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31화 (31/45)

〈 31화 〉 퀘스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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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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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초당 한 번씩 죽여도 100일 넘게 걸리는 게 말이 되냐고.."

"크크!! 날 죽이기 전에 네놈의 수명이 다되어 죽을 것이다."

"그래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물러나 줄래? 오늘 격변의 날 18주년 기념행사가 있다고?"

"인간들은 웃기는군! 매년 똑같은 날에 맞춰 행사를 한다는 것이"

"왜? 너도 오고 싶냐?"

하루에 한 번 근 10년간 싸워 왔던 그들로선 이런 대화 자체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상황이었다. 게다가 불사의 경우 인질을 잡고 성태를 몰아세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오로지 성태만을 진부하게 들먹이며 싸웠는데 성태는 이것을 보며 `나름 괜찮은 놈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불사의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하찮은 날파리라서 거들도 보지 않지만 말이다.

"쳇! 싸울 맛이 안 나는군!"

불사는 성태를 놔두고 뒤로 크게 도약하며 등뒤로 날개를 빼 들었다. 서로 힘주며 싸우고 있다가 불사가 힘을 빼며 뒤로 물러나자 한참 빡세게 힘주고 있던 한성태는 `어어어?`라는 말과 함께 쿠당탕 넘어졌는데 공격한다면 지금이 최적의 상황이었지만 그저 묵묵하게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야! 갑자기 힘 빼면 어떻게 해!?"

"흥! 자고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비로소 강해지는 법이다"

"이 새끼는 툭하면 잔소리하네? 네가 내 마누라라도 되냐?"

"시끄럽다!"

그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진 불사는 당장 덤벼들듯 제스처를 취했지만, 성태는 전혀 방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데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무식하다고 해야 할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일 몇 시에 올 거냐?"

"닥쳐라! 난 내 마음대로 올 거다!"

"그래? 그럼 평소처럼 3시쯤 되겠네. 나 먼저 간다."

"흥! 꺼져라!"

적과 대면이라고는 할 수 없는 대화였지만 정작 그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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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영광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분잡한 서울이다. 아니 분잡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이제 서울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사람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원활한 전기 공급이나 연락망을 위해서 최소한의 사람이 도시마다 있지만, 숫자는 4천이 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넓은 땅덩어리에 4천 명씩 차지하고 있으니 내 땅 네 땅 할 것 없이 그냥 아무 곳이나 자기 땅이라고 하는 거지만 실제론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기에 사냥하러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으으…. 1년에 몇 번 하는 거냐.."

"글쎄? 우선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데?"

서울에 있는 사람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풍족하게 산다랄까? 뭔가 이해 타심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답이다. 돈? 없다. 물건? 없다. 있는 거라곤 능력자들이 잡아 오는 몬스터의 사체들 뿐이다.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못 해도 30만 명은 된다. 예전 5천만 인구를 가졌던 대한민국이 백 분의 1수준으로 대량의 인구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문제는 3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모두 각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몬스터 연합 본부에서 조사한 결과 전 세계에 있는 능력자의 수는 4천 명이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능력자의 숫자는 30만 명인데 말이 되질 않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비록 오크를 겨우 잡을 수준의 C등급일지라도 30만 명에 달하는 능력자들이 한데 모여서 공격하니 오우거와 사이클롭스 같은 최상위 몬스터 조차 공격하지 못하는 웃기는 상황에 처했는데 이걸 실현 가능케 해주었던 곳이 바로 킹덤이었다.

모든 것의 원인이자 질책의 핵심인 킹덤에서 만들어낸 이른바 각성제를 투여받은 한국인들은 모두 능력자들이 되었고 다른 국가에서도 각성제를 원한다면서 원조와 협박을 일삼았지만, 킹덤에서 하는 말은 딱잘라서 원재료가 부족해서 딱 2,000인분만 만들 수 있다는 소리를 했다.

얼토당토않지 못한 소리라면서 제일 먼저 시비를 건 곳은 일본이었다. 한때나마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그런 귀중한 것을 세계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을 위해서 사용하냐며 득달같이 따지는데 킹덤에서는 그런 일본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각성제를 몬스터 연합 본부에 들고 가서는 경매로 팔아버렸다.

물론 일본에서도 경매에 참여하려 했지만, 일본이 참가하는 즉시 각성제를 폐기처분 한다면서 협박을 했고 이를 수용한 연합에서는 일본의 참가를 거부 시켜버렸다.

꼬투리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된통 당한 꼴이었다.

각성제 하나의 가격은 우리나라 돈 40억 원으로 돈으로 받는 대신 구호품으로 받기로 했다. 그 결과 쌀 40만 톤과 조미료 60만 톤 가축 17만 마리를 한국으로 배달하기로 했으며 배달비는 남은 잔금을 탕감해주는 걸로 대신해버렸다.

그게 데스킹이 망부석처럼 굳어버린 뒤였으니 정확히 9년 전의 이야기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흥청망청 사용하면 음식 다 떨어지는 거 아니야?"

"글쎄? 그건 킹덤에서 알아서 하겠지, 우리라고 놀고만 있는 건 아니잖아? 우적…. 우적.."

진태는 앞에 있는 닭 다리를 뜯으며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다행히 17만 마리의 가축들은 9년간 번식을 해서 지금은 200만 마리로 늘어났는데 숫제 사람보다 짐승이 더 많아진 것이다.

200만 마리 중 절반인 100만 마리를 차지하는 게 바로 닭이였다. 아무래도 그만큼 번식이 쉬우면서도 자주 먹기 때문인 듯 했다.

"오늘 불사랑 뭐 가지고 사랑싸움했냐?"

"미친놈…. 넌 땅 갈라지고 육편 조각 날아다니는 섬뜩한 사랑싸움 하고 싶냐?"

"아니! 하지만 넌 하고 있잖아 큭큭"

"그런 소리 할 것 같으면 치킨이나 더 뜯어 먹어. 어디 몬스터…. 거기다 남성체와 나랑 엮는 거야? 차라리 오크처럼 못생긴 여자사람인게 좋지"

"그래? 그러면 저기 저 여자는 어때?"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최현이 한쪽 구석에서 아예 자리를 잡고 고기를 흡입하는 여자를 콕 집어서 보여줬는데 성태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야."

"왜...왜왜?"

"저게 오크냐?"

"으응? 아니 사람…."

갑자기 오크라는 말에 당연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라고 말했다. 못생기고 뚱뚱하다지만 사람이니까….

"난 말했다? 오크처럼 못생긴 여자 사람이라고.."

"그럼 저기 있는 여자도 포함 되는 게 아냐?"

"아니지…. 다시 잘 봐. 저게 오크처럼 보이냐? 아니면 오우거 처럼 보이냐?"

"...."

"너 숙녀한테 그게 뭔 말버릇이야?"

친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말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비난받고도 남았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태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당당했다. 왜냐? 능력자가 된다면 기본적으로 신진대사가 빠르기에 조금만 운동해도 자동으로 균형 잡힌 몸으로 바뀐다. 하지만 저 여자는 그 조금의 운동도 하기 싫어서 저렇게 매일 누워서 먹기만 하고 있는데 저것이 잘못됐다는 소리인 것이다.

다른 능력자들은 놀기 싫어서 일하나? 아니다. 30만 명에 이르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들 만의 할 일이 있고 그만큼 움직이니까 지금처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이다.

"성태야…. 미안하지만 저기 오크…. 아니 오우거녀는 능력자이지만 살을 뺄 수가 없는 체질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쩝…. 이걸 말해줘야 하나?"

"뭔데?"

최현은 주변에 있던 애들을 가까이 다가오게 한 뒤 소곤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저 여자 스킬이 뉴클리어 팻이야.."

"핵? 뭐야! 저 여자 자폭하는 거야?"

핵이라는 말에 다들 깜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뜨는데 최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핵은 핵인데…. 뒤에 팻이라는 단어가 붙잖아…."

"애완동물?"

"아니…. 그 팻말고 다른 뜻의 팻…. 지방 말이야."

최현이 말한 여자의 스킬은 이라는 스킬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한다. 말 그대로 단일 데미지로는 EX 등급의 성태를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데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엔 크나큰 단점이 있다고 한다.

일단 많이 먹는다.

그것도 많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는데 그 양을 칼로리로 표시한다면 20만 칼로리다. 치킨으로 친다면 하루에 치킨 100마리를 먹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렇지 않으면 온몸의 영양분을 그대로 빼앗겨 목숨을 잃는다는데 다행이라면 정해진 시간 단번에 빠지기 때문에 그때 맞춰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 예로 12시 정각이 되기 전에 20만 칼로리를 맞추면 된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스킬을 한번 사용하면 하루에 소비해야 할 20만 칼로리를 모두 사용해서 총 40만 칼로리를 먹어야 하는 극악무도한 스킬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 여자가 밤12시 정각을 기준으로 예뻐졌다가 오후 6시부터 다시 뚱뚱해져"

"....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동화 속 이야긴데?"

"살벌하면서 치열하게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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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즐겁다. 그리고 좋은 날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격변의 날로부터 살아남은 지 18주년이 된 기념을 토해내는 것 역시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했다.

"거참…. 저 녀석은 언제 깨어나련지"

"놔둬 알아서 깨겠지 뭐"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기둥, 아니 기둥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일직선으로 높이 솟아있는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데스킹이였다.

길이가 5킬로에 육박하는 관계로 멀리서 보더라도 능력자가 된다면 보일 정도였는데 9년 동안 전혀 변함없는 자세로 있다는 게 신기하다.

"저 녀석 허리 안 아프려나.."

"깨어나면 허리 아파서 베베 꼬는 거 아니야?"

"큭큭…. 저 녀석이 꼼지락거리면 도시하나는 그대로 작살나겠는데?"

모한다르에서 만난 인연이다. 그것도 고작 한 달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정들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랄까? 모르긴 몰라도 데스킹을 만난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렇게 느낄 것이다.

몬스터와의 정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그나저나 알레스카에 있는 마족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있어"

"그 녀석이? 그 녀석 귀찮다면서 영역 표시만 해두고는 한번도 움직인 적 없었잖아?"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최근 포탈에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많이 위험한가 봐"

아직까지 포탈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단순히 모한다르와 지구를 연결하게 해주는 통로라고만 알뿐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뿐만이 아닌지 점점 넓어져만 가는 포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단다.

"아직까지는 몬스터들만 나오고 있다는데 가끔씩 그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물건이 튀어나온다나 봐"

"그래? 잘하면 유셀씨랑 세이린양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이네"

한달간 지내면서 정들었던 건 데스킹 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던 세이린과 강인한 육체의 소유자인 유셀 그리고 가끔씩 추울 때 털 속으로 들어가서 잠잘 때가 있었던 청랑까지 모두 정들었었다.

"아! 거기에 데스킹 아들 녀석 뀨 였던가? 그 녀석도 있네!"

"상당히 귀여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왠지 모르게 존재감이 없는 그 녀석?"

"크큭…. 눈앞에 있는데도 가끔씩 못 찾아서 `뀨 어디 있어?` 라고 말하는 세이린양을 보면 참 웃겼지"

킹덤 앞에 모여서 축제를 하는 동안 성태와 진태,성규,최현, 민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12시가 될 테니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 대비를 하는 것이었다.

"거참, 매년 신고식 하는 것 같잖아?"

"신고식이지만 우리한테는 좋은 거 아냐?"

"하긴…. 레벨도 짭짤하게 오르니 불만 품기엔 상당히 미안한 구석이 있긴 하네"

격변의 날이 처음 시작된 이후 매년 같은 날이 될 때마다 대량의 몬스터가 떨어진다. 그리고 게임시스템으로 인해 전 세계인이 똑같은 메시지를 받는데 그것은 퀘스트였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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