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4화 (4/45)

〈 4화 〉 자다가 왠 떡?

* * *

한숨 나오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레벨 11이 뭐야? 어디 지나가는 동내 꼬마도 하루면 찍겠다. 아니 한 시간이면 찍으려나?

그래도 레벨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치가 미쳐있긴 했다.

그럼 그럼! 민첩으로 따진다면 20대 후반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거랑 똑같은걸?

게임과 현실이 합쳐지면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재미있긴 했다.

맞아 맞아.

죽기 전 현실이었다면 그냥 방구석에서 게임 질이나 했겠지.

요즘 누가 밖에 나가서 축구나 농구를 해? 귀찮고 땀나고 찝찝하잖아. 차라리 축구 게임이나 농구게임을 해라.

<서브퀘스트 14="" 50="" 벨로르="" 렛트=""/>

으음…. 서브퀘스트를 먼저 깨야겠네!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냥보다는 퀘스트 깨서 얻는 경험치가 훨씬 많으니 퀘스트 위주로 가야 하나?

뚝!

최근…. 이랄까 며칠 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제는 스스로 꼬리 정도는 뜯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아파! 겁나 아파 우우….

푹!

지렁이 주제 독니라니…. 너무 퀄리티가 떨어지잖아

매번 주입하는 독니라지만 사용할 때마다 아무것도 없었던 입안에 이빨이 생긴다는 건 이상한 느낌을 준다.

이번엔 중심부로 더 들어가 볼까..?

근처에서만 맴돌았더니 대체로 적은 수의 렛트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지룡보를 시전하며 빠르게 4층 중심부로 향했다.

*******

덤벼 이것들아!

너희는 나의 양식이 되어 똥이 될 운명이니라!

휘이익!

지룡보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이동속도였기에 쓸 때 없이 계속 사전 중이었다. MP소모 속도야 초당 2씩 따르지만 자연 회복속도가 초당 1씩 차기에 실제로 따르는 MP는 초당 1이었다.

최대 MP양이 620이었기에 620초 동안 하늘을 부유하며 렛트들의 어그로를 끄는데….

아…. 생각보다 많구나?

찍! 찍!찍! 찍!

저게 몇 마리래?

못해도 100마리는 넘겠네

후후후….

튀어!

으어어어어어……. 살려줘!!!

잘못했어.

잘못했어요.

잘못했습니다.

전광석화 쓰면서 쫓아오지 마!

아무래도 전광석화가 순간 가속력이 좋다 보니 꼬리를 계속 문다. 물론 그렇게 문 녀석은 중독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문제는 야금야금 베어 물어가 버리니 어느새 꼬리가 렛트 눈만큼 작아져 버렸다.

응.

이건 틀림없이 나 죽는 거 맞지?

아마 저걸 마지막으로 내가 어그로 끌릴 텐데 그럼 확실하게 육시랄 돼서 냠냠 되겠지?

아아~

방금 상상했어.

이럴 땐 역시 하늘로 도망가는 게 최고지

비록 시한부 공중 부양이라지만 그때만이라도 살아있는 게 어딘가?

헤헤…. 헤헤….

이 녀석들아 점프하지 마

방금 지릴 뻔 했잖아

전광석화를 쓰면서 점프를 하니 나보다 높이 뜬다.

이 녀석들…. 대포인 줄 알았네.

대포 대신 쥐니까 쥐포인가?

아...

방금 또 상상했어.

완전 재미없어

내가 미쳤나 봐

음…. 지금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1. 죽는다.

2. 싸우다 죽는다.

3. 순수히 죽는다.

응.

그냥 죽는 거 뿐이 없구나?

그냥 죽기엔 뭐하니까 이 녀석들이랑 같이 죽어야겠네?

맹렬하게 쫓아오는 렛트를 보며 5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았다.

5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는 여타 다른 입구들과 약간 달랐는데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아예 수직으로 뻥 뚫려있었다.

잘하면 살 수도 있겠네

이 녀석들과 다르게 난 활공을 할 수 있으니 떨어지는 와중에 벽에 달라붙으면 살 수 있다.

영차~

휘우우웅!

난다요~

휙! 휙!휙! 휙! 휙!

찍! 찍! 찍!

점프하는 나를 보며 동시에 점프하는 렛트들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더럽고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찌이이이이이이이……. 익~

처음 뛰었던 렛트를 순서로 하나둘 5층으로 떨어지는 렛트들을 보며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착!

휘유…. 다행히 표면이 껄끄러워서 다행히네

군데군데 흠이 난 부분에 몸을 끼워 맞춰 매달려있었다.

그럼 다시 올라가 볼까?

지룡보의 활공을 이용해서 지그재그로 다시 올라갔다.

짜잔~

무사 복귀!

<서브퀘스트 50="" 162="" 벨로르="" 렛트="" 처치하기=""/>

[띠링! 서브퀘스트를 초과 달성하였습니다.]

[초과한 수치만큼 추가 보상이 이뤄집니다.]

<50000 경험치를="" 얻으셨습니다.=""/>

<50000 경험치를="" 얻으셨습니다.=""/>

<50000 경험치를="" 얻으셨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겁나 깊긴 하나보다. 떨어진 지 30초도 더 됐는데 이제 죽었다고 나오는 것을 보니.

레벨업이다~ 레벨업~

[능력치]

레벨 : 12

경험치 102742/204800 칭호 :[갓 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650

MP : 630

체력 : 59 > 60

민첩 : 130 > 131

지능 : 57 > 58

신앙심 : ­200

보너스 능력치 : 4 > 9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12, 독니 LV 10, 과부하 LV3, 지렁이지렁 LV1

15만에 달하는 경험치를 받았다. 그리고 레벨업을 할 때마다 2배로 늘어나는 저주스러운 경험치를 보자니 소름이 돋는 걸 느끼는데 레벨 20쯤 된다면 아마 레벨 올리는데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이.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퀘스트만 잘 깨도 경험치가 이렇게 잘 주는데.

음…. 그럼 남은 퀘스트가

[서브퀘스트가 발생합니다. 벨로르 렛트 퀸 0/1]

이거 하나 남았네?

다른 두 개의 퀘스트는 현재 깰 수가 없으니 제쳐놓는다고 해도 이건 꼭 깨야 한다.

이건 경험치를 얼마나 주려나?

못해도 10만 경험치는 줄 것 같은데 말이지?

간단하게 어그로 끌어서 5층으로 떨구면 쉽게 깨질 것 같으니 후딱 해치워 버려야지~

유유자적 하늘을 활공하며 다시금 중심부로 향한다.

이번엔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갔는데 렛트들의 시선을 끌어봤자 귀찮기만 하고 경험치는 주지 않았기에 그랬다.

꼬르륵….

아. 배고프다.

근처 렛트 한 마리나 잡아먹을까….

아냐.

그러다 어그로라도 끌리면 어떻게 해?

활공하는걸 중단하고 땅에 내려선 난 조용히 흙을 퍼먹었다.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허…. 오랜만에 들어본다.

처음엔 흙 먹는 게 그렇게 싫더니. 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먹는다.

흙 흙 흙…. 나 이제 지렁인가요?

흙을 퍼먹으며 땅속으로 계속 파고 들어가니 안락한 느낌이 든다.

하으….

지렁이는 역시 땅속에서 살아야 하는 거야

굳이 밖에서 날아다니고 쫓겨 다니고…. 이게 지렁이야?

한숨 잘까…. 근 2년이 넘도록 잠 한숨 안 잤다는 게 거짓말 같긴 하다. 배는 고 파오는데 잠은 안 자도 되니 거참 신기하지 않은가?

그럼 조금만 자다가 다시 사냥해볼까?

zzzz….

*********

콰가가가강!!

쾅쾅!!!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자는 지렁이를 왜 깨우는 거야

꿀 같은 단잠에 빠져있었는데 난데없이 땅이 울리며 폭음이 들려온다.

싸움이라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던전이라도 무너지는 건지는 몰라도 우선 올라가 보자는 심보로 느긋하게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뭔가가 물컹하니 길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뭐지?

물컹하긴 한데 뜨끈하니 맛있는 냄새가 나네.

꼬르륵….

지렁이 주제 고기 맛은 알아가지고….

으음.

공짜라면 사양하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

잘 먹겠습니다.

덥석!

우으…. 겁나 커!

도대체 얼마나 크기에 입을 최대로 벌려도 안 들어가는 거야?

이 몸은 이빨이 없기에 먹이를 항상 통째로 먹어야 한다. 다행이라면 지렁이의 구강 상태는 고무처럼 길게 늘어나는 타입이라서 벌리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늘어나는데 지금은 최대한으로 벌려도 도통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방향을 좀 돌려볼까?

여기가 좋으려나. 저기가 좋으려나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면서 방향을 잡는 도중 드디어 끝이 보였다.

오오~ 여기가 몸체의 끝인가 보구나?

꾸역꾸역!

입안으로 꾸역꾸역 집어넣다 보니 어느새 머리가 밖으로 완전히 튀어나왔는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

왜 주변에 인간들이 이렇게 많을까…?

음….

생각해보자.

쾅쾅 우르르 쾅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조용하게 변하고

내가 잠에서 깼다.

위로 올라오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먹잇감이 있다.

배고파서 내가 꿀꺽하려는데, 주위에 인간들이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여기가 던전이다.

그럼 결론은?

사냥이구나?

헤헤….

헤헤….

꾸우우울꺽!!

안녕히 계세요

난 입에 들어있는 정체 모를 몬스터를 한입에 꿀꺽하고는 다시금 땅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재차 무시하고 지그재그로 땅속을 파고들었다.

몰라 몰라

난 모르는 일이야.

이미 뱃속에 들어왔는걸 다시 꺼내줄 순 없잖아?

[자신보다 20레벨 높은 몬스터를 먹었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포식자>를 완료하였습니다.]

[서브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벨로르 렛트 퀸 1/1]

어라…?

이게 뭔….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

`

< 300000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어라라?

어어….

자고 일어났더니 횡재했습니다.

예스…?

[능력치]

레벨 : 25

경험치 684417/1677721600 칭호 :[갓 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650 > 780

MP : 630 > 760

체력 : 60 > 73

민첩 : 131 > 144

지능 : 58 > 71

신앙심 : ­200

보너스 능력치 : 9 > 74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12, 독니 LV 10, 과부하 LV1, 지렁이지렁 LV1

거참

레벨업하기 참 쉽죠?

그런데….

경험치 배수가 참 아름답네?

보면 볼수록 토할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응.

맞아 정말 토나 올 거 같아.

저 정도면 숨겨진 퀘스트가 아니면 레벨업 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그런데 저 신앙심 ­200은 뭔 소용인지 모르겠다. 사소한 불행이 최악으로 다다른다는데 나한테 불행이 닥친 적도 없고 그렇다고 피해를 본 것도 없다.

[사용자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말을 펼칩니다.]

오오~ 나왔다. 설명서!

[신앙심 : 높으면 높을수록 성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반대로 낮으면 낮을수록 경험 수치가 대폭 낮아집니다.]

<현재 사용자의="" 신앙심은="" ­200이므로="" 원래="" 받을="" 수="" 있는="" 경험치의="" 25%="" 수준을="" 받습니다.=""/>

에…?

잠깐만?

그럼 그 말은 13레벨 오른 게 사실 더 많은 레벨이 올라야 정상이었다는 소리네?

헤….

그것도 모르고 많이 올랐다고 좋아했는데….

사실 병신이었구나?

하하핳핳핳핳….

이런 썩을! 그런 건 진작 좀 알려줘!

으헝! 내 경험치….

능력치가 올랐다고 좋아했던 나 자신이 쪽팔린다.

고작 보너스 30 능력치를 받으려고 경험치 75%를 포기한 거나 다름없던 것이다.

신앙심 올리는 방법이 있을 거 아냐?

<신앙심은 신을="" 믿는="" 만큼="" 오릅니다.=""/>

아!

난 평생 안 오르겠다.

데헷!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