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깨어나다
* * *
깨어나다
시간은 자꾸 흘러 이제는 3시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들 이번 퀘스트를 깼다는 생각에 얼마큼의 경험치를 받을까? 라는 상념에 젖어 들었는데 퀘스트의 내용이 바뀌기 시작했다.
[퀘스트 제한시간 2시간 59분 남았습니다.]
[파르파산의 지룡 새끼의 위치가 랜덤적으로 이동됩니다.]
[위치 이동은 자신의 부모인 데스킹의 범위 100M 안쪽입니다.]
"뭐…?"
이대로 끝날 줄 알았던 퀘스트가 마지막에 변덕을 부렸다. 설마 방심할 때를 노려 일부러 남극 같은 오지에 놔뒀다는 건가?
쭈아앙!!!
만약을 대비해서 데스킹 주변을 지키고 있던 중국 SSS 등급 능력자 칭과 미국 SS 등급 능력자 케빈은 전방 80M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것을 보자 떠오른 생각은 두 사람 전부 같았다.
"제기랄!"
"특SSS급 몬스터를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SSS 급 몬스터 불사도 막기 힘든 게 현 상황인데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몬스터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니 얼마나 난감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줄기가 멈추고 이내 나타난 것은 크기 18m로 추정되는 거대한 지렁이였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대충 봐도 뒤에 망부석처럼 굳어있는 데스킹과 닮아있었다.
뀨?
"시발.. 뀨라서 뀨라는 울음소리 내는 거 아니겠지?"
칭의 말과는 반대로 뀨라는 울음소리 때문에 뀨라고 불리는 것이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쿠그그그그그….
천천히 땅을 파고 들어가는 뀨를 보며 재빨리 공격하는 케빈이였다.
<공간의단절/>
지이잉…!
쿵!
뀨?
뀨는 방금전만해도 부드럽게 파고들던 땅이 지금은 사방을 옥죄는 거대한 뭔가가 생긴 것을 느꼈다.
뀨~
와드득!
별 상관은 없지만 움직이는 데 불편함을 느낀 뀨는 정면에 있는 흙더미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사용해서 그냥 뚫어버렸다.
"뭐…?"
별다른 느낌 없이 스걱스걱 뚫려버린 자신의 스킬에 한동안 멍하니 있었는데 칭은 그런 케빈을 보며 큰 소리로 떠들었다.
"네놈의 공간 능력은 나도 깰 수 있으니까 충격받지 마!"
"이...이.."
잔뜩 비웃는 것 같은 말투에 케빈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스킬을 사용했는데 이번엔 조금 다르게 사용했다.
<왜곡/>
팟!
쿠극쿠극!
케빈의 왜곡 능력이 뀨 앞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공간에 자리 잡았다. 그것을 모르는 뀨는 평소처럼 앞만 보며 흙을 파 내려갔는데 오랜만에 보는 부모 데스킹을 보는지라 상당히 기뻤기 때문이었다.
멀뚱멀뚱
빠른 속도로 땅속을 기어가며 데스킹에게 다가가던 뀨는 어두웠던 공간이 갑작스럽게 밝아지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자신의 머리만 덩그러니 허공에 떠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생각하기도 전에 인간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공간 절단=""/>
끼리리리리리리리릭....!
뀨!!!!!
뀨는 살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조여오는 뭔가로 인해 목이 심하게 아파왔고 단 한 번도 상처가 나지 않았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쳇…! 한 번에 안 죽는군"
"오호? 저게 네놈의 한 수였나?"
"한수?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스킬이 많이 있지!"
케빈의 섬뜩한 스킬을 본 칭은 자신보다 한 단계 낮다고 우습게 보던 것을 고쳐먹었다. 지금 사용한 스킬은 자신이 보기에도 상당히 위험한 스킬이였고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두 단계나 높은 특SSS급 몬스터의 움직임을 옥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띄는 것 같았다.
`이 녀석을 죽여?`
한눈에 봐도 위험한 녀석이다. 만약 SSS 급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상당히 위험한 녀석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에 칭은 생각했다.
`이 녀석을 죽이고 바로 죽여야겠군.`
자신이 죽였다는 것을 미국에 알리면 안 되기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칭의 생각을 눈치챈 케빈은 그런 칭을 보며 또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공간 고정="">,<스페이스 큐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 속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뀨였다.
한편
엉뚱한 퀘스트 덕분에 허겁지겁 데스킹에게 달려가는 성태였다. 현재 그곳에 있는 SSS 등급과 SS 등급의 능력자가 파견 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옛날의 뀨를 생각해 보자면 당장이라도 회쳐지지 않으면 다행이었지만 퀘스트의 내용을 보면 특SSS급이라는 몬스터로 표기가 되어있으니 적어도 죽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와나! 미치겠네? 미국은 몰라도 중국 측 능력자를 먹으면 상당히 골치 아픈데?"
안 그래도 중국의 횡포로 인해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불만을 표기하고 있었다. 꼴에 SSS 등급이라고 배 째라는 식으로 있으며 수틀리면 모두 죽인다는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만약 SSS 등급 능력자가 죽기라도 한다면 딱 봐도 막장으로 나갈 게 분명했다.
중국은 세계를 상대로 핵이라도 쏠 게 분명했고 핍박받았던 나라에서는 중국을 달달 볶을 게 분명하니까.
"크크….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군! 쯧쯧…. 인간이란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하등한 존재라니까"
성태의 옆에서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불사가 현재 상황을 아주 재미나게 보고 있었다.
태생이 마족인 불사는 주식으로 생명체의 절망이나 복수심을 먹고 살기에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제대로 싸워볼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한참을 달려 나가는 중 찢어지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뀨이이이이이!!!!!!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통해 온몸으로 듣는다랄까? 섬뜩하면서도 음산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들어도 뀨의 비명소리가 틀림없기 때문이였는데 성태와 불사는 도착과 동시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콰직!
우적우적!!
뭔가를 잔뜩 씹어 먹고 있는 뀨를 볼 수 있었다.
"저 녀석 왜 자기 아빠를 먹고 있는 거야!?"
우걱거리며 몸을 뜯어먹는 뀨를 보며 다급히 달려 나갔지만 이미 늦었다.
[퀘스트 실패!]
[퀘스트 내용이 변합니다.]
[모든 몬스터를 죽이셨기에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다음 라운드까지 9시간 58분이 남았습니다.]
[스테이지 보상이 나옵니다. 서울팀 13분 32초로 가장 빨리 처리하였기에 보상으로 경험치 18만 점을 드립니다.]
[데스킹이 깨어납니다. 9시간 59분]
[잠에서 깨어난 데스킹은 잠시간 폭주를 시작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막아주시길 바랍니다.]
[데스킹의 폭주를 막아라! 제한시간 5분]
<데스킹의 폭주를="" 막아라!=""/>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데스킹이 자식의 도움으로 깨어납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래 잠들어 있었기 때문일까?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로 인해서 평소 억눌러왔던 파괴 행각을 들어내게 되는데 데스킹이 가지고 있는 힘은 신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하여서 짧은 시간이라도 상당한 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 정보
이름 : 고대 파르파산의 지룡
레벨 : 500
칭호 :[갓 브레이커][데스킹]
종족 : 고대 지룡
HP : ??? + 65000 + 7000
MP : ??? + 65000 + 7000
체력 : ??? + 1000 + 5000
민첩 : ??? + 1000 + 5000
지능 : ??? + 1000 + 5000
신앙심 : ∞
특이사항: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함 (난폭도 + 1,000%) (자제력 1,000%) , 일시적으로 폭주 상태입니다. (능력치 상승, HP/MP + 65000, 올 능력치 + 5000, 신앙심 ∞(일시적))
주의! : 신의 사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불행이 최고조로 이릅니다. (회피율 600%, 명중률 600%, 파괴본능 + 8,000%)
[데스킹을 깨우는 것이 이번 퀘스트입니다.]
뀨..?
깨우라니? 무슨 소리지?
뀨는 자신이 크기를 최대한 키워봤자 500m도 되지 않기에 어떻게 저 큰 걸 깨우나 싶었는데 다시 돌아오는 물음에선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격해서는 느낌도 안 날 것 같지만 일단 공격해보기는 했다.
<날카로운 이빨=""/>
콱!
이어…. 이빨 나갈 뻔했어.
뀨는 도저히 들어가지 않는 단단하고도 우람한 피부를 보며 한탄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크…. 저 빌어먹을 지렁이 녀석이…."
분명 자신을 고통스럽게 했던 인간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에 허공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죽을 뻔했었는데 보통의 상태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을 해서 크기를 키워 이상한 공간에서 빠져나와선 꼬리로 내려찍었다.
자신의 부모인 데스킹의 스킬 <지룡보>를 이용해서 빠르게 내려치는 공격이라서 그런지 단번에 깔고 뭉개버렸는데 꼬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뭔가 둔탁하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드드득..!
꼬리를 들어 확인해보니 왼쪽에 있던 이상한 인간은 바닥 깊이 뭉개진 채 미약한 호흡만을 내쉬고 있었지만, 오른쪽에 있는 인간은 반구형의 뭔가가 덩그러니 둘러싸여져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 이상한 힘을 본 순간 자신을 괴롭혔던 괘씸한 녀석인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