없는 마당.

톨비아의 시절에도 오 성 이상의 각성 재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

그것을 온전히 구해서 이용해야 하는 정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보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

다만, 정호는 그 막대한 보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보다 더 커다란 보상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설마 업적 보상이 이런 종류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호는 모든 유저가 대차게 까 내리던 톨비아의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틴 최후의 유저.

즉, 악귀나 다름없는 유저였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정호가 톨비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톨비아의 어떤 유저들보다도 톨비아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이 당연했다.

현금 이외에는 스펙 업 수단이 없다시피 하는데, 이것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감싸 줄 이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적어도 천장이나, 확정 소환권 같은 보상 정도는 있어야 했지.’

그렇기에 이번, 세 개의 던전을 클리어하는 대가로 주어질 에픽 퀘스트 ‘역습’에 목매지 않았던가.

육 성 등급 화신의 확정 소환권.

만약 이런 종류의 소환권이 또 다른 곳에 있다는 것만 확인되었다면, 톨비아에는 정호 이외의 유저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구하기 힘든, 어려운 업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유저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니까.

그조차도 없는 톨비아의 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다.

그런데.

[업적: 미션 임파서블, 불가능을 가능으로-]

-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서 빠져나오라.

- 조건: 확정 패배가 결정되어진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승리한다.

- 업적 보상: 5성 화신 확정 선택권.

“자네, 왜 그러나?”

허공에 떠오른 업적의 보상을 바라보는 정호의 표정이 이상했던 탓일까.

롬멜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 왔으나, 정호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미치겠네.’

정호는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아 내려 애쓰고 있었으니까.

‘오 성 등급 교환권.’

그저 오 성 등급의 화신을 하나,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메리트가 있다.

실제로 정호의 화신들은 헤카테를 제외한다면 모두 오 성 등급의 화신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오 성 등급의 각성 재료까지 얻은 마당에 완전히 새로운, 그것도 높은 티어의 화신을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테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그것도 선택권이라니.’

만약 이러한 업적이 존재한다는 것이 톨비아가 한창 흥행했던 시기에 유저들에게 알려졌다면.

아마도 톨비아는 서비스 종료를 하지 않았을 터다.

오히려 도전 욕구를 자극하여, 수없이 많은 유저가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이나 이 한 장의 메리트는 커다랬다.

‘상위의 화신을 얻을 수도 있고, 특정 던전에 특화된 화신도, 중복 화신을 얻어 육 성 등급으로의 합성도.’

유용성은 말을 할 것도 없다.

심지어 정호는 당장, 두 개의 던전을 더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화신이 하나 필요하긴 했어.’

유저들이 매기는 화신의 티어, 즉 등급은 대다수가 범용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법이다.

톨비아는 뽑기 형식을 두고 있는 시스템.

특정 던전에 특화된 화신을 채용한다는 것은 실로 어렵기 짝이 없는 일.

그렇기에 어떤 던전이든 범용성 좋게, 평균적으로 높은 능력을 자랑하는 화신이 높은 티어에 등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정호가 이 선택권에 더욱 큰 가치를 느끼는 것은, 그런 유저들이 매겨 놓은 상위의 화신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한쪽은 몰라도, 백호의 숲만은 반드시 특화 화신이 필요하니까.’

정호가 ‘역습’의 에픽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한 두 개의 던전 중 하나.

‘백호의 숲’만은 이 상위 화신의 티어가 무용지물이 되는 곳이나 다름없었던 탓이다.

‘소속 화신이 아니고서야, 모든 NPC가 적대 형태가 되는 던전.’

단순히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 공략이 힘들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처럼 보스 몬스터가 클리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아예 진행이 되지 않는 던전.

백호의 숲은 톨비아의 유저들에게 욕이란 욕은 아주 제대로 먹은 던전 중 하나였다.

특정 화신을 저격한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코인이 들어갈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장 큰 걱정거리를 덜어 낸 정호의 얼굴에 결국 미소가 번지고야 말았다.

“자네도 기쁘다니 다행이군. 얼른 가 보게.”

롬멜의 작별 인사를 받은 정호는 곧장 보상을 챙겨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물론 향하는 곳은 다음 던전이 아니다.

오히려 네오 유토피아의 굽이진 골목을 한참이나 걸어, 도달할 수 있는 장소.

‘아무리 보상을 많이 받았어도.’

네오 유토피아에 도달하여, 가장 처음으로 도달한 낡은 집.

‘챙길 물건은 빼먹어서는 안 되니까.’

끼익-

낡은 문을 열자-

그곳에 있는 것은 손과 발이 묶여 있는 한 명의 소녀.

정호가 챙길 ‘물건’이 확실했다.

“자, 이제 네 퀘스트의 완료 보상을 받아 보자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이미 네가 훔쳤잖아.”

정호는 파울라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아직 받은 적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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