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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속 뽑기로 살아남는 법-25화 (26/144)

# 25화

# 25화

[다가오는 종말. 앞으로 괜찮은가?]

[현실에 등장한 몬스터. 고블린들은 예상과는 달랐다]

[종말도 어림없다. K-군대의 힘을 보아라!]

현실에서 몬스터가 나타나는 기현상에 세상은 떠들썩했다.

가볍게 보고 덤벼든 사람들 덕분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더러 있었다.

다만 꽤나 신속한 대응 덕분일까.

대부분의 고블린들은 정리되었고, 그 피해는 생각보다 적은 수준에 이르렀다.

-국뽕 유튜버들 또 난리 나겠네. 국가가 시민들 지키는 게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 떠드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님?

┖ㅇㅇ 오히려 우리가 손해 본 거지. 겨우 고블린인데 통제해대는 통에 경험치란 경험치는 죄다 군인들이 빨아갔는데.

┖┖방구석 워리어 또 등장했네. 싸워보기나 했음?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나도 응급실 다녀왔다. 체력 스탯에 투자한 덕분에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사람들에게 위기감을 일으키기엔 충분한 듯 했다.

‘확실히...지금 유저들 수준에서 감당하기에는 어렵긴 하지.’

정호는 그 화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아스텔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레벨은 ‘5’에 해당했다.

애당초 능력치 자체가 ‘작은 뿔 고블린’에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는 수준이다.

다만 그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유저에게 해당할 뿐.

[드디어 나타난 랭커들!]

‘있을 줄 알았어.’

정호는 그 기사에 눈을 빛냈다.

지난 날 만나 본 유저들의 수준은 ‘작은 뿔 고블린’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운동을 통해 추가적인 스탯을 얻고 있던 ‘한방박살’, 박철우.

스킬 숙련도를 위해 스스로 시야를 차단했던 ‘칼날귀족’, 김세오.

백마법사로써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는 ‘레이나’, 김세정.

아니나 다를까.

정호의 예상처럼 기사에는 홀로 작은 뿔 고블린을 상대했던 랭커들을 다루고 있었다.

-군대의 빠른 대응이 있었지만, 결국 그 피해가 크지 않았던 이유는 소위 상위 유저라 불리는 유저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그 중에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다는 미담도...-

┖와, 나랑 같은 게임하고 있던 거 맞냐?

┖애초에 시련이랑 차원이 다른데 어떻게 쓰러뜨렸다는 거냐?

물론 사람들은 쉬이 믿지 않았다.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했다.

시련이 두 번 있었으나, 고작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상위 유저라 불리는 이들과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쉬이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정보화 시대인 탓일까.

-4인 파티, 고블린 사냥 성공!

-신규 공격대 ‘레이븐’, 고블린 레이드 영상.

-창술사, ‘빙백금창’ 단독 토벌 영상.

...

속속히 등장하는 영상들은 그들의 착각을 일깨워주었다.

더군다나 그 내용을 확인한 정호조차도 놀람을 표시할 정도였다.

‘...놀라운데.’

홀로 상대하기 어려운 적을 차례로 어그로를 끌어가며 토벌하는 영상은 벌써부터 기본적인 토대가 잡혀 있었다.

‘적기는 하지만, 솔로도 있어.’

홀로 고블린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은 꽤나 고생을 하기는 했으나, 시간을 들여 확실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걔 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백마법사, ‘레이나’ 고블린 토벌 영상.

퍼어어엉-!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터져 나오는 굉음.

과연 한 번 싸워보았던 탓일까.

레이나는 철저히 안전한 위치에서 고블린 수 마리를 순식간에 쓸어버리는 화려한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파이어볼? 백마법사 전용 마법이잖아?

-벌써 전직까지 했다고?

-마법서 가격 보니까 어처구니가 없던데. 정체가 뭐임?

“하하.”

정호는 그런 김세정의 토벌 영상을 보며 웃음을 한 차례 터뜨렸다.

그녀가 무슨 바람이 불어, 이와 같은 영상을 게재했는지 뻔히 보였던 탓이다.

‘다른 영상에 비해서 화질도 깔끔하고.’

종말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적어도 이 순간 이후.

더 이상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는 자본주의의 힘은 다소 약해지리라.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단 말이지.’

개인이 가진 힘이 곧 가치가 되는 시대.

보다 강한 이에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딸깍, 딸깍.

정호는 한참이나 영상을 시청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생각보다 세상에 괴물들이 많았다.

영상에는 ‘랭커’ 뿐만이 아니라, 상위 유저들도 있다. 혼자 상대하기 벅차면 여럿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음?”

한데, 그 중 하나.

이질적인 영상이 하나 있음을 확인한 정호가 고개를 기울였다.

조회수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실시간 급상승 동영상에 떠 있는 것을 보아 업로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

‘어디서 많이 봤는데.’

가로등 불빛 하나에 의지한, 사람의 얼굴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영상 하나.

한데 그 장소가 낯익었다.

딸깍.

홀린 듯, 그 영상을 클릭하자.

쉐에에에엑-!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고블린과 전투를 하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의 프레임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인지, 사내가 발을 구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고블린의 품안에 파고든다.

푸화아아아악-!

곧장 검을 꽂아 넣어 한 녀석을 간단히 처치했다.

그 어떤 영상들 속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속한 처리.

“...”

하지만 뒤에 이어진 일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목을 붙잡고 쓰러뜨린 두 마리의 고블린들의 배 위에 검을 꽂는가 싶더니, 숨이 끊어진 녀석들을 확인사살까지 하는.

실로 비정하기 짝이 없는 모습.

-?

-?

-조작 영상인가? 이게 뭐임?

-아니, 진짜 뭐임?

-랭커들도 고생하는데, 이게 가능하다고?

┖딱 봐도 조작이지.

┖┖CG아닐까?

-?

-랭킹 3위 레이나 영상 못 봤음? 여덟 마리 한 번에 휩쓰는 거?

┖그건 백마법사라서 가능한 거다. 앞에서 막아주는 보디가드들만 열이 넘더만.

┖┖맞음. 솔로 토벌로 저렇게 움직이는 사람 단 한 명도 못 봤음.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영상의 댓글은 난리가 났다.

솔로 토벌 영상은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전투는 언제나 일대일의 전투였고, 한 마리의 고블린들을 상대하며 꽤나 고전했다.

한데, 삼 대 일.

그것도 영상길이가 고작해야 20초도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랭커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

정호는 그 영상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놀라기는커녕 재생이 끝났을 때에는 오히려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 있었다.

“...뭐야.”

영상 속 주인공.

워낙 어두웠던 탓에 얼굴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호는 그 정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찍은 거야?”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호, 본인이었으니까.

* * *

데구르-. 탁.

데구르르-. 탁.

책상 위에 구슬을 굴려대는 정호의 얼굴에는 심란함이 가득했다.

“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김세정-레이나와는 달리, 정호는 굳이 사람들이 앞에 나설 생각은 없었다.

인간은 집단에서 벗어난 존재에 배타적인 동물이다.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본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모든 이들이 아스텔의 상태창을 얻은 마당에, 톨비아 시스템을 이용하는 자신은 어디까지나 돌연변이나 다름없다.

사실 그보다는 전조랍시며 나타난 고블린이 묘하게 ‘작은 뿔 고블린’이라는, 톨비아의 몬스터가 비슷했다는 점이 주요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정호가 사람들이 있는 도심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화신들을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얼굴도 공개 되지 않았다.

영상 속의 정호는 아스텔의 시스템으로 설명하지 못할 부분은 없었다.

“뭐, 됐나.”

데구르르- 탁.

머리를 벅벅 긁은 정호는 책상 위에서 굴리던 구슬을 손에 거머쥐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밝혀져도 의미가 없다.

‘침공이 시작된다 했으니까.’

상점의 주인이 준 종말에 대한 정보.

전조가 시작되었다면 빠른 시일 내로 침공이 시작 될 것이라고 했다.

고작해야 사람들에게 정체가 들킨다는, 사소한 이유로 머리를 싸매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 따위 고민을 하기보다는.

“...20프로.”

이 새하얀 구슬.

랜덤으로 능력치가 증가하는 상급 영약을 성공시키느냐 없느냐가 더욱 소중했다.

‘실제로 꽝은 운 하나 뿐이지만.’

아스텔의 스탯에서 ‘운’이란 치명타 확률과 그 데미지에 영향을 준다.

분명 매력적인 스탯이었으나, 톨비아 시스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 표현될 지는 몰라도 확인할 길이 없는 정호로서는 ‘꽝’으로 치부했다.

물론 그것만 제외한다면.

힘이던, 체력이던.

그 어떤 능력치가 오르던 간에 강해지리라는 것은 틀림없었으니까.

“민첩 100이라..”

정호는 ‘100’이라는 수치에 집착했다.

인외라고 불리는 영역의 능력치.

그것은 단순히 두 자리에서 세 자리로 늘어난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킬의 효율이 늘어나니까.”

효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서의 책략모방의 경우에도 50%에서 65%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이루어내지 않았던가.

‘키드 하나만 강해지는 것도 아니야.’

키드가 가진 속사의 효율이 증가하면, 서서가 책략모방으로 더욱 큰 시너지를 이끈다.

고작 키드의 민첩이 100을 찍는 것만으로도 파티의 화력은 급등하는 격이다.

“...키드.”

정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키드를 불렀다.

“여기 대령했슴다.”

손으로 경례를 하는 키드.

이전처럼 장난기는 남아있었으나,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며 나타나는 키드의 모습은 절로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키드를 칭찬해줄 때가 아니었다.

덜덜덜.

정호는 떨리는 손으로 키드에게 영약을 내밀었다.

“아니, 이번엔 저 잘못한 것 없어요!”

그 영롱한 자태에 키드가 단숨에 손을 들어올린다.

트라우마인 모양.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정호에게서 낌새가 없자, 천천히 손을 내렸다.

“설마...저 주시는 겁니까?”

“그래...상급 영약이야.”

“이 귀한 것을...!”

키드가 감동을 받았다는 듯, 몸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하트라도 나올 기세.

평소 같았으면 남정네의 애교 따위는 곧장 일갈을 내질렀겠으나.

당장 정호에게 그럴 정신은 없었다.

“민첩이야.”

“네?”

“민첩 영약이라고.”

“아, 넵!”

정호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거짓말을 내뱉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을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

키드가 정호의 손에서 영약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입 안으로 가져가는 그 순간까지, 정호는 눈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꿀꺽.

침과 함께 키드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상급 영약.

“어떻지?”

결과가 눈앞에 있다.

정호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키드에게 물었다.

“잠시만요...음.”

키드는 스스로 볼을 꼬집었다.

“음...”

방 안을 폴짝폴짝 뛰어보기도 한다.

“으음...?”

이제는 팔굽혀펴기까지 하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키드.

분명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정호의 속은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이내, 키드가 팔을 걷었다.

자랑이라도 하듯 앙상한 팔에 힘을 주기까지 한다.

“힘이 강해진 것 같기도?”

“이런...!”

정호가 아쉬움을 흘렸다.

꽝은 아니지만, 힘이라면 원했던 결과와는 달랐다.

“아니,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체력이?”

“...쯧.”

이번에도 꽝.

키드의 말이 바뀔 때마다 정호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했다.

“이 느낌은 지능인가?”

“...”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번복하는 키드.

정호는 이상함을 느끼고서 녀석을 바라보았다.

키드의 입가에 실린 미소는 장난기가 다분했다.

“이런...”

정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 차례 교육을 했다한들, 타고난 장난기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제 됐어. 돌아가. 내가 확인하지.”

“아악! 죄송해요. 사실은...!”

키드가 손을 내뻗으며 정호에게 사실을 이야기하려는 듯 보였으나, 화신이 주인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후우우웅-.

곧장 사라지는 키드.

“쯧...다시 한 번 연극이라도 해야 하나.”

혀를 차낸 정호는 언제고 단단히 정신 교육을 시켜주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빌리 더 키드의 스탯창을 켰다.

서서히 떠오르는 키드의 스탯.

그것을 찬찬히 읽어나가던 정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돼, 됐어...!”

왜 녀석이 거짓으로 장난을 부렸는지 알 수 있었다.

정신 교육 같은 이야기는 이미 사르르 녹아 흩어졌다.

아니, 오히려 녀석의 볼에다가 뽀뽀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빌리 더 키드☆☆☆

-힘 : 23  체력 : 21 민첩 : 100 지능 : 30

“...민첩!”

민첩 100.

정호가 원했던 최상의 결과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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