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퀘스트 시작(4)
* * *
[일본이 자체적으로 파멸하였습니다. 다음 라운드부터 일본은 퀘스트에서 제외되며 일본에 자리를 잡고 있던 포탈 역시 소멸하게 됩니다.]
[일본의 부제로 인해 일본 핵 공격에서 살아남은 와이번 3마리가 세계 전국으로 흩어집니다.]
[방향은 동쪽 서쪽 북쪽입니다.]
"미친놈들…. 설마하니 자기들 나라에다가 핵을 쏠 줄이야…."
촤작!!
한번에 수십 마리의 오우거를 잡던 성태는 일본이 멸망했다는 퀘스트의 말에 혀를 끌끌 찼다. 자기들 딴에는 1등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 것 같은데 이건 뭐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 아닌가?
성태말고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물론 1등을 8번이나 놓친 것이 아깝지만 죽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안 그런가?
레벨 많이 높아봤자 뭐하나 죽으면 끝인데?
"그나저나 와이번들이 걱정이긴 한데…."
"그러게? 핵 공격을 받고도 살았다면 방사능 덩어리라는 소린데"
고레벨의 능력자라고 한들 방사능에 안전한 건 아니다. 말 그대로 방사능이라는 독 덩어리 3개가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소리와 동일했기에 상황이 커지기 전에 잡아야 한다.
"거기다 뀨 녀석이 나타난다니까 상당히 껄끄러운데?"
"평범하게 포탈로 나올 줄 알았더니 퀘스트 몬스터로 나올 줄 누가 알았어?"
성태와 시크릿의 입장에서는 뀨가 데스킹을 깨우는 것에 찬성한다. 상태창을 보니 마기의 정화가 완벽하게 끝이 났으며 모한다르에서 `인외자`일 때 옆에서 지켜본 결과 함부로 인간을 먹고 다닐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이 아는 현실이였고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른다는 게 큰 문제점이었다.
"크크! 데스킹의 새끼라? 흡수한다면 얼마나 강해질지 궁금하군!"
"너 그런 생각하지 마라? 새끼라도 급이 있는 거야 네가 가지고 있는 등급이 SSS 급인데 반해 뀨 이 녀석은 특 SSS라고? 너보다 한 단계 높은 몬스터를 네가 감당하겠냐?"
"닥쳐! 나에겐 불사의 능력이 있다고!"
"그래봤자 데스킹에게 먹히면 한순간일 텐데 뭐"
"...."
하긴 예전에 목숨 100개를 투자해서 생성한 분신체 100여 개.. 즉 총 목숨 1만여 개의 몰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불사였다.
목숨 100개? 그냥 눈 녹듯 사라진다.
데스킹의 입안에 들어가는 즉시 목숨이 눈 녹듯 사라지는데 마치 세포를 단위단위로 쪼개는 듯한 엄청난 살육 현장을 분신을 통해서 생생히 느낀 불사는 그 뒤로 데스킹과의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고 있었다.
1천만의 목숨 따위로는 데스킹의 뱃속에서 10초라도 버티면 다행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성태였기에 불사에게 말을 한 것이었다.
"젠장…. 부모나 자식이나 마음에 안 드는 건 똑같구만!"
"큭큭…. 미치겠다. 애 투정하는 거도 아니고 그게 뭐냐?"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셨습니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순위 1등입니다.]
"1등이란다."
"당연하지! 나에게 1등 아니면 의미가 없다!"
"아, 지랄 똥 싸는 소리하지 말고 분신이나 뽑아서 방사능 와이번이나 찾아봐"
"싫다!"
"아 쫌! 방사능은 너한테도 치명적이다고?"
세포를 죽이는 방사능은 말 그대로 불사에게 치명적이다. 성태의 말에 인상을 쓰면서도 분신 3개를 뽑아냈는데 여벌 목숨으로 10개를 주입했다.
빠르게 날아가는 분신체를 보며 연신 인상을 쓰는데 이유는 옆에서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성태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뭐냐? 그 징그러운 눈빛은"
"너 분신 몇 개나 뽑을 수 있냐?"
"왜?"
"아니. 이왕지사 뽑을 거면…."
성태가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말 그대로 분신을 더 뽑아서 퀘스트에 나오는 데스킹의 새끼를 찾으라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흥! 내가 그런 것 까지 도와줄 의무는 없다!"
"존나 치사해! 편하게 갈 수 있는데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잖아!"
"닥쳐라! 분신 하나 뽑을 때 마다 얼마나 기운 빠지는지 아나!?"
"뭐야? 네가 분신 몇 개 뽑는다고 기운이 빠질 리가 없잖아!?"
"그 부담스러운 눈빛…. 마음에 안 드는군!"
"에이~ 칭찬 한 거니까 부담스러워하지 말라고?"
평소엔 죽일 듯 싸우는 두 명이지만 이럴 땐 부부싸움 하는 것 처럼 보인다랄까?
와삭!
"역시 드라마는 막장이 최고지"
"그렇지, 처음엔 적으로 만났다가 몇 년이 지나 점점 우리가 왜 싸우는 건지 목적조차 잊고 싸우는데 나중엔 정들고 친해지고 야, 하다가 너, 하고 그러다 이름 부르고, 자기야, 당신으로 넘어가서....꾸엑!"
온갖 지저분한 상상을 하던 성규의 이마로 날아오는 주먹만 한 돌을 피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가격당했다.
한줄기 피 분수를 뿜으며 `으갸갸`거리며 뒤로 넘어가는 성규를 옆에서 보고 있던 민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치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막장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리얼 드라마라는게 다르긴 하지만…?
"불사야? 이왕지사 쉽게 쉽게 가자고?"
"싫다! 이놈의 인간들은 왜 이렇게 질긴 것이냐!"
성태가 서서히 접근하자 기겁을 하며 물러나는 불사였는데 구경을 하는…. 특히나 캠코더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서울 전역 TV에 실시간으로 출력이 되는 상황이라 3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아주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러기야?"
"뭐무머무뭐무머머...?"
"정말 너무 하네 10년이 넘도록 몸과 마음을 바쳐서 대접했더니 돌아오는 게 고작인 거야?"
성태는 치고받고 피가 터지는 싸움을 유머러스하게 말을 한 것이었지만…. 정작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성태와 전혀 다른 야릇하고도 19금 딱지가 붙을 만한 상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머어머어머어머어머어!!~~!~!~"
"정말? 왠일이야?"
"안돼! 나의 사랑 성태님이…."
수많은 여자가 방송을 보며 놀람과 설래임 그리고 불만과 짜증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이유? 간단하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포탈의 중심부였기에 축제를 하고 있지만 TV가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방송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에도 수많은 능력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매년 같이 오는 능력자였기에 이런 상황을 많이 봤기에 익숙해 진 것이었다.
"꺼져라! 너 같은 인간에게 치욕을 받느니 차라리 혀 깨물고 죽겠다!"
"아프겠네! 천만번이나 깨물려면"
"...."
도저히 쉽게 넘어가지 않는 상황에 불사가 화를 내려다가도 분위기상으로 여기서 화내다가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런 섬뜩하면서도 오한이 돋는 그런 느낌! 마치 수십만 개의 눈이 노려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불사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나자 성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까지 싸우면서 저렇게 겁먹은 행동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정말 힘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는 사과를 해야겠다는 심보로 성큼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렸더니….
"으악?!"
"...?!"
부와아악!!
성태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마자 불사가 얼굴이 붉어지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이내 등 뒤로 터지듯 튀어나오는 수백만의 분신체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덕분에 구경하고 있던 능력자들이 깜짝 놀라 대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뭐…. 뭐야!? 왜 이래?"
"몰라!"
진태와 최현은 등 뒤로 튀어나오는 끝도 없는 분신체를 보며 안색이 점점 굳어져 갔지만….
"어! 설마!?"
머리에 한줄기 피 분수를 뿜어내며 일어나는 성규는 저 상황을 보며 앗! 하는 표정을 지었다.
진태는 피 분수가 쫄쫄 뿜어대는 이마에 휴지 한 장을 돌돌 말아서 꼭지 막듯 틀어막으며 물었다.
"뭔데? 불사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야?"
"내 생각이 맞다면…. 민태야 너도 알겠지?"
"아마…?"
활짝 핀 성규와는 다르게 민태는 알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표정은 섬뜩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진태야…. 넌 연애 한 번 못 해봤기에 모르겠지만…. 지금 불사의 반응을 풀어서 이야기하면…."
"초기증상의 상사병…. 이겠지?"
"앙?"
"어?"
성규와 민태의 말에 이해하지 못하는 진태와 최현이였다.
*********
뀨?
한참 엄마인 청랑의 품속에서 잘 자고 있었는데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라 뀨!]
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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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현재 무너져버린 일본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쓸데없이 1등을 하겠다고 핵을 난발하더니 꼴좋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그것은 뒷전의 일이다.
"데이비드 장군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일단 블랙스완에 대한 문제점은 해결되었으나 제일 큰 문제는 삼대…. 아니 이제는 이대 조직이 문제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조직이라고 알려진 삼대 조폭 조직들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가 있다. 그중에서 야쿠자의 본국인 일본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으니 전 세계 야쿠자들의 산업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마피아와 삼합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미국 내 야쿠자 산업지로 알려진 스물네군데 업체 중 17곳을 마피아들이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열세군데는 우리 정보국에서 여덟 군데를 차지했고 다섯 군데는 삼합회가 차지했습니다."
"흐음…. 능력자들을 이용해서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으로선 포탈에서 생성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업체를 차지하고 있어봤자 발이 생겨 도망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 대통령인 제인스는 데이비드 장군의 말을 따라 최우선적으로 포탈에서 생성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비록 1등은 하지 못하더라도 일본처럼 욕심부리며 자멸하는 것 보다는 천천히 레벨업을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올해도 서울이 1등을 하겠군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서울이 우수하니 어쩔 수 없죠. 그나마 평상시 우호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니 각성제를 많이 받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일단 원재료의 확보가 문제라면 문제인 거죠"
킹덤에서 만든 각성제의 원재료는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아니,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구하기 쉬웠을 테지만 지금에서야 구하기 힘들다고 해야 할까?
"우선 미국과 근처에 있는 나라에서 대량의 송이버섯을 구하려고 용병들에게 의뢰를 넣었습니다만... 몬스터들이 씨를 말리려는 듯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웠는지라…."
각성제의 주요 재료는 바로 송이버섯이었다.
킹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수많은 국가에서 송이버섯을 이용한 연구를 해봤지만, 성과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원재료인 송이버섯을 폐기처분을 함으로써 각성제를 만들 수 있는 양이 적어진 것이었다.
"으음…. 일단 킹덤에서는 송이버섯만 준다면 각성제를 만들어 준다 하니 최대한 물량 확보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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