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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79화 (80/144)

< # 79화 >

# 79화

솔직히 말하자면.

겨우 픽업 찬스에 5,000코인이라는 많은 양의 코인을 투자할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쓸 만한 픽업이 나와야.’

차라리 처음 몇 번에 뜬, 탐이 나는 픽업 찬스였다면 만족하고 뽑기에 돌입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리 쉽게 만족할 리가 없다.

처음에 괜찮게 떴으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 나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져,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는 법이다.

“...하하, 나쁘진 않네.”

자신이 뽑아놓은 픽업 찬스의 결과물을 바라보는 정호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무려 5천 코인이나 사용할 만한 녀석은 아니었으나.

[픽업 찬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찾아옵니다!]

[단일 픽업! 헤파이스토스☆☆☆☆☆☆ 확률 10배 증가!]

[제작 화신 확률 2배 증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만은 정말이지, 나쁘지 않은 축에 속했다.

단일 픽업 찬스와 더불어, 모든 제작 화신의 등장 확률 증가.

그것은 정호가 바라던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헤파이스토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은 대부분, 6성 등급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으나.

대장장이의 신이라 불리는, 헤파이스토스는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추가된 녀석임에 틀림이 없다.

‘하필이면 왜 6성 등급이야?’

다만, 그것이 하필이면 신들만이 받는다는 6성 등급의 화신이라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장비 제작은 중요하긴 한데... 6성 등급은 조금 엇나가긴 했어.’

장비는 분명 톨비아에서 중요한 녀석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장비를 착용할 화신이 뒷받침이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자칫 잘못하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처럼 어이가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녀석이 나오면 곤란하겠는 걸.’

차라리 제작의 화신은 3성이나 4성 정도로 만들어 둔 채.

다른 화신을 저격하는 일이···.

짝.

거기까지 생각하던 정호는 자신의 뺨을 때렸다.

“병신.”

스스로를 폄하한다.

‘주면 절하고 먹어야지 무슨 소리야.’

뽑기를 할 때면.

늘 이런 쓸데없는 걱정이 튀어나오고는 한다.

‘애초에... 나올 확률이 없다는 걸 알잖아.’

정호는 6성 화신의 ‘픽업 찬스’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애초에 5성 등급의 화신, 멀린조차도 단일 픽업 찬스로 뽑아내지 못한 마당이다.

한데 제작 화신이라고는 하나, 헤파이스토스를 얻는 것을 가정하다니.

아직 얻지도 못할 물건을 가지고 하는.

정말이지 생산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망상에 불과했다.

“푸후...”

정호는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화신 뽑기.”

다만 그 단어를 외치는 정호의 얼굴에는 침착함 따위는 없었다.

떠오르는 것은 묘한 기대감이다.

* * *

새롭게 업데이트 된 제작 화신.

그것을 직면하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정호는 이러한 제작 화신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녀석들을 알아보는 것에는 낮은 등급 하나면 충분했다.

-노련한 대장장이☆☆

-힘 : 14 체력 : 30 민첩 : 4 지능 : 1

(+)

“주인님, 무엇을 제작하면 되겠습니까?”

중년의 사내는 정말이지 평생을 대장 일에 투자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이였다.

다만 그 (+) 칸을 열어 본 정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

제작 화신

- 분해 : 2성 이하의 장비를 분해합니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수급합니다.

(분해 확률 : 1성 20%, 2성 10%)

‘할 수 있는 게 없군.’

녀석의 말과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분해, 그것도 2성 등급 이하의 장비를 해체하는 작업에 불과한 일만을 할 수 있을 뿐.

‘확률도 낮고.’

정호의 생각보다 제작 화신의 등급 허들이 높아지는 일이나 다름없다.

“쯧...”

노련한 대장장이를 돌려보낸 정호는 곧장 혀를 찼다.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톨비아의 업데이트가 생각보다 괜찮았지 않은가.

애초에 장비란, 뽑기를 제외한다면 일반 유저가 수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을 ‘제작’이란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코인의 대부분을 절약할 수 있는 일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간단하게 해줄 리가 없지.’

하지만 상대는 톨비아다.

유저들의 등골을 빨아먹던 녀석이, 유저가 빠져나갔음에도 절대로 해주지 않았던 업데이트.

그것을 현실이 된 지금 해주었다 한들, 그것이 제대로 된 것일 리가 없다.

“...4성은 되어야 한다는 거지.”

제작 화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으나.

톨비아의 시스템에 대해서만큼은 빠삭하게 알고 있는 정호다.

겨우 2성 등급의 노련한 대장장이를 하나만 보아도 예측하기 쉬웠다.

녀석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성 등급.

거기에 제대로 된 ‘제작’은 4성 등급부터 가능하다는 것을.

“꽤 어렵겠네.”

다만, 그렇게 말을 꺼내는 정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제작 화신의 등장 확률이 2배가 되어진 마당.

거기에 막대한 양의 코인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가.

4성은 문제가 없었다.

‘헤파이스토스가 뜨면 더 좋고.’

그런 기대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뽑기란, 기대라는 녀석을 배신하는 법이지 않은가.

슈웅- 슈웅- 빰빠람.

슈웅- 슈웅- 슈웅- 빰빠람.

빰빠람.

그 횟수가 많으니, 당연하게도 빵파레는 몇 번이고 울려댄다.

하지만 묘한 일이다.

-장유☆☆☆

-장익☆☆☆

-뇌동☆☆☆

빵파레가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화신들의 이름이 이상했다.

정호의 속도 터졌다.

‘...내가 잘못 봤나?’

정호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몇 번이고 픽업 찬스를 확인했다.

‘아닌데... 맞는데.’

분명 제작 화신 픽업 찬스가 2배일 진데.

등장하는 것들은 모두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지 않은가.

‘그래, 뭐... 지금까지 삼국지 관련 화신이 나오지 않은 게 이상하지.’

정호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애썼다.

톨비아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었던 탓이다.

삼국지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큼.

많은 수의 화신이 그 뽑기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어찌 보면, 서서를 제외한 나머지 삼국지의 인물을 지금껏 뽑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정호의 자위에도 불구하고.

빰빠람-!

-맹광☆☆☆

‘그만... 그만 둬.’

당장 삼 성 등급의 화신은 포화상태였다.

이미 각성까지 이루어 놓은 화신도 많았고.

당장 공략해야 할 던전인 ‘크라켄의 역습’에서는 삼국지의 무장은 필요가 없었다.

‘벌, 벌써 2만...!’

정말이지 순식간에 사라지는 코인.

지난날들의 운을 청산이라도 하듯이, 코인을 쪽쪽 빨아먹는 빵파레의 향연은 정호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다만, 그 피날레는 따로 있었다.

-조인☆☆☆☆

기어코 사 성 등급의 화신이 나타나고야 말았다.

‘미치겠네. 진짜.’

물론, 사 성 등급의 화신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인 자효라면, 위나라 조조의 최측근.

‘하늘이 내린 장수’라 불리며, 위나라의 강력한 무력을 지닌 장수이지 않은가.

‘연의...라서 문제지.’

다만, 그런 조인이 4성 등급에 판정이 내려진 것은 어디까지나 톨비아가 정사가 아닌.

널리 알려진 연의를 바탕으로 짜여 진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저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화신 도감]

-번성의 악연 : 서서에게 패배한 조인은 언제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능력치 : 체력 10 증가.

- 조건 :

서서 원직☆☆☆☆(보유중)

조인 자효☆☆☆☆(보유중)

역사 속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가상의 전쟁이 도감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톨비아 내에서도 조인은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화신에 속하기도 했다.

“쯧...”

삼 성 등급이 넷, 사 성 등급이 하나.

분명 2만으로 얻어낸 화신의 수는 기댓값을 아득히 상회한 결과물이었다.

한데 그것들이 모조리 삼국지의 장수라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은 이것을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제작 화신으로 뜬 게 고작... 노련한 대장장이 하나라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에 정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조금 전의 혹시나 헤파이스토스가 뜨면 곤란하다는 망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업데이트를 잘못 한 거 아니야?”

정호는 괜히 천장을 한 번, 바라보았다.

게임의 업데이트란, 피치 못할 버그가 뒤따르는 법이지 않은가.

지금의 상황은 버그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제작 화신이 아니라, 삼국지 화신 확률 증가가 뜬 것 아니냐고.”

그렇게 설명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

다만, 정호가 원하는 ‘톨비아’로부터의 대답 따위는 없었다.

뽑기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운이 없어 나타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 상에 문제가 있는지.

그것은 정말이지 많은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알아낼 수 없다는 점.

이 점을 이용해서 확률로 장난질을 하던 게임들도 있지 않았는가.

‘...게임일 때는 논란이 없긴 했지.’

그 대신이라고 할까.

톨비아는 막대한 과금 형태로 세상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니, 설사 현실이 된 지금.

녀석이 확률로 장난을 친다 한들 정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스윽-.

정호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기묘한 흐름을 바꾸어야 했으니까.

‘흐름 자체는 나쁘지 않아.’

사용한 코인에 비해서는 오히려 이득인 상황.

문제라면 저격하려는 화신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호는 이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절망의 늪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로부터 빠져나가야 할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아주 없는 건 아닌데...’

하지만 그 방법은 극히 꺼려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것은 정호, 스스로가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탓도 있었으나.

‘오래 걸리는데...’

그보다는 한 시 바삐 움직여야 할 지금.

뽑기에 할애할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곧 던전 공략을 통해 얻어낼 코인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과 일맥상통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힘들 게 모은 코인을 허투루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호는 떼어지지 않는 입을 가까스로 열었다.

“1회... 화신 뽑기.”

[1회 화신 뽑기 : 100코인]

[잔여 코인 : 72,300코인]

1회 뽑기.

흔히들 단일 뽑기라고도 부르는, 제물 뽑기였다.

* * *

흔히들 뽑기 게임에 있는 미신, 제물 뽑기.

제물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유저 스스로 몸을 내던져, 한 번 죽는 것으로 제물을 바치는 경우도 있고.

강화를 하기 전이라면 필요 없는 장비를 파괴시킴으로써 제물로 사용한다.

그것이 뽑기라면, 단일 뽑기를 이용하여 제물을 바친다.

정호는 이 ‘제물 뽑기’의 명목으로 단일 뽑기를 하는 것을 극히 꺼려하기는 했다.

‘100코인 손해보는 거잖아.’

11회 연속 뽑기의 가격은 1,000코인.

1회 뽑기의 가격은 100코인.

무려 한 번의 뽑기 기회를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 일을 스스로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슈웅-.

“1회 뽑기.”

슈웅-.

“1회 뽑기.”

슈웅-.

본래라면 몇 번 정도면 충분할 제물.

하지만 정호는 한참이나 단일 뽑기를 진행했다.

이미 제물을 바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확실히 해야할 것이 아닌가.

빰빠람-!

-노수☆☆☆

“1회 뽑기.”

하나, 그 내용을 확인한 정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뽑기를 진행했다.

‘횟수는 32번.’

32번 만에 삼 성 등급의 화신.

좋은 흐름은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아직 삼국지의 인물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것은 정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슈웅- 슈웅- 슈웅- 빰빠람.

-에릭 블러드엑스☆☆☆

‘41회.’

기어코 그 결과가 변화하자, 정호의 입술에 미소가 내지어졌다.

에릭 블러드엑스는 삼국지와는 거리가 먼, 바이킹의 왕이지 않은가.

뒤이어 진행되는 단일 뽑기.

그곳에서.

빰빠람-!

-구야자☆☆☆

‘떴다.’

드디어 제물 뽑기에서, 제작 화신 하나가 튀어나왔다.

쇠도 자른다고 알려진, 명검 거궐을 만들어낸 중국 춘추 전국 시대의 명인, 구야자.

“11회 연속 뽑기.”

곧장 연속 뽑기로 진행하는 정호.

그것은 3성 등급의 제작 화신, 구야자로 만족을 한다거나.

정호의 인내심이 끝이 났기 때문은 아니었다.

‘무려 제물로만 10,300 코인.’

제물 뽑기가 마무리되었던 탓이다.

사뭇 이게 제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코인의 양이었으나···.

그 따위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이 흐름을 고작해야 1만 코인으로 바꾸어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으니까.

슈우웅- 슈웅- 슈웅-.

‘2번...3번...4번.’

생각보다 터져 주지 않는 빵파레.

하나, 정호는 가슴 속에 타들어가는 불씨를 연거푸 불어댔다.

‘어차피 한 번. 한 번이면 돼.’

그런 정호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제물이 충분했던 탓일까.

빰빠람-!

분명 같은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정호의 귓가를 거세게 때리는 굉음과도 같은 빵파레가 울려댔다.

‘4성...4성 정도만 해도...!’

헤파이스토스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제작을 이용할 수 있는 4성 등급의 제작 화신이면 충분했다.

“어...?”

그런데, 그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가 하나.

-바스타드 소드(명품)☆☆☆이 제작자를 찾습니다.

-숨겨진 능력이 발현합니다.

난데없이 자신이 사용하는 대검에서 메시지가 울리지 않는가.

곧장 바스타드 소드의 상태를 확인한 정호는 눈을 크게 떴다.

[바스타드 소드(명품)☆☆☆]

-브론테스가 만들어 낸 시험 작 중 하나. 꽤 무겁다.

고작해야 홉고블린이 쥐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

그것에 이름 난 거인족 대장장이라는 항목이 빠지고 전혀 다른 이름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브, 브론테스?”

그 이름을 확인한 정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도 그럴 게.

-브론테스☆☆☆☆☆

“오, 오 성.”

브론테스는 신화 속에나 나오는 녀석의 이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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