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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115화 (116/144)

115화

퍼어어엉-!

침공해 온 천사들이 쏘아 내는 폭죽들이 한곳에 모여, 폭발을 일으켰다.

지금껏 잘 버텨 오던 과망플, 정호였으나.

그런 정호조차 반드시 죽었을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강대하기 짝이 없는 폭발.

“아, 아아…….”

“결국은 과망플도……!”

폭발의 여파로 빛무리가 흩어진다.

다만, 벚꽃처럼 살랑이며 떨어지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후우우웅-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벚나무의 꽃잎과는 달리.

그에 어울리지 않는 새까만 형상이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으니까.

“…….”

“…….”

맥없이 떨어지는 정호의 신형을 바라보며, 아스텔 유저들은 말을 잃었다.

사람들에게 있어, 과금망겜플레이어라는 이름은, 우스꽝스러운 닉네임을 가진 유저로 치부되지 않는다.

비단 그것은 최상위 랭커나, 랭킹 1위라는.

단순히 특별한 유저로서 취급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껏 과금망겜플레이어가 보여 준 신위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형태의 모양새.

사람들은 과망플이라는 존재 자체를,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과, 과망플이…… 죽는다고?”

그렇기에 믿을 수 없다.

아스텔의 구원을 거절할 때에 분명 사람들은 과망플에게 반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랭커들이 모두 포기한 던전.

그런 던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이,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지옥.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도를 포기한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텔 유저들이 과망플을 향해 달려들지 않은 까닭.

‘그래도, 과망플이라면.’

그것은 같은 유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신위를 내보이는 과망플이라면.

어쩌면 도저히 답이 안 보이는 이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작은 기대가 있었던 탓이다.

그런 과망플이 대천사 중 하나인 우리엘을 쓰러뜨렸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잠시나마 자신감을 되찾아, 저마다의 병장기를 빼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휘이이잉-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과망플은 실패했다.

아니, 지금 떨어지고 있는 저 새까만 숯검댕이가 과망플인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 채, 처절하기 짝이 없는 패배를 맞이했다.

“어, 얼른……!”

“아스텔! 아스텔……!”

유저들의 병장기는 더 이상 무기라는 존재 의의를 잃었다.

그저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자신들의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로 전락했다.

‘다시금 아스텔이 나타난다면……!’

아스텔의 힘을 직접 본 이는 아무도 없다.

하나, 자신들에게 상태창이라는 힘을 부여한 이가 직접 나타나 ‘구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빛은 오로지 아스텔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데, 이상한 일이다.

“어……?”

“왜, 왜 안 나타나는 건데!”

“과망플은 죽었다고!”

분명 하늘 위에서 이루어지던 전투는 끝을 맞이했다.

천사들은 과금망겜플레이어의 숨통을 끊었고.

펄럭- 펄럭-

연신 새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들이 밟고 있는 땅으로 침공을 개시하고 있었다.

한데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

당연하게 나타나야 할 아스텔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어, 어째서.”

“설마 저걸 보고도 직접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멍청한 놈이 있는 거야?”

그 원인으로는 당연하게도, 아스텔이 말했던 ‘세상의 바람이 되어 이루어지는 기적’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

“어떤 녀석이야! 내가 당장 죽여 줄 테니까!”

“빨리 나와!!”

한마음 한뜻으로 과망플을 응원하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혼란이 찾아왔다.

지팡이에 불과했던 병장기를 꺼내 들고, 서로를 향해 공격이라도 가할 듯 살벌하기 짝이 없는 모습.

“이익! 너냐! 너구나!”

“아니라고!”

적들을 눈앞에 두고서, 아군을 향해 적의를 내비치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웃음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었으나.

그들로서도 필사적이었다.

아스텔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상이 끝장나는 마당이 아닌가.

“과망플도 안 되는데, 우리가 막을 수 있겠냐고!”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정신 차려!”

빼액- 소리를 내지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묻어 나왔다.

하지만 불순분자는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직도 아스텔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아스텔을 믿지 않는 자’가 있다는 것이고.

그런 자는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이니까.

“어, 어어……! 저기, 저기……!”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외침.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하늘.

그것을 바라본 이들의 머리가 기울어졌다.

펄럭- 펄럭-

천사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경계라도 하듯, 잔뜩 움츠러든 상태로 하늘 위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거기가 아니라……! 저기!”

다시금 가리키는 손가락은 조금은 가까운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대체 뭔데……어.”

“뭐, 뭐야……!”

그곳을 천천히 따라간 사람들은 이내, 경악에 물들었다.

그도 그럴 게.

그곳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 서 있었으니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까맣게 변하여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던 이.

“과망플……!”

과금망겜플레이어가, 적들을 향해 손을 내뻗은 채 당당히 서 있었다.

“…….”

아래에서는 들리지 않는 자그마한 목소리를 중얼거리는 과금망겜플레이어, 이정호.

그러자.

투두두둑- 투두두둑-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 * *

톨비아는 분명 이번 던전 공략을 ‘포기’하라는 의미로 보상을 쥐어 주었다.

분명 녀석은 아스텔의 함정을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

‘부활도 톨비아가 이 사태를 위해 던져 줬다는 게 맞겠어.’

부활이란, 최악의 상황을 가장한 톨비아의 배려일 터.

하지만 ‘플라톤’에게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보상을 챙긴 정호는 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었네.’

톨비아는 생각보다, 정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정호가 고작해야 몇 푼 되는 코인을 손에 넣고서 던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확신이 없고서야, 이런 보상을 내주었을 리가 없었다.

[특전] [플라톤의 윤회]

정호에게 찾아온 전달자의 역할을 어째서 ‘플라톤’이 맡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플라톤의 윤회론이라면, 정호도 알고 있었다.

영혼은 불멸하기에, 사람은 여러 번 태어나며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다만 기억을 잃었을 뿐 세상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관점.

‘전생이라…….’

하-!

정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히 전생이라느니, 환생이라느니 하는 말은 정호에게 있어서는 그리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환생이 맞지. 게임은 전생이고.’

톨비아를 플레이하던 시절의 정호.

현실이 된 톨비아 시스템을 이용하는 정호.

그 둘은 분명 다른 인물이나 다름없다.

애초부터 가진 화신부터가 다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으나.

그것을 전생이라는 취급을 하자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다.

‘부활했으면, 또 전생이고.’

정호는 솔직히 혀를 내둘렀다.

톨비아가 여기까지 예상을 하고서, 자신에게 부활이라는 스킬을 주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상이니 예측이니 하는 영역이 아니다.

예견. 아니, 예언과도 같은 힘이 아닌가.

‘나한테도 있었으면 좋겠는걸.’

가령 뽑기를 하기 전.

그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면, 항시 확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힘.

정말이지 부럽기 그지없는 능력이다.

‘이런, 이게 아니지.’

곧장 뽑기와 연관 짓는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되찾았다.

지금은 그런 헛된 망상을 할 것이 아니라-

후우우우웅-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떨어지고 있는 자신의 신형을 다시 바로잡았어야만 하니까.

그 해결책은 물론, 특전에 의한 일이어야만 했다.

[특전] [플라톤의 윤회]가 적용되었습니다.

- 전생의 화신 한 개체를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 경고 : 전생의 화신 한 개체를 제외한 모든 화신과 소환 개체는 봉인 상태가 됩니다.

‘어디까지나, 전생의 힘만 사용한다는 거지.’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기는 했으나, 정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제아무리 정호가 현실에서 수많은 화신을 뽑아내고, 도감작을 이루어 내기는 했으나.

그것을 최상위 랭커로 손꼽히던 게임 시절과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어떤 녀석으로 하지.’

정호는 그 어느 화신을 꺼내어도, 직면한 이 상황을 벗어날 자신이 있었다.

아니, 설사 주력 화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풀각성을 이루어 낸 상위 화신의 존재는 분명 천사들을 쉬이 썰어 낼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잠깐의 고민이 있었으나.

‘역시…… 이것밖에 없지.’

정호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전을 받자마자, 떠올린 녀석이 하나.

‘참 싫었는데.’

성능 하나는 대단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증오하며, 사무치게 미워했던 녀석.

정호가 아스텔 시스템을 부여받지 못하게 된 원흉.

하나, 지금에 와서는 그 어느 녀석보다 그리운 화신이다.

“선택. 포세이돈.”

- 개체 :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이 선택되었습니다.

화아아아아악-!

새파란 빛을 뿜어 대며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답기 짝이 없는 미남자.

분명 몇 달 동안 보지 않았을 뿐일진대, 수십 년은 지난 이후에 본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군.”

하지만 재회는 짧은 인사뿐이다.

애당초 정호는 포세이돈과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정호가 타박을 하는 통에 애증이 섞인 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흠. 안 본 사이에 이카루스라도 되었나?”

“어쩌다 보니.”

하지만 그런 관계로 지낸 시간이 무려 수년이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법한 시간.

포세이돈은 삐딱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정호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부우우웅-

발밑에 떠오르는 자그마한 물방울이 정호의 몸을 들어 올렸다.

정호가 완전히 공중에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포세이돈은 주변을 둘러보며, 현 상황을 확인하고서 입을 열었다.

“저런 저급한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를 부르는 것은 그만두라고 했을 텐데.”

불과 조금 전, 정호의 목숨을 앗아 간 녀석들을 향해 꺼내는 이야기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으나.

“설명하자면 길어.”

정호는 가타부타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포세이돈은 육 성 등급의 화신이면서도, 신의 위치에 있는 존재.

그런 녀석에게 있어서 상위 던전에 출몰하는 타락 천사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만무했다.

“장소도 마음에 들지 않는군. 혹, 나를 불쾌하게 만들어 반기를 들게 할 셈인가?”

입을 비틀며 불평을 토로해 내는 포세이돈.

보통의 화신들이었다면, 당장이라도 교육을 해야만 하겠다고 달려들었겠으나.

정호는 오히려 안심했다.

‘여전하네.’

신이라는 이명에 어울리지 않게, 까다로운 점이 하나둘이 아니라는 점은, 자신이 알고 있던 포세이돈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정말이지, 네 녀석은…….”

곧 죽어도 주인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는 점도 아련함이 느껴질 정도다.

포세이돈은 게임에서도 항시 저렇게 불평이 많기는 했으나.

“내 알 바는 아니잖아?”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군.”

거절을 한 전적이 없었다.

투두두두둑-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전투에 있어서 불리한 전장을 바꾸기 위해 포세이돈이 스킬을 발동한 것이 분명했다.

‘영역전개라니. 오랜만인데.’

6성 등급의, 신 등급에 해당하는 화신들만 가지고 있는.

지형상의 유리한 고지를 접하는 영역전개의 스킬.

“너무 힘쓰는데?”

어지간히 진심이 아니고서야, 펼치지 않은 스킬이었기에 정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저급한 몬스터라고 치부한 것치고는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윽고, 정호는 포세이돈이 어째서 영역전개를 곧장 진행했는지 알 수 있었다.

후두두두두둑-!

정호의 주위에만 내리는 비의 상태가 이상했다.

“내 알 바는 아니군.”

단 한마디를 지려고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보여지는 소나기.

아니, 스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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