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스킬
* * *
삐삐삐삐삐삐삐삐삐~~~
뭐야..?
막 잠들었는데 무슨….
알람을 맞춰놓은 고급시계가 요란하게 울리며 나를 깨운다.
아 잠시만. 이거 잔 것 같지도 않다고….
10분만 더….
삐삐삐삐삐삐삐삐~~
아놔…. 잠시만 진짜 이건 아….
삐삐삐삐삐삐삐삐~~
``
``
``
진짜 할 말 없다.
시간 개념을 똑바로 잡든가 해야지 이건 시도 때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하아! 잔 것 같지도 않고 쉰 것 같지도 않은 이 더러운 기분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구드득 구드득 거리며 땅을 파고 올라가자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퍼펫이 보였다.
<저주에 당하셨습니다.="" 최대="" HP의="" 10%가="" 줄어듭니다.=""/>
음.
잘됐다.
기분 나빴던 게 한순간에 더 나빠졌어.
너 절대로 편하게 안 먹을 거야.
구아악! 갸아악!
끼에엑!!
한동안 구슬픈 퍼펫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한결 편해졌네
꿀꺽!
누더기로 변한 퍼펫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리곤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변화가 없네? 8시간 잔 것으론 어림없었나?
변화가 없는 몸을 보자니 뭔가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자던가 아예 안자는 건데 괜히 어정쩡하게 잠을 자서 그런지 맥빠진다.
더 잘까…?
에이 관두자.
그냥 그럴 시간에 사냥이나 더해서 레벨업이나 하는 게 이득이지 뭐.
동화라는 스킬을 얻고 나서는 사냥이 너무 쉬워졌다. 애초에 퍼펫이라는 몬스터 자체가 마법에 특화된 존재라 그런지 체력이 상당히 낮아서 쉽게 죽었는데 말 그대로 스윽 지나가면서 한마리씩 꿀떡꿀떡 먹는 거 뿐이 없다.
뱃속에 들어가면 자동 소화 + 자동 분쇄가 이뤄지기 때문에 들어가면 끝이었다.
[스킬창]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20, 독니 LV 25, 불멸화 LV3, 지렁이지렁 LV1 단단해지기 LV5 (패시브) 동화 LV 7
지룡보가 LV20을 찍고 이동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거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휙휙 지나다녔는데 LV20을 찍고 나서는 퍼펫들이 동화를 쓰기 전에 내가 먹어버리고 있었다.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허공에다가 <동화>,<불멸화>,<독니>를 쓰면서 지나가긴 한다.
아쉬운 건 <지렁이지렁>스킬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생물에는 사용="" 불가능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떴기 때문이었는데 아무래도 퍼펫의 종족이 인형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시간개념을 찾기 위해서 시계를 한쪽 구석에다가 켜놓고 다니길 5시간쯤 지났을까?
어? 저 마법사는….
어째 많이 본 뒷모습이라고 했더니 나에게 마석을 줬던 인간 마법사였다.
퍼펫을 무식하게 잡는 것 보니 아무래도 마석을 빼앗겼다는 것에 분노인듯했다. 거참…. 그게 몇 시간 전 일인데 아직 화나 있는 거야? 성깔 보통 아니네
어찌저찌 하며 계속 몰래 지켜보던 중 갑자기 떠오른 생각….
어!
굿 아이디어?
완전 똑똑해!
내가 생각해도 완전 기막힌 생각인데?
생각난 김에 실행하라고 했던가? 난 이동속도 1400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가서 인간 마법사에게 하나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지렁이지렁]
<대상 `세이린="" 폰="" 아포미네`가="" 지렁이로="" 변합니다.=""/>
이야~ 이쁘네가 아니라 어서 빨리!
덥석!
`꺄흣!?`
응? 이게….
<지속시간이 모두="" 끝났습니다.=""/>
방금전 그 야릿한 음색의 신음소리는….
"이익! 죽어라! 파이어볼! , 라이트링 볼! , 윈드커터! , 에어봄!"
우와! 마법을 아예 난사를 하는구만?
3서클이되면 저렇게 빨리 마법을 사용하는 건가?
아, 그건 아닌가 보네
목걸이와 반지 팔찌에서 미약한 빛을 뿜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아티펙트인듯 했다.
공격마법 아티펙트는 가격도 비싸고 횟수 제한도 있어서 사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인기 있는 상품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마음에 하나둘 구매했다가 실제로 목숨을 구제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많이 팔린다고 한다.
안녕~ 잘 있어~ 난 모든 것을 만족했으니 이만 가볼게
동화를 이용해서 모든 마법을 흡수하고는 꼬리를 붕붕 흔들며 땅속으로 사라졌다.
"꺄악!! 짜증나!!"
킥! 성깔 있는 여자였네
[서브퀘스트 <암컷 지렁이의="" 엉덩이를="" 물어="" 꿈틀거리게="" 하세요="">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한 가지를 습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보상으로 <번식>을 습득하셨습니다]
[타 종족의 암컷을 건드렸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특이 취향="">을 완료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
`
`
[보너스 능력치 3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조건 충족! 진화를 시작합니다.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진화다! 진화!
이번에야말로 지렁이에서 벗어나 주겠어!!
1. 성체 지렁이
```
```
```
뭐?
아니 이런 뭣 같은 경우를 봤나?
이럴 거면 선택지는 왜 보여준 건데?
응.
기대한 내가 바보였어.
애초에 지렁이로 강제 환생을 했으니 죽을 때 까지 지렁이로 될 거란 걸 알았어야 했는데 내가 현실 부정을 했네?
고로 난 자살하러 간다.
[삑! 자살에 대한 스킬이 없습니다.]
아?
자살하는데도 스킬이 필요한 거야?
에이 농담도?
그냥 4층에서 5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서 번지 점프만 해도 죽겠던걸?
[지렁이는 낙사에 의한 데미지가 없습니다.]
정말?
한번 실험 해볼까?
[....]
거봐 대답 못 하지?
네가 말하는 건 일반적인 연약하고 가. 벼. 운. 지렁이고 난 뚱뚱하고 겁. 나. 쌘. 지렁이잖아?
시스템도 말 못하는 것 보니 확실히 뒈지긴 하나보다.
으으…. 그래도 자살은 나쁜 거라는데.
난 마지막 환생이라 소생도 못 한다는데 죽기는 심히 거시기 하다.
우….
성체 지렁이로 진화한다.
[성체 지렁이로 진화합니다.]
또 잠드는 거야? 잠깐만! 나 보금자리에 ㅈ…….
zzzz
`
`
`
아놔…. 그냥 땅바닥에서 자다가 퍼펫들한테 당하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축하합니다! 성체 지렁이로 진화하셨습니다.]
[전직 보너스 능력치, +3, 올 능력치 +20 HP/MP +550]
[스킬 <돌기화>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지플링>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단단해지기>를 습득하셨습니다.]
[이미 습득한 <단단해지기>가 있어서 <단단해지기>와<단단해지기>가 융합하여 <지철봉>을 습득하였습니다.]
이번 진화에서는 스킬도 배웠네?
[상태창]
레벨 : 32
경험치 : <연산처리 불가=""> 칭호 :[갓 브레이커]
종족 : 성체 지렁이
HP : 1850
MP : 1380
체력 : 133
민첩 : 210
지능 : 81
신앙심 : 200
보너스 능력치 : 153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20, 독니 LV 25, 불멸화 LV3, 지렁이지렁 LV1 ,동화 LV 7, 번식 MAX, 돌기화 LV1, 지플링 LV1, 지철봉 LV1
[돌기화]
온몸에 가시와 같은 돌기를 생성시킨다. LV이 높아질수록 굵고 긴 돌기를 생성시킬 수 있다.
[지플링]
몸을 스프링 처럼 탄력적으로 만들어 순식간에 앞으로 튕겨 나간다 LV이 높아질수록 튕겨 나가는 거리가 증가한다.
[지철봉]
몸을 일시적으로 몸을 강철처럼 만든다. LV이 높아질수록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꽤 쓸만하네.
아!
그러고 보니 번식이라는 스킬도 습득했는데 뭐지?
[번식]
사랑을 나누면 알 것이다.
```
```
```
아.
그래요?
그렇군요….
그렇습니까?
정확한 표시가 없으니 대놓고 싸질러도 된다는 말이지요?
안 그래도 야릇하고도 미끌미끌한 젤, 불끈불끈 영약 때문에 흥분한 상탠데 한번 퍼펫들 한데 싸질러볼까?
이거 지렁이가 아니라 무슨 야설 망가에 나오는 촉수물 같잖아!?
휘적휘적하면서 탐하는 것 밖에 모르는 야시시한....
훗!
상상했는데 기분 좋아졌어.
[띠링! 성적 수치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흥분도 +80 (최대치 100)]
[흥분도가 높아질수록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종류 불문 암컷이라면 이성을 잃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그렇구나!
역시 난 촉수였나 봐
발정난 지렁이 같으니라고….
쓸데없어서 늑대한테 박던 주제 이제는 종류 불문이냐?
어…. 그러고 보니….
방금 깨달았다.
나 늑대들 암수 구별 안 했는데?
그래서 아파했구나?
미안해
난 기분 좋았으니까.
용서해줘
데헷….
********
에이….
실망이다.
퍼펫들에겐 성별이 없나 보다. 아예 무성인듯 옷을 벗겨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끼야악!
시끄러워 좆도 없는 녀석아
아까부터 계속 온몸을 부둥켜 안고 비명을 지르는 퍼펫을 꿀꺽 삼켜버렸다.
에이!
뭔가 찝찝해
성별도 없는 인형 주제 어디서 암컷처럼 행동을 하는 거야?
분명 성별이 없는 건 확실했다. 그건 두 눈으로 확인도 했고 시스템이 확실하게 알려줬기에 장담했는데 여러 퍼펫의 옷을 찢어봐도 퍼펫의 행동은 여전히 두 가지로 나뉜다.
국부를 가리는 퍼펫.
그리고
가슴과 국부를 동시에 가리는 퍼펫.
어딜 봐도 암컷과 수컷이 아닌가?
이거 인간들이 보면 진짜 오해 하는 거 아니야?
가령 저기 앞에서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 한 그때 인간 마법사처럼...
"변태 몬스터! 악적! 죽어라! 임페르노!"
어….
새로운 마법이다.
와하하하….
뜨겁네?
동화스킬을 이용해서 임페르노와 동화를 시도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많이 뜨겁다?
[임페르노(4서클)마법을 동화하기 위해선 동화 LV8이 필요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동화 LV7인 나로서는 완벽하게 동화를 할 수 없는 거구나?
헤~
큰일 났네?
정말 큰일 났네?
어째 온종일 사냥만 한다 했더니 레벨을 올리고 있었나 보다.
[세이린 폰 아포미네]
레벨 : 41 (4서클 입문)
종족 : 인간 / 나이 19
HP : 490
MP : 2350
체력 : 31
민첩 : 13
지능 : 210
스킬: 1서클 마법, 2서클 마법, 3서클 마법, 4서클 마법
처음 봤을 땐 39레벨이었는데 어느새 2레벨이 올라서 41이 되었다.
인간은 몬스터와는 다르게 경험치 배수가 괴랄 하지 않나 보네? 난 경험치 따위는 시스템에서도 포기한 것 같은데…. 참 애석하다. 이 녀석들도 나처럼 이런 경험치를 받아봐야 지옥을 경험할 텐데...
10레벨당 1서클씩 올라가는 경지도 참 부럽다.
부럽네.
응…. 정말 부러워
나도 10레벨 마다 전직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10레벨 30레벨 50레벨 100레벨 순으로 진화하는 나에겐 그저 부러운 수준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대단해지긴 했나 보다.
그나저나 진짜 안 꺼지네, 언제 꺼지는 거야?
동화스킬을 이용해서 최소한의 피해로 막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활활 타오르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올까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귀찮은 경향이 있고 아까전에 비해 뜨거움도 덜한듯했기에 그냥 참고 있었다.
[띠링! 패시브 스킬 <화염 내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왜 안 오르나 했다.
대부분 게임은 당연히 속성 저항이 필수적으로 달려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게임능력이라면 당연히 이런 게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끄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화염 내성="" LV1="">에서 <화염 내성="" LV2="">로 변경되었습니다]
오오! 잘 오른다.
거기다 아까보다 훨씬 덜 뜨겁다.
마치 목욕탕에 가서 아무런 준비 운동 없이 열탕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직화구이가 되고 있음에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왜 안 죽는 거야!"
눈앞에 있는 인간 마법사가 참 격렬하게 반응한다.
거참…. 안 잡아먹은걸 행운으로 생각해야지 이게 뭔 지랄이야?
콱! 잡아 먹어버릴라.
굳이 두 번씩이나 살려줬는데 잡아먹기엔 너무 아까웠다.
응?
뭐가 아까워…?
음..
이런 거?
<지렁이지렁/>
<대상 `세이린="" 폰="" 아포미네`가="" 지렁이로="" 변합니다.=""/>
펑!
`꺄악!?`
잘 먹겠습니다 아아~
덥석!
`꺄흣!?`
<지속시간이 모두="" 끝났습니다.=""/>
조그맣고 깜찍한 지렁이로 변했던 인간 마법사가 내가 엉덩이를 깨물자마자 변신이 풀렸다.
응 이런 거 말이야.
나도 여자 친구 정도는 있어야 할 것 아냐?
비명소리나 비명소리나 비명소리를 듣고 싶어서 살려주는 게 절대 아니야.
응.
맞아
맞겠지?
맞을 거야.
헤~ 잘 있어
쿠그그그긍!
"꺄악!! 이 변태 몬스터야!!"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대답을 듣고 싶으면 지렁이 언어를 배우고 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