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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40화 (41/144)

# 40화

# 40화

본래 정호는 하루에 한 번 씩 그림자 지하 성채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 이상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무리라고 판단했던 탓이다.

‘하지만 아틸라라면...’

그런 와중에 아틸라를 손에 넣은 것은 정말이지, 천재일우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정호는 소환된 아틸라의 스탯을 확인했다.

-아틸라 더 훈☆☆☆☆☆

-힘 : 164 체력 : 170 민첩 : 145  지능 : 136

기존 도감의 효과와 새롭게 완성된 도감,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스탯이 포함되니,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나왔다.

‘그림자 지하 성채 따위는 문제가 아니야.’

그림자 지하 성채가 무슨 소용인가.

그보다 윗 단계의, 공격대 던전이라 불리는 높은 난이도를 가진 던전 정도는 되어야 그 급이 맞았다.

‘미쳤군...’

슬쩍, 시선을 옮겨 아틸라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한 남성형 화신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체구를 가진 아틸라의 모습에는 절로 마음이 든든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음흉하긴, 몰래 누님의 몸을 감상하는 거야?”

“...허튼 소리.”

“우리 주인은 부끄러움이 많네.”

성격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그 따위가 무슨 상관인가.

‘아틸라가 트롤이라는 소식은 들어 본 적도 없어.’

톨비아 내에서도 아틸라는 호평일색인 화신이었다.

외모야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으나.

성능은 물론이고, 아예 ‘전투광’이라는 스킬의 효과로 그 공대 자체를 캐리 했다는 이야기도 간간히 나오는 화신이다.

‘세계 6대 살인자에 등록된 것치고는 말이지.’

생각을 하면서도 미소를 내지었다.

솔직히 뽑을 때만 하더라도 떠올릴 수 없었다.

아틸라는 아시아 쪽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 쪽에는 그야말로 ‘신의 재앙’으로 알려져 있는 존재다.

그런 대영웅을 두고서, 고작해야 살인마를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도감.’

[화신 도감]

- 세계 6대 살인마 :

단순한 살인자였는지, 영웅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름이 온 세상을 두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 능력치 : 모든 스탯 50증가.

- 조건 :

아틸라 더 훈☆☆☆☆☆ (보유중)

블러드 더 임펠러☆☆☆☆ (미보유)

잭 더 리퍼☆☆☆☆ (미보유)

엘리자베스 바토리☆☆☆ (미보유)

빌리 더 키드☆☆☆ (보유중)

라스푸틴☆☆☆ (미보유)

알아차리기 힘든 것도 당연했다.

키드와 아틸라는 그 격의 차이가 너무도 컸으니까.

‘물론, 도감을 완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본래, 지금 생각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모든 스탯 50이라는 도감은 꽤나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삼 성부터 오 성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까다롭기 짝이 없는 도감.

제아무리 아틸라를 얻었다고 한들.

사 성급과 삼 성급의 화신들 숫자를 생각해본다면 그들을 얻게 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호가 노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키드 소환.”

“왜 불렀...엑? 뭐, 뭐야. 주인. 이 커다란 코뿔소 같은 여자는... 아악!”

“이 꼬맹이가 못 하는 말이 없네.”

키드는 평소처럼 호들갑을 떨다, 아틸라의 손에 의해 공중에 붕 떴다.

고작해야 15세 정도 밖에 되지 않은 키드가 아틸라의 우악스러운 손에 붙잡히자 다잇과 골리앗이 절로 떠오른다.

“이 괴물!! 당장 이 손 놔! 쏜다? 쏠 거다? 진짜야.”

“이 앙큼한 녀석 좀 보게.”

그 결과는 제법 달랐지만 말이다.

“주인. 도와줘요! 이 늑대 야만인이 날 잡아 먹으려고 한다고요!”

키드가 울상을 내지으며 도움요청을 했지만, 정호의 시선은 이미 그 방향에서 벗어나 있었다.

“주인, 이 꼬마 조금 교육시켜도 돼?”

“음? 마음대로 해.”

“아니, 주인!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노력했다고. 말 잘 들었잖아!”

엉덩이를 때리는 찰싹- 찰싹 대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정호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키드와 아틸라가 소환됨에 따라, 활성화된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세계 6대 살인마 세트]

[2 세트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좋군.’

세트 효과.

톨비아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였다.

* * *

수집형 RPG는 자신만의 전략을 짜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재미의 한 요소로 두고 있다.

이를 테면 탱커를 앞에 세우고서 뒤에 원거리 딜러와 힐러를 배치하는, 전형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수단들처럼 말이다.

이처럼 각각의 소환수들이 서로 협력 작용, 즉 시너지를 이끌어 내어 적을 보다 효율성 좋게 쓰러뜨리는 것이 중요 포인트다.

정호가 택한 방법도 그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스스로 적들의 앞을 막아 세우고, 그 뒤를 키드와 서서가 지원하는 형식.

현자의 목걸이가 가진 ‘단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적을 몰살시키기에 특화된 전략이었다.

다만 그런 전략을 쓴다고 한들 그 한계란 명확하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머리를 쥐어짜서 전략을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1+1을 3으로 만들어낼 뿐이지, 10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톨비아에는 이 ‘10’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게 중요했다.

‘세트 효과라...’

화신 중에는 서로 간의 유대나, 연관성에 의해 도감에 등록되어진 이들이 있다.

대부분의 저등급 화신들은 그 유대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들의 유대는 ‘세트 효과’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힘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유비, 장비, 관우로 이루어진 도감, ‘도원결의(桃園結義)’.

그들의 3세트 효과는 무려 ‘세 명이 동시에 쓰러지지 않는다면 재소환’이라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정호는 씁쓸히 미소를 내지었다.

무려 최고 등급인 포세이돈을 만 원 한 장에 뽑아낸 자신이 어째서 일억 원이라는 큰 돈을 쓰게 되었던가.

바로 포세이돈을 주축으로 한, 이 시너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결국 완성시키진 못했지.’

원했던 세트 효과는 ‘올림푸스의 형제’.

육 성급의 화신들을 모으는 것은 고작해야 일억으로도 불가능했다.

정호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기억.

그것이 설마, 지금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세계 6대 살인마]

- 2세트 : 두 명의 살인마를 보유 중일 때, 살인마는 주변의 적에게 미약한 공포를 준다.

- 3세트 : 세 명의 살인마를 보유 중일 때, 살인마들의 공격은 일정확률로 적에게 상태이상, ‘공포’를 부여한다.

...

2 세트의 효과는 그리 보잘 것 없었다.

적에게 작은 위축 정도의 느낌을 주는 것이 전부인 수준.

하지만 3 세트부터는 그 효과의 의미가 남다르다.

‘공포는 까다로우니까.’

본래 상태이상, ‘공포’는 톨비아의 던전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보스의 패턴 중 하나로 자주 나오는 녀석.

화신들이 공포에 걸려, 아군을 향해 공격을 하는 둥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것을 일정 확률이라고는 하나, 화신들의 손에 의해 발동한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고작해야 바토리, 키드, 라스푸틴으로 이어지는, 삼 성급의 화신으로도 이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원거리, 그것도 총을 쓰는 키드에게는 더 좋고 말이지.’

구석에서 훌쩍거리며, 엉덩이를 감싸 쥐고 있는 키드의 모습.

아틸라를 향해 괴물이니, 코뿔소니 하는 깡다구는 인정 해줄만 했지만, 그것은 제 스스로 불러일으킨 재앙이다.

정호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시선을 돌렸다.

‘3 세트 효과는 받고 싶은데...’

세계 6대 살인마의 도감은 꽤나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삼 성급부터 오 성급까지.

다채롭게 분포된 화신들을 모은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미 가장 까다로운 ‘아틸라’를 손에 넣은 마당이다.

“화신 합성.”

그 말을 입에 담는 정호의 얼굴에는 묘한 기대감이 떠올랐다.

* * *

-합성에 성공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길고 길었던 합성이 끝나자.

“뭐지?”

정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물론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삼 성급의 화신이 합성으로 튀어나올 확률은 20%.

합성에 도전 할 수 있는 수는 25번.

그 정도면 저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긴 했다.

다만 문제라면, 삼 성급의 화신이 그 수가 많다는 점이다.

“하하하.”

정호는 웃음을 흘렸다.

-샤를로트 코르데☆☆☆

-힘 : 10 체력 : 17 민첩 : 60 지능 : 57

프랑스 혁명 당시, 장 폴 마라를 암살했던 여성.

그 미모 덕분에 암살 천사라 불렸던 ‘마리 안 샤를로트 코르데 다르몽’부터.

-합성에 성공하셨습니다.

-제로니모☆☆☆

-힘 : 60 체력 : 44 민첩 : 30 지능 : 30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으로써 미군과 멕시코군의 기병을 유린한 저항운동가, ‘제로니모’로 알려진 고야슬레까지.

다채롭기까지 한 삼 성들 중에 ‘세계 6대 살인마’를 저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이가 없군.’

정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저격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낮은 확률인지는 정호도 잘 알고 있었다.

실패한다하더라도, 손해는 없을뿐더러.

자신은 이미 ‘아틸라 더 훈’이라는 이만 사천 코인이 아깝지 않은 화신을 얻지 않았는가.

‘이럴 순 없는데... 절대.’

하지만 정호가 이리도 머리를 쥐어 싸는 것은 저격에 실패해서가 아니었다.

눈앞에 떠올라 있는 하나의 화신.

-엘리자베스 바토리☆☆☆

-힘 : 14 체력 : 20 민첩 : 33 지능 : 62

자신의 젊음을 위해, 수백 명에 달하는 처녀의 피를 탐한 16세기의 흡혈귀.

세계 6대 살인마 중 하나인 엘리자베스 바토리였다.

‘왜 떴지?’

노려 볼만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얻어질 만한 확률은 아니었다.

“내일...나, 죽나?”

“어떤 놈이야? 주인을 죽인다는 게.”

찌이이이익-.

섬뜩한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읽고 있던 잡지를 반으로 갈라 버리는 아틸라가 있었다.

‘아틸라?’

갑작스레 행운이 찾아오면.

사람은 그 이유를 찾기 마련이다.

* * *

정호는 합성을 끝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아틸라, 너를 강신시키고 싶다. 가능한가?”

크게 기대하지 않은 3 세트의 효과도 손에 쥔 마당이다.

정호에게 남은 것은 ‘검의 화신’인 아틸라를 스스로의 몸에 강신시키는 일이었다.

“안 돼. 주인.”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칼과 같았다.

“위험하기 때문인가?”

본래 게임에서는 시네마틱 영상 하나로 끝났던 강신.

하지만 현실이 되자, 직접 경험하는 형식의 동기화로 변했다.

이 성급의 화신인 ‘유능한 용병’ 하나 만을 강신시키는데도 그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틸라의 입에서 다음으로 튀어나오는 말은 정호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프로포즈는 무드있게 하라고 적혀 있었어. 잡지에.”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

하마터면 이마를 손으로 때릴 뻔 했다.

“파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위험한 건 사실이니까.”

“그런가? 어떻게 해서라도?”

“흐음, 그래서 주인은 이 누님의 잘 빠진 몸이 탐난다는 거지?”

아틸라는 누가 들으면 오해할만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꺼내었다.

정호는 답하지 않았다.

“으음...으음...”

아틸라는 한참이나 턱에 손을 가져다대고는 고민을 했다.

위험하다는 아틸라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확실히...’

불안함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떠올리는 것은 최초로 강신을 시도한, 유능한 용병의 기억이다.

자신을 살려달라며, 무방비한 상태로 있던 적을 놓아준 것만으로 동기화에 실패했다.

한데, 실패한 뒤에 어떻게 되었는가.

‘재시작.’

동기화에 실패하였다하여, 강신이 해제되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저 오류의 메시지가 뜨고서, 다시 그 전 시점으로 되돌릴 뿐이었다.

‘이 성급이 그 정도였으니...’

오 성의 화신인 아틸라라면.

무한한 실패 속에서 아틸라의 기억에 갇힐 수도 있는 노릇이다.

솔직히 말해, 아틸라에게서 다시금 거절이 튀어나온대도 할 말은 없었다.

한데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위험한 건 변함이 없겠지만, 음! 괜찮아. 도와주면 되는 일이니까.”

“도와준다?”

정호가 고개를 기울였으나.

아틸라는 그 답을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그 대신 걸리는 것은 시원한 미소였다.

“지켜준다고 했잖아? 얼른 이 누님과 한 몸이 되어보자고.”

아틸라가 자신의 몸을 쓰다듬었다.

'춥군.'

정체모를 한기에, 정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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