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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41화 (42/144)

# 41화

# 41화

와아아아아아아아!

귀청을 때리는 함성 소리가 드높이 울려 퍼진다.

평야를 가로막는 수없이 많은 언덕들이, 그 함성을 메아리 쳐, 되돌린다.

와아아아아아아!

아니다. 함성 소리는 적들의 것이다.

아틸라의 군세의 함성을 로마의 군대가 지지 않기 위해 울부짖고 있었다.

정호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 장면을 눈에 담고 있었다.

‘역시 이 전투 밖에는 없겠지.’

세계 15대 전쟁 중 하나로 불리는-.

카탈로니아 대전투, 혹은 살롱 대전투라 불리는 전쟁.

하루 전투에 16만 2천 명의 사상자를 내는, 처절하기 그지없는 전투가 지금 정호의 눈앞에 있었다.

‘골치 아프군.’

정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것이 카탈로니아 대전투라면, 상대해야 하는 자 역시 ‘대영웅’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적의 지휘관은 서로마의 군사령관인 갈리아 총독, 플라비우스 아에티우스(Flavius Aetius).

로마의 마지막 수호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상대라면, 이 전투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무승부. 아니, 패배라고 했던가?’

아틸라에게 있어, 첫 후퇴로 유명한 전투다.

그렇다면 정호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다.

아틸라가 목숨을 잃는 전투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확실한 승리를 가져가지도 못하는 전투다.

동기화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저들을 보아라!”

언덕 위에서 로마의 깃대를 휘날리며, 하나의 남성이 나타났다.

어깨 위에 휘장과 거대한 덩치의 남성은 그 누가보아도, 적의 지휘관인 아에티우스였다.

“저 야만인들은 우리의 땅을 침범하고 있다. 우리의 제국이 저들의 손에 짓밟혔다. 그런 야만인들을 막아설 자는 누구인가! 우리가 누구냔 말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일장연설을 늘어놓자, 로마의 병사들이 함성을 드높인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사기와 기세다.

“훈 족 전사들이여!”

그에 대항하기라도 하듯, 아틸라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막강한 힘을 지닌 민족들을 정복했다. 온 세계를 제압했다. 하나, 저들은 어떠한가. 손발이 맞지 않는 저 연합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저 언덕 위에 숨은 겁쟁이들을 보아라. 그러하여-.”

길고 긴 연설은 신기하게도, 귀에 쏙쏙 들어 박혔다.

죽을 자는 어차피 죽고, 산 자는 어차피 산다. 하지만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 위대한 훈 족의 앞에서는 맞설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나는 적에게 창을 던질 것이다. 내가 싸우는 동안 쉬고 있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틀림없이 죽은 자 일 터니... 나는 그에게도 창을 던질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

연설이 끝남을 알리는 거대한 환호소리.

그와 동시에 정호의 몸이 아틸라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악-!

직접 눈앞에 펼쳐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십만에 달하는 기병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고. 상대도 창과 방패를 들고서 그 기병들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외쳐야 하는 말 따위는, 정호라고 모를 리가 없다.

“돌격!”

히이이이잉-!

말의 성난 울음소리와 함께, 십만의 기병대가 동시에 그 신형을 움직인다.

타닥, 타닥, 타닥.

마른 장작더미 속에서 피어난 작은 불꽃처럼.

“와아아아아아아-!”

그 기세는 순식간에 타올랐다.

* * *

말을 타고 내달리는 느낌은, 값비싼 스포츠카와 비교를 할 수 없다.

잔뜩 성이 난 말의 투레질은 그 어떤 배기음보다도 거세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직면하는 것은 그 어떤 속도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호는 언덕 위에서 자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적병을 향해 순식간에 도달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앞을 막아서는 것은 침이 절로 넘어가는 상황이었으나.

들고 있는 방패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적병들의 얼굴에는 공포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정호는 화신의 기억 속에서 살인을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유능한 용병의 기억, 살려달라며 목숨구걸을 하는 이를 베었던 경험은 아직 고스란히 정호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녀석들이 들고 있는 방패 사이로 검을 휘둘렀다.

쉐에에에에엑-!

“으아아악!”

단 한 번의 휘두름.

고작 그것으로 하나의 목숨이 끊어진다.

“죽어라! 이 야만인!”

뒤에서 날아오는 창을 머리를 젖히는 것으로 피해내고선, 손에 쥔 검을 재차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털썩-.

그러자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병사가 쓰러진다.

아니, 그 여파에 의해 근처에 있던 방패병조차도 쓰러졌다.

털썩-.

‘놀랍군.’

스스로 해내었으면서도, 정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틸라의 무력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강인한 전사일 것이 분명한 로마의 병사들은 검을 단 한 차례도 막아내지 못했다.

단단히 무장한 갑주는 그들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마치 식칼로 두부를 썰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겠어.’

그 압도적인 무력은 정호에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수십 만이라는 거대한 숫자의 적을 앞에 두고서도 도저히 진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높은 등급의 화신이기 때문에.’

막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기에.

오히려 강신의 과정이 편해질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당연하게 떠올랐다.

후우우우우웅-!

한 차례의 휘두름으로, 적들의 목이 풍선이라도 된 것처럼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적의 공세는 분명 매서웠으나, 아틸라의 육체는 그것을 닿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가볍게 몸을 털어대는 것만으로도, 그 공세를 피해낸다.

촤아아아악-!

적들의 공격을 피해내고, 쓰러뜨린다.

그런 정호의 공세에는 일체의 자비도 없었다. 어째서 아틸라가 ‘세계 6대 살인마’의 반열에 들었는 지도 알 것 같았다.

이 같은 무력을 지니고서, 전장에서 활개를 친다면 당연하게도 살인마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재앙이라 불리던 아틸라의 이명을 이해할 수 있다.

한참이나 그와 같은 짓을 반복하자, 주위에는 피와 살점이 난자한 수라도가 펼쳐져 있었다.

이대로 전투가 지속되면, 금방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진행 되었지?’

한참을 적병과 드잡이질을 하던 정호가 동기화율을 확인했을 때.

-동기화 0%.

“...뭐?”

[오류]

[‘아틸라 더 훈’의 강신(降神)에 필요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강신을 재시작합니다]

화아아아악-!

마치 태엽시계를 거꾸로 감아대는 것처럼, 시간이 되돌아갔다.

"..."

초장부터 막히는 순간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시.’

하지만 겨우 한 번의 재시작일 뿐이다.

거기서 순순히 포기할 것이었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돌격!”

그 단어를 다시 외친다.

몇 번이고 적들을 휩쓸고, 되돌아간다.

적의 정예 기사들을 쓰러뜨려도 본다.

‘다시.’

멀리서 기병들을 지휘해, 적들을 유린시켜보기도 한다.

아예 전장에서 멀어져, 홀로 후방의 보급부대를 몰살시켜도 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답은 하나뿐이다.

와아아아아아-!

함성 소리가 드높다.

하지만 정호의 낯빛은 어둡기만 했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패배해야 하니까? 승리해서는 안 돼서 그런 건가?’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 흐름이다.

이 전투는 아틸라에게 있어서 ‘첫 번째 패배’.

그런 패배를 승리로 이끌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닐까.

일부러라도 아군의 대형을 흩뜨려보기라도 해야하는게 아닌가.

그리 고민을 하던 그 때.

-그게 아니라니까. 주인.

정호에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초에 난 이 전쟁에서 패하지 않았어. 무승부도, 뭣도 아니라고.

꽤나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나타난 것은 아틸라였다.

* * *

프리스쿠스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아틸라는 평상시 매우 검소하며, 의외의 관대함마저 품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잔혹함과 교활함을 가진 꽤나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이 전쟁은 승리였어. 저 녀석들은 보병을 대부분을 잃었고, 그에 비해 우리 쪽의 기병들은 얼마 잃지도 않았으니까.

‘확실히...’

훈족이 기병은 십만에 달해있는 것에 비해, 로마 쪽의 군세는 대부분이 보병.

기병이 주를 이루는 훈족이 보병을 잃는 것과 로마의 보병을 잃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역사에 남겨진 ‘후퇴’는, 결국 아틸라의 군세를 회군시킨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 덕분에 무혈입성까지 했었는데...뭐, 이건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아틸라는 자신이 패배한 전투라고 알려지는 것이 서운한 것인지, 한숨을 푸욱 내쉬고서 말을 이었다.

-주인은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있어.

‘착각?’

-아틸라는 유능하고, 비범하기까지 했지만. 그렇다고 유능하고, 비범한 병사는 아니었거든.

스스로 유능하고 비범하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철판을 깔지 않고서야 하지 못할 법도 했건만 아틸라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나, 그런 조언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이미 갖가지 방법을 써보았지 않은가.

-거기서 중요한 건 ‘아틸라 더 훈’은 내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고작해야 한 명의 인간을 지칭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

아틸라는 ‘신의 재앙’이자, 유럽에서는 공포의 대왕이라고까지 불렸다.

그런 이명을 ‘한 인간’을 지칭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과연.’

정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아틸라의 말은 직관적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으나, 그 의미만큼은 확실히 와 닿았다.

아틸라는 병사가 아니다. 거기에 아틸라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자신이 고민한 것은 정말이지 쓸데없는, 작디작은 의문에 불과했다.

‘고맙다.’

-뭘, 이 정도로.

아틸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정호는 크게 외쳤다.

“돌격!”

같은 외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사라지자 그 소리는 더욱 높게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뒤따르는 함성소리 조차도.

* * *

정호는 있는 힘껏, 채찍질하여 말을 최선두로 올렸다.

훈 족의 기마병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상황.

그런 탓일까.

적들의 본거지 코앞까지 들이닥쳤을 때는 이미 주위에 적병들이 잔뜩 깔린 상황이었다.

“이, 이 야만인 녀석!”

“죽을 자리를 찾아왔구나!”

“녀석이 아틸라다!”

“적의 지휘관이 제 발로 쳐들어 왔다!”

로마의 병사들이 하나같이 입을 열며, 손에 쥔 창과 검으로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스스로 불러일으킨 것이나 다름없었으나.

정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틸라는 병사가 아니다.’

그 속에서 정호는 아틸라의 조언을 곱씹었다.

십만을 아우르는 전투다.

그곳에서 하나의 병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말을 곧이곧대로 풀이하자면.

본래 하나의 적을 쓰러뜨리는 병사가 아니라, 멀찌감치 떨어져 군대에 명령하는 지휘관이라는 의미였을 터다.

‘아틸라는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이 조건이 붙게 된다면, 더 이상 지휘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없게 된다.

그런 아틸라의 의미를 정호 나름대로 해석한 결과라면.

꽈악-!

적들의 중심에서 검을 쥔 손이 힘을 가한다.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집중한다.

적의 공격이 날아오고 있었으나, 그 따위 것들은 신경 쓸 것도 없다.

카앙-! 카앙-!

“허, 허억!”

“헉!”

고작 가죽으로 덧대어진 가벼운 갑주에 불과했으나.

타고나고, 단련된 강인한 육체는 그 따위 병장기들이 파고들 틈이 없다.

꽈아아아악-!

검에 더더욱 힘을 가한다.

투둑-, 투둑-하며 힘줄이 끊어질 듯이 비명을 내지른다.

화아아아악-!

어느새 눈에는 핏줄기가 터져 나오며, 새빨간 안광이 드리운다.

하나, 상관없다.

이 한 번으로 서 있을 힘이 없어져도 좋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뤄진 한 번의 일격.

후우우우웅-.

그것이 천천히, 천천히 땅에 떨어진다.

“어.”

“어...?”

적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자리에 떨어지는 공격.

분명 비웃어야 할 장면에서 로마의 병사들은 고개를 기울인다.

이내, 그 검이 마침내 땅에 맞닿으려 할 때.

“도, 도망쳐!”

콰아아아아아아앙!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르르르릉-!

땅이 울린다.

수십 만이 울부짖는,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보다도 더 깊이 울린다.

십만이나 되는 기병이 내달리며 일으키는 흙먼지조차도 휘몰아치는 피바람에는 비할 가치가 없다.

“어..어어.”

“어...”

주변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이곳이 21세기였다면, 거대한 미사일이라도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거대한 구덩이가 수많은 병사들 대신 자리 잡는다.

“...괴물.”

“악마, 악마다...! 악마라고!”

일격(一擊).

그것으로 수십만의 병사를 침묵에 빠뜨리고, 공포에 빠뜨린다.

그것이 정호가 해석한 ‘아틸라’라는 이름의 무게였다.

우뚝-.

정호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몸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아직...’

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그들의 기세를 대폭 꺾어두었다고는 하나, 수십 만의 병사들이 이루는 전투다.

전쟁에서 기세란, 몰아쳐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정호가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아틸라가 가장 중요히 여기는 기억의 파편 중 하나.

톨비아에서는 시네마틱 영상으로 잠깐 나오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화신, ‘아틸라 더 훈’의 강신을 완료했습니다]

[최종 동기화율 : 120%]

[놀라운 업적!]

[동기화율이 높습니다]

[화신, ‘아틸라 더 훈’의 이해도가 높습니다. 강신 시 스텟이 120% 상승합니다]

털썩-.

그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정호는 그 자리에 大자로 뻗었다.

누운 채 감상하는 그 메시지는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 누님의 몸은 어땠어?

언제 다시 찾아온 것인지.

들려오는 아틸라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다분하다.

정호는 하- 하고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최고야.”

하지만 감상은 잊지 않았다.

자신이 고른 답이 이루어낸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런 무식한 방법을 고를 줄은 몰랐어. 주인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화끈하네.

정답은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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