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42화 (43/144)

# 42화 - 무료 마지막 회차입니다.

# 42화

소문은 말보다 빠르기 마련이고.

21세기의 소문이란, 더더욱 빠르기 마련이다.

[침공의 정체는 톨비아?]

[톨비아란 무엇인가]

[수집형 RPG게임이 침공의 정체?]

[톨비아의 ‘그림자 지하 성채’의 모든 것]

그 중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림자 지하 성채’의 구조를 재빠르게 파악한 이들이 이야기를 꺼내었고.

수많은 기사가 양산되어 사람들의 눈에 들어갔다.

-톨비아라면 나도 해본 적 있음. 개똥겜 아님?

┖괜히 현질 망겜이라 불렸겠음?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해볼 걸 그랬네.

┖그래도 공략법은 이미 다 나왔으니까, 이 정도면 한 달이면 꽤 널널할 것 같은데?

-확실히... 니네체르라면 그렇게 위협적인 보스는 아니니까. 아피스가 문제지. 한 달이면 게임처럼 4인 파티로는 빡빡하겠지만...

┖니들끼리만 알지 말고, 좀 알려달라고.

-그러니까 아피스는 황소인데...

그리고 그 소식은 사람들에게 꽤나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톨비아는 망한 게임답게, 안 해본 유저는 많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나 그림자 지하 성채라면 극초반에 유저들이 맞닥뜨리는 던전.

플레이 해보거나, 꽤 오래 즐겼던 유저들의 입에서 나오는 수없이 많은 정보들은 그들에게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한데.

그런 정보가 채 풀려나고 하루도 되지 않은 시간.

-야. 한 달은 무슨. 벌써 잡혔단다.

누군가의 댓글과 함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침공해오는 그림자 지하 성채. 그 첫 격파자?]

[베일에 싸인 유저는 한국인?]

[아스텔의 랭킹 페이지에 등록된 이는 누구인가.]

사람들의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된 곳은 다름 아닌 아스텔의 랭킹 페이지.

[그림자 지하 성채]

1위 : 과금망겜플레이어  - 1

2위 -

3위 -

...

기묘하게도, 업데이트된 페이지에는 단 한 명의 이름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그 끝에 적힌, ‘1’이라는 숫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포탈이 나타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그림자 지하 성채의 침공을 ‘1회’ 막아내었다.

던전을 클리어 했다는 소식이었다.

-벌써? 말도 안 되네. 저 사람 뭐임.

┖과금망겜플레이어면 시련에서 1위 찍던 사람이잖아.

-아니, 그거야 나도 알지. 나는 오늘 4명이서 1층도 돌파 못했다고. 다들 레벨 10을 찍고도 그 정도였는데.

┖군인들이 막아서고 있던데 어떻게 들어간 거임?

-그거야 초반에 들어갔으니까 그렇지. 친구들이랑 갔는데 진짜로 죽을 뻔 한 게 한 두 번이 아님.

┖구라 즐. 군인들, 지들끼리 클리어하겠다고 들어갔다가 된통 당하고 나온 거 모름?

┖┖아니, 들어가는 건 이제 문제없을 건데? 간단한 유서랑 계약서 몇 개 쓰면 됨.

┖간단한 유서라니, 워딩이 좀 그런데...

┖┖근데 왜 혼자 올라온 거임?

┖그거야...

랭킹 페이지에는 한 사람의 이름만이 올라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다.

클리어 했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뭐? 혼자서 깼다고?

┖4인 파티로는 한 달로도 빡빡하다며.

┖┖무리...지. 절대로 안 돼. 던전 들어가 본 사람이면 다 알 걸? 적어도 레벨 20 이상의 파티는 되야 클리어 스펙에 아슬아슬 걸리는 수준인데?

┖아니, 그럼 저건 뭐냐고.

┖┖나도 궁금하다니까?

치솟아 오르는 댓글은 지금도 연신 써나가고 있는 기사들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톨비아에서는 4인 파티 던전.

그 인원의 제한이 없다는 것에 희망을 품고 있었던 그들로써는 지금의 랭킹 페이지는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인간이 아닐 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아스텔의 사도인가 뭔가 하는 거 아님?

┖┖그 정도는 되어야 할 듯.

-아니, 내가 저 사람 봤는데 그냥 악마처럼 생겼었음.

┖애초에 홈페이지 자체가 사실 아스텔이랑 관계없는 게 아닐까 싶다.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클리어 했는지, 그 정체는 무엇인지.

사실은 가상의 인물이고, 아스텔이 종말을 막기 위해 우리들을 속이고 있다는 둥의 음모론까지.

쉬지 않고 올라왔다.

댓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쯤 되면, 당사자가 한 번 등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불만 섞인 이야기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겨우 인터넷상의 댓글이 당사자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정호는 그들의 댓글을 볼 시간 따위는 없었다.

“가볼까.”

뽑기와 합성, 강신까지 완전히 끝마친 정호가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코인을 복사하러.’

끼이이익-.

집 밖으로 나서는 정호의 얼굴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 * *

그림자 지하 성채가 지구를 침공한 지, 하루가 지났다.

고작 하루.

그것으로 세상은 묘하게 흘러갔다.

“레벨 11 맞으시죠? 직업은 초급 궁수시고요.”

“네, 맞아요. 여기 보여드릴게요.”

“능력치 분배를 잘하셨네요. 2층부터 코인이 나온다니까, 일주일이나 이주일 정도 구울들을 잡으며 보낼 생각인데 괜찮으세요?”

“네.”

주요 몬스터들의 정보부터, 던전의 세부 지도.

보스의 정체와 그 공략법까지.

정호가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그러한 상세한 내용은 널리 퍼져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레벨만 올리면 된다.

그림자 지하 성채는 그야말로 최고의 경험치 파밍 장소였다.

그곳에 긴장감 따위는 없다.

‘이게 게임 속인지, 현실인지.’

정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던 아서 클라크가 떠오른다.

신이 만들어 내었던, 알 수 없는 외계인이 만들어 내었던 아스텔이란 녀석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현실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묘하군.’

다만, 정호도 그런 그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태도도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본래라면 그런 이들을 향해, 시기심과 질투심을 보내었을 테지만.

지금의 정호에게는 그저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했다.

-아스텔이라고 했나? 참 불합리한 능력이야. 고작 괴물 몇 마리 잡는 걸로 힘이 몇 배나 강해질 수 있다니. 그건 반칙이지.

오히려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온 아틸라가 투덜댄다.

-이러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이 누님처럼 되어버리는 게 아닌 가 몰라.

‘끔찍한 소리.’

-아하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반쯤은 장난인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게 두진 않을 거야.’

정호는 운 좋게 아틸라를 손에 넣었다 하여, 스스로를 과신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타박, 타박.

걸음을 재촉하며 도달하는 장소는 가장 처음 발견되었다던 포탈인 지하철의 입구였다.

많은 사람들이 진입했을 것이 뻔했고, 그럼에도 지하철 입구의 앞은 인산인해로 가득했다.

그곳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가장 공헌도를 많이 빼앗겼을 테니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스텔의 유저들은 레벨 업을 통해 점차 강해질 것이다.

아직은 그림자 지하 성채를 클리어를 하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4인 파티 전용의 던전이, 인원 수에 제한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그 난이도는 대폭 하락된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 클리어 될 지도 모르지.’

하나의 던전이 클리어가 된다.

그것은 종말을 눈앞에 둔 세계의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볼 일이지만.

정호에게는 아니었다.

자신이 얻을 공헌도 하나를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속으로는 ‘너무한가?’ 라는 양심의 가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다른 이들의 성장을 자신이 막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니까.

-무슨 상관이야? 이기주의는 영웅의 기본 요소 중 하나야. 저런 축복받은 힘을 가지고도 아직 지지부진한 저 녀석들이 잘못이지.

‘영웅이 될 생각은 없어.’

그리 답하고서, 정호는 마음을 다잡았다.

저들이 동료를 늘리고, 차근차근 안전한 발판을 밟아나가고 있다면.

자신은 위태위태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동아줄을 붙들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설령 당장 튼튼한 사다리를 쥐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것이 운명이다.

“2층에 진입한 랭커도 있다더라.”

“벌써? 코인이 하나에 오 만원은 하던데, 부러워 죽겠네.”

지하철 입구에서 줄을 기다리는 그들의 뒤에 선, 정호는 그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걱정할 필요 따위는 없다.

어차피 클리어가 될 던전이라면.

‘내가 하면 돼.’

-바로 그거야.

* * *

포탈에 진입하는 데 있어서, 정호가 가장 걱정했던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그림자 지하 성채에 진입할 때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 않은 포탈을 찾는 데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이번 포탈은 처음으로 발견된 던전답게.

군인들이 그 길목을 막아서고 있었고, 그 안에 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혼자 진입하시는 것은 안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군인은 정호를 막아세웠다.

-이정호 / 29

-레벨 : [email protected]

-직업 : @#

-힘 : 83 민첩 : 56 체력 : 54 지능 : 60 운 : 13

“헉?”

정호는 이 성급의 화신인 ‘유능한 용병’을 강신시키고서 스마트워치를 군인에게 보여주자, 곧장 의문이 튀어나왔다.

“왜 그러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 정도의 스탯은 아직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랭커이신가 보군요. 직업과 레벨은 일부러 비공개로 하신 겁니까? 따로 서약은 작성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들어가시지요.”

한데,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직업과 레벨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감과 보상으로 인해 높게 치솟은 스탯은 유능한 용병이라고는 믿기지도 않을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그렇군. 애초에 모든 사람들이 상태창을 얻었으니까.’

아직까지 상태창을 얻지 못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상태창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기기오류의 현상은 정호에게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 단 하나의 오류를 군인들이 알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화아아악-.

정호는 포탈 내로 곧장 진입했다.

“저, 저 사람 능력치가 이상합니다.”

“힘이 83? 모든 스탯이 50이 넘어? 왜 저렇게 올렸지?”

“레벨은 비공개로 돌린 것 같았습니다만, 적어도 저 정도의 능력치라면 30은 훌쩍 넘습니다.”

“사, 삼십?”

그런 정호의 등 뒤에서 군인들이 이리저리 숙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운도 올랐었군.’

화신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스탯인 운.

도감 효과에서는 전혀 미동도 없었지만.

모든 스탯 10 상승이라는, 첫 클리어 보상에 포함되었던 그것은 확실히 정호에게도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의미는 없지만 기분은 좋네.’

확- 하며 시야가 뒤바뀐다.

시체가 부패하여, 썩어 문드러진 냄새가 코를 단번에 찌른다.

챙겨온 가방 안에는 방독면을 챙겨왔다.

뒤집어쓰기만 하면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정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쓰으읍.”

이상하게도 그 냄새가 싫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정호의 얼굴에는 미소가 내지어진다.

이 퀴퀴한 냄새가 마치 바다 속에 잠든 보물의 냄새와 같았다.

한참을 그 향을 만끽하니.

병장기와 구울의 손톱이 맞물리는 ‘챙-, 챙-’소리가 들려왔다.

“김 씨! 거기서 뭐하고 있어. 힐을 줘야지.”

“아이고, 마나가 다 떨어졌다니까.”

“조금 전에 레벨 업 했잖아? 지능 좀 올리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거, 아내가 체력 좀 올리라고 하는데 어쩌나.”

“에휴, 그건 어쩔 수 없지.”

이곳, 저곳에서 구울들을 사냥하는 목소리가 피어오르고 있다.

정호는 그들의 대화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아틸라, 강신.”

-그렇게나 다시 보고 싶었어?

아틸라의 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재차 외쳤다.

“군마소환(軍馬召喚).”

히이이이이잉-!

그림자 지하 성채 1층.

그곳에서 결코 들려서는 안 될.

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훈족의 강인한 군마의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