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흉폭한 참수사
* * *
흉폭한 참수사
키에엑!!
덥석!
[흡수 MAX가 발동됩니다. 랜덤으로 마법 한 가지를 습득합니다.]
[축하합니다. 흉폭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거참….
여기에 있는 몬스터들은 흉폭 뿐이 없는가?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지상에 있는 몬스터들을 하나씩 야금야금 처리하고 있었는데 별다르게 변한 게 없다. 아니 변한 게 있다면 흉폭 스킬의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
[흉폭 LV 25]
전투 시 자신도 모르게 흉폭해진다.
별 볼 일 없는 설명과는 다르게 상당히 쓸모가 많은 스킬이였다. 예를 들자면 지금처럼 땅속을 기어가고 있다가 몬스터를 발견할 때면 자동으로 흉폭이 발동되어 전체적인 능력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능력치]
이름 : 고대 파르파산의 지룡
레벨 : 36
경험치 <연산처리불가> 칭호 :[갓 브레이커]
종족 : 성체 지렁이
HP : 1890 + 500
MP : 1570 + 500
체력 : 137 + 50
민첩 : 372 + 50
지능 : 100 + 50
신앙심 : 200
보너스 능력치 : 0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3초의 기술 , ??? (미확인)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54, 독니 MAX, 불멸화 LV72, 지렁이지렁 LV9, 번식 MAX, 돌기화 LV45, 지플링 LV45, 지철봉 LV45, 스크류 LV45, 자연체 LV19
지금처럼 모든 능력치가 올라가게 되는데 HP, MP같은 경우는 1스킬당 20씩 오르고 능력치의 경우는 2씩 상승한다. 확실히 좋은 것은 맞지만 뭐랄까? 가끔씩 통제가 안될 때가 있다.
크아앙!!!!
콰드득! 콰득!
지금처럼 한 번에 꿀꺽 삼키려고 했지만 자동으로 입안에서 압살시키는 끔찍한 방법으로 몬스터들을 고통스럽게 죽여갔는데 이렇게 반복된 행동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무런 감흥도 없어졌다.
간혹 이렇게 계속 감정이 메말라가면 혹여 살육에 미친 몬스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시스템의 말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정신 피해에 대한 모든 면역이 되어있다고 한다. 지금 같은 상황은 몬스터에 대한 본능적인 행동 양식이라서 어쩔 수 없다지만 살육에 미치거나 하진 않는단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왕 이렇게 된 거 <흉폭 LV100=""> 까지 찍어보기로 했다.
다른 종류의 몬스터 2마리를 먹을 때 마다 1스킬씩 올라가는 흉폭을 보면 200 종류의 몬스터를 먹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실질적으론 경험치에 따른 레벨 구간이 있기에 무리가 있는 사항이었다.
으음.
이런 상황에서 LV100까지 만들려면 몇 종류의 몬스터를 먹어야 할까?
[계산 중입니다……. 표출된 계산에 의하면 541개체에 대한 흡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용 빈도에 의한 경험치 습득을 고려한다면 약 390개체를 흡수한다면 됩니다.]
상당히 많은 숫자이긴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의 종류를 따져볼 때는 상당히 적은 숫자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만 해도 수십을 헤아리는데 <흡수>의 좋은 점은 시체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덥석!
[흡수 MAX가 발동됩니다. 랜덤으로 마법 한 가지를 습득합니다.]
[축하합니다. 흉폭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먹는 건 뒷전이고 오로지 싸움에만 정신이 팔린 몬스터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을 뒤에서 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얌체 같은 몬스터와 뒤통수를 치는 또 다른 뒤통수 까지 다양각색한 몬스터들이 있는 곳...
이곳은 나에게 레벨업을 위한 포석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우득! 우득!
고기는 씹어야 맛이지
**********
"유셀 몬스터 통역기 있지?"
"가지고 있습니다."
품 안에서 작은 귀걸이를 꺼내 들더니 세이린에게 건네주었다.
유셀에게 건네받은 귀걸이를 귀에다가 착용하고는 이내 `지렁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니?"
`!@##!@%!@#`
"어..?"
"왜 그러십니까? 황녀님?"
세이린은 모든 몬스터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통역기를 장착하고도 알아들을 수가 없자 당황을 하였다.
혹여나 고장이 났나 싶어서 마나를 주입해 봤지만, 정상적으로 작동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가능성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지렁이가 언어에 대한 자각능력이 없는 종류로서 페로몬이나 여타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700년 동안 수집해온 몬스터들의 언어를 뛰어넘을 만큼 오랫동안 발견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라는것이다
"통역이 되질 않아"
세이린의 말에 유셀 또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곧이어 품속에서 둥근 수정구슬을 꺼내 들었다.
"유셀 품속은 아공간이라도 되나 봐?"
"네?"
"아니, 그냥 볼 때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자꾸만 꺼내 드니까 신기하다는 거지"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스크롤도 그렇고 주먹만 한 수정 구슬…. 아니 통신구슬을 꺼내는 것도 그렇고 신기한 구석이 많은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옷을 벗길 것 같은 분위기에 살며시 한걸음 물러나서 통신구슬을 작동시켰다.
아무래도 신규 몬스터의 등장을 알리려는 것 같았는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해서 새끼가 여기에 있느냐는 것이다.
`분명 5층…. 아니 4층이라고 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층마다 걸려있는 결계로 인해 넘어오지 못할 텐데?`
실제로 벨로르 던전엔 각 층마다 몬스터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일종의 방호 결계가 깔려있었다. 그렇기에 퍼펫들이 있는 5층에 있었던 `지렁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해도 5층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세이린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일이 복잡하게 꼬여가는 게 느껴졌다.
만약 지렁이가 다른 층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세이린이 보기엔 절대로 5층에 머무를 녀석이 아니었다. 6층은 물론 7층이였고 어쩌면 인간이 도달하지 못했을 8층에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5년 동안 무슨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셀!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아"
"그럼 최고 속도로 가겠습니다."
"부탁해"
유셀은 세이린을 공주님 안기…. 아니 황녀님 안기로 들어 올린 후 빠르게 1층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층 한 층이 도시급 크기를 자랑했기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유셀의 속도라면 아마 이틀이면 2층으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지렁이 새끼 안 데려왔다."
"그러고 보니 깜빡했군요."
빠르게 가겠다는 생각에 깜빡하고 새끼를 놔두고 왔다. 다시금 돌아가려고 멈췄다가 방향을 돌리는 도중….
뀨?
"어?"
"음?"
분명 아까만 해도 놔두고 왔다고 했는데... 지금 눈앞에 떡하니 새끼가 있다.
뀨우욱!!
몇 초가 지났다고 금세 달려드는 녀석을 보자 한숨이 나왔는데 역시 아까와 마찬가지로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무뇌야 뭐야?"
"그것보다 저희보다 먼저 왔다는 게 이상하군요…."
"그러게?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있…. 설마?"
쿠르르르….
뀨?
"어어..."
뀨?
뀨?
뀨?
뀨?
뭐랄까.
귀여운 울음소리였지만 보기 싫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저런 몸에서 저런 울음소리가 나오는지 궁금해 지경이다.
우와!
무서워.
아니, 진짜 무서워.
쿠가가가가가강!!!!
땅거죽이 뒤집히며 엄청난 속도로 하늘 높이 비산하는 파편을 보며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해보았다.
음.
그냥 시체를 넙죽넙죽 먹었더니 몬스터들이 발작했고?
음….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커지는 내 몸 때문에 더는 땅속에 있을 수 없었던지라 올라왔더니 단체로 날 공격한다.
응응!
맞아.
그리고 내가 후르륵 냠냠 했고?
또 뭐가 있더라?
[찰지게 먹은 다음 흉폭의 협곡 중간보스가 등장했습니다.]
아! 고마워 시스템
말 그대로 근방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싹 쓸어 먹으니 중간보스가 등장했다.
덩치는 50m 수준으로 나보다 한참 못 미쳤지만 일단 도망쳤다.
왜?
[흉폭한 참수사] 흉폭의 협곡 중간보스
레벨 : 69
종족 : 키메라
HP : 852000
MP : 4320
체력 : 7300
민첩 : 640
지능 : 430
스킬: 참수(즉사), 포획, 폭주
저걸 어떻게 잡으라고?
참수?
지랄도 유분수지 즉사 스킬을 뭔 수로 막냐?
참 궁금한게 있는데.
이 녀석들은 뭘 먹고 이렇게 빠방하게 컸냐?
난 몇 년을 먹어 재껴도 아직 40레벨이 안 되는데
[사용자 역시 5천 년 넘게 먹기만 하면 저렇게 됩니다.]
응.
결국, 늙어 뒤질 때 까지 먹기만 하라는 거지?
미안. 지렁이로 그렇게 하기엔 나 자신이 너무 한탄스러워서 그렇게 못하겠는데?
부우웅!!!
으아악!!
머리 위로 스윽 지나가는 거대한 도끼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도끼에 핏빛 오라가 번뜩하는데 저기에 스쳐도 죽을 것만 같다.
저게 참수 스킬인가?
필사적으로 마구 피한 덕분인지 애꿎은 땅만 흩날리며 비명을 지른다. 참수사가 나타난 즉시 주변에 있던 모든 몬스터는 이미 종적을 감추었고 나도 땅으로 파고들어 가서 숨으려고 했으니 이 녀석은 계속 나만 쫓아 오고 있다.
휘리리릭!!!
촥!
아놔…. 또 이거야? 으에엑..!
슈르르륵!
이 미친 참수사 녀석은 쇠사슬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지룡보를 이용해서 눈에도 안보일 정도로 도망가는 날 잡아채서는 자꾸 끌어당긴다.
뭐야? 이거 에임 핵이라도 달고 있는 거야?
다행이라면 순간적인 이속은 내가 훨씬 빨랐기에 도끼가 내려오기 전에 도망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휘리릭!
아…. 제발 님….
1초만….
아니 0.5초만 시간 주세요.
이 미친것은 컴퓨터도 아닌데 반응 속도가 왜 이래?
진심 예외 없이 1초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도망갈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지룡보의 레벨과 속도가 빠르다는 증거다.
하지만 참수사 이 녀석은 내가 도망가려고 준비만 하면 쇠사슬을 던져 꼬리를 휘감아 버리니…. 이짓도 벌써 몇십 분째 지속되고 있다.
[<지룡보 65="" LV="">를 획득하셨습니다.]
벌써 몇 번째 레벨업인지 모르겠다. 처음 확인했을 때만 해도 LV 54였는데 지금은 LV 65를 달리고 있다.
<자연체/>
[<포획 99="" LV="">를 벗어나기 위해선 <자연체 LV49="">레벨이 필요합니다. (현재 자연체의 레벨은 24입니다.)]
아…. 제발….
님 마나는 빠방할지 몰라도 나는 마나 다 떨어져 간다니까?
부웅!!
까아앙!!
아악!! 아우 아파라! 뒤질뻔했잖아!
핏빛 도끼가 내 머리 한가운데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하지만 <불멸화 MAX="">의 힘으로 버텨낸 뒤 재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반복된 행동으로 인해 어느 정도 패턴을 알아챘기에 지금껏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튀어!!!
부우우웅!!
아까와 다르게 곧장 쇠사슬을 던지지 않는 참수사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뒤를 살짝 돌아보니 도끼를 보며 아리송한 표정을 하고있는 참수사를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원샷 원킬로 끝낼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이 통하지 않자 의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불멸화 MAX]
1초간 어떠한 공격에도 무효화 처리가 된다. 쿨타임 5분
다른 스킬과 다르게 쿨타임이 달려있었지만 한번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에 아주 고마운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콰가가강! 쿠르르릉!!
쿠아아아앙!!!!!!!
으메 기겁하겠는거.
참수사가 발작을 하듯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날 놓쳤다는 것에 분노가 생긴듯했다.
케케케!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그렇게 쇠사슬이 닿을 수 없을 만큼 최대한 하늘 높이 올라간 뒤 앞으로 활공하듯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