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28화 (28/45)

〈 28화 〉 전쟁의 시작(2)

* * *

끼기기긱!!

폐차 수준의 자동차의 보닛이 인정사정없이 찌그러지며 뭉개졌다.

덩치가 7m에 이르는 상급 몬스터 오우거가 사정없이 밟고 뭉개는 동안 오우거를 가로 막고 있는 3명의 능력자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들 만으론 감당 못 하겠는데?"

"시발…. 누가 C급 경보 울린 거야? 오우거라면 A급 경보를 울려야지"

"어쨌든 이미 왔는거 발이라도 붙잡자고"

격변의 날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가적으로 몬스터에 대한 법률이나 능력자에 관한 법률이 체계적으로 잡히는데 충분한 시간이었으며 몬스터 전용 무기도 생성해내는 데 성공했다.

몬스터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부분의 몬스터들의 몸속엔 정수라는 신비로운 보석이 있는데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보석이지만 사실 몬스터의 DNA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일종의 알집이라고 보면 되었다.

처음엔 이것으로 무기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라며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소설속에서 보던 마정석이나 여타 에너지원과는 전혀 달랐기에 과학의 발달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정수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오우거의 정수를 능력자의 팔에 심게 되면 오우거 만큼은 아니지만, 인간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단.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단 3번. 어떠한 경우라도 3번 이상 사용하게 된다면 정수는 파괴되고 부서지게 되어있었다.

물론 몸에 심었다고 해가 되고 그런 건 아니다. 부서진다면 몸속에 영양분으로 흡수가 되기에 자연스럽게 배설물과 배출이 된다.

"쓰기엔 아깝지만,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우우웅!!!

세명의 능력자 중 가운데 있던 능력자의 양팔에서 붉은빛이 감돌더니 이내 오우거의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비싼 오우거 정수를 두 개씩이나 달고 다니네!"

"어떻게 하겠냐? 이것도 여분의 목숨이라 생각하고 들고 다녀야지"

"어휴…. 너도 쓰는데, 나도 써야겠지?"

왼쪽에 있는 능력자는 심장 부근에서 감도는 푸른색 빛을 자연스럽게 양손으로 가져다 대는데 등 뒤로 홉 고블린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사돈 남 말 하는 소리하네 오우거 보다 더 희귀한 홉 고블린 정수를 들고 있으면서…."

"그래도 오우거 정수 두 개값보다는 못할걸?"

오우거의 정수는 힘을 상징한다면 홉 고블린의 정수는 마법 계열의 강화를 상징한다. 육체 계열의 능력자보다 마법 계열의 능력자가 희귀한 만큼 정수의 가격 또한 마법 계열의 정수가 훨씬 더 비싸다.

그래봤자 정신계열인 정령 능력자보다 덜 비싸지만 말이다.

"넌 안 꺼내냐?"

"나? 난 꺼내봤자 소용없다는 거 알잖아"

"하긴…. 원거리 형 정수는 아직 미흡하니까 오우거 한테는 안 통하겠네"

가격이 제일 싸면서도 물량이 제일 많은 원거리형 정수는 고블린의 정수 오크의 정수 놀의 정수를 손꼽을 수 있는데 고블린들은 대체로 바람총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마비시키는 공격 기술을 쓰고 놀은 화살을 사용한다. 하지만 오크들은 힘과 투척술을 같이 사용하는데 이건 오우거의 정수가 있기에 그저 원거리형 정수로 분류를 해놨다.

"온다."

부우웅!!

마치 미사일이 날아오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일어나더니 오우거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재빠르게 피하는 세명의 능력자들은 뭉쳐있지 않고 서로 뿔뿔이 흩어지는 걸 선택했다.

자신들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갓 올라간 능력자로서 자잘한 피해나 회피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완벽하게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한 걸 알기에 다른 능력자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파파팍!!

오우거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쇠 구슬을 보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손바닥을 펼쳤다.

별것 아닌 파괴력이었지만 연약한 눈이라면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막는 것이었다.

크르르!!

오우거는 약점인 눈을 향해 계속 쇠 구슬을 날리는 인간을 보며 상당히 화가 나 있었지만 지금 당장 처리할 수는 없었다.

퍼퍼퍼퍽!!

크아앙!!

눈앞에 자신의 동족과 같은 기운을 가진 이상한 인간 때문이였는데 힘은 약하지만, 자신보다 빠른 속도로 매섭게 공격을 하고 있었기에 잠시라도 방심하다간 공격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저쪽에서는 단일상대로는 별것 아니지만 뭉치면 뭉칠수록 강해지는 홉 고블린의 냄새가 진하게 흘러나오는 인간 또한 상당히 걸리적거렸다.

"찬수야 비켜라."

쿠구구구구구구구!!!!!

오우거의 정수를 사용하며 오우거의 견제를 하던 중 뒤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기운에 서둘러 몸을 뺐다.

오우거는 한순간 싸우다 말고 뒤로 빠지는 인간을 보며 재빨리 뒤쫓아 가려 했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이상한 마법으로 인해 몸이 굳어버렸다.

"얼마나 버티겠어?"

"급하게 사용했는지라 얼마 버티지는 못할 거야"

그가 사용한 마법은 빙결 마법중 하나인 프리즈이다. 사물 온도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얼게 하는 마법으로 가용성이 매우 뛰어난 마법이지만 단점으로는 프리즈 걸린 대상은 죽지 않고 무적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시간 벌기용에는 좋지만 만약에 기다리던 도중 다른 오우거가 나타난다면 도리어 두마리를 상대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어서 꼭 필요할 때 빼고는 사용하지 않는 마법중 하나였다.

쩌저적….

"정말 얼마 못 버티네…."

"앞으로 3분은 버티겠냐?"

"3분은 무슨…. 1분도 못 버틸 거 같은데"

캐스팅 시간에 비해 너무나 짧은 지속시간을 가진 프리즈 마법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능력자들에게 1분이란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듯

착착착!

"고생하셨습니다."

기다리던 지원군이 드려온 것인데 왼쪽 가슴에 달린 베찌를 보니 A등급의 능력자였다.

오우거를 상대하기 위해선 B등급 능력자 4명이나 A등급 능력자 1명이 필요하니 현재 전술력으로는 충분하고도 남는 실정이다.

"곧 깨지겠군요."

A등급 능력자가 깨질듯 말듯 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프리즈를 보며 말함과 동시에 마법이 깨졌다.

쨍!!

크워어어!!!!

오우거는 프리즈가 깨지는 동시에 광폭한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기이이이잉...!

"하울링?!"

가끔씩 몬스터들 중에서 능력자들 처럼 특색있는 스킬을 가질 때가 있다. 특히 오우거 같은 경우는 광폭화나 하울링이 대부분이었으며 가끔가다 동족 포식같은 끔찍한 스킬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었다.

땅이 울리는 하울링 공격에 귀를 막으며 보호를 했지만, A등급 능력자라면 모를까 이제 갓 B등급에 올라간 능력자들은 하울링을 막을 수 없었는지 귀에서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젠장…. 진짜…. 누가 C급 경보 울렸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지만 정신을 부여잡으며 최대한 뒤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테니 말이다.

A등급 능력자는 뒤로 빠르게 물러서는 그들을 보고는 안심하며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파앙!!

인간의 몸으로는 도저히 이륙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발차기였다. 폭발적인 소리와 함께 뻗어 들어가는 발차기를 오우거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어서 막았는데 소리와 다르게 발차기가 너무 가벼웠다.

휘리릭!

마치 흐물거리는 문어를 연상시키듯 다리가 비틀리며 손을 비껴가더니 이내 왼쪽 광대를 정확하게 때렸다. 퍼억!! 소리와 함께 둔탁하고도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끝이 아니라는 듯 허공에서 다시금 몸이 비틀리며 반대쪽 다리로 오른쪽 광대를 때리고 팔꿈치가 오우거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실로 기이하기 그지없는 몸놀림이었는데 A등급 능력자의 능력은 신체 변의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케륵..!

0.5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두터운 두개골이 버티지 못할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오우거의 두상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지며 눈을 까뒤집는 오우거를 보았지만, 능력자는 망설임 없이 뒤로 빠졌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까뒤집었던 눈이 검은 눈동자를 만들어 내었고 통나무보다 두꺼운 다리를 뻗어 공격했다.

후웅!!

인간을 초월한 각력이 공기를 밀어내며 풍압을 생성시키며 다가오자 능력자는 곧바로 신체 변형을 이용해서 표범을 모방했다.

샤사사삭!

부드러운 몸과 재빠른 움직임으로 피하고는 날카롭게 날진 손톱을 오우거의 종아리에 대고 그대로 햝켜버렸다.

스윽!

종이에 베인 듯한 소리와 피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데 상처가 얕은지 오우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뻗어왔다.

콰득!

"크윽..!"

뇌에 충격을 받았음에도 강인한 정신력과 육체로 커버하며 공격했는 결과 능력자의 왼팔이 형편없이 뭉개져 버렸다.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뭉개져 버렸지만 세계 곳곳에 퍼진 치유소에서 막대한 돈을 내고 치료를 할 수 있는 관계로 그리 크게 절망하지는 않았다.

크륵..

두개골이 깨져 피거품을 물며 똑바로 노려보는 오우거의 상태나 왼팔이 뭉개져 피를 흘리는 능력자나 상태는 고만고만하지만 수적 우세로는 능력자들이 훨씬 유리하기에 오우거는 미련 없이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칫! 이대로 도망가면 나만 손해라고!?"

다리를 황소의 근육으로 바꾼 뒤 주먹만 한 돌을 강하게 차버렸다.

부우웅!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돌멩이는 그대로 오우거의 허리에 틀어박히는가 싶었는데….

쿠르르르르!!!!!

콰직!

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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