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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100화 (101/144)

< # 100화 >

# 100화

‘허, 이거 참....’

정호는 자신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새로운 스킬을 바라보며, 이것을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했다.

‘부활’이라는 키워드가 자신의 스킬로 결정되어진 점에 대해서는 예상가는 바가 있었다.

‘단순히 사람들한테 그리 알려져 있으니까.’

화신들의 스킬은 그들의 서사를 따라간다.

스킬, ‘군신의 검’은 아틸라가 당시 혼란스러웠던 부족을 바로 잡기 위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했으니까.

그것이 아틸라의 막강한 무력과 합쳐져 서사가, 전설이 되었을 터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죽었을 터인 정호가 다시금 되살아 난 것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소문이 서사가 된 케이스였다.

‘좋은 건 확실한데.’

단순하게 생각해본다면.

‘부활’의 스킬을 정호가 꺼려하고,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아니, 단 한 번이라고는 하나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두 팔을 벌려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정호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부활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죽었다고 하여 다시금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는 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에 가까운 일이다.

‘내가 한 번 죽는다는 소리 같잖아.’

이리도 재수 없는 스킬이 있을까.

마치 자신이 가까운 미래에 죽을 것을 암시하는 듯.

불순하기 짝이 없는 낌새를 내비치고 있다.

그것도 하필이면.

‘다음 침공을 코앞에 두고서.’

정호는 어째서 톨비아의 시스템이 부활을 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저런 스킬이 떠올랐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아스텔이 침공을 위해 준비한 여러 가지 발판들.

혹은, 이상현상이 일어나기 전의 대비와도 같은 모습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서.

정호는 다음 침공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

크라켄의 역습이라는, 20인 공격대 던전을 홀로 클리어 한 것은 물론이고.

수십 개나 되는 포탈을 한 번에 막아낸 전적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부터 자신감이 차오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다음 침공이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상위 던전이 덜컥 나타나지 않고서야, 충분히 해결해내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거 참...’

정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곤란함을 표했다.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금껏 자신을 괴롭히던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는 스킬을 얻어냈음에도.

그것으로 인해, 더욱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이봐! 그, 그거,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조금 더 가능한 것 맞지? 나는 응원하니까! 응원하니까!”

곤란한 표정을 내짓고 있는 정호의 낌새가 수상했는지, 이그나투스가 독촉을 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초월이라.’

분명 이그나투스의 힘을 이끌어내며, 자신의 힘 그 자체를 올리는 것도 이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터다.

하지만 정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사 성에 올라선다 하더라도, 이그나투스에게서 기대할 만한 힘을 나오지 않아.’

이그나투스는 분명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는 드래곤이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호가 용기사가 되기 전의 일.

자신의 성장에 따라 그 힘을 가지는 이그나투스에게서 큰 기대를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은 정호가 더욱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레드 드래곤, 이그나투스]

-형태 : 성체

-힘 : 291 체력 : 220 민첩 : 260 지능 : 200 운 : 164

-스킬 : 화염 브레스

이그나투스의 스탯 자체는 크게 성장했으나, 그조차도 아직까지 ‘5성 등급의 화신’ 정도를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고 있었으니까.

‘애당초, 그 정도로 부활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푸후.

정호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목적지에 머리를 붙잡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말로 톨비아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서, 부활이라는 스킬을 준 것이라면.

그것이 죽음으로써 회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면.

이그나투스를 강탈하는 것에 보상으로 내걸었던 이것 또한, 의미가 있을 터였다.

“프리미엄 뽑기.”

-프리미엄 뽑기 : 1회 1,000코인

아니.

단순히 정호의 코인을 빨아먹을 수작질에 불과할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 * *

프리미엄 뽑기는 정호가 이미 경험해 본 바가 있는 종류의 뽑기였다.

VIP 프리미엄 뽑기.

삼 성 등급 이상의 화신이 확정적으로 나오는 뽑기.

달에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바라던 뽑기다.

덜덜덜덜덜.

한데, 그것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호의 손이 사정없이 떨렸다.

‘한 번에 1천.... 단 한 번에 1천.’

VIP 프리미엄 뽑기는 무료.

하지만 정호가 진행하려는 프리미엄 뽑기는 한 번에 1천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코인이 들어가는 까닭이다.

‘1천 코인은 분명 괜찮은 가격이야.’

톨비아에서, 3성 등급의 화신이 등장할 확률은 고작해야 1프로.

그것을 기댓값으로 치환한다면, 1만 코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것을 천 코인이라는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나.

‘톨비아가 합리적일 리가 없지.’

정호는 이 프리미엄 뽑기의 함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삼 성 등급 이상의 화신이 확정적으로 뽑힌다.

그것에 결코 거짓말 따위는 없다.

다만, 거기에는 중요한 말이 빠져 있다.

‘사 성 등급 이상의 화신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는 없어.’

그렇지 않아도 사행성 뽑기 확률에 대해서 예민해진 현대다.

톨비아 또한, 모든 뽑기에 대한 확률을 오픈한 마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VIP 프리미엄 뽑기에 대해서는 그 확률을 공개한 적이 없다.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무료로 제공한다는 빌미.

법의 사각지대를 노린 일이다.

그것이 노리는 것은 당연하게도 사 성 이상의 화신, 즉 높은 등급의 화신의 확률은 전혀 건들지 않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뻔한 수작.’

하지만 그런 톨비아의 수작질이 눈에 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호는 프리미엄 뽑기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비단, VIP 프리미엄 뽑기로 얻어낸 화신이 기묘하게도 4성 등급의 서서와 5성 등급의 멀린이라는 사실을 제쳐두고서라도.

‘지금 필요한 건 보다 확실한 스펙 업이야.’

지금껏 막대한 양의 코인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정호의 도감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말인 즉.

소수점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야 그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녀석들을 굳이 뽑기로 얻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합성이 있으니까.’

충분히 다져진 토지 위에 세워진 건물이 더욱 견고하고 튼튼한 것처럼.

톨비아와 같은 수집형 RPG게임은 의외로 단계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법이니까.

물론.

-픽업 찬스가 갱신되었습니다.

-픽업 찬스! ‘나는 전설이다’가 활성화 됩니다.

-사 성 이상의 화신 등장 확률이 2배가 됩니다.

‘혹시 모르니까.’

거기에 커다란 건물이 대뜸 나타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다.

* * *

과연 프리미엄 뽑기라고 할까.

더 이상 슈우웅-하는, 듣는 이로 하여금 김이 빠지는 소리 따위는 울려 퍼지지 않았다.

빰빠람-!

빰빠람-!

그 대신 삼 성 이상의 화신이 등장할 때에만 울려 퍼지는 빵파레가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샤를 앙리 상송☆☆☆

-힘 : 60 체력 : 40 민첩 : 80 지능 : 30

17세기.

대대로 사형집행을 맡았던 상송 가문의 4대 당주, 처형인 샤를 앙리부터 시작하여.

-다리우스 3세☆☆☆

-힘 : 77 체력 : 70 민첩 : 32 지능 : 23

고대 페르시아의 왕까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다채롭기 짝이 없는 화신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었다.

“...”

하지만 그런 화신들의 향연을 바라보는 정호는 말을 잃어가고 있었다.

‘괘, 괜찮아.’

어차피 삼 성 이상의 화신 이외에는 나타날 확률이 극악에 가깝다는 사실은 정호도 잘 인지한 채, 뽑기를 시작하지 않았던가.

목표는 합성.

새로운 베이스가 깔린다는 것은 정말이지 희소식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다만,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픽업 찬스도 사 성 이상 두 배인데...’

사 성 등급 하나만이 아니라.

오 성과 육 성 등급도 두 배가 되었다면.

그 정도면 하나쯤은 던져줄 만 하지 않은가.

‘사 성 하나라도.’

사 성 등급의 합성 확률이 고작해야 10프로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하나의 사 성 등급의 화신이 서른 명의 삼 성과 동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빰빠람-!

처음에야 듣기 좋았던 저 빵파레 소리도, 이제는 전혀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제노비아☆☆☆

-힘 : 20 체력 : 20 민첩 : 40 지능 : 64

‘이게 아닌데.’

분명 팔미라 제국의 여성 통치자로써 그 의미가 깊은 이의 등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이게 이 성인지, 삼성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괜찮아. 괜찮아.’

계속해서 자신을 안심시키려, 마음을 가다듬고 있기는 했으나.

육체는 실로 정직하여, 입 속에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자, 잘못 생각했나?’

불현 듯, 그런 후회가 스쳐지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2만 코인이라면, 사 성 등급의 화신을 하나 정도는 확실하게.

거기에 오 성 등급을 혹시나- 하는 마음 정도는 들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하지만 그것을 프리미엄 뽑기로 뽑았을 때는 사 성 하나조차도 버거운 마당.

제아무리 합성이 있다고 한들.

이토록 나오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스윽-.

눈을 돌려, 남은 코인의 수를 확인한 정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만 코인...”

기회는 고작해야 열 번 남짓.

삼 성 등급의 중복화신은 상당한 수가 쌓여 있었으나, 그조차도 확률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빰빠람-.

빰빠람-.

빰빠람...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빵파레에도 불구하고, 정호의 얼굴은 펴지기는커녕, 점점 헬쑥해져만 갔다.

이윽고.

빰빠람-.

그 마지막 빵파레가 울렸을 때.

“하하, 뭐야.”

정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렇지.

자신이 실패할 리가 없지 않은가.

...라고 하는 의미의 시원한 웃음은 아니었다.

-라스푸틴☆☆☆

떠올라 있는 것은, 삼 성 등급의 마지막 피스이자.

정호가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는 6대 살인마 세트 효과에 해당하는 라스푸틴.

“장난 하지 마.”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타났으면 안 되는 녀석이었다.

“내 코인 돌려 줘요.”

생각해보면.

정호는 톨비아가 현실이 된 이후, 단 한 번의 실패도 겪지 않았다.

비록 육 성 등급의, 규격 외의 화신을 거머쥐지는 못했으나.

자신이 원하는 바는 항시 얻어내고 있었지 않은가.

“돌려 달라고.”

아무리 뽑기의 과정이 좋지 않다고 한들.

그 끝은 결국은 자신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흐름이었다.

“절반. 절반만이라도.”

정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이 일그러졌다.

합성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따위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 거짓말일 뿐이다.

삼 성 등급의 화신을 모두 모음으로써 얻어진 도감?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했다.

이 따위 결과는 실패나 다름없다.

“아니, 삼분지 일이라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천장을 향해 말을 내거는 정호의 얼굴은 그야말로 광기나 다름없었다.

한데, 기묘한 일이다.

-사용 코인이 일정 수치를 넘어섰습니다.

-모든 삼 성 이하의 화신을 획득하였습니다.

결코 돌아오지 않아야 할 대답.

그것이 정호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VVIP 프리미엄 서비스가 적용됩니다.

정말이지 싸구려 게임에만 등장하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업그레이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어?”

뚝.

정호의 울음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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