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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56화 (57/144)

< # 56화 >

# 56화

그림자 지하 성채의 침공.

수없이 많은 포탈에서 튀어나오는 언데드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종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다만.

그런 악몽 속에서 빛나는 것은 지금껏 숨을 죽이며 힘을 키우던 이들, 랭커들이었다.

[종말이 다가왔다.]

[랭커들 총집합. 군대와의 연계는?]

[각지에 흩어진 랭커들의 활약.]

랭커.

그저 아스텔의 홈페이지, 랭킹 페이지에서나 그 이름을 내비추던 이들이었으나.

세상을 침공한 언데드들을 쓰러뜨리는 그들의 활약은 대서특필되어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날렸다.

[랭킹 3위 레이나는 삼정전자의 김세정?]

[백마법사의 범위 마법은 언데드들조차 두려움을 떨었다]

-와, 레이나 마법 봤음? 중급 마법을 몇 개를 배운거야?

┖하나에 삼 천 코인은 넘는데, 저게 다 얼마야.

┖나도 돈만 많았으면 백마법사하는 건데.

-‘가디언’ 영상은 봤음? 미국의 karien, 이 사람은 몇 백 마리한테 맞는데 아픈 척도 안 하던데.

┖아이템이 장난이 아니더만. 얼어붙은 기사의 왕 세트를 벌써 구했더라고.

특히나 시련에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최상위 랭커인 레이나와 karien의 눈부신 활약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런 최상위권의 존재만이 이름을 날리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지금껏 숨어 있었다는 듯.

속속들이 나타나는 이들은 하나 같이 평범한 힘을 가진 이들은 아니었다.

[인도에서 등장한 히든 클래스, 네크로맨서. 일인군단의 힘!]

[일본의 랭커, 사무라이 등장]

세계 각지에서 등장하는 히든 클래스들.

그들은 하나 같이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이라도 하겠다는 듯, 나타나 자신의 힘을 내보이고 있었다.

다만 그런 이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목을 한곳에 모으는 이가 있었다.

[의문의 늑대 검사]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화질로 올라오는 영상이 하나.

늑대 가죽을 뒤집어쓰고서, 적을 썰어 대는 한 랭커의 모습.

-이거 그 놈이네.

-그거 맞네.

그 정체가 누구인지는 뻔했다.

마치 두부라도 썰 듯이 언데드들을 처리하는 모습.

유명한 상위 랭커들조차도 저토록 손쉽게 적을 쓰러뜨리지 못한다.

분명 랭킹 1위의 과금망겜플레이어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영상은 처음에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과망플이잖아. 의외로 화려한 맛은 없네.

┖그러게.

┖조금은 화끈하게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레벨은 높아 보이네.

다소 밋밋한 반응.

히든 클래스들의 마법과 스킬과는 달리.

여유가 넘치는 그 모습은 분명 랭킹 1위라고 불릴만은 했으나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전투방식이었다.

다만 그것은 고작해야 영상의 초반 부분을 본 이들의 반응에 불과했다.

-미친. 무슨?

-끝까지 좀 보셈. 괴물이구만.

┖아니 진짜 뭐임?

┖저거 사람이 맞긴 함?

영상 속 늑대 사내가 수천의 언데드들을 향해 검을 내뻗는 순간.

돌풍으로 인해 영상이 잠시 끊긴 직후, 나타나는 하나의 장면.

-다 어디 갔음?

-주작이지? 무슨 상급 마법도 아니고, 저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우두커니 서 있는 이라고는 과금망겜플레이어 혼자 뿐.

검을 내뻗은 방향에는 그 어떤 적들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충격적인 장면에 사람들은 쉽게 믿지 못했다.

-딱 봐도 주작 영상이잖아.

-화질 구린 거 봐라.

당연하게도 영상에 편집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의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이다.

[괴생명체와의 사투]

이번에는 깨끗한 화질로 떠오르는 하나의 영상.

역시나 초반부는 레이나의 활약 영상이 가득했으나, 그 뒤가 문제였다.

거대한 괴생명체.

마치 드래곤을 연상케 하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의 출현은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아니, 저기 서울 코 앞 고속도로 아님?

┖아 큰일 났네. 아직 집 빚도 못 갚았는데.

-그성이 침공하는 거 아니었음?

이미 피난을 마쳤던 이들은 하나 같이 그 영상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하지만 그 직후의 놀라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

-저 사람이 왜 저기서 튀어 나옴?

늑대 가죽을 뒤집고 쓰고 있는 이.

과금망겜플레이어가 그런 괴물의 몸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키아아아아아-!

이리저리 굉음과도 같은 울음을 내며, 하늘을 배회하는 괴물의 등 위에서 검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이윽고.

콰아아아아아-!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뜨거운 열기의 불꽃.

그것으로 모든 언데드들을 학살하는 장면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

-...

사람들은 그에 말을 잃었다.

이번에는 지난 영상처럼 편집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깨끗한 화질.

거기에 적들을 몰살하는 그 장면까지 모조리 담겨 있었으니까.

-진지하게 말하는데, 종말이란 게 저 과금망겜플레이어란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의 우려스러운 걱정이 뒤따랐으나···.

그와는 관계없이.

세상은 점차 종말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 * *

“아, 아...! 내 걸작이!”

“이 돌팔이 말코 의사 놈! 저게 무슨 걸작이야! 쓸모없는 녀석!”

“네 까짓 언데드보다는 훨씬 위대한 일이다. 이걸 모르다니, 그러니 언제까지고 이런 꼴을 당하는 거다!”

“뭐라고?”

노인 둘의 아옹다옹 다투는 소리는 사뭇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나.

정호는 그조차도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이라도 듣는 듯,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본래 알디니에게서 기대했던 통짜 드래곤 정도의 존재가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흐를 만도 했었으나.

그것을 감안하고도 이 거대한 사체의 존재는 정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종합선물세트로군.’

각 부위마다 상위 몬스터들의 사체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아틸라를 보유하고 있는 지금으로써도 그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들.

아니, 그 존재들을 만날 수도 없는 마당이다.

구할 길이 아예 없는 것들을 한 번에 얻어내었다.

-만티코어의 심장

-그린 드래곤의 비늘

-야마타노오로치의 머리

-육각수의 뼛조각

-안티 스토커의 날개

하나, 하나가 귀중하기 짝이 없는 재료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만티코어의 심장은 사 성 이하의 화신 각성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만티코어의 심장]

-4성 이하의 화신 각성 재료.

-확률 : 100%

톨비아에서는 보기 드문 ‘100프로’라는, 확정적인 스펙 업이 가능한 고급 재료이지 않은가.

정호는 슬쩍 데미코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블라디미르 데미코프☆☆☆

-힘 : 14 체력 : 12 민첩 : 10 지능 : 65

그야말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능력치가 떠오른다.

[키메라 연성]

-사체들을 이어붙인 키메라를 생성한다.

-성공 확률은 지능 스탯에 따른다. (현재 성공률 10%)

‘도대체 이런 녀석들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디니도 그렇고, 데미코프도 그렇고.

저런 스탯으로 어떻게 이토록 상위의 몬스터들을 끌어 모았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주인님, 죽여야 하나요?”

그런 생각이 떠오를 즈음.

어느새 코르데가 모습을 드러내고는 알디니의 목에 나이프를 들이대며 물어왔다.

‘죽여야 하나?’

정호는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분명 이번 소득은 알디니를 놓아줌으로써 생겨난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데미코프’라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인한 일이었다.

알디니로써는 더 이상 사체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자, 잠깐 기다려봐.”

그런 정호의 생각을 알디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멈추어 세웠다.

“이봐. 이번에는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야. 이 녀석이 독단적으로 행동했을 뿐이지.”

“뭐? 뭐라?”

알디니가 시치미를 떼며, 데미코프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디아볼로스가 쓰러진 직후, 자신을 죽이라며 종용하던 그 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녀석이 찾아가라고 했다! 디아볼로스보다 나의 걸작이 더 위대하다면, 가서 쓰러뜨려보라고!”

“뭐라? 이 말코 의사 놈이?”

그것은 데미코프 또한 다를 바가 없어, 태도를 바꾸고는 알디니를 죽이라고 손가락질 해댔다.

단순히 라이벌의 눈앞에서 죽을 수 없다는 의지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매혹 효과군.’

꽤나 비이성적인 상태에 빠진 둘.

그것이 코르데의 스킬, ‘암살 천사’의 매혹 효과가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기란 쉬운 일이었다.

“복수는 할 수 있고?”

“무, 물론 가능하지!”

“내 걸작을 망치게 두고서 가만히 두고 있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너희들의 걸작은 모두 박살난 마당이 아닌가? 특히 알디니 너는...빈손으로 찾아왔고 말이야.”

알디니는 침통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데미코프를 향해 말했다.

“그, 그건! 이 녀석이...! 이 말코 의사 놈이 괜한 자존심만 세우지 않았어도 그런 일은 없었다.”

“아니? 내가 왜 엉터리 과학자인 너에게 내 연구실을 개방해야 된다는 거지?”

“어차피 죽은 것들 아닌가! 키메라 밖에 못 만드는 녀석이 시체를 가져다가 뭘 하겠다는 거야!”

정호는 녀석들이 술술 불어대는 이야기에 미소를 내지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정호는 두 손을 포개며, 말을 이었다.

“너희 둘이 손을 잡고서, 나를 쓰러뜨리는 거야.”

“으응? 이 엉터리 과학자랑?”

“응? 이 괴짜 말코 의사랑?”

꽤나 위험부담이 늘어나는 일이나 다름없었으나.

정호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때에도 패배한다면.”

그도 그럴 게.

“그 걸작과 함께 내 수하가 되는 조건으로 살려주지.”

이번에는 재료 뿐 아니라, 그 내용물까지 통째로 가져갈 생각이었으니까.

* * *

그림자 지하 성채의 침공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방어되고 있었다.

거대한 괴생명체의 출현으로 위기에 빠지는가 싶었으나.

녀석이 뿜어낸 브레스로 인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지원! 지원이다!”

“살았다! 살았다고!”

제 5 방어 지역의 인원들은 곧장 지원으로 나섰다.

본래부터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던 방어다.

그런 마당에 지원까지 이루어지자, 상황이 빠르게 진압되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림자 지하 성채는 패색이 짙어지고, 유저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지구의 여러분들에게 알려 드립니다

그런 와중에 들려오는 하나의 목소리.

“아스텔?”

사람들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 목소리에 기대감을 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알려올 만 한 말이라고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축하합니다. 그림자 지하 성채가 퇴각합니다.

-그림자 지하 성채의 침공이 멈춥니다.

-앞으로의 침공 속에서도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알려오는 말은 그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하던 이야기였다.

““와,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앞으로도 침공이 온다는 사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으나, 지금 당장 살아남았다는 희열이 그런 불안감을 단숨에 지워냈다.

아스텔은 그 환호에 보답이라도 하듯, 자신의 힘을 아낌없이 내보였다.

-아스텔의 첫 번째 보상이 부여됩니다.

[아스텔의 첫 번째 보상]

-전 유저들의 레벨이 대폭 상승합니다.

-전 유저에게 1,000코인을 지급합니다.

-경비병 NPC를 배치합니다.

-지구 전 지역에 교관 NPC가 출몰합니다.

-이교역 상단들이 지구를 찾아옵니다.

“어? 어어?”

그에 주어지는 것은 앞으로가 걱정인 이들인 사람들의 불안감도 완전히 지워주는 것이었다.

““와아아아아아!””

환호가 끊이질 않는다.

다만 그것을 듣고 있는 이는 아스텔의 유저만이 아니었다.

‘뭐?’

톨비아의 유저, 정호에게는 대부분이 해당사항이 없다.

당연하게도 불만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게 뭐야?”

하지만 정호는 그에 투덜대기보다는, 의아함을 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정호가 듣고 있는 내용은 그들과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톨비아의 축복을 부여한다.

여성의 목소리인 아스텔과는 달리 처음 듣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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