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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135화 (136/144)

135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국방군은 세계 최강급의 반열에 있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보급 체계에 있어서는 항시 골머리를 앓았다.

이는 당연하게도 총사령관에 해당하는 아돌프 히틀러의 무지에서 오는 일이었으나, 근본적으로는 독일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네오 유토피아는, 그런 문제를 안고서 승리한 세계고.’

분명 네오 유토피아의 병력들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강력했다.

다만 녀석들은 보급 문제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

승패가 걸린 전쟁에 있어서, 승리란 정답.

정답에 오답 노트는 필요 없는 법이다.

“돌격!”

정호는 남아 있는 수십 기의 병력마저 돌격 명령을 내렸다.

적들의 공세를 막아 낼 ‘필사 스킬’은 이미 쿨타임이 돌아가고 있는 마당.

다시 한번, 그 포탄 세례가 떨어진다면 어쩌지도 못한 채 패배할 것이 분명했으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네오 유토피아의 정공법은 소모전으로 이끌고 가는 것.

보급에 문제를 겪고 있는 군대를 상대하기에는 가장 최적의 공략법이다.

‘병력이 많아지면, 보급 문제도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네오 유토피아의 병력 자체는 정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톨비아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총력전을 벌이는 녀석들의 수는 족히 두 배를 넘어선다.

보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병력만 늘어난 상황.

거기서 아낌없이 탄약을 쏟아부었다면, 그 결과는 뻔한 일이다.

퍼어엉- 퍼엉-

간간히 이루어지는 포격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루하기 짝이 없다.

휘이이이이잉-

폭격기가 하늘 위를 날고 있었으나, 그 이름과는 달리 폭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속이 빈 깡통이나 다름없다.

투두두두두두-

투두두두-

도저히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바위를 향해 던져진 계란은 깨지지 않은 채, 착실히 공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1페이즈는 됐어.’

네오 유토피아의 공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인 첫 전면전이 효과적으로 먹혔다면, 그 다음으로 향해야 할 때다.

쿠우우우웅-!

- 크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탄을 교체하고 있는 무방비한 적들을 유린하던 아군의 비명 소리가 무전을 타고 흘렀다.

시선을 돌려 확인하니, 다른 양산형의 병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를 지니고 있는 기체가 하나.

새빨갛게 물들인 그 기체는 거대한 집게발로 아군의 기체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

정호의 눈이 가라앉았다.

수많은 병력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있던 녀석들.

‘네임드.’

최소가 오 성 등급의 기체를 지니고 있는, 네임드.

지휘관 클래스의 적들이 등장함을 알리는 일이었다.

* * *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급 문제를 겪고 있는 나치 독일이 강함을 뽐낼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병기의 유무도 있겠으나.

수많은 전쟁을 통해 타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정예병들을 얻어 냈기에 가능했을 터다.

그런 정예병을 이끄는 장성급의 지휘관들은 말을 할 것도 없다.

“오랜만에 피가 끓는군!”

쿠웅-!

묵직하게 떨어지는 집게발은 정호의 얼굴을 와락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없이 깔린 병기들보다도 거대한 크기를 지닌 메카 헤카테다.

그런 메카 헤카테의 머리를 내리찍을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기체.

그것은 정호의 기억에 없는 존재였다.

쿠웅- 쿠웅- 쿠웅-!

블레이드를 들어, 막아 내고는 있었으나.

그 한 번, 한 번의 공격이 메카 헤카테에 탑승한 정호의 머리를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이런 타입은 또 처음 보는 군.’

완전한 근접 특화의 기체.

대부분의 병기들이 가운데에 포대가 달린 것과는 달리, 거대한 크기와 집게발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무장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팔을 들어 올린 탓에 훤히 드러나는 기체의 허리.

틈을 발견하자마자, 공격을 가하는 정호였으나.

쉐에에에엑- 캉!

정면에서 막아 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 단단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하, 모기가 물었나 보구나!”

큰소리로 비아냥대는 적 지휘관의 말은 정호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격이 시작된다.’

녀석들이 제아무리 보급 문제가 있다고는 하나, 고작 한 번의 공격으로 무력화 될 만큼 어리숙한 전력이 아니다.

퍼엉- 퍼엉-!

지금도 간간이, 떨어지는 포탄은 탄을 보충한 이들의 공격이다.

심지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마당.

‘지금 지휘관급을 최대한 많이 쓰러뜨려야 하는데.’

2페이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관을 얼마나 빠르게 무력화시키느냐다.

한데, 그것이 초장부터 막힌다는 것은 정호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다.

“으아아아악!”

“크아아악!”

아군의 수는 그렇지 않아도 적다.

그 상황에서 등장한 지휘관 등급의 네임드들은 착실하게 아군의 전력을 깎아 나가고 있었다.

‘다른 녀석을 먼저 상대하는 게 낫겠어.’

녀석은 화신으로 따지자면 탱커형의 클래스임에 틀림이 없다.

쿠웅-!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고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확실하게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이른바 시간 끌기에 특화되어 있는 녀석.

“어딜 가나. 기세 좋던 모습은 어디로 갔지?”

다만, 그 상황을 적의 지휘관이 모를 리가 없다.

녀석은 철저하게 메카 헤카테를 막아 세웠다.

“나, 헬무트 폰 판비츠를 벗어날 수는 없을 거다.”

콰득-!

아예 단 하나뿐인 무구인 집게발로 메카 헤카테의 허리를 부여잡기까지 한다.

정말이지 골치 아픈 거머리가 아닐 수 없었다.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깝기는 하지만, 군신의 검을 이용한다면.’

필사 스킬이 하나의 적에게 사용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그때.

- 주인.

정호의 귓가로 잔다르크의 말이 들려왔다.

- 이 녀석의 처리, 나한테 맡겨 줄 수 있겠어?

지금까지와는 달리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

거기에는 상당한 분노가 가득했기에, 정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일이지?”

- 주인 정도라면 하나, 두 기 정도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니까. 내가 이 녀석을 상대하고 곧장 합류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그건…….”

잔다르크의 뜬금없는 요구에 당장 거절을 하려던 정호였으나.

‘아니, 나쁘지는 않은가?’

이내,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호의 클레이모어는 ‘거인학살자’라는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마당이다.

적들의 대부분이 아직 무력화된 상태라면, 일대일의 경우에 정호가 패배할 가능성은 없다.

‘왜 화가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잔다르크의 제안은 지금 이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이나 다름없다.

“부탁하지.”

콕피트를 열어, 곧장 메카 헤카테로부터 벗어난 정호가 등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철커엉-

잔다르크가 자신의 무장을 꺼냈다.

메카 헤카테의 손에 쥐어지는 거대한 철퇴.

이윽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정호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 어딜 만지고 있어. 이 새끼야.

시선을 돌린 그 자리에는 적의 집게발이 메카 헤카테의 허리춤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도 붙잡고 있었다.

‘감각을 공유한다는 게 저런 의미였군.’

또 다른 지휘관을 향해 내달리는 정호가 살짝 눈을 감았다.

콰아앙-! 콰앙-!

죽사발이 될 적의 지휘관을 향한 명복을 빌어 주기 위해서.

* * *

퍼엉-! 펑-!

빗발치는 포탄들 속에서 달려 나가는 정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 이 누님을 잊은 줄 알았다니까.

투덜거리는 아틸라의 음성이 실로 오랜만이라 느껴졌던 탓이다.

‘설마.’

메카 헤카테를 얻은 직후부터, 사실상 강신의 효율은 급감한 것이나 다름없다.

‘싱크로’를 통해 화신들의 힘을 부각시키는 것이 네오 유토피아에서는 보다 효과적이었으니까.

- 이 누님이 얼마나 답답했는지 주인은 모를 거야.

“하하.”

정호는 웃음을 흘렸다.

간간히 강신을 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혹시 있을 위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일 뿐이다.

‘하긴…….’

활약할 기회가 없었던 아틸라에게 불만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게.

- 각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 훈련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주인은 모를 거야.

[아틸라 더 훈★★★☆☆]

아틸라는 두 번의 각성을 더 이루어 낸 직후였으니까.

- 힘 : 520 체력 : 540 민첩 : 520 지능 : 440

그만큼 아틸라의 몸은 달아올라 있었다.

꽈악-

‘천둥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정호는 자신의 몸에 깃든 아틸라의 힘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평균이 800이라니.’

강신을 한 스탯의 평균이 800에 이르고 있었으니,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다.

타앙-! 타앙-!

“죽여라! 당장!”

“포탄이 남아 있는 녀석들은 당장 저 인간을 쏴!”

“저 녀석이 총사령관이다!”

“멍청한 녀석!”

퍼엉-!

정호를 향해 쉬지 않고 쏟아붓는 적들의 공세.

타앗, 탓.

그것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피해 낸다.

‘신기한 경험이군.’

보병들이 갈겨 대는 총탄은 분명 400m/s를 가뿐히 넘기고 있었으나.

‘800’을 돌파한 민첩은 마치 세계가 정지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뿐이랴.

쉐에에에에엑-

휘두르는 검에 실리는 힘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어, 거대한 기계 병기들을 두부처럼 잘라 낸다.

“미친!”

“괴, 괴물!”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적들은 공포에 물든 눈으로 정호를 바라보았다.

그에 정호는 마치 무적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으나.

‘여기까지.’

정호는 그 힘에 취하지 않은 채, 선을 그었다.

어째서 정호가 이러한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메카 헤카테’라는 기체를 얻고, 아군이 될 만한 이들을 끌어들였던가.

제아무리 개인의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적은 수십, 수백 따위가 아니다.

만을 넘어서는 적들을 처리하는 것은 제아무리 ‘800’을 넘어서는 체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무리가 있다.

‘해야 할 것.’

목표는 정해져 있다.

콰앙-! 콰앙-!

퍼엉!

“이 거슬리는 반란 분자 놈들!”

“쏴라! 뭘 하고 있는 거냐!”

양산형의 기체와는 전혀 다른, 매끈한 기체를 타고 있는 두 지휘관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

그것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정호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파아아아앙-!

거대한 기체들 사이에서 정호의 신형은 그야말로 확인할 길이 없을 정도로 작은 존재.

심지어 지금까지의 전투는 모두 메카 헤카테를 이용한, 거대 병기간의 전투이지 않았는가.

작은 파리와도 같은 정호의 신형을 알아채는 일은 없다.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쉐에에에에엑-

바로 옆에서 휘둘러지는 정호의 검을 알아채는 일도 없이.

“군신의 검. 결(結)!”

녀석들의 코앞에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 * *

휘이이이이잉-

적들의 중심지나 다름없는 장소에서 허리케인이 휘몰아쳤다.

아틸라가 각성을 이루면서, 강해진 것은 비단 스탯만이 아니다.

‘스킬의 업그레이드.’

정호가 가장 먼저 아틸라를 각성시킨 것 또한, 바로 이것을 얻기 위함이었다.

본래 군신의 검은 원거리, 그것도 광역 스킬에 해당하는 필사 스킬이다.

그것을 업그레이드한 것이, 근거리, 단일 스킬로 바꾸어 내는 ‘결’의 존재다.

“이, 이게 무슨……!”

콰드드드드득-

광역 스킬의 힘이 한곳에 응축되었다.

지휘관이 타고 있는 기체는 분명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분해되어 박살이 나고 만다.

‘만족도는?’

정호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만족도를 확인했다.

‘페이즈 2’는 보급이 완료된 병력들이 재차 공격을 가하기 전에, 지휘관을 쓰러뜨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만, 그것은 마냥 머리를 제거함으로써 혼란을 조성하기 위함은 아니다.

지휘관 몇 정도를 쓰러뜨린다 한들, 적들의 병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절대적인 전력 차는 결코 줄어드는 법이 없다.

다만, 그럼에도 집요하게 지휘관을 노리는 까닭.

“크아아아악!”

“대, 대령님!”

- 만족도 : 90%

- 적들에게 패배의 기색이 서립니다.

- 적들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 탈영병이 출연합니다.

한쪽의 사기가 높아지면, 적들의 사기는 낮아지기 마련이고, 탈영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 ‘중립’의 병력이 돌아섭니다.

압도적인 병력 차를 극복할 수단이 생긴다는 점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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