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10화 (10/45)

〈 10화 〉 스킬(4)

* * *

그나저나 벨로르 던전의 모든 몬스터들이 사라지면 어떻게 돼?

[세계의 균형은 혼자만의 힘으로 깨지지 않습니다.]

뻥 치시네 난 벌써 두 번이나 깼거든?

[그…. 아무튼 던전 각층에 있는 퀸들이 사라지면 일주일 이내로 다시금 모든 몬스터들이 생성됩니다.]

시스템의 말에 의하면 몬스터들이 남아있든 없든 퀸을 죽인다면 모든 몬스터들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른바 초기화랄까?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중심부를 기준으로 일정 시간에 걸쳐서 몬스터들이 생성되는데 그 녀석들이 던전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으면 마지막으로 퀸이 생성된다고 한다.

무슨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워낙에 기이한 현상이 많은 세계라서 그냥 무시해버렸다.

어? 잠시만 그럼 이상하잖아? 아까 퀘스트를 확인해보니 렛트 퀸이랑 로우커 퀸은 완료 됐다고 떴는데도 몬스터들이 남아있었잖아?

[그건 퀸이 죽고 난 다음 정수를 흡수 또는 파괴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정수? 그건 뭐야?

[정수란 던전을 구성하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층의 퀸들이 몸속 어딘가에 정수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사용자의 경우는 통째로 잡아먹으니 그렇다 치지만 인간들의 습성상 귀한 것은 따로 내다 팔거나 돈 많은 인간들의 장식품으로 사용되지 않습니까?]

하긴 맞는 말이다. 몸에 좋다면 똥이라도 먹는다는 게 인간이다. 하지만 건강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바로 돈이다.

정수가 영양적 요소가 뛰어나다고 한다지만 돈이라는 탐욕스러움을 뿌리치지 못하는 인간들이 정수를 꺼내다 각종 귀족들이나 돈 많은 상인들에게 판다고 하는데 던전에서 벗어난 정수는 그 순간부터 서서히 힘을 잃어간다고 한다.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정수는 약 2개월 동안 지속되며 그 이후론 자동 파괴가 되어 새로 태어날 퀸에게 자동 귀속이 됩니다.]

꽤 복잡하게 돌아가는구나?

퍼펫퀸이나 렛트퀸은 내가 통째로 냠냠 해버렸으니 지금쯤이면 원상태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인간들에게 사냥을 당했고….

하지만 3층의 울프 퀸은 내가 처리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있는데?

내가 2층으로 올라간 지 얼마나 지났어?

[9일하고도 4시간 지났습니다.]

그럼 저 상황은 뭘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뱃속에 있는 지렁이가 울프 퀸의 살점을 뜯어 먹는 것을 보았고 다 죽어가는 것을 보았기에 못해도 하루 이틀뒤면 죽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멀쩡하게 살아있다. 게다가 실지렁이처럼 가늘었던 녀석들도 나름 굵직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핥짝

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슨!?

나도 모르게 멍때리고 있었는지 울프 퀸이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아니 그것보다.

이 녀석 왜 이렇게 들러 붙는 거야!?

저리가!

훠이훠이!

나름…. 부드럽다고 해야 하나…?

은백색의 부드러운 털이 내 환부를 건드니 묘하게 기분이 좋다. 거기다 가끔씩 혀로 환부 근처를 핥짝이는데 야시시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끼잉~♥

이 녀석 왜 이러는 거야!?

[특권이 해방됩니다. <3초의 기술="">을 습득합니다.]

­­­­­­­­­­­

[3초의 기술]

암컷을 후리는데 3초면 충분하다.

```

```

```

아니 님…. 제발.

이딴 게 지렁이한테 왜 필요한데요

설명 좀 해주세요.

[지렁이도 번식합니다.]

와나.

할 말 없다.

맞는 말이다.

지렁이도 번식해야지.

게다가 나도 수컷이라서 자체적으로 본능이 말한다.

씨를 뿌려서 자손을 남겨야 한다고….

근데 왜 하필 같은 지룡이 아니라 늑대라는 건지 모르겠다.

우걱 우걱!

뒤를 돌아보니 울프 퀸이 배가 많이 고팠는지 로우커를 씹어 먹고 있다. 한번에 두세 마리씩 뜯어먹는데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끼잉?

오지마오지마오지마오지마

입가에 초록색 피를 묻히곤 나한테 다가오더니 내 꼬릴 물어버린다.

깜짝!

뭐랄까

살짝 아픈 정도? 그것도 기분 나쁜 아픔이 아니라 야시시한 느낌의 아픔이랄까.

아무튼, 뭔가 요상하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새끼 지룡들은 여전히 수십 수백 마리가 한곳에 모여서 실 뭉치 마냥 돌돌 말려져 있었는데 왜 이러는지는 몰라도 보호 본능인 것 같았다.

하긴 수천 마리나 되는 로우커가 나타났으니 무섭기는 하겠다만…. 이러면 성장은 어떻게 하라고 이러는 거야!?

당장 못 풀어!?

꾸물꾸물….

우엑…. 징그러워

촉수물? 아니 저건 고어물이다.

실 뭉치에서 뜬금없이 수백 마리의 지룡들이 나와봐라. 어떤 장면일지 상상도 안 된다.

[고대 파르파산의 지룡 (헤츨링)]

레벨 : 7

종족 : 지렁이(가축/지룡)

HP : 110

MP : 210

체력 : 11

민첩 : 8

지능 : 21

스킬: 섭취 MAX, 날카로운 이빨 LV15

상태: 두려움, 배고픔, 반가움

그동안 울프퀸의 살점을 뜯어먹었더니 많이 성장했다.

거기다 전에는 안 보이던 상태 옵션까지 보이는 것을 보니 확실히 이 녀석들은 다른 것 같았는데 뭔가 귀엽다랄까?

[방금전까지 징그럽….]

조용히 하세요

자자 너희들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먹이를 가지고 왔단다.

[ㄱ….]

쉿 조용히 해 그럼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아.

내 말을 알아듣는지 아니면 본능이 그렇게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리 한마리씩 기어가서 로우커를 삼키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녀석들을 한입에 집어넣더니 순식간에 몸체가 부풀어 오른다.

딱 보기에도 레벨업 한 것이다.

거참…. 나랑 경험치 배수가 다른가 봐? 몇 마리 먹었다고 레벨업 하는 거야?

뭔가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컹!

꾸오 욱….

묘하게 눌러오는 앞발에 나긋나긋해지는 몸이다.

좀 더 눌러봐.

[사용자는 변….]

씁!

[...]

이상하게도 이 녀석은 내 말을 알아 듣는 것 같았다. 일종의 텔레파시랄까? 단지 일방통행이라서 내 말만 알아 들을 뿐 난 울프 퀸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한다.

노예습득…. 이랄까?

아니.

이거 번식용 육노예인가?

어째 불쌍하네?

**********

[서브퀘스트 <1층에서 6층까지=""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하아….

예상은 했지만 레벨업 따위는 없었다.

따로 보상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스킬을 흡수 한 것에 대한…. 뭐 그런 게 아닐까?

<보금자리 6="" 10=""/>

보금자리도 1층부터 6층까지 차례대로 만들어놨다. 물론 그래 봤자 사용하지도 않을 거지만 내 집 마련이라는걸 인간 때에는 못해봤지만, 지금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올~

집이 6채나 있으니까 나 땅 부자네?

그런데 뭔가 슬프다.

핥짝!

역시! 너밖에 없구나?

몸을 빌빌 꼬아서 울프퀸을 부드럽게 감싸니 좋다고 컹컹거린다.

처음 특권이 해방되었을 때는 이게 뭔 소용이 있나 싶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참 좋은 스킬인듯 했다.

벨로르 던전의 층 보스들은 모두 `퀸`이다.

그 말은?

모두가 `암컷`이라는 것!

말 그대로 <3초의 기술="">하나로 모든 퀸들을 꼬실 수 있다는 소리였다.

거참….

지렁이로 태어나더니.

알고 보니 고대 지룡이질 않나.

3초면 어떠한 암컷이든 꼬실 수 있질 않나.

더불어 가장 충격적인 건….

햫햫햫햫....

이게 뭐야 도대체 얼마나 늘어난 거야?

꿈틀꿈틀..

난 그저 번식 스킬을 딱 3번 사용했다.

그저 처음엔 수백 마리의 새끼 지룡들이 태어나길래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게 또 아니란 말이지?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밤일 또한 처음 할 때 무작정 박아 넣기만 했던 거와 달리 조금 더….

음….

뭐랄까?

농밀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렁이 주제 뭐 이리 민감한지 흠흠…!

[띠링! 성적 수치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흥분도 +90 (최대치 100)]

[흥분도가 높아질수록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종류 불문 암컷이라면 이성을 잃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거참! 겨우 상상만 했을 뿐인데 이게 무슨….

핥짝!

....

....

....

아? 뭐지?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었지?

이 녀석은 또 왜 이래?

잠시 정신을 잃었는지 눈을 깜빡이면서 깨어나니까 바닥에 숨을 헐떡이며 누워있는 울프퀸을 보았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엉덩이 부근에서 꼬물거리며 튀어나오는 새끼지룡을 볼 수 있었는데….

헐….

또 이런 거야?

엄허나 섹상해 내가 난봉꾼이라니?

어째 흥분도가 90에서 10으로 떨어졌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에이.

이게 뭐야?

난 느끼지도 못했는데.

한번 더할까?

켕! 끼으응....

내 생각을 읽었는지 누워있던 울프퀸이 기겁을 한다.

도대체 얼마나 심하게 했다고 저러는지는 몰라도 배 속에 들어있는 새끼 지룡들만 해도 힘들 테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거참…. 보통 같으면 죽어도 골백번은 죽었겠다만…. 역시 몬스터의 회복력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가?

구구구구….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스트레칭을 하자 주변에 있던 새끼 지룡들도 날 따라 하며 움직인다.

귀여운 것들…. 너무 따라 하지 마 먹을 수도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몬스터 사회…. 아니 지룡이라는 개념에 부정이라는게 없는 것인지 통통하게 살오른 녀석을 보자니 먹고 싶어진다.

나뿐만이 아니라 새끼 지룡들도 틈만 나면 서로를 물기 바쁜데 내가 일부로 통제하기에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단지 가끔씩 눈여겨보던 녀석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마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잡아 먹는듯했는데 그거까지는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라서 그저 살고 싶으면 항상 울프퀸의 주변에만 있으라고 했다.

그래 봤자 수천 마리의 지룡들 중 소수만 울프퀸에게 있을 뿐 나머지는 3층 전역을 빙빙 돌며 던전 중심부에서 태어나는 울프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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