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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84화 (85/144)

< # 84화 >

# 84화

과금망겜플레이어가 사라지고서 약 3일.

짧은 시간에 불과했으나, 그 시간은 격동의 시기나 다름없었다.

[새롭게 랭킹에 오른 유저들!]

[과금망겜플레이어를 대체할 수 있을까?]

세 번째 시련으로 인해서 속속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랭커들.

-이번엔 나도 공격대 들어갔다. 두 번째 네임드 몬스터까지는 가능 할 것 같아.

-랭커들도 이젠 완전 공략을 목표로 한다던데.

절대다수의 일반 유저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림자 지하 성채와는 달리.

크라켄의 역습 던전은 일반 유저들에게는 근처도 가지 못하는 허들이 있었다.

비단 해상 루트에 ‘선박’이 필요하다는 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저 루트로 간다 할지라도, 몬스터들의 수준과 높은 난이도는 랭커들이라 할지라도 까딱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찾아온 아스텔의 시련.

그것은 일반 유저들도 던전으로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시련만 몇 번 더 하면, 나도 랭커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랭커들은 가만히 있고? ㅋㅋㅋㅋ

┖그래도 레벨만 따라잡는다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장비네.

RPG게임이라는 것이 모두 그렇듯.

고 레벨로 가면 갈수록, 그 성장세가 느릴 수 밖에 없다.

막대한 양의 경험치 통은 그들을 다른 방향의 성장으로 고개를 돌리게 하기 마련이다.

┖사실 과망플 때문에 우리가 성장하지 못한 게 아닐까?

그런 와중에.

만일 정호가 보았다면, 화들짝 놀랐을 법한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도 있었다.

┖미친 놈.

┖고인까지 꺼내는 걸 보니, 제대로 미친 듯.

-아니,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지금 랭커를 제외한 한국 유저들 평균이 타 국가보다 낮은 건 알고 하는 말임?

실제로 정호가 포탈을 독차지 한 덕분에.

한국 유저들. 특히 일반 유저들에게는 피해가 막심했다.

그들이 충분히 성장해야 할 발판을 정호가 모두 독차지하고 있었으니까.

┖어, 사망률 최하위는 안 보이나 봐.

┖중국에서 몇 십 만 명 사망한 건 모르나 봄?

하나, 공감을 할 수는 없는 내용이었다.

과망플, 단 하나의 랭커가 가지는 존재감은 다른 랭커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까.

홀로 수십 개의 포탈에서 뛰쳐나오는 몬스터를 막아낼 수 있는 유저.

그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충분한 것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그렇다는 거임. 어차피 죽은 사람이니까.

┖응 아니야. 과망플은 신이야. 절대 안 죽어.

-죽었다니까 무슨 소리임. 시련에서 본 사람도 없고, 랭킹 페이지도 지워졌는데.

┖넌 진짜 과망플이 찾아올 수도 있겠다.

┖┖가만히 지켜보니까 얘는 진짜 신도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결국 전부 독식하고, 아무것도 못한 채로 죽은 건 사실이니까.

묘한 흐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치 일부러 과망플에 대해 안 좋은 여론을 생성하려는 듯이.

점차 사람들은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한데 열띤 토론을 이어나가고 있는 게시글에 달리는 하나의 기사.

[유령선의 등장?]

제대로 찍지는 못한 것인지,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한 사진.

거기에는 당장이라도 침몰할 것만 같은 허름하면서도, 거대한 선박이 하나 존재했다.

하나, 비에 젖어 축 늘어지기는 했지만 그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하나의 표식.

-유령선?

┖어? 어어?

┖저거 과망플이 타고 있다던 해적선 아님?

그 표식에 간간히 보이는, 해골 모양의 표식은 분명 과망플이 타고 나타났다던 선박의 모양과 일치했다.

기사의 말마따나, 그야말로 유령선.

죽은 자가 타고 있는 배였다.

┖내가 뭐라고 했음? 과망플은 신이라니까? 죽지를 않아요. 소문으로 들었는데, 주소도 모르는데도 막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음. 넌 이미 죽었음 ㅋㅋㅋ

그 댓글을 마지막으로.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 게시글이 삭제되었다.

* * *

크라켄의 역습 던전.

그곳의 해상 루트를 선택했을 경우, 처음에 반드시 조우하게 되는 녀석들이 있었다.

“인간? 인간이다.”

장난기 많은 저인족.

그들은 해상 루트로 온 이의 선박을 가늠하여, 그것이 형편없다면 공격을 하기도 하는 녀석들이다.

“인간? 인간은 맞는데.”

“저 사람은... 뭔가 낯이 익은데?”

다만, 녀석들의 반응은 처음과는 달랐다.

연신 고개를 기울이며 정호의 얼굴을 바라보는 녀석들의 얼굴에는 의문이 떠올라 있었다.

‘맞군.’

그 반응으로 확신한 정호는 지체할 것 없이 녀석들에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왕에게 안내해라.”

“아, 아아! 그 인간이다!”

“멍청아, 인간님이라고 해야지!”

“아! 인간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정호의 말에 깨달은 것이 있는 것인지.

녀석들은 호들갑을 떨어대며 공기 방울을 내뿜어, 선박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예 초기화되는 건 아닌 모양이네.’

톨비아 시절에도 같은 흐름이었다.

아군이 될 수 있는 NPC가 존재하는 던전의 첫 입장 시에는 그들과의 접점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내주는 퀘스트를 하나하나 클리어 해야만 했으나.

이미 크라켄을 한 번 처치한 정호에게 있어서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될 사항이 아니었다.

‘길뚫은 해두면 편하니까.’

길뚫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선행 퀘스트’.

굳이 정호가 저인족을 붙잡고서 인질극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촤아아아악-!

수호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지켈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저인족들인 탓일까.

거대한 선박 하나를 통째로 감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인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해저로의 진입을 할 수 있었다.

부우우우웅-.

정호는 가파른 해류를 타고 저인족들의 도시로 향하면서, 손에 쥔 코인을 만지작거렸다.

‘얼른 모아야 하는데.’

시련으로 인해 생각보다 유저들의 수준이 올라간 것은 포탈로 향하면서 만난 수많은 선박들로 인해 알 수 있었다.

‘랭커 뿐만이 아니라, 일반 유저들까지.’

크라켄의 역습 던전은 결코 쉬운 던전이 아니다.

20인 공격대 컨텐츠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심해에서 벌어지는 전투인 탓이 컸다.

하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스텔 유저들의 대다수가 이제는 크라켄의 역습을 도전하는 마당이다.

‘...3성도 못 갔으니까.’

-이정호★★

자신의 등급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정호의 생각처럼 이 성 등급의 각성은 ‘장비빨’로 손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하나, 문제가 되는 점이 있었다면.

‘확률이 너무 거지같아.’

-2성->3성

-각성 확률 : 3% / 필요 코인 2,000코인.

단 한 번을 누르는데 3천 코인이 필요할 진데.

그 확률이 고작해야 3프로 밖에 되지 않는다.

정호의 코인은 그야말로 ‘녹아내렸다’라고 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1성에서 너무 쉽게 올라갔어.’

5프로의 확률을 단 두 번 만에 올라선 까닭에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애초에 기댓값만 하더라도 6만 코인이나 들어가는, 이 성 등급의 초월.

그것을 뽑기를 모두 끝마치고서, 남은 코인으로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반복 퀘스트라도 열심히 해야지.’

정호는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저인족들의 도시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녀석들의 보상을 하나도 남김 없이 모조리 박박 긁어내주겠노라고.

한데, 그런 정호를 향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인간님! 왕에게 안내하라고 했는데, 누구한테 하면 되는 건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갑작스레 알려오는 저인족의 말에 정호가 고개를 기울였다.

“전전대 왕 켈린왕은 지금 심해의 감옥에 들어가 있고. 전대 왕 레클리스왕은 유배지로 떠나 있거든요!”

“...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반복...퀘스트 일텐데?’

애당초 크라켄의 역습은 ‘켈린왕’에게서 퀘스트를 부여받는다.

그것이 다음이라 할지라도 다를 바는 없을 터.

거기에서 레클리스라는 이야기가 나올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감옥이라니? 유배지라니?

“...그럼 지금 왕은 누구지?”

“왕은 없는데요?”

“뭐라고?”

왕이 없다!

퀘스트를 받지 못 한다는 것과 의미가 같았다.

정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퀘스트를 못 받는다면, 내 코인은?’

자신이 레클리스 왕자를 붙잡고서, 녀석을 왕의 자리에 올렸기에 일어난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다만, 그런 정호의 걱정은 다음 순간 곧장 풀어졌다.

“왕은 없는데, 비슷한 역할의 지도자는 있는데... 그 분에게 안내해드릴까요?”

“...그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도자라는 명칭이 좀 애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퀘스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정도는 있지 않은가.

‘창고를 열 수 있는 녀석이면 좋겠는데.’

아직 만들어야 할 장비도 많은 마당이다.

부디 그 지도자라는 것이 촌장과 같은 역할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다.

부우우우웅-.

정호는 어느새 저인족들의 도시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수많은 저인족들이 정호의 선박을 마중나와 있었다.

“인간님이다!”

“인간님!”

환호성이 터져 나왔으나,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수많은 경비대에 의해 경호를 받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타악-.

곧장 배에서 내려서자, 베일에 쌓인 이가 천천히 걸어 나와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정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

그 정체를 확인한 정호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게.

지도자라며 나온 인물은.

“저인족들의 대표, 이번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리앙이라고 합니다.”

조개 줍기의 천재, ‘해녀’ 리앙이었으니까.

“출세했군.”

정호의 담백한 감상에 리앙이 산뜻한 미소를 내지으며 답했다.

“덕분에요.”

* * *

“왕권 체재는 우리 저인족들에게 있어서 꽤나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어요. 저 또한 고대에는 왕족이었단 사실을 최근에 들어서 알았으니까요. 아니, 따지고 보면 모든 저인족은 왕족이나 다름없죠. 그럼, 누군가는 결국 다시 왕권을 얻기 위해서 쿠데타를 일으키기 마련이에요.”

리앙은 꽤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다만, 정호가 궁금한 점은 그것이 아니었다.

“켈린왕과 레클리스왕은?”

“국고를 너무 물 쓰듯이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죠.”

“그들은 역사에 이름 남길 대업적을 이뤘다며?”

“알에서 태어난 새로운 크라켄이 나타나기 전에는 말이죠. 이미 한 번 쓰러뜨린 적이라면, 다시 한 번 가능해야죠. 물론, 못하겠지만.”

그리 말하면서도 윙크를 하는 것이 ‘알고 있지 않느냐’라는 뜻과 같았다.

결국 크라켄을 쓰러뜨린 것은 정호였으니까.

‘새로운 크라켄이라...’

정호는 리앙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인족들에게 변화가 찾아왔다면, 또 다시 등장한 크라켄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문제였는데.

그저, 산란기에 알을 하나 놓친 것 정도로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군. 그럼, 이번에도 제물의 날을 기다려야 하나?”

“아마도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어째서?”

“바다 위의 해적들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가 있거든요. ‘인간을 찾아라’ 라고. 크라켄과 함께 움직이는 모양이더라고요.”

“흐음.”

정호는 턱을 손으로 쓸었다.

‘벨라미로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한 녀석이니, 녀석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내가 던전에 들어온 것으로 이성을 찾았겠지.’

그 사실은 이미 니네체르를 통해 알고 있었다.

톨비아의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자신이 던전이 들어오면, 녀석들은 단순한 보스 몬스터가 아닌 이성을 지닌 하나의 화신처럼 행동했으니까.

“그럼 곧장 나가야겠군.”

나갈 채비를 하는 정호를 리앙이 고개를 내저어 만류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요. 정호님이 여기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저인족들의 도시에 있다고 소문을 하나 퍼뜨렸거든요.”

“그건 맘에 드는군.”

“그러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내지으며, 리앙을 바라보았다.

분명 저인족들의 기준에서는 크라켄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적이나 다름없다.

그런 적을 스스로의 도시에 부른다는 것은 스스로 멸족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일.

거기서 정호가 원한다고 요청을 해도, 쉬이 결정할 일이 아니건만.

리앙은 아예 그런 정호의 행동까지 꿰뚫어보고, 직접 나선 것이 아닌가.

‘레클리스가 왜 폐위 당했는지 알겠군.’

어차피 쓰러뜨릴 적이라면, 크라켄을 쓰러뜨린 아군이 있는 지금 상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군인 정호의 마음을 헤아려, 눈밖에 나지 않도록 한다.

그 두 가지를 손쉽게 충족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쿠당탕-.

아니나 다를까.

정호가 가장 원하는 시원하기 짝이 없는, 혼란스러움이 찾아왔다.

“저, 적습입니다.”

꽤나 가파른 숨을 몰아쉬는 경비병의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로.

“후후.”

“...하.”

정호와 리앙은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보상은?”

“확실히 해드리죠.”

“국고를 너무 써서 폐위 당했다고 하지 않았나?”

리앙이 미소를 내지었다.

“원래 지도자라는 건, 마지막은 감옥에 가야 하는 게 정석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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