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0화 >
# 80화
흔히들 사이클롭스라 부르는.
‘퀴클롭스’ 종족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족을 뜻한다.
그것은 비록, 새롭게 업데이트 된 종류의 화신이기는 했으나.
정호는 그런 퀴클롭스에 해당하는 화신을 이미 톨비아에서 사용해본 기억이 있었다.
‘폴리페무스.’
오 성 등급의 화신, 폴리페무스.
녀석은 포세이돈과 님프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당시 포세이돈을 소유한 정호로써는 도감작을 위해서라도 녀석을 반드시 뽑아야 하는 위치에 있었으니까.
‘...그리 좋은 기억은 없군.’
다만 그 폴리페무스에게 그리 좋은 기억은 없었다.
신과 요정의 아들이라는, 반신의 위치에 있기에 오 성 등급이라는 높은 위치에 도달해 있는 녀석이었으나.
실제로는 사용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화신에 속했다.
‘꽝.’
지금껏 정호가 뽑아 낸 화신은 아틸라 더 훈과 멀린.
둘 모두 굉장히 만족스러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오 성 등급이라 하여, 다 좋은 스킬과 스탯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퀴클롭스인 폴리페무스는 꽝에 해당하는 놈이다.
‘조건부 필사(必死) 스킬, 자체 패널티까지.’
거기에 반신이라는 위치 덕분에 주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는.
참으로 골치가 아파오는 녀석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정호는 새롭게 등장한 녀석의 이름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브론테스☆☆☆☆☆
-힘 : 200 체력 : 100 민첩 : 41 지능 : 20
(+)
거인족인 퀴클롭스의 특징을 그대로 받아, 순수한 힘이 200이 넘어가는 기염을 토해내는 그 존재는 폴리페무스의 스탯과 그리 다를 바가 없기는 했다.
다만.
‘브론테스라면···.’
톨비아에서는 등장한 적이 없는 종류의 화신이기는 했지만.
정호는 그 ‘브론테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있었다.
‘최초의 퀴클롭스.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아들들.’
그 세 형제가 바로 각각 천둥, 번개, 벼락의 의미를 지닌 브론테스, 스테로페스, 아르게스였으니까.
‘전투라면 모를까. 제작 화신으로써는 이만 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아직 소환해보지도 않았지만, 그것을 짐작하기란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게.
‘케라우노스, 퀴네에, 트리아이나.’
떠올리는 세 가지 장비들은 모두 전용 무구들의 이름이다.
그것도 육 성 등급의 화신인 제우스, 하데스, 포세이돈의 전용 무구.
그 무구를 만들어낸 존재들이 바로 최초의 퀴클롭스들이라고 전해지지 않는가.
‘확인은 해봐야 겠지.’
어디까지나 그것은 전승일 뿐.
실질적인 톨비아 시스템에 적용되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는 내용이다.
정호는 곧장 녀석의 ‘+’칸을 열어 그 내용을 확인했다.
+
제작 화신
-분해 : 5성 이하의 장비를 분해합니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수급합니다.
-강화 : 5성 이하의 장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합성 : 5성 이하의 장비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변환 : 모든 장비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제작 : 최고 등급 5성까지 제작이 가능합니다.
‘자, 잠시만.’
정호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내용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다 뭐야?’
5성이라는 제약이 대부분 붙어 있기는 했으나.
이번에 업데이트 된 모든 제작 관련의 옵션이 모두 붙어 있다.
고작 해야 2성 등급의 화신이 ‘분해’ 하나만을 달랑 들고 있던 것과는 천지차이.
아니, 그 뿐만이 아니었다.
-스킬
[용광로의 늪에서] : 분해의 확률이 상승한다.
[망치를 집었다네] : 제작 물품의 등급이 상승한다.
[천둥] : 브론테스가 제작한 장비는 천둥의 힘을 이어받습니다.
세 가지의 스킬 전부가 제작과 관련된 스킬.
필사 스킬마저 제작 관련이라는 사실은 정호의 두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그래, 바스타드 소드.’
녀석을 얻자마자 떠오른 메시지.
바스타드 소드의 숨겨진 능력이 발현했다는 내용을 떠올렸다.
[바스타드 소드(명품)☆☆☆]
-브론테스가 만들어 낸 시험 작 중 하나. 꽤 무겁다.
-착용 제한 : 힘 50이상
-능력치 : 체력 50증가. 힘 20증가.
-특수 능력 :
[멈추지 않는 천둥 - 적을 향해 공격 시, ‘천둥’의 효과로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이 충격파에 맞은 적은 상태 이상 ‘도발’이 부여되며, 그 타격만큼 사용자의 체력을 회복한다]
‘...미쳤군.’
체력을 20 올려주던 능력치가 50으로 변경되었고, 힘이 20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그 따위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멈추지 않는 천둥...’
더 이상 바스타드 소드는 널려 있는 삼 성 등급의 장비 따위가 아니었다.
특수 능력이 하나 밖에 붙어있지 않을 뿐이지, 그 능력 자체는 그 윗 단계를 노리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면, 전용 무구 수준인데.’
바스타드 소드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한다면, 적을 ‘타격’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림자 지하 성채에서 정호는 그 효과를 최대한 보기 위해 검면으로 적들을 최대한 많이 맞추려 노력하지 않았던가.
하나, 이제는 그럴 필요 따위가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일어나는 충격파가 그 일을 대신해줄 터였으니까.
‘이것만 해도 넘칠 정도인데···.’
[화신 도감]
-최초의 퀴클롭스 : 세 형제의 우애는 새로운 길로 인도한다.
-능력치 : 힘 50증가
-조건 :
브론테스☆☆☆☆☆(보유중)
스테로페스☆☆☆☆☆(미보유)
아르게스☆☆☆☆☆(미보유)
-세트 효과 :
2세트 : 두 명의 형제를 소환 중일 때, 전용 무구의 제작이 가능해 진다.
3세트 : 세 명의 형제를 소환 중일 때, 최고 등급 6성의 장비 제작이 가능해진다.
‘전용 무구에, 6성...!’
신화 상으로는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보다도 솜씨가 뛰어났다는 세 형제.
그들이 어째서 제우스의 번개나, 포세이돈의 삼지창처럼 신 등급의 무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런 녀석이 고작 5성 등급이라고.’
이제는 오 성 등급의 제작 화신을 뽑았다는 것보다.
브론테스가 어째서 오 성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유는 알 것 같지만···.’
톨비아에서 신으로 불리는 화신들은 그 유명세와는 관계없이 6성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 특성, ‘불멸(不滅)’의 특성 덕분이다.
제아무리 강력한 피해를 입는다 한들, 6성 등급의 화신들은 역소환 당하지 않는다는 점.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아들임과 동시에 ‘필멸자’인 퀴클롭스족이라는 점은 그들을 6성에 올려두지 못했을 터다.
‘만약, 톨비아 시절에 나왔다면 멀린과 같은 취급이겠어.’
헤파이스토스를 뽑아내지는 못했으나.
6성 등급의 확률을 생각해본다면, 게임이었을 때에도 이 최초의 퀴클롭스 세트가 1티어에 안착했으리라.
‘당장이라도 다른 녀석들도 뽑고 싶지만.’
3세트 효과인 6성 등급의 장비는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원하기는 했다.
아틸라의 전용 무구인, ‘마르스의 검’은 6성 등급의 무구이기도 했으니까.
하나, 정호는 그것을 뒤로 미루었다.
‘2배로는 모자라지.’
픽업 찬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은 모든 제작 화신의 등장 확률이 2배로 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헤파이스토스라는, 단일 픽업에 더 가까웠다.
정호가 원하는 것은 세 형제 중, 나머지 두 명.
‘5만 코인으로는 무리야.’
고작해야 4만 코인으로 오 성 등급을 얻어내는 것조차 운이 아주 좋다 못해 대통인 마당이다.
5만 코인으로 5성 화신을 하나 뽑아내는 것도 아득해질 지경인데.
그 중에서도 ‘최초의 퀴클롭스’ 세트에 포함이 되는 두 형제를 저격을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쓰읍.”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판단일 뿐이다.
“맛만, 정말 조금만. 살짝 혀만 담가 볼까?”
참새가 방앗간을 찾는다면.
한 번으로 끝나는 법이 없다.
* * *
“참았어야지. 이 화상아...!”
정호는 절규했다.
살짝 혀만 담그겠다고 한 다짐 따위는 뽑기를 돌리는 순간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머저리야. 머저리야!!!’
늘 있는 일이다.
조금만 써야지. 아니, 조금만 더 하면 되지 않을까.
줄 듯, 주지 않고.
주면서도 주지 않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뽑기의 마력에 빠져,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그 결과가 참담한 것도 항시 있는 일.
‘2만... 2만 코인이라고.’
이번에는 그 자제력을 조금 많이 잃었다.
5만에 절반에 가까운 코인을 그대로 뽑기에 꼴아 박았으니까.
‘...그래도, 건진 게 있긴 하니까.’
다만, 그 상황 자체가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정호가 정신을 잃고 갑작스럽게 코인을 부어댔던 것은 나타난 새로운 화신 덕분이었으니까.
-뵐란트☆☆☆☆
뵐란트라면.
북유럽, 게르만 전설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
그 유명한 명검, ‘미뭉’을 만들어낸 전설 속의 대장장이가 덜컥 얻어졌던 탓이다.
‘평타...는 쳤네.’
2만 코인으로 4성 등급의 화신이라면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에 불과했으나.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별이 하나만 더 붙었다면.’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에 불과했다.
당장 지금 정신을 차린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할 정도.
‘다 누를 뻔 했네.’
지금이라도 멈춰서 다행이다.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진다.
그도 그럴 게, 정호는 이번 코인은 온전히 뽑기에 소모할 생각 따위는 없었으니까.
‘초월도 맛 봐야지.’
새롭게 업데이트 된 것은 비단 ‘제작 화신’만이 아니었다.
초월이라는, 등급 그 자체를 올려주는 새로운 종류의 힘.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화신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힘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유저를 위한 거지.’
확률만 보아도 그랬다.
-초월 확률 :
1성 : 5% / 필요 코인 1,000코인.
2성 : 3% / 필요 코인 2,000코인.
3성 : 1% / 필요 코인 3,000코인.
일 성 등급의 화신에서부터 숨이 턱 막힌다.
한 번에 1천 코인이나 들어가면서, 5%의 확률밖에 되지 않는다.
‘미쳤군.’
2성으로 올리는 데에 기댓값만 2만 코인.
심지어 그 ‘톨비아’답게, 확정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시스템은 그야말로 악독하다고 해도 무방했다.
올라갈수록 박살이 나는 확률과 기댓값은 차라리 화신을 뽑는 게 더 나을 정도다.
‘3만...은 좀 애매한데.’
기댓값은 분명 2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천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
흔히들 천장이라 불리는, 일정 이상의 과금액이나 횟수에 도달하면 확정적으로 주어지는 한계치.
그것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지옥 같은 일을 선사하는 지는 톨비아를 경험한 정호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조건부터.”
정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초월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 뿐이었다.
“각성.”
온전히 각성을 이루어낸 화신만이 초월이라는, 다음 단계로 향할 수 있었으니까.
“대상, ...이정호.”
스스로의 이름을 부른다.
‘이것 참...’
마치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어색하기 짝이 없다.
-각성을 진행하시겠습니까?
-대상 : 이정호
-소요 시간 : 2시간
“그래.”
-각성 재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일 성 등급의 화신은 따로 각성 재료가 필요가 없을 텐데.’
정호는 고민을 거듭했다.
‘호루스의 그림자’를 사용한다면 100프로의 확률로 각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많았던 각성 재료는 이미 숱한 3성 등급의 화신들에 의해 사용이 된 이후다.
‘아까워.’
더 이상 수급도 하지 못하는 ‘호루스의 그림자’이지 않은가.
그것은 이제 3개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마당.
‘2성에서부터 사용한다면...’
초월을 계속해서 이루어낸다면, 정호에게 기회란 몇 번 남지도 않았다.
고작해야 1성에서 사용할 물건은 아니었다.
“사용하지 않는다.”
-각성 재료 : 無
-각성 확률 : 30%
화아아아아악-.
뒤바뀌는 시야.
“케에에에엑-.”
“캬아아악-.”
다만, 그런 정호를 맞이하는 풍경과 음성은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쓸 걸 그랬나?’
언제나 그렇듯.
후회란 한 발자국 정도 늦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