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42화 (42/45)

〈 42화 〉 멸망?(3)

* * *

아수라장이다.

폭동은 물론 살인까지 일어나는 와중이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와중에 화를 내봤자 소용없는 일이지"

제인스는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물어뜯는 각국의 정상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일 많은 비난과 공격을 받는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었다.

"중국 때문에 모든 생명체가 멸망하게 생겼군!"

"이래서 하찮은 족속들이 권력을 잡으면 안 된다는 거야!"

핵을 발사한 나라의 경우는 불같이 화를 내지만 일찍이 모든 핵을 내놓기로 했음에도 절반도 되지 않는 핵만을 발사한 다수의 나라들은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어째서 중국만 비난 받아야 합니까?"

"그걸 몰라서 물어!"

"물론 저희 중국 측 잘못이 크긴 합니다만 핵을 전부 발사하기로 했으면서 뒤에서 핵을 빼돌린 다른 나라들 역시 잘못이 있지 않습니까?"

"미친 새끼야! 네놈들이 그딴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어!"

욕설이 오가는 정상회담이다.

이것이 과연 각국의 정상들이 하는 대화가 맞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기에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예견된 이기적인 멸망]

[서로의 잘잘못만 따지가 결국 멸망하게 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멸망까지 149시간]

[이 종족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나서기 시작합니다.]

[알레스카에 살고있는 마족 케루빔이 움직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살고있는 리치 20마리가 움직입니다.]

[엘로우 스톤에 살고있는 드래곤 칼세린이 움직입니다.]

[예외적으로 서울에 있는 불사의 도플갱어 불사와 EX 등급의 능력자 한성태가 움직입니다.]

[이들은 인간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몹시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달을 파괴한 후 인류를 향해 공격할 확률이 100% 증가합니다.]

***********

"하…. 미치겠네 진짜…."

성태는 눈 앞에 펼쳐진 퀘스트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욕심은 파멸을 부른다고 하더니 인간들이 본보기를 보여주는군."

함께 있던 불사 역시 퀘스트를 받고는 혀를 끌끌 찼다.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하자면 `나 한명 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남들을 탓하면서 서로 비난하고 싸운다고 하니 할 말이 없어진다.

"아까 날아가던 불빛은 핵이겠군."

"낸들아나? 제일 처음 잘못했던 곳이 중국이라던데?"

불과 10분 전이었을까? 중국 쪽으로 날아가는 13발의 빛무리를 보긴 했다. 처음엔 뭔지 몰랐지만 지금 퀘스트를 확인하니 알겠다.

자신들의 잘못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중국에 핵 공격을 가하는 것을….

물론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에 피해만 없다면 나설 생각이 없는 두명에게는 별다른 상황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하늘에서 찬란한 존재감을 흩뿌리며 날아가는 달이었다.

"저걸 무슨 수로 막을지 걱정이군."

"글쎄..? 드래곤이나 마족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서든 막겠지만 우리는 무리인 듯 한데?"

드래곤인 켈세린은 드래곤의 고유기술인 브레스를 통해서 달을 파괴 시킬 것이 분명했다. 거기다 마족인 케루빔 같은 경우는 강력한 흑마법으로 산산이 분해해버릴것이 분명하고 그것은 리치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성태와 불사에겐 이렇다 할 기술이 없는 관계로 일찍이 달을 부수는 게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너 광역기 뭐 있냐?"

성태가 불사에게 슬쩍 찔러봤다.

"나야 뭐…. 그러는 넌 뭘 가지고 있지?"

어물쩍하게 대답하려고 했던 불사가 힐끔거리며 되돌려 묻는다. 아무래도 서로의 기술을 알려주기엔 퀘스트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불리하기 때문이지만, 성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광역이라기 보다는 <절단>스킬이랑<강제이동>같이 원거리 스킬 뿐이 없어"

"그런 걸 잘도 떠벌리는군."

솔직히 퀘스트로 인해 싸우지는 못한다지만 엄연히 적이다. 적에게 기술을 대놓고 떠벌리는 성태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데 그런 불사를 보며 성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다.

"야야, 생각 좀 해라. 싸움이고 나발이고 못 막으면 너나 나나 뒤진다?"

"생각해보니 그렇군, 의외로 상황판단이 빠른걸?"

"...네가 느리다고 생각은 안 해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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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그극....!

<역시 하등한="" 인간에게="" 바란다는="" 건="" 무리인가=""/>

들끓는 마그마 속에서 거대한 동체가 꿈틀거리며 튀어나온다. 붉은 비늘은 보는 것으로 하여금 빨갛게 불태우는 것 같으며 세상 어느 것보다도 단단하게 보였다.

푸화아악!!!

움직일 때 마다 마그마가 폭발하며 하늘을 향해 뿜어지는데 이곳은 세계 최대의 화산인 옐로우 스톤의 내부였고 그 안에 꿈틀대고 있는 존재는 9천 년 된 레드 드래곤 칼세린이였다.

<유희라도 하시는="" 겁니까="" 신이시여=""/>

하늘을 향해 나직히 말을 하는 칼세린은 모한다르 행성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1만 년의 세월을 사는 드래곤에게 유희란 삶의 지루함 속에서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자아의 형성에도 필수적이었으며 살아가는데도 영양소와도 같은 유희는 말 그대로 드래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1만 년이라는 세월이 너무나 길다고 생각되지만 그걸 신에게 비유하자면 한없이 작아지는 무한히 0에 가까운 숫자에 불과하다.

영원불멸의 신이라면 분명 지루해지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 분명할 테고 칼세린은 이것이 신의 유희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신의 자식으로서="" 부모와도="" 같은="" 신의="" 유희를="" 돕겠습니다.=""/>

펄럭!

콰르릉!!

크기 500m의 육중한 몸이 날개를 펼치니 1킬로가 넘는 길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 덕에 옐로우 스톤의 내부는 처참하게 부서졌으며 부서진 잔해가 마그마 속으로 떨어지며 또 다른 폭발을 일으켰다.

<신의 유희를="" 위해=""/>

고오오오오오오!!!!!!!

칼세린은 입을 크게 벌려 엘로우 스톤안에 있는 뜨거운 열기를 한껏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드래곤 브레스라면 대기중에 흩어져있는 마나를 입안으로 빨아들여서 한번에 쏘아 보내는 것이라면 칼세린이 지금 하는 것은 마나와 마그마의 열기를 동시에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크기가 큰="" 만큼="" 더욱더="" 강한="" 브레스가="" 필요하지=""/>

아무리 네 개체로 쪼개졌다지만 하나하나가 한반도 보다 크다 보니 웬만한 브레스로는 어림도 없었기에 행한 일이었으며 마나와 열기를 끌어모으는 동안에 칼세린이 몸담은 마그마는 아주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었다.

<다른곳을 알아봐야="" 하나...=""/>

칼세린은 그동안 따뜻한 마그마속에서 단잠을 자는 걸 즐겼는데 이제는 딱딱하게 굳은 화강암 덩어리를 보며 아쉽다는 눈빛을 내비쳤다.

<흐음.. 이="" 느낌은="" 케루빔인가?=""/>

브레스를 쏘아 보내려고 할 때 북쪽에서 느껴지는 눅눅하면서도 음침한 마기 덩어리를 느낄 수 있었는데 마기는 말 그대로 엄청난 응집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낮 박쥐="" 녀석에게="" 질="" 순="" 없지=""/>

푸화악!!!!!

거대한 아가리에서 뿜어져 나간 붉은빛 레이저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녹여 나갔다. 총 둘레 3킬로에 달하는 옐로우 스톤의 입구가 초에 붙은 불에 녹듯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더니 이내 진득한 마그마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닌 듯 딱딱하게 굳어버린 화강암 덩어리가 녹기 시작하더니 다시금 본연의 마그마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단지 문제점이라면 원래라면 있어야 할 내부를 감싼 기암바위가 브레스로 인해 모두 녹아버린 상황이었으며 그 반동으로 인해 옐로우 스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으음…. 난감하군=""/>

지구는 달에 의해서 멸망하는 게 아니라 옐로우 스톤이 폭발하면서 멸망할 것 같은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

"음? 이건.. 칼세린인가?"

동쪽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에 케루빔이 몸을 움직였다. 아마 신의 장난에 맞장구를 치려는 듯한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마나를 끌어 모으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도마뱀! 고작 신의 놀음판에 끼어들다니…."

신을 모욕하는 것 자체가 죽임을 당할 일이었지만 케루빔은 마족이였고 마족은 마신을 믿기 때문에 여타 다른 신에게 모범적으로 보일 필요는 없었다.

"젠장…. 이러면 끼어들 수밖에 없잖아!"

애초에 시작을 안 했다면 모를까 칼세린이 끼어든 이상 신의 놀음판에 끼어들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의 방침으로서 신과 엮인 누군가가 일을 벌인다면 그와 알고 있는 모든 존재 또한 신과 엮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신이 강림하여 계시를 내려주지 않는 한 관섭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 되었건만 칼세린이 그것을 어긴 것이었다.

"이렇게 된 거 화려하게 장식해주지!"

고오오오오!!!!

케루빔 주위로 엄청난 마력이 집중되더니 바닥에 커다란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복잡한 형태의 마법진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이내 9개의 마법진이 중첩되어 결합하는데 보기만 해도 어지럼증을 느낄만한 그런 수식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운석엔 운석이지! <타겟팅>,<와이던>,<와이던>,<와이던>,<메테오>,<리버스 그래비티="">"

번쩍!

바닥에 깔린 9중첩 마법진이 빛을 발하더니 이내 스르륵 사라진다. 그리곤 하늘을 빼곡히 채우는 마법진을 볼 수 있었는데 방금전 바닥에 깔린 마법진이 수천만 배 커진 상태로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구그그그그!!!

"오오! 나온다."

케루빔은 자신이 만든 마법진에서 메테오가 나오자 신난 듯 손뼉을 짝짝치며 좋아라 했지만, 원래 운석이라고 하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정석이지만 역중력 마법인 리버스 그래비티 때문에 오히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기이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크하하하!! 화려한 폭죽을 보겠구나!"

쿠와아아아아앙!!!!!

원래 같았으면 지구를 공전하며 천천히 부딪혀야 할 달이었지만 강제적으로 쏘아 올려보낸 운석과 충돌을 해버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며 불타는 파편들을 지상으로 쏘아 보낸다. 비록 운석과의 정면충돌은 막았지만 수만 개가 넘는 파편들로 인해 지구에 살고있는 생명체들이 멸망할 것 같은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

"킬킬킬!! 이건 마족의 기운이다!"

"케루빔님께서 운신의 폭을 넓혀 주셨으니 우리 또한 그에 보답해야지!"

20명의 리치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포커를 치고 있다가 서쪽에서 느껴지는 마족 케루빔의 기운을 느끼고는 냉큼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케케케!! 덮지 마라!"

"캬캬캬!! 이딴 포커보다 케루빔님을 따라 하는 게 우선이다!"

"클클! 맞다! 그러니 빨리 덮어라!"

서로가 눈치를 보며 후다닥 판을 엎어버리는 리치들과 그것을 막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쓰는 리치들이 있었다.

"킥킥킥!! 이 녀석들! 노 페어였더냐!"

"킬킬킬! 웃기지 마라! 노 페어라니!? 내가 들고 있던 패는 빽 스트레이트였다!"

"캬캬! 그래! 나도 마운틴였다!"

"케케케!! 이것들아! 빽 스트레이트와 마운틴이 같이 나올 리가 없잖느냐!"

"클클클!! 이미 판은 넘어갔다! 얘들아! 가자!"

다 이긴 게임을 한순간에 뒤엎어버린 녀석들을 보며 이를 부득부득 가는 리치들이었지만 우선 하늘에 떠 있는 저것부터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10년간 재미있게 쳤던 포커를 못 치게 될 테니 말이다.

"클클클! 이번엔 무슨 마법을 사용해볼까!"

"케케케! 헬파이어 어떤가!"

"캬캬캬! 그건 너무 식상해!"

"킥킥..! 그럼 헬프리징은 어떤가!"

"킬킬킬! 멍청아! 운석을 얼려봤자 얼음 운석이다!"

킬킬, 킥킥,캬캬, 등 무려 20개나 되는 웃음소리가 한곳에 뒤엉켜 복잡미묘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중 킬킬거리는 리치 한명이 의아한 듯 질문을 던졌다.

"킬킬…! 우리가 왜 이런 식상한 웃음을 짓는 거지?"

"케…?"

갑자기 돌발적인 질문에 20마리의 리치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20마리의 진돗개나 시바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면 모든 이들의 사람을 독차지 했겠지만 뼈만 앙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니 흡사 극한의 공포체험을 경험하는듯한 섬뜩한 장면을 자아내고 있었다.

"케케…? 그러고 보니 왜 웃고 있는 거지?"

"캬캬…. 그러네?"

뜬금없는 의문으로 인해 떨어지는 달을 막아야 된다는 것을 잊은 리치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웃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 상념에 젖어 들게 되었다.

그리고 리치들의 방관으로 인해 멸망할 것 같은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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