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9화
‘거리를 나돌아 다니는 몬스터?’
당장이라도 카페 안으로 달려들 것만 같은 몬스터를 쳐다보며, 감상을 흘렸다.
분명 현실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는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호는 큰 걱정을 갖지는 않았다.
‘전조라더니...’
카페 밖에서 서성거리는 괴물은 둘 뿐.
심지어 그 정체는 코웃음이 튀어나올 정도로 가소로운 것들이었다.
‘고블린이라.’
과연 아스텔이라고 할까.
천사가 준비한 시련은 이와 같은 이상사태를 막기에 적합한 훈련이 되었다.
실제로 몬스터가 눈앞에 있음에도, 코인부터 떠올렸으니 말이다.
“종말이 다가온다더니, 정말인가 보네요.”
그 반응은 레이나, 김세정이라 할지라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카페 밖의 고블린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짓기는 했으나, 그 외의 반응은 없었다.
“여기서 가만히 계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세정이 당부의 말을 하고 일어나자, 그제야 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텔의 상태창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을 터다.
세정의 입장에선, 정호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일지도 모르는 일반인일 터.
‘아쉬운데.’
입맛을 다시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실에서 나타난 몬스터를 잡았을 때, 과연 녀석들이 코인을 토해 낼까.
그 코인은 얼마나 될까.
그런 궁금증과 탐욕이 차올랐지만, 여기서 대뜸 녀석들을 쓰러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지.’
아스텔의 시스템 대신, 톨비아라는 뽑기 게임의 시스템을 얻었다.
그렇기에 화신을 뽑아, 싸운다.
이런 내용을 굳이 여기서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겨우 고블린이고 말이야.’
현실에 나타난 몬스터들이 코인을 준다하더라도, 저급 몬스터인 고블린이 그 상대라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았다.
딸랑-.
김세정이 담담히, 카페 밖으로 나섰다.
정호는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허리를 쭉 펴고서 느긋하게 관망했다.
‘그럼 어디...’
걱정은 없었다.
밖에는 이미 두 명의 보디가드가 대기 중이다.
거기에 가세하는 이는 영웅 급 화신에 비견되는 능력치를 가진 랭커 레이나.
이미 인원수부터 모자란 마당에 고블린에게 승기 따위는 없었다.
“...뭐?”
아니, 없어야만 했다.
정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진 것은 보디가드 중 하나가 큰 상처를 입고 떨어져 나갔을 때였다.
“저게 뭐야?”
분명 고블린이다.
그런데 알고 있던 녀석과는 사뭇 달랐다.
아니...
달랐지만, 익숙했다.
* * *
카페 밖으로 나선 세정은 곧장 상황을 파악했다.
나타난 고블린은 고작해야 둘.
이쪽은 자신을 포함하여 셋이다.
단순하게 인원수만으로도 가뿐히 전력을 넘어서는 수준.
그뿐이 아니다.
경호로 붙은 이들은 하나같이 시련에서 두각을 나타난 이들.
애초에 세정 스스로가 랭커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패배할 이유가 없었다.
‘걱정되는 점이라면...’
세정은 고개를 돌려 카페 안을 바라보았다.
꽤나 느긋하게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정호의 얼굴이 보였다.
‘민간인, 그것도 전투 능력이 전무한.’
변수가 있다면, 정호라는 사내를 지키면서 싸워야 한다는 점이었다.
전 세계인이 한순간에 진화를 하듯, 상태창을 부여받았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상태창을 받지 못한,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버린 비운의 사내다.
고블린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울 정도.
‘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
세정은 자신이 있었다.
제아무리 현실에 몬스터가 나타났다고는 하나, 자신은 시련에서 고블린을 백 단위로 쓰러뜨린 랭커 중 하나다.
고작해야 둘 정도의 고블린 정도라면 자신이 있었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여기는 저희가 처리 할테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경호원의 만류에도 세정은 고개를 내저었다.
“좋은 경험치에요. 둘이서만 독차지하시려고요?”
전조가 고블린이라면.
종말에는 그 이상의 몬스터들도 즐비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 경험치를 벌어 두지 않고서야 강해질 여력이 없다.
그리 판단한 세정은 곧장 경호원들에게 외쳤다.
“제 캐스팅이 끝날 때까지 저를 지켜주세요.”
세정은 백마법사다.
아스텔의 백마법사는 다섯 가지의 원소를 다루는 원거리 캐스팅 계열.
기나긴 캐스팅 시간 탓에 지켜 주는 이가 필요한 꽤나 까다로운 직업이다.
하지만 그 시간만 벌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강력한 화력을 뽐내는 클래스기도 했다.
세정이 두 번째 시련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유도 이것이었다.
“후우...”
숨을 크게 고른 세정은 곧장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떠올리는 것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구.
파이어볼의 주문.
저급 마법이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고작해야 두 마리의 고블린에게 꺼낼만한 주문은 아니었다.
‘안전하게.’
하지만 세정은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았다.
이곳은 게임이나 시련이 아니라, 엄연히 현실이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고블린의 목숨을 끊겠다는 강렬한 의지였다.
한데, 그런 안전제일주의가 의외의 결과를 나았다.
“아악!”
눈을 감고서 캐스팅을 이어가는 세정의 귀에 들려오는 불협화음.
그에 세정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부릅떴다.
“키케켁.”
“으윽!”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
고작해야 저렙 몬스터에 불과한 고블린이 경호원 중 하나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것이 아닌가.
“매직 미사일!”
세정의 판단은 재빨랐다.
거의 완성이 되어가던 파이어볼의 캐스팅을 중지하고는 즉흥적으로 시전한 매직 미사일을 고블린을 향해 날렸다.
“켁?”
후우우웅!
고블린이 그것을 가볍게 피해 냈지만, 당장은 그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괜찮아요?”
“가, 감사합니다. 아가씨.”
한쪽 팔에 큰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어보였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정은 고블린을 다시 쳐다보았다.
“이런...!”
녀석은 자신을 향해 마법을 날린 것이 세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새빨간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조금 멀리 떨어져,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다른 고블린도 세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타깃을 변경한 모양이었다.
탁탁탁!
짧은 다리로 바닥을 박차며 달려오는 고블린들.
‘고블린은 공격을 할 때, 먼저 위에서 아래로...’
세정은 녀석들이 다가오자, 고블린의 패턴을 떠올렸다.
녀석들의 공격은 저레벨 몬스터답게 정형화 되어있어, 마법사인 자신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조심하세요! 아가씨!”
“녀석들의 패턴이 다릅니다!”
하지만 곧장 날아오는 경호원들의 조언에 세정은 황급히 그 생각을 지우고는 뒤로 물러섰다.
후우우우웅! 후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정이 서 있던 장소에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말도 안 돼!’
세정은 크게 놀라, 눈을 부릅 떴다.
고블린의 첫 공격은 언제나 단순한 내려치기 뿐.
하지만 놈들은 자신의 허리와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무, 물러서십시오!”
당황한 세정의 앞을 경호원이 막아섰다.
‘잘못 생각했어.’
방심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부터가 잘못되었다.
애당초 현실에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부터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게임에서, 시련에서.
고블린들을 너무도 손쉽게 잡았던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었다.
‘...뿔.’
그제야 녀석들의 형태가 제대로 보였다.
녹색의 피부.
허리춤까지 오는 작은 체구.
아무렇게나 들고 있는 몽둥이.
모두가 자신이 경험한 고블린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다른 점이 하나.
이마에 작게 솟아나 있는 뿔만큼은 세정의 기억에 없었다.
“아가씨. 도망치시지요.”
경호원의 염려 섞인 말이 귓가로 들려왔다.
물론 이대로 후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녀석들의 공격은 지금껏 경험해온 그 어떤 고블린들보다 강하고 재빨랐지만, 그렇다고 아예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부상자가 생긴 이상 전열을 가다듬는 것도 해야 할 일이었다.
“...아니.”
하지만 세정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대로 후퇴했다간, 뒤에 있는 정호에게 피해가 간다.
자신이 이곳으로 끌고 왔기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책임은 자신에게 있었다.
“마법을 시전 할 테니까, 그 전까지만 버텨줘.”
“...아, 알겠습니다.”
세정은 곧장 눈을 지그시 감고서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시전 하는 것은 이번에도 ‘파이어볼’.
매직 미사일처럼 즉발 마법으로는 소용없음을 이미 확인했다.
그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오랜 시간의 캐스팅이 필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마법은 파이어볼이라 판단했다.
까앙! 깡!
“크윽!”
“키엑!”
귓가로 들리는 소음과 신음들.
굳이 보지 않아도 분명 경호원이 열세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세정은 눈을 뜨지 않았다.
까득.
오히려 어금니를 깨물었다.
설사 경호원이 쓰러지고, 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오더라도 마법을 중지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적을 쓰러뜨릴 마법을 최대한 빨리 완성시키는 일이었다.
후웅! 후웅!
“키엑!”
“키에에엑!”
얼마나 지났을까.
더 이상 경호원의 신음은 들려오지도 않는다.
고블린의 악다구니와 몽둥이를 휘두르는 소리 뿐.
“키에에에엑!”
고블린의 거센 외침이 들려왔을 때.
세정이 눈을 번쩍 떴다.
보이는 것은 쓰러진 채 거친 숨을 쉬고 있는 경호원과 그 너머에 모여 있는 두 마리의 고블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원하는 것은 단 한 줌의 불!”
화아아아아아악!
내밀어지는 손에서 솟아나는 머리만한 크기의 화염.
뜨거운 열기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파이어볼!”
세정의 외침이 끝나자, 머리만한 불덩이가 고블린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는지, 고블린들도 그것을 쳐다보기만 할 뿐 피할 기색도 없었다.
이윽고 파이어볼이 녀석들에게 떨어지자.
퍼어어어엉!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강렬한 열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하악, 하악, 하악...!”
잔뜩 긴장한 탓일까.
세정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서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든 됐어...’
운이 좋았다.
경호원이 쓰러지긴 했지만, 그리 큰 상처가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딱 좋은 장소에 고블린들이 모여 있었던 탓에, 자신의 마법에 휩쓸리지도 않았다.
“다행이야.”
세정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
누군가가 마치 판을 짜놓은 듯, 인위적인 수준이었다.
곧장 쓰러진 경호원들을 살피기 위해 몸을 이끄는 세정.
한데.
“정말 다행입니다.”
“흡?!”
세정은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고개를 홱 돌려 그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위험하니 나오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상황이 끝나고 나온 겁니다. 저 분들은 괜찮으십니까?”
“네. 상처가 꽤 깊긴 하지만, 목숨에 위험이 있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건 다행이군요.”
세정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만일 자신이 쓰러졌다면,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것은 정호였을 터다.
한데도 꽤나 태평스러운 대답이 아닌가.
“그런데 괴물들이 현실에 나타나다니...”
“네...”
정호가 때 아닌 한탄을 하자, 그제야 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정호처럼 아스텔의 시스템이 없는 이의 마음을 모른다.
아마 정호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절망적이겠지.’
저렇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상처가 있으시네요.”
“아, 나올 때 살짝 긁혔나 봅니다.”
세정은 정호의 팔에 새겨진 상처를 보고서, 손수건을 꺼내며 다가갔다.
정말 별 것 아닌 생채기였지만, 그 상처를 닦아주기 위함이었다.
“바이러스가 있을 지도 모르니, 병원에는 꼭 가보시고요.”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정은 담담한 정호의 대답에 손수건을 쥐어주고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 했다.
“...어?”
세정의 입에서 의문이 터져 나왔다.
팔의 상처로부터 점차 내려간 시선의 끝.
정호의 손목에는 여전히 스마트 워치가 걸려 있었다.
-이정호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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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 68 민첩 : 44 체력 : 39 지능 : 45 운 : 3
그런데 그 화면에 떠 있는 내용이 조금 전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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