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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99화 (100/144)

< # 99화 >

# 99화

“자, 잠깐만. 너희들 도대체 뭐야! 아야!”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아틸라에게 교육을 받고 있는 이그나투스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으나.

정호는 그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 오히려 저 정도에서 끝이 난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는 마당이다.

레전드리 클래스, ‘용기사’는 아스텔 유저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직업이다.

한데 정호는 상태창은 물론이고, 레벨조차 존재하지 않는 톨비아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녀석이 알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저 모습을 보면, 스탯에 따라가는 모양인데.’

[이정호★★]

-힘 : 120 체력 : 100 민첩 : 114 지능 : 97

정호는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해야 이 성 등급의 화신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치의 스탯이었으나.

아스텔의 랭커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상당히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그것은 이그나투스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 터.

[레드 드래곤, 이그나투스]

-형태 : 헤츨링

-힘 : 271 체력 : 210 민첩 : 240 지능 : 190 운 : 124

그 증거라고 할까.

이그나투스는 분명 대단한 스탯을 지니고 있었으나.

드래곤 로드라고 부르기에는 모자란 모습이었다.

‘상관은 없지.’

하나, 정호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당장 이그나투스의 힘이 생각보다는 별 볼 일 없다는 것은 아스텔 유저들이라면 치명적인 문제였을 터다.

충분한 레벨 업 없이는 레전드리 클래스의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톨비아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정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라면.

‘용기사라는 직업 그 자체가 중요하니까.’

본래 정호는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몸이었다.

그것을 ‘강탈’이라는 톨비아의 퀘스트를 통해 아스텔의 직업을 얻어낸 마당이다.

레전드리 클래스라는 ‘용기사’를 말이다.

[레전드리 클래스, 용기사가 되었습니다]

-용의 가호가 주어집니다.

-용의 가호 : 레드 드래곤, 이그나투스의 능력치를 절반 이어받습니다.

-이정호 / 29

-레벨 : [email protected]

-직업 : 용기사

-힘 : 255 체력 : 205 민첩 : 234 지능 : 192 운 : 105

실로 오랜만에 바라보는 스마트워치에 적힌 스탯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제는 고작해야 이 성 등급의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정호 자신이 삼 성, 나아가 사 성 이상으로 성장할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 상승세는 더욱 거대할 것이 분명했다.

‘레전드리 클래스라...’

솔직히 말해.

한 번 맛을 보니, 다른 레전드리 클래스인 현자와 성녀도 탐이 났다.

고작해야 직업을 얻었을 뿐일진데, 무려 100이 넘는 스탯이 한 번에 얻어졌지 않은가.

다른 두 가지의 클래스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하곳 싶은 욕망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성녀는 무리라도.’

누가보아도, 여성에게만 주어질 것만 같은 직업을 뒤로한 채.

현자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자그마한 기대심을 품고서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던 정호였으나.

“쯧.”

톨비아에게서는 어떤 답변도 들려오지 않자, 혀를 차냈다.

아스텔의 유저들조차 두 가지의 직업을 가지는 일은 없었기에 예상은 했던 일이었으나.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사기야. 사기라고.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이런 몸으로 어떻게 침공을 막아서겠어?”

그제야, 아직까지도 투덜대고 있는 이그나투스의 목소리가 정호에게 닿았다.

‘동감이야.’

의외로 정호는 그런 이그나투스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분명 레전드리 클래스를 얻음으로써, 얻어낸 스탯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나.

‘모자라군.’

정호는 얻어낸 것에서 하나가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었다.

“마법도 못 쓰는 몸으로 뭘 하라는 거야!”

소리를 내지르는 이그나투스의 말처럼.

아스텔의 직업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힘이 없었으니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내가 이 성 등급이니까.’

톨비아 시스템 내에서도 이 성 등급에 불과한 정호는 가지지 못하는 힘.

‘스킬.’

삼 성 등급의 화신부터만 주어지는 힘인 스킬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럼, 강해지면 되는 일이겠군.”

“하?”

간단히 말하는 정호의 말에 이그나투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다음 침공까지 그걸 어떻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니, 애초에 다음 침공을 막아낼 수 있기는 하고?”

닦달하듯, 정호를 향해 쏘아 붙이는 이그나투스.

하나 정호는 그런 이그나투스를 뒤로 한 채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그나투스의 걱정과 달리.

해결방안은 간단한 일이었으니까.

“초월.”

-2성 : 3% / 필요 코인 2,000코인.

막대한 코인을 써가며 악독하기 짝이 없는 확률을 뚫어내는.

정말이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 * *

이그나투스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게 다 뭐야?’

자신이 인정한 이정호란 사내는 분명 수많은 역경을 뚫고서 힘을 쟁취한 인간일 터다.

수없이 많은 적들을 눈앞에 두고서, 단 한 줌의 흐트러짐 없이 그들을 향해 나아가는 영웅.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죽음의 끝자락까지 몰아세우지 못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환상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깨어졌다.

‘고작해야... 해츨링 수준이라고?’

위화감을 느낀 것은 용기사로 전직한 이정호라는 인간의 힘이 생각보다 별 볼일이 없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몸이 해츨링 수준에 불과한 형태로 작아진 것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상당한 실망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젠장...!”

테이블 위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저 모습은 자신이 그리던 인간 영웅의 틀에서 아주 벗어나 있었다.

아니, 영웅은 물론이거니와.

‘인, 인간조차 되지 못했어!’

허공을 바라보는 퀭한 얼굴.

“이번에는 제발...!”

접시에 물을 떠다 놓고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페인. 정신이상자. 도박중독자.’

꿀꺽-.

그 말을 속으로나마 삼킨 이그나투스는 자신의 옆에 선 여성, 아틸라의 눈치를 살폈다.

아틸라가 한 교육이라는 이름의 사랑의 매는 효과적이었다.

‘분명 인간은 수컷이 암컷보다 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성별의 힘조차 초월해버린 듯, 강인한 힘을 지니고 있는 아틸라는 이그나투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온전히 내 힘을 지니고 있었어도, 완벽하게 제압하지는 못했을 거야.’

차라리 아틸라를 용기사로 선택했다면, 자신이 해츨링이 되어버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다.

‘내게 손찌검을 했으니, 절대로 선택 안 할 거지만.’

후회가 되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토록 고르고 골라, 뽑은 용의 기사가 고작해야.

타앙-!

“삼...프로 잖아. 서른 번 정도 하면...성공해야 하는 거 아니었냐고.”

저런 멍청이라니.

‘강해진다더니... 하는 게 고작 도박...’

정호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말을 하는 것을 보아, 확률과 관련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음을 깨달은 이그나투스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어떻게 독립시행이라는 것도 모를 수가 있지?’

아니, 설사 그것을 모두 더한다 하더라도.

3프로에 30번이면 90프로다.

아직 횟수를 채워 넣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더하기도 못한다고...’

이그나투스의 눈에 짙은 다크서클이 깔렸다.

이런 멍청이를 자신의 편으로 두었으니, 침공에 무너지는 것도 한 순간이리라.

‘틀렸어. 완전히 틀렸다고.’

몸이 작아진 탓에 감수성이라도 풍부해진 탓일까.

자꾸만 떠오르는 눈물을 옷깃으로 슥슥 닦아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으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이그나투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제아무리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녀석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자신이 인정하고, 선택한 사내이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는다면, 영웅으로서의 자세 정도는 갖출 수 있으리라.

아니.

‘정신 상태라도.’

몬스터 한 마리 잡지 않고서, 강해지겠다는 저 망상부터 고쳐야 했다.

“저거, 멈춰야 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우리 주인이 지금 얼마나 큰 기로에 놓여있는지 알고나 있긴 해?”

한데, 오히려 타박이 돌아온다.

“그, 그래도.”

“스읍! 재수 없는 소리 그만 하고, 기도나 올려.”

이그나투스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박중독자처럼 보이는 용기사와.

그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용기사보다 강한 여성.

그 둘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돼, 됐다.”

다만 그런 이그나투스의 귓가로 들리는 하나의 자그마한 목소리와 함께.

화아아아아악-.

이그나투스의 몸에서 갑작스레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한 이그나투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그나투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용기사의 각성.’

그것은 단순히 용기사가 한, 두 어 단계 강해졌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듯이.

거대한 벽을 무너뜨렸을 때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일.

“어...? 어?”

그것을 고작해야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도달했다는 말이었다.

“이게... 대체.”

15살에 불과한 소녀에서 순식간에 17세 정도의, 성체에 해당하는 키까지 자란 이그나투스.

그런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고개를 기울이고 있을 때.

“하, 하하...”

모든 것을 불태운 듯, 의자에 늘어진 정호가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 *

‘이런 망할.’

정호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삼 성 등급으로의 초월에는 성공했으나, 거기에 들어간 코인의 양이 상당했던 탓이다.

‘8만 코인.’

한 번에 2천 코인이나 들어가는 초월이니, 도합  마흔 번의 도전이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평균적인 기댓값이 서른세 번.

그리 큰 손해는 보지 않은 셈이었으나.

‘이전에 박아 넣은 것도 포함하면, 무려 10만이야.’

정호는 일찍이 삼성으로의 초월을 도전한 전적이 있었지 않은가.

10만 코인.

오십 번의 도전.

기댓값을 넘어서도 단단히 넘어서 있었다.

‘혹시나 싶었는데...’

정호는 하나의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다의 지배자라는 픽업 찬스에서 주구장창으로 나오던 해적들.

그 끝에 도달해서는, ‘파이렛 어셈블’이라는 능력을 지닌 보스, 벨라미가 있었지 않은가.

게임이라면 모를까.

현실이 되어, 톨비아라는 이의 목소리까지 듣는 마당.

그 딱딱 떨어지는 모습은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 용기사도.’

처음으로 초월을 도전했을 때에 실패한 것은 용기사라는 직업을 얻지 못했기에 이루어진 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스킬을 얻을 수 없을 테니까.’

화신들은 저마다 역사나, 신화 속에서 그 이름을 드높였던 이들이다.

화신의 스킬 또한, 그들과 연관된 힘이 주어졌을 터.

하나, 정호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구전되는 일화는커녕, 아무런 발자취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렇기에, 톨비아가 의도적으로 삼 성 등급으로의 초월을 막고.

일부러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용기사’를 쟁취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용인일체(龍人一體)]

-용기사의 권능 중 하나.

-용을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하여, 모든 스탯과 방어력, 공격력을 상승시킨다.

실제로 스킬은 용기사와 관련된 스킬이 떠올랐으니까.

“...아니었어.”

하지만 정호는 그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부활하는 용기사, 이정호☆☆☆]

정호를 지칭하는 것은 비단, ‘용기사’ 뿐만이 아니었다.

[부활]

-단 한 번, 부활한다.

“...이게 뭐야.”

스킬 또한, 하나가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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