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77화 (78/144)

< # 77화 >

# 77화

레이나, 김세정의 공격대는 국내를 비롯해 세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과금망겜플레이어라는, 랭킹 1위의 존재가 한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으며 침공 방어전에서나 모습을 드러냈을 뿐,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제아무리 주목을 한다한들, 그 얼굴조차 모르는 이를 따라다닐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전 세계에서도 랭킹 3위에 해당하고, 재벌 3세라는 위치.

반면, 활발한 대외적 활동을 이어나가는 레이나에게 주목이 이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나, 공략 실패?]

[공략 잠정 보류, 그 원인은?]

[길드, ‘대마법사’의 관계자의 폭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

그런 레이나가 ‘크라켄의 역습’ 던전에서 공략을 포기하고서 복귀했다는 것은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희생자까지 생길 정도면, 진짜 만만치 않은 모양인데.

-해상 루트로 갈 때부터 알아 봤다.

-너무 만만히 본 것 아님? 톨비아 해 본 유저들이 그렇게 말렸는데.

최상위 랭커인 레이나가 공략 포기 선언을 한 것은 많은 이들의 가십거리에 오르기 충분했다.

걔 중에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그보다는 탓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것은 같은 시작점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다른 위치에 있는 랭커들을 향한 질투심도 포함되었으나.

-날 떨어뜨릴 때부터 알아 봤다니까?

-신생 길드가 무슨 대기업 면접 보듯이 뽑더라고.

-마법사 클래스가 아니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어이가 없어서.

-떨어져서 다행이네. 이번에 희생된 사람도 탱커 클래스나 근접 딜러일 듯.

그보다는 길드, ‘대마법사’의 채용 과정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푸념에 가까운 일들이었다.

-꽤 높은 위치의 유저가 사망했나 본데?

-이 정도까지 화제인데, 입장 표명도 안 하는 게 정말 그런 모양인데?

사람들은 레이나의 대답을 원했다.

던전 공략에 희생은 나올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그것이 공략 포기 선언을 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지금도 던전에 의해 사망자가 나오는 소식 정도는 쉬이 접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꽤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켰던 레이나였으나, 그 모습을 공식선상에서 드러냈다.

그 희생자의 이름이 공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희생자는 랭킹 1위?]

-어?

-과망플?

레이나의 입에서 꺼내어진 호칭은 실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과금망겜플레이어.

베일에 쌓여 진 랭킹 1위이자, 지금까지 그 어떤 랭커조차도 그 발끝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던 인물.

그런 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레이나가 전하고 있었다.

[희생자는 같은 루트를 공략 중이던 과금망겜플레이어?]

[오발에 의한, 사망이라고 전해]

[레이나, 자신의 탓이라고 입장 표명.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내렸다.

물론, 기자 회견에는 과금망겜플레이어의 선박이 레이나의 마법에 침몰했다는 소식을 내놓기는 했으나.

시체를 확인하지 않은 이상, 확신은 할 수 없는 법이다.

레이나 또한, 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으나.

“정말 사망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것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일 따위는 없다.

언제나 한국의 기사란 매운 맛을 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는 법이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그 기사를 믿지 않았다.

-ㅋㅋㅋㅋ. 어떻게 죽었다고?

┖마법에 침몰 되었단다.

-올해 들은 개그 중에서는 최고네. ㅋㅋㅋㅋ

과금망겜플레이어는 분명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지 않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림자 지하 성채의 침공에 있어서는, 단 한 번의 일격으로 하나의 방어전을 끝을 낸 이력이 있는 이가 아닌가.

그런 이가 고작해야, 레이나.

그것도 랭킹 3위라 할지라도 그 차이가 극명한 이의 마법에 사망했다는 것은 쉬이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웃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상급 마법에 의한 오발이라고.

하나, 불안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상급 마법이 얼마짜린데, 배 하나 침몰시키는 건 일도 아니긴 하지.

-도대체 랭커들 레벨이 몇인 거야? 상급 마법사면, 아스텔에서도 랭킹 10만에는 들 수 있었는데.

아스텔의 상급 마법.

그것은 쉬이 여길 만한 문제가 아니었던 탓이다.

게임인 시절에도 상급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의 존재는 길드전과 레이드에서 그 힘을 톡톡히 보여준 이력이 있다.

특히나, 그 압도적인 파괴력은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라 할지라도 영상 매체로 잘 알려져 있다.

-아니겠지.

-상급 마법도 그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뭔 걱정을 가지고 그래.

사람들은 불안을 감추려는 듯,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그도 그럴 게.

랭킹 1위인 과망플의 존재는 그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하나의 랭커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존재다.

종말이 가다온다며, 찾아오는 침공들.

그 무겁기 짝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유저들이 게임을 하듯, 가볍게 그 침공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정신적 버팀목이 있었던 탓이었으니까.

[첫 번째 ‘크라켄의 역습’ 던전 클리어]

그런 사람들의 바램이 이루어진 것일까.

갑작스럽게 하나의 포탈이 클리어 되었다.

알려진 포탈 위치도 바로 레이나가 던전 공략을 보류했던 장소.

-과망플이다.

-거 봐. 문제가 없다니까?

-괜히 불안하게 만들고 말이야. 상급 마법이라도 과망플은 못 죽인다니까?

-ㅋㅋㅋㅋㅋ

조금 전의 불안은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분위기는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와 거의 동시에 알려지는 소식은 그들의 안도감을 박살내기에 충분했다.

[랭킹 페이지에서 사라진, 과금망겜플레이어]

[사망 확정 선언인가?]

랭커들의 순위를 알려주는, 아스텔의 홈페이지.

그곳에서.

[크라켄의 역습]

1. ??????? - 1

과금망겜플레이어의 이름이 지워져 있었으니까.

[새로운 랭커의 출현인가? 아니라면, 마지막 불꽃인가?]

-누가봐도 과망플이잖아...

레이나가 빠져 있는, 포탈 내의 던전.

그것을 클리어할 것은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 * *

과금망겜플레이어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고작해야 랭커 한 명.

전 세계 존재하는 유저들 중 하나에 불과한 그 유저가 사망했다는 소식일 뿐일진데.

[karien을 포함한, 길드 ‘가디언’ 일동 조의를 표해 ···.]

[길드원 파병? 랭커들의 잇따른 한국 방문]

전 세계의 이름 난 랭커들은 조의를 보내며, 아예 거대 길드에서는 한국의 던전으로 파병을 보내기도 했다.

[일본, 동해의 포탈에 국가 차원의 랭커 파견.]

거기에는 사뭇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지원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지원들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침공 방어에 이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 새끼들이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정호의 입장에서는 허파가 뒤집어질 정도로 분노가 느껴지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내 코인들을 왜 지들이 가져간다는 거야?’

정호는 자신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실로 어이가 없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자신을 두고서, 도대체 누구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거기에 아스텔도 내 이름을 일부러 지운 모양이고.’

녀석은 정호가 ‘과금망겜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호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왜 지금 시점이지?’

정호는 이와 같은 일이 우연의 일치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자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마치 짜 맞춘 듯이 아스텔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랭킹 페이지만 사라졌다.

공헌도 보상이 사라진 것과 완전히 동일한 시점.

‘공헌도 보상은 모두에게 떠오르니까.’

심지어 ‘포탈 밖’으로 향한 이들에게도 클리어한다면 떠오른다는 사실은 이미 그림자 지하 성채에서 알게 되지 않았던가.

단순히 아스텔이 자신을 적대시하기에 보상을 주지 않았다는 것보다는.

그것에 자신의 ‘과망플’이라는 닉네임이 떠오르기에 일부러 삭제했다는 쪽이 더 신빙성이 높았다.

‘덕분에 이 상황이고...’

정호는 눈을 흘겼다.

아직 자신들의 포탈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갑작스레 파견이니, 파병이니 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맞지 않는다.

순수한 의도라고 하기에는 인위적이다.

아스텔이 직접 퀘스트와 같은 형태를 내주었다는 것이 타당해보였다.

‘성장을 막으려 한다.’

지난 날의 아스텔은 자신을 적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아스텔의 유저들에게 주어진 시련과 랭킹 페이지만 보아도 그렇다.

어디까지나, 전혀 다른 시스템을 부여받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아스텔은 정호를 ‘유저’로써 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아니라는 거지.’

성장을 막으려 드는 것으로 모자라, 사회적 말살까지.

자신을 천사, 신이라고 표명하는 것과는 달리 꽤나 쪼잔하기 짝이 없는 수나 다름없다.

‘왜지? 피해를 준 것은 없을 터인데?’

오히려 반대다.

정호는 아스텔의 입장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존재였다.

톨비아는 어디까지나, 수집형 RPG.

아스텔은 분명 종말에 대비한 시스템이기는 했으나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했다.

MMORPG 특성상, 레벨이 낮은 구간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것에 정호라는 존재의 의미.

그들에게 성장 욕구와 함께, 여차하면 초반 침공에서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잠깐.’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렇군.’

정호는 깨달았다.

‘필요가 없어졌다. 아니,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건가?’

아스텔 유저들은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어낸 마당이다.

이 상황 속에서 정호라는 존재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들이 포탈을 공략하며 얻어야 할 경험치.

그것을 레벨 업조차 하지 못하는 정호가 독식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해는 했어.’

아스텔이 자신을 적대시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스스로라도 녀석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터였으니까.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과 동의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녀석에게 있어서는 그저 기묘한 유저 하나 일 뿐이지만.

정호는 스스로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었으니까.

“이봐.”

정호는 괜히 시선을 천장으로 두고서, 입을 열었다.

“조금 불공평하지 않아?”

정호는 아스텔 이외에도, 다른 녀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림자 지하 성채를 끝낸 직후.

직접 자신을 향해 축복을 내린, 톨비아의 존재다.

“아스텔 놈은 팍팍 밀어주는데, 나는 이게 뭐야?”

정호는 양팔을 활짝 펼쳐, 방 안에 가득 찬 코인을 가리켰다.

도합 97,300코인.

어마어마하기 짝이 없는 코인의 양이었으나, 이것이 다 부질없다는 것 정도는 정호도 잘 알고 있었다.

코인이란, 그 결과물을 얻어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물건이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뒤처지고 말 거라고. 알아? 네가 싫어하는 아스텔이 치고 나갈 거라고.”

톨비아는 아스텔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화신들의 스킬은 아스텔의 유저들을 ‘적’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퀘스트라는 명목으로 묶여 있다고는 하나, 침공의 대상 중 하나인 ‘저인족’은 아군으로 인지하여 ‘아발론의 성역’이 먹혀들지 않았던가.

“제대로 된 것 안 던져주면, 정말로 다 포기할 거야.”

물론 그럴 생각 따위는 없다.

사실 톨비아가 이 말을 들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뽑기를 하기 전의 중얼거림.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남탓으로 돌리기 위한 자기 위안에 불과한 말이다.

그렇기에 상상도 못했다.

-말이 많은 녀석이군.

그 의미 없는 중얼거림에 대답이 돌아올 줄은 말이다.

-Ver 13.00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Ver 13.00은 게임이 서비스 종료 하기 전.

본래라면 그 주에 이루어질 업데이트였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