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114화 (115/144)

114화

정호는 던전을 빠져나오자마자, 곧장 천사들이 향하고 있는 도심으로 향했다.

펄럭- 펄럭-

스킬, 용인일체로 인해 돋아난 이그나투스의 날개를 이용하여 공중에 몸을 띄운 정호는 세차게 날았다.

휘청-

다만, 날개 뼈가 있을지언정 인간은 하늘을 날아오른 전적이 없다.

지금껏 살아오며 날갯짓을 해 본 인간이 존재하기는 할까.

마치 등 뒤에 팔이 두 개 생겨, 그것을 제 마음먹은 대로 이용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나 다름없다.

휘청- 휘청-

‘쯧……! 진이 다 빠지네.’

거기에 정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피로감을 지니고 있는 상태이지 않은가.

펄럭-

다만, 그런 정호의 정신을 붙잡게 하는 것은 눈앞에서 놓쳐 버린 보상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보스만을 앞둔 상태에서 갑작스런 던전의 이변.

분명 침공에는 일정한 텀을 주었을 것이 분명했건만.

단 이틀도 되지 않아 공격을 개시했다는 것은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스텔.’

이번 침공의 사태가 아스텔이 원흉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정호이지 않은가.

‘고작 내가 클리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

정호로써는 도저히 아스텔의 만행에 고개를 기울였다.

아스텔은 분명 종말에서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 녀석이다.

한데, 이번에는 아예 지구를 멸망시키려 들고 있지 않은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흐름이다.

펄럭- 펄럭-

“과연……!”

하지만 정호는 도심에 가까워지자,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였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여성.

처음에는 던전에서 나온 천사들 중 하나가 이미 도심에 내려온 줄만 알았다.

그도 그럴 게, 거대한 여성은 ‘타락한 천사들의 신전’에서 몇 번이고 보았던 새하얀 날개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의 얼굴을 본 정호는 곧 녀석이 상당히 낯익다는 것을 떠올렸다.

‘직접 처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였어……!’

플라톤이 꺼냈던 규칙 위반이라던 말.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아스텔은 지금, 지구에 직접적인 침공을 내리고서 그 침공을 직접 막아 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쇼.’

한마디로, 녀석은 자작극을 통해 이 모든 사건을 마무리 짓고자 하고 있었다.

‘절대로 안 될 일이지.’

정호는 흔들리는 눈을 바로잡았다.

“보상은 주고 가야지……!”

클리어 직전에 침공을 개시했다는 것은, 아스텔이 그만큼 자신에게 이번 보상을 쥐어 주기 싫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말인즉, 막대한 보상이 보장되어 있다는 의미이지 않은가.

그것을 녀석의 뜻대로 쉬이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화아아아아악-

당장이라도 침공을 가하는 천사들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듯한 아스텔의 모습.

“멈춰……!”

정호는 그에 녀석의 공격을 멈추어 세우기 위해, 검을 세차게 내던졌다.

쉐에에에에에엑-!

바람을 가르는 클레이모어는 당장이라도 아스텔을 죽여 버릴 것만 같은 섬뜩한 기세를 담은 채, 날아들었다.

한데, 그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클레이모어는 어째서인지.

후우우우웅-

분명 존재하고 있을 아스텔의 몸이 뿌옇게 변하는 듯하자, 허공을 가르며 아스팔트에 내리꽂혔다.

쿠우우우웅-

분명 기괴한 현상.

하지만 정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도심으로 향했다.

‘어차피 통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어.’

애당초 아스텔은 시스템의 관리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힘을 지닌 녀석이다.

그런 놈에게 공격을 가한다 하여, 제대로 통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정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스텔이 멋대로 이 모든 일을 종식시키는 것을 막아 내는 것이다.

- …….

실제로 그런 정호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스텔의 손에서 쏘아 보내려던 빛 무리들이 없어졌으니까.

타박.

하늘에서 내려온 정호는 아스텔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아름다운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만 차갑기 짝이 없는 얼굴에서 아주 작지만,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라 있는 것을 확인한 정호는 눈을 부릅떴다.

‘무슨 속셈이지?’

마치 자신의 계획대로 되었다는 듯한 그런 의미를 내포하는 미소가 아닌가.

무언가 잘못되었다.

섬뜩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순간.

타앗.

정호는 한 번의 발돋움으로 순식간에 녀석과 거리를 벌렸다.

하나, 그것은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아스텔의 말.

- 과금망겜플레이어.

그에 정호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그것은 자신의 아스텔에서의 닉네임이 창피하다는 점도 있었지만.

‘어째서 이 타이밍에?’

지금 도심에 존재하는 모든 아스텔의 유저가 이 장소를 주목하고 있었다.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닉네임의 언급.

“뭐, 뭐야? 저게 과금망겜플레이어라고?”

“과망플이 떴다고?”

“저 날개는 또 뭐야?”

당연하게도, 주변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과금망겜플레이어의 등장은, 침공에서 간혹 보이기는 했으나.

그것을 모든 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망가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어 세웠다.

“랭킹 1위였던, 아니 지금도 그렇잖아.”

“왜 랭킹에서 사라졌지?”

과금망겜플레이어가 갑작스레 아스텔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의문을 품고 있는 마당이었다.

아예 죽었다고 생각했을진대, 그것도 아니었지 않은가.

- 축복을 거부한 자. 구원을 바라지 않는 자.

‘이 새끼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분명 의미 자체는 거짓이 없었다.

축복을 거부했다는 것은 정호가 아스텔 시스템을 거절했다는 것이고.

구원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아스텔이 침공해 오는 천사들을 쓰러뜨리게 둘 수 없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호와 아스텔 사이의 관계를 알고 있을 때나 알 수 있는 대목이고.

“무슨 소리야?”

“과망플이 아스텔을 공격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럼 축복을 거부했다는 건.”

“…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정호란 존재가 아스텔의 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 구원이란, 세상의 바람이 되어 이루어지는 기적. 그것을 거부하는 이가 있다면.

아스텔은 거기에 한술 더 떠, 말을 덧붙였다.

“…뭐?”

정호는 그에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자신이 직접 침공을 기획하고, 쇼를 벌이고 있는 주제에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가.

“지금 이건 전부 네가…….”

정호가 반발하여 진실을 꺼내려 했으나.

스르르륵-

아스텔은 그런 작은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곧장 몸을 흐릿하게 바꾸며 그 자리를 뜨고 있었다.

“아, 안 돼!”

“몬스터들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지금까지 침착함을 유지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을 부여한 아스텔의 존재가 있었던 탓이다.

한데, 그런 아스텔이 갑작스레 퇴장을 하기 시작하자 곧장 혼란이 찾아왔다.

“그러니까, 이건 전부 아스텔이…….”

“꺄아아아악-!”

“아아아아! 망했어!”

아스텔 유저들은 이미 들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아니, 들었다고 한들 믿을 리가 만무했다.

‘미치겠군.’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자신을 향한 적의가 있음을 확인한 정호는 머리를 짚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정호인 것처럼.

사람들은 정호를 탓하고 있었다.

“…….”

정호는 완전히 흐릿해져, 사라지고 있는 아스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까보다도 더 알아보기 쉬울 정도로 미소를 내짓고 있는 모습.

‘이거였군.’

그에 아스텔의 속셈이 무엇인지 쉬이 깨달을 수 있었다.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당한 아스텔은 정호를 완전히 적으로 돌린 것이다.

아니, 아스텔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스텔 유저가 정호를 적으로 돌리도록 하고 있었다.

‘나타날 줄 알고 있었다는 거지.’

아스텔은 정호만을 위한 함정을 준비한 셈이다.

자신이 적대하는 이가 누구인지 공표하기 위해서.

“모든 이의 바람이면……!”

“저, 저 과망플이 거부해서 취소된 거라면.”

실제로 눈치가 빠른 이들은 아스텔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고 있었다.

정호가 사라지면, 다시금 아스텔이 나타나 구원을 해 준다.

구원이라는, 실로 달콤하기 짝이 없는 미끼를 이용해서 정호를 완전히 궁지로 내몬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씨익-

정호는 그런 아스텔의 행태를 비웃었다.

“병신.”

욕지거리도 서슴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정호에게 있어서 다른 이들의 평가나 적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구원이라는 둥의 이야기도 관심 없는 일에 불과했다.

‘애초에 왜 막아 세웠겠어.’

정호는 침공을 끝내려는 아스텔을 막았다.

지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천사들은 그 수만 하더라도, 던전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했다.

아마도 아스텔은 저만한 수의 천사들의 공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확실히 힘들어. 죽겠네. 나.’

그 사실에 대해서는 정호도 공감하는 바였다.

지금 자신의 상태는 최악이나 다름없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고.

최상의 컨디션이라 할지라도, 저 공세를 막아 낼 자신 따위는 없었다.

다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할 수 있어. 멍청아.”

확실하게 이 침공을 클리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아스텔을 막아 세운 것이 아니던가.

화알짝-!

정호는 서서히 다가오려는 유저들을 뒤로한 채, 날개를 펼쳤다.

‘일그러졌으면 좋겠는데.’

웃음 짓던 아스텔의 얼굴이 와락 무너지는 것을 상상하는 정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 * *

콰아아앙-!

마치 하늘 위에서 터져 나가는 폭죽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는 하얀 폭발이 공중에 수놓아졌다.

쉐에에에엑-!

개중에는 이따금 바람이 휘날리기는 했으나, 폭죽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에 불과했다.

“…어, 어어.”

그것을 마냥 땅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이들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이, 이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정호의 전투는 그야말로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당장이라도 땅 아래로 추락할 듯이 비틀거리며 천사들의 총공격을 받고 있는 정호.

그 공격들을 피하고, 막으며.

하나하나 적을 처리해 나가는 정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탄만 흘러나오는 것이었으나.

“…이러면 누굴 응원해야 하는 거야?”

“다, 당연히 천사……쪽은 아니지.”

사람들은 혼란해하고 있었다.

아스텔의 구원이 찾아오기 위해서는 과망플, 정호가 사망해야만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침공을 막아 내고 있는 것은 정호였다.

적인 천사들을 응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 당장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 주고 있는 정호를 응원해야 하는지.

아스텔 유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퍼어어엉-!

“크으으으……!”

다만, 천사들의 공세에 처절하기 짝이 없는 정호의 모습.

“…….”

“…파, 파이팅……!”

“힘내라!!! 힘내! 과망플!”

그것이 마치 목숨을 내건 숭고한 기사의 모습과도 같아, 응원의 말을 꺼내는 이들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응원에도 불구하고.

콰아아앙-!

천사들의 공세는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져만 가.

“커헉……!”

콰아아앙-!

“흐읍…….”

정호의 몸은 완전히 만신창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과망플! 과망플! 과망플!”

“제발! 제발!!!!”

사람들은 더 이상 혼란해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스텔이 자신들을 구원해 줄 수 있다고 한들.

지금 당장 목숨을 지켜 주고 있는 것은 정호이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외치는 연호의 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얼른 죽으라고 저주라도 하는 건가?’

다만, 그런 목소리들은 족히 상공 100미터는 훌쩍 넘는 위치에 있는 정호에게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들을 수 있다고 한들, 이미 그럴 정신 따위는 없었다.

‘진짜 죽네.’

정호는 자신의 상태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분명 힘내기는 했으나, 이미 힘을 다 써 버린 상태의 자신으로서는 제9계급인 앙겔루스를 몇 처리하는 것이 전부일 터다.

‘그래도 대천사 하나는 잡았네.’

젖 먹던 힘까지 모두 꺼내어, 쓰러뜨린 것이 고작해야 제8계급인 대천사 우리엘 정도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천사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뭐, 이 정도면 선방했네.’

하지만 정호는 미소를 내지었다.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것은 실로 오묘하기 짝이 없어, 실감이 나지 않는 법이다.

‘지난 생이 떠오르지도 않네.’

흔히들 지난 기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고 하지 않는가.

한데,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일까.

정호에게는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다.

화아아아악-!

자신을 끝장내려 날아오는 거대한 빛을 바라본 정호가 입을 열었다.

“이그나투스 소환 해제. 아틸라 강신 해제.”

마지막의 순간.

화신인 아틸라와 소환수인 드래곤이 자신의 몸에 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탓에 완전히 해제하고 그 빛을 마주했다.

퍼어어어어엉-!

빛과 마주치자마자, 뼛속까지 불타오르는 고통이 정호를 덮쳤다.

“…….”

정호는 그것을 침묵으로 맞이했다.

고통에 몸부림칠 시간에.

‘부활 후가 중요하니까.’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화아아아악-

이윽고.

뚝-

정호의 머릿속에 끈이 한 번.

끊기는 그 순간.

[부활]

- 단 한 번, 부활한다.

이미 알고 있는, 자신의 삼 성 등급 스킬이었다.

하나 떠오르는 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특전]

[플라톤의 윤회가 적용됩니다]

정호가 자신 있게, 천사들의 공세를 막아 낼 수 있다고 했던 이유.

그것은 톨비아가 플라톤을 통해 준, 보상 중에 하나.

[플라톤의 윤회]

- 보유했던 화신을 한 개체를 일시적으로 소환합니다.

현실과 게임을 가리지 않고서.

과거에 보유했던 화신의 한 개체.

그것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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