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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133화 (134/144)

133화

“어, 어어……! 저, 저 녀석이 어째서.”

멩겔레는 자신이 다루던 실험체들의 심정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 네 녀석이 지옥에서 부활시켰지.

눈앞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잃어버린 실험체 하나가 멋대로 떠들어 대고 있었으니까.

‘분명 제대로 처리했을 텐데……!’

사실 멩겔레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다.

클라우스는 자신이 데려왔을 때, 이미 주검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온전한 인간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자신의 실험체로써 아무런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은 녀석.

그렇기에 지금껏 해 왔던 실험보다 조금 더 과격하게 대하고서, 보관실에 아무렇게나 처박았다.

- 요제프 멩겔레, 너를 찾아가겠다.

한데, 족히 몇십 년은 제대로 먹지 못했을 녀석이 이전보다도 더욱 혈기가 왕성하지 않은가.

‘크, 큰일이다.’

멩겔레는 자신과 관련없는 이의 목숨 100만 명보다 자신의 목숨 하나가 중요한 인간이다.

쿵쿵쿵!

“총통 각하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실험실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멩겔레의 몸이 재빨라졌다.

‘내 아까운 연구 자료들……!’

산더미처럼 쌓인 연구 자료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으나, 한시가 바쁜 상황.

멩겔레는 눈물을 머금고 비밀 통로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혹시나 싶어서, 몰래 만들어 두었던 게 정답이었어.’

자신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흘리면서, 부산히 몸을 던지려던 그때.

터업-

그런 멩겔레의 어깨를 붙잡는 이의 손길이 있었다.

“음?”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데미코프와 알디니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지,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겠소. 이 오해가 풀리기 전까지 이곳을 잘 부탁드리겠소.”

한데, 그리 말을 하면서도 멩겔레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데미코프와 알디니는 자신을 바라보고는 있었으나, 꽤나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어깨 위에 느껴지는 감촉은 여전했다.

아니, 그 어깨 위에 놓여 있던 손길은 점차 자신의 몸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허업! 무, 무엇을……!”

눈동자만을 데굴데굴 굴려, 그 정체를 확인한 멩겔레는 당황했다.

스멀스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자신을 점차 옥죄어 오고 있었으니까.

절그럭.

“우웁, 우우웁……!”

손아귀에 쥐고 있던 쇠사슬을 어떻게 하지도 못한 채, 멩겔레는 그 정체불명의 생물체에 감싸졌다.

“…….”

“…….”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알디니와 데미코프.

“하, 하하…….”

잔뜩 긴장한 몸을 풀어내며 데미코프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 이놈!”

퍽, 퍽.

멩겔레를 삼킨 생물체를 연신 걷어차는 데미코프의 얼굴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하아! 자네가 미친 줄 알았다네. 고작 저런 키메라로 저 미치광이를 잡을 생각이었다니.”

“우리가 연구를 계속하려면, 이놈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네만…….”

툿-

맛없는 음식이라도 되는 양.

멩겔레를 토해 내는 새까만 생물체.

“…….”

이미 기절한 멩겔레는 그저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하나, 노인들의 시선에 더 이상 멩겔레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스멀스멀.

새까만 것 외에는 어떠한 특징도 없는 유기체.

그것이 점차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생물체가 완전히 그 형태를 바꾸었을 때.

“그래도, 의외의 수확이었네.”

“아아, 그야말로 역작일세.”

두 노인의 얼굴에 시원하기 짝이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서양 최초의 군사 사상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에 의하면 전쟁의 승패는 ‘이성’, ‘열정’ 그리고 ‘우연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독재자를 몰아내라!”

그중에서도 이성에 해당하는 ‘정치적인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아돌프의 독재 정치에 진절머리가 나고 있던 이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단 한 번의 폭발이 필요했을 뿐이었으니까.

그 기폭제가 되어 준 것은 당연하게도, 아돌프 히틀러에게 직접 몸을 내던졌던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의 존재였다.

- 아돌프, 너를 죽이기 위해서 지옥에서 돌아왔다.

백장미단에 의해서, 해킹된 모든 구역의 대형 간판에는 클라우스의 모습이 확실하게 나타나 있었다.

“클라우스가 아직 살아 있었어!”

퍼엉-! 펑!

그 와중에 터져 나오는 화마와도 같은 포탄들의 향연은 시민들에게도 용기를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어, 어떻게 되었나!”

“지시는 언제 내려오는 거야!”

두 번째.

열정인 ‘폭력’ 또한 정호가 포섭한 롬멜과 레지스탕스에 의해 충당되었다.

군대는 침공에 대비해, 대부분의 병기를 병기고에 숨겨 놨던 까닭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도 못했다.

““와아아아아!””

계급 사회나 다름없는 아돌프 체제.

거기에 불만을 가진 D, C 구역의 시민들은 일제히 봉기를 일으켰다.

“어떤 것 같나. 제법 그럴싸한 쿠데타가 아닌가?”

그야말로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던 덕일까.

롬멜은 정호를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아직이야.”

다만, 정호는 쑥대밭이 되어 가는 적들의 진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로 간단하면, 지금까지 고생한 이유가 없지.’

슈우우우웅- 펑!

진격을 이어 나가던 롬멜의 기갑병대 사이에 거대한 포탄이 떨어졌다.

전쟁의 승패는 ‘이성’과 ‘열정’으로만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크아아아악!”

“대피! 대피! 장거리 포격이다!”

아니, 열정인 ‘폭력’마저도.

‘상대가 우위야.’

네오 유토피아가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이유.

그것은 단순히 시민들의 등급을 가르는 것만이 아니다.

‘언제든 부수어도 상관없는 구역이라는 거지.’

C, D 구역의 시민들을 포섭하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그것만으로 아돌프를 상대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사, 살려 줘.”

“으아아아아악!”

순식간에 흐름이 역전되자,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정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는가?”

“…….”

롬멜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정호는 발걸음을 옮겼다.

전쟁의 승리란 이성, 열정 그리고 우연성으로 이루어지는 산물.

열정이 모자란다면 ‘우연’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

모든 전쟁의 승패가 운으로만 결정된다면, 정말이지 병력의 수 따위는 상관없는 일이 아닌가.

‘운이라…….’

역대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이 우연을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대책을 준비했다.

‘뽑기랑 똑같네.’

바로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결한다는.

실로 단순한 방법으로 말이다.

정호 또한, 그 방법을 택했다.

“헤카테, 준비는?”

“완벽해. 지금까지 내가 만든 아이 중에 최고야.”

다만, 그것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었다.

쿠우우우우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거대한 기체가 떨어진다.

초기의 디자인과는 달리, 날렵하기 짝이 없는 모습.

구우우우우웅-

기체의 중앙에서 피어오르는 새빨간 에너지.

그것을 버튼 한 번으로 내보내는 정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코인을 때려 박았으니까…….’

정호는 모자란 열정과 운을.

‘이것도 자본력이지 않겠어?’

개인의 무력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할 생각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귀에 이명을 일으킬 정도의 소음과 함께.

뚝-!

포격이 멈추고, 침묵이 찾아왔다.

* * *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육군은 사단으로서는 38개의 규모, 1,500만 명이라는 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사상자를 세계대전으로 인해 잃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패배’한 역사적인 사실일 뿐이고.

기이이잉- 기잉-

츠르르르륵-

한창 침공을 준비하고 있던 네오 유토피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법이다.

‘중대 단위로 순찰을 할 때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정호는 몰려오는 수없이 많은 기갑 병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예전보다 훨씬 많아.’

양산형이라고는 하나, 사 성에 해당하는 이족 보행형 기갑 병기가 족히 수천.

톨비아에서 본 것보다 족히 두 배 이상은 되어 보이는 전력이다.

철컹- 철컹- 철컹-

마치 여름철 벌레들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걸어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나 다름없다.

‘그에 비해서.’

시선을 돌려 아군의 기갑 병기를 바라보자, 실로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게릴라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겨우 백 기 정도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력 차.

“으, 으으……!”

“이럴 줄 알았어!”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정호조차 고개를 내저을 정도인데, 시민들과 레지스탕스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몸을 떨며,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게 하나의 사단이라는 거지.’

다만 정호는 그에 동요하지는 않았다.

‘저 정도면 할 만하지.’

오히려 반갑게 맞이해야 할 상대나 다름없었다.

그도 그럴 게.

작금의 상황에서 아돌프 휘하에 있는 모든 전력이 총동원된다면, 무참히 짓밟힐 뿐이다.

‘잘 먹힌 모양이야.’

의도대로, 보스인 아돌프 히틀러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내부에 숨어 있던 레지스탕스들.

자신의 원수를 살려 준 주치의.

혈육인 여동생의 실종까지.

‘한 번이면 돼.’

정호는 이 단 한 번의 전투를 위해서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이 아닌가.

철컥- 철컥-

기이이잉.

이윽고, D 구역에서 꽤나 떨어진 장소에 자리를 잡는 적들의 기갑 병기.

공격에 대비하여, 사정거리에 들어오지 않는 수준에 그친 녀석들을 본 정호는 미소를 지었다.

‘신중하네.’

아군의 동요만큼이나 전력의 차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터.

한데도 방심하지 않고, 사정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꽤나 유능한 지휘관이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형태의 전쟁인 경우일 때에만 적용되는 법이다.

“멀린.”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난데없이 멀린을 불러낸 정호는 곧장 몸을 움직여, ‘메카 헤카테’에 탑승을 했다.

지금까지 메카 헤카테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던가.

이미 백장미단이 대부분 만들어 두기는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뿐이다.

“싱크로, 대상 멀린.”

마법 사출 장치와 함께, 완성된 메카 헤카테.

그 깐깐한 헤카테조차도 완벽하다고 단언한 그것은.

화아아아아악-

[마법 소환수 Lv5]

- 싱크로 기능 활성화

화신의 힘을 더욱 부각하는, 강력한 병기가 되었다.

* * *

헤카테는 육 성 등급이라고는 하나, 다른 화신들에 비해 그 평가가 낮은 화신이다.

메카 헤카테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환수를 발견함으로써 헤카테의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는 했으나.

기계의 힘만을 빌려, 상위 던전을 돌파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톨비아는 어디까지나 ‘화신’의 능력이 전부인 게임이었으니까.

- 기계에 들어오다니, 이건 신기한 경험이군요. 마스터의 몸에 들어가도 같은 경험입니까?

“캐스터를 강신시킬 생각은 없어.”

- 그건 저도 사양하고 싶습니다. 저도 강신할 마스터는 여성이 좋습니다.

멀린의 한결같은 대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도, 메카 헤카테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분명 새빨갛던 장갑이 모두 멀린의 머리칼과 같은 에메랄드빛을 내고 있었고.

‘소환수’라는 의미를 제대로 표현이라도 하듯, 기계라기보다는 거대한 인간과도 같은 형상을 지니고 있는 상태.

“완벽하군.”

“내가 그렇다고 했잖아.”

자신의 앞 콕피트에 앉아 있던 헤카테가 너스레를 떨어 댔다.

“그럼… 멀린.”

정호는 아직까지도 변함없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적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메테오 스톰.”

분명 멀린의 필사 스킬은 ‘메테오 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톰이라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말.

하나, 그따위 것과는 상관없었다.

- 메테오 스톰(METEOR STORM)

멀린의 시원하기 짝이 없는 음성과 함께.

후우우웅- 후우웅- 후우웅-

하늘에 수십 개의 구멍이 나기 시작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육군한텐 공군이 쥐약이지.’

모여 있는 적들에게 운석들의 폭격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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