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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83화 (84/144)

< # 83화 >

# 83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최초의 퀴클롭스들.

즉, 브론테스를 비롯한 삼형제는 대장장이의 신이라 불리는, 헤파이스토스조차도 몇 수는 그들의 아래라고 표현될 정도로.

대장장이의 일에 대해서는 차원을 달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의 무구들조차도 그들의 손에서 탄생했으니 그 실력에 대해서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

‘불멸’인 신족조차도 죽여 버릴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지닌 무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들.

하나, 그 탓일까.

자신들이 만들어낸 무기인 아폴론의 화살에 의해 죽임을 당한.

비운의 형제들이기도 했다.

‘...죽을 만 했네.’

정호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천둥의 드래곤 슬레이어(초월)☆☆☆☆☆]

-대 명장, 브론테스가 만들어낸 클레이모어.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초월 등급의 대검. 드래곤을 쓰러뜨릴 정도의 무력을 가진 이를 위해 만들었다.

-착용 제한 : 순수한 힘, 민첩, 체력 200 이상.

-능력치 : 모든 능력치 120 상승.

-특수 능력

[괴수파괴자 : 거대한 적을 상대할 때, 일정 방어도를 무시하고, 일정 확률로 추가 피해를 입힌다.]

[군단의 외침 : 자신을 포함한 아군에게 공격 속도 증가 50%, 시전 속도 증가 50%, 능력치 증가 50%의 이로운 효과를 부여한다.]

[우레의 일격 :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를 팽창시켜 천둥을 일으킨다. 일정 확률로 적에게 상태 이상 ‘공포’를 부여한다.]

초월 등급 보너스!

-특수 능력의 발동 효과 2배 증가.

-능력치 20% 상승.

-착용 제한 해제.

‘...미쳤어.’

정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수하기 짝이 없는 생김새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구가 손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능력치가 120이나 오른다고? 아니지. 초월 등급 보너스까지 합치면...!’

다만.

걱정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수집형의 껍데기를 입고 있다고 한들.

RPG게임에 있어서,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을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어째서 그 장비들을 낮은 단계에서부터 착용하여, 강해질 수 없는가.

그것은 어느 장비에서나 붙는 제한 덕분이다.

‘초월 등급이라더니...!’

실제로.

‘천둥의 드래곤 슬레이어’의 착용 제한은 어마어마한 정도였다.

힘, 민첩, 체력 200이상.

도감작을 포함한다면 모를까. 순수한 능력치가 200이상이라니.

그것은 무려 각성을 한 번 이루어낸, 오 성 등급의 아틸라라 할지라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이다.

한데.

후우우웅-.

정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한 차례 휘둘렀다.

쿠르릉-!

가볍게 휘둘렀을 뿐 일진데.

곧장 특수 능력, 우레의 일격 효과가 터져 나와 검을 멈추어 세운 정호는 미소를 내지었다.

‘솔직히 걱정했는데.’

본래라면 이 성 등급의 화신에 올라 있는 정호가 착용할 수조차 없는 무기였으나.

착용은 물론이고, 그 특수 능력까지 발동한다.

그것은 초월 등급의 보너스 효과.

착용 제한 해제의 옵션 덕분이었다.

‘아틸라는 물론이고, 나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제아무리 고 등급의 장비가 있다고 해도.

그 장비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법이다.

그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어진 마당에서, 만족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괴수파괴자도 붙어 있고.’

패시브 형태의 추가 공격인 우레의 일격과 버프형의 군단의 외침은 분명 그 활용도가 높은 특수 능력이었지만.

정호는 그보다는 ‘괴수파괴자’ 효과에 주목하고 있었다.

‘0티어 특수 능력.’

괴수파괴자는 천둥의 드래곤 슬레이어만이 가지는 독특한 능력은 아니었다.

그것은 톨비아 내에서도 유명한 특수 능력 중 하나였으니까.

톨비아 보스 몬스터들은 대부분 높은 방어도와 함께,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크라켄의 역습 던전만 해도, 크라켄을 비롯한 신수들이 포함되지 않는가.

괴수파괴자는 상위 유저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정도로 필요한 특수 능력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드래곤까지 쓰러뜨린 주인에게는 맞지 않은 무기일 수도 있겠어.”

“...”

정호는 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하나,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일부러’ 설명을 생략했다.

‘이 녀석의 오해는 풀지 않는 것이 좋겠어.’

실제로 드래곤을 쓰러뜨린 것은 아니다.

본래는 설명해줄 의미를 찾지 못해,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전혀 다르지 않은가.

“클레이모어라는 점이 걸리네. 자네와 같은 영웅들은 자신의 무기를 바꾸는 것이 꽤 꺼려지지 않나? 그 점은 정말 미안해. 아무리 해도 바스타드소드의 형태로는 만들어낼 수 없었어.”

보통은 반대가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한 정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녀석을 향해 말했다.

“문제없다. 꽤 괜찮은 무구군.”

“그, 그렇나? 다행이로군!”

“다만.”

“다만...?”

정호는 말꼬리를 흐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선 브론테스에게 말했다.

“이전에 썼던 물건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군.”

“...뭐, 뭣이!”

심히 놀란 듯, 브론테스가 하나 밖에 없는 눈을 꿈뻑거리며 이를 갈았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물론 정호는 이 ‘천둥의 드래곤 슬레이어’보다 더 좋은 무기도 사용해본 기억이 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톨비아에서의, ‘게임’에서의 기억일 뿐이었지만.

“흐, 흥 나도 그리 만, 만족스럽지는 못한 물건이었네. 그럴 수 있어! 다만, 나에게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아니, 형제들이라도 있다면!”

녀석의 오해를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재료는 그것뿐이다. 다음에 만나도록하지.”

“저, 절대로 나를 불러야 하네!”

“그건 모를 일이지. 괜찮은 무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구를 만들어 줄 테니까!”

화아아아악-!

소환 해제되어가며, 아득바득 기를 쓰는 모습이 실로 우스꽝스러워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아내느라 꽤나 고생을 했다.

“...”

녀석이 사라지고서, 홀로 남은 방 안.

그곳에서 정호는 검을 소중히 쓰다듬으며, 미소를 내지었다.

‘각성에 장비 착용 가능이라.’

60%라는, 확률이라는 녀석이 붙어있었지만.

어째서 일까.

“각성.”

그 말을 내뱉는 정호의 얼굴에는 일말의 걱정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 * *

과금망겜플레이어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터져 나와 세상이 떠들썩할 때.

마치 그들의 걱정거리를 지워내려는 듯.

아스텔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귓가에 울렸다.

-세 번째 시련이 부여됩니다.

물론 그것으로 사람들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랭킹 1위의 죽음이라는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눈을 돌릴 수는 있었다.

거기에는 랭킹 1위의 죽음은 기정사실화 되어.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 괴물이 죽었을 리가 없다니까요? 누구한테 죽었다고요? 레이나요? 랭킹 3위? 웃기지도 않아. 정말!”

하지만 그 죽음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유니크 직업의 소유자이자 랭킹에도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스텔 유저, 김세오였다.

세오는 정호와의 충격적인 만남 이후, 길드에 들었다.

제아무리 암살자 클래스인 세오라 할지라도.

공격대에 해당하는 크라켄의 역습을 솔로로는 공략이 불가능했기에 길드의 가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히나 한방박살이 이끄는 ‘전사의 길’이라는 길드는 탱커의 비중이 높았기에 암살자인 세오에겐 적격이었다.

“그렇다고 발표가 났잖아. 지금 와서 뭘 더 고민해.”

“시련을 준 이유가 뭐겠어?”

다만 조합과는 별개로 그들과는 정말이지 맞지 않았다.

“또 시작이다. 또.”

“과망플을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적당히 좀 해줬으면 좋겠어.”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거기, 다 들리니까 조용히 해!”

제 딴에는 작은 목소리로 하는 길드원들에게 일갈을 내지른 세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직접 봤으니까 하는 이야기지. 어휴, 답답해!’

만약 정호가 자신에게 한 경고가 아니었다면, 대번에 그 정체에 대해서 떠들어댔을 것이다.

‘레이나의 공격 마법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고작해야 그 따위 마법으로 이정호가 쓰러졌으리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과금망겜플레이어는 분명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충격적인 인물이었으나.

직접 만나, 대화까지 해본 세오가 가진 충격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괴물이라니까.’

분명 시련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인데도, 집까지 찾아내는 것을 넘어서.

아예 던전 안에 있는 자신을 찾아낼 정도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본신의 무력은 세상의 알려진 것보다도 더 강력하지 않은가.

‘주인이라 부르며 따르는 이들도 있고.’

세오가 예상하기에, 아마도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만한 힘을 지닌 이들이 랭킹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유니크 클래스에, 랭커에 든 자신조차도 손쉽게 뒤를 잡는 암살자도 있었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죽어? 웃기는 소리.’

소식이 처음 들려왔을 때만 하더라도, 세오는 그저 질 나쁜 장난인줄만 알았다.

한데 그것이 사실이라며 모습을 드러내면 낼수록.

‘일부러 몸을 숨긴 거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내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그 모습을 감춘다.

“세오. 얼른 준비나 해. 시련도 클리어 했다며? 이번에는 우리 전사의 길도 이번에는 완전 공략을 목표로 한다.”

“...예.”

전사의 길의 길드장, 한방박살 철우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정호가 다시금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지금까지와 다를 것 같았으니까.

* * *

촤아아아아-

바다의 날씨란 실로 변덕적이라, 때때로 비가 내리는 것 정도는 흔한 일에 속했다.

제아무리 뭍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할지라도 그럴 진데.

그들이 향하는 곳은 조금은 먼 항해를 해야만 도달하는 곳이었다.

“굳이 첫 공략을 이런 곳으로 향해야 됩니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세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크라켄의 역습 던전의 포탈은 지난 그림자 지하 성채보다야 적은 수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제대로 된 공략이 되지 않은 던전이다.

당장 뒤에 흘리고 온 포탈만 하더라도 세 개는 되었다.

“우리는 완전 공략을 할 거야. 다른 유저들이 방해하면 곤란해.”

“탁월한 선택입니다. 길드장.”

“괜히 마법 같은 거 날라오면 우리만 피해를 보니까요.”

“아, 네. 그러세요.”

세오는 어차피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 뻔했던 탓에 대충 답했다.

‘그러니까, 근처에 있는 걸 가야지.’

정말이지 맞지 않는 성격이었다.

모든 전사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전사의 길’에 존재하는 길드원들은 하나 같이 불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아군의 마법이나 화살에 피해를 입는 것이 잦은 탱커들 특성상 죽이 잘 맞는 듯 했다.

‘그럼, 좀 더 좋은 선박을 사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어차피 해저 루트로의 공략을 이어나갈 예정이었기에, 비싼 선박이 필요가 없는 마당이었지만.

처어-얼썩.

“으윽...!”

그렇다고 이렇게 작은 선박에 20명이나 타는 짓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장비가 무거운 탱커가 대부분이지 않은가.

‘가라앉는 게 아닌지 몰라.’

그런 세오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러고 있으니, 꼭 바이킹이라도 된 것 같은데?”

“노래라도 불러? 하하하하!”

“그거 좋지.”

오히려 신을 내며, 노래까지 불러댄다.

“우리가 누구?”

“바이킹!”

“우리가 누구우?”

‘차라리 잘 됐네.’

세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히려 멀리 있는 포탈이기에 이 창피한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이런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진다면, 정말이지 하루종일 그림자 은신을 사용하고 다녀야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한데.

처어얼썩-!

거대한 파도에 배가 한 차례 크게 기울면서.

“어어? 다른 유저가 오는 모양인데?”

“이런, 젠장. 일부러 멀리 있는 곳을 택했더니.”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철우의 말.

“이런..젠장.”

세오도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 의미가 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꽤 멀리서 오는 것 같은데...”

멀리서 보이는 배 한 척은 점 꽤나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세오는 그림자 은신으로 몸을 숨겼다.

이런 멍청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다른 유저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혹시 정호 씨도 그래서 숨기는 건가?’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으나, 금방 지워냈다.

다만.

“어어? 어어? 저게 뭐야?”

그 생각이 지금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누구의 배야?”

“유, 유령선이다!”

거대한 선체.

다 찢어진 돛.

소나기를 맞으면서도 휘날리는 음습하기 짝이 없는 해적기까지.

“거, 거봐. 내가 말했잖아!!!”

세오가 빼액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모습은 분명.

랭킹 1위, 과금망겜플레이어가 타고 있었다던 해적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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