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렁이로 환생했다-1화 (1/45)

* * *

〈 1화 〉 죽어서 지렁이로

* * *

어라…? 난 분명히 죽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꾸르륵..

배고프니까 뭐라도 좀 먹어야 겠….

[성공적으로 진화하셨습니다.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아…. 이게….

[삑! 잘못된 선택입니다. 설정 오류로 인해 무작위로 진화를 선정합니다.]

뭔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 누가 들어있나?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지?

[연산 처리 중…. 띠링! 축하합니다. 지렁이로 진화하셨습니다.]

아 몰라…. 될 대로 돼라지

********

이게 무슨 상황일까?

[환생 주기 444번 마지막 환생을 기원합니다.]

그래서 지렁이로 환생시켜줬어요? 엿 먹어 보라고?

네…. 당신의 의도대로 너무 큰 빅엿을 선사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려서 당장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눈이라고는 옹이구멍보다 더 작고 사방이 흙? 아니지 이건 동굴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나게 큰 동굴이 눈앞에 딱! 있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일단 진정하자…. 그래 진정…. 진정….진정은 개뿔! 야! 뉘신지는 몰라도 지렁이로 태어나게 해줄 거면 기억이라도 없애 주던가!?

[20만 PS 포인트로 기억 소거 물약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응 차라리 모르고 살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잔여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아…….

끝도 없는 동굴 바닥을 계속 기어가고 있었지만 기어가는 것만큼 보람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작은 거야?

아니 내가 작은 것인지 동굴이 큰 것인지 모르겠지만 두 다리가 아닌 몸통을 이용해서 기어 다닌다는 게 신기하다.

완전 편해!

마치 누워서 이동하는 것 처럼 느껴지잖아!

아…. 맞는 말인가?

[지속적인 행동으로 인해 능력치가 오릅니다. 체력 +1 민첩 +1]

[기어가고 있습니다. 을 습득합니다]

이거 게임 맞지?

아니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 해줄 리가 없잖아?

아니 무엇보다 이러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내가 지렁이로 환생한 게 이상한 건가? 모르겠네.

게임이라면 이라고 외치면….

[능력치]

레벨 : 1

경험치 0/100

종족 : 지렁이

HP : 20

MP : 120

체력 : 2

민첩 : 2

지능 : 12

보너스 능력치 : 5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1, 섭취 MAX

결국, 게임이라는 거네 그것도 목숨이 하나 밖에 없는 현실판 게임

우와! 나 지금 엿된거야? 지렁이로 무엇을 하라고….

[메인 퀘스트 발생! 당신은 지금 현 상황에 아주 당황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지렁이로서 자각하시길 바랍니다. 흙 퍼먹기 0/5회]

.....

설마 이게 퀘스트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고 말고 흙 퍼먹기가 말이되? 난 땅거지가 아니라고?

꼬르륵….

아까부터 배고팠는데 흙을 보자니 미친 듯이 요동친다.

넌 사람이야! 지렁이가 아니라고!

안돼! 안돼! 안돼! 아…. 돼…. 되…. 되…….

아움!

[띵링! 흙을 퍼먹었습니다. 1/5]

생각보다 맛…. 아! 결국, 저질러 버렸습니다.

**************

[띠링! 흙 퍼먹기 5회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셨습니다.]

[경험치 100을 얻으셨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흑흑…. 이건 아니야.

어째서 퀘스트를 완료했음에도 계속 퍼먹는 거냐고!

우걱우걱….

지렁이 입주제 끝도 없이 들어간다. 아니 끝은 있다. 단지 입으로 흙을 퍼먹으면 꼬리 쪽에 달린 항문으로 바로 배설이 된다는 게 다른 점이긴 하다만…. 그래도 이게 뭐야.

직장도 아니고 먹으면 3초도 안 돼서 뒤로 나온다. 이래서 영양분이라도 흡수하겠어?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아…. 영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경험치는 착실하게 오르네

[능력치]

레벨 : 2

경험치 5/200

종족 : 지렁이

HP : 30

MP : 130

체력 : 2 > 3

민첩 : 2 > 3

지능 : 12 > 13

보너스 능력치 : 10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1, 섭취 MAX

능력치 창을 열어보니 확실히 레벨이 올랐다. 레벨당 보너스 능력치가 5개고 능력치는 1씩 오르나 보네

도대체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물론 이렇게 말해봤자 최악의 저질이라는 건 알겠다. 최소치가 0이든 1이든 간에 한 자리 숫자라는 생각을 하자니 확실히 저질스러운 능력치다.

남자는 힘! 오로지 체력…. 을 찍자니 혹시나 느려서 찍 하고 밟히면 죽는 거 아니야?

보너스 능력치를 찍자니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기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계속 능력치가 오르잖아?

[지속적인 행동으로 인해 능력치가 오릅니다. 체력 +1 민첩 +1]

[기어가고 있습니다. 을 습득합니다]

응.

이렇게 잘 오르는데 굳이 아깝게 능력치를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사람일 때 게임을 많이 해본 경험자로서 최대한 보너스 능력치를 아끼는 게 장땡이라는걸 알고 있다는 사실!

와하하! 나 겁나 똑똑한 듯?

[기적의 업적! 지렁이로서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꼼수를 생각하셨습니다. 똑똑한 지렁이 칭호를 얻습니다.]

똑똑한…. 지렁이?

이봐요.

그래 봤자 지렁이잖아?

어휴….

칭호라면 능력치라도 붙어있겠지?

[똑똑한 지렁이]

올 능력치 +1 지능 +1

올! 올 능력치 +1에 지능은 추가로 +1?

열라 좋군!

민첩과 체력이 4로 상승해서 그런지 아까보다 2배는 빨라진 것 같았다.

우오오!! 우사인 지렁이다! 다 비켜!

꿈틀…. 꿈틀….

하…. 민첩 올리고 싶다.

*******

우걱우걱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

`

`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음…. 대략 6시간쯤 지났나?

지렁이 체감상 그쯤 지난 것 같은데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에잉…. 시계라도 있으면 좋은데

[마법 시계를 100 PS 포인트로 구매하시겠습니까?]

아니 어차피 사지도 못할 것 왜 자꾸 권하는 거야?

대략적인 시스템은 알아냈지만 PS 포인트에 대한 의문점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흙도 먹어봤고 돌도 먹어봤지만 도통 줄 생각을 안 해

뭘까?

그렇다고 퀘스트를 해서 얻는 거도 아니고….

[메인 퀘스트 발생! 지렁이로서 훌륭하게 성장한 그대! PS 포인트를 습득하자! 방법 : 미확인 0/1]

아니, 솔직히 방법이라도 알려주고 퀘스트를 내려 주던가…. 이건 꼭 노가다를 사서 해야 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메인 퀘스트뿐만 아니라 이런 쓰레기 같은 서브 퀘스트는 뭔데?

[지렁이의 매력을 어필하세요][암컷 지렁이의 엉덩이를 물어 꿈틀거리게 하세요][ 밟혀보세요. 그리고 정말로 꿈틀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

이런 걸 할까 보냐!?

첫 번째의 것은 내가 지렁이로 환생했으니까 그렇다고 이해하지만 두 번짼 뭔데!? 왜 남의 엉덩이를 물어? 게다가 세 번 짼 나보고 죽으라는 것 같은데 가당키나 한 퀘스트냐?

마구 발광…. 아니 꿈틀한다.

[지렁이의 매력을 어필하셨습니다. 100 경험치를 얻으셨습니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1

[능력치]

레벨 : 4 칭호 :[똑똑한 지렁이]

경험치 150/800

종족 : 지렁이

HP : 90

MP : 150

체력 : 9 > 10

민첩 : 9

지능 : 15

보너스 능력치 : 20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5, 섭취 MAX

아아…. 난 도저히 모르겠다. 이놈의 시스템은 뭐 이렇게 복잡하면서 단순한 것인지….

이딴 게 매력 어필이면 밟혀서 꿈틀 하는 건 뭐냐?

이제는 신경 쓰지 말자.

이건 정력 낭비야

그럼 그럼….

6시간 동안 기어왔더니 꽤 많이 왔다.

한 50m?

이제는 동굴 벽에 다달했는데, 옹이 눈으로 벽면을 바라보니 뭔가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뭐지?

10분쯤 더 기어가니까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벌레였다.

그래 봤자 이름도 모르는 거….

[벨로르 버그]

레벨 : 1

종족 : 곤충

HP : 10

MP : 0

체력 : 1

민첩 : 4

지능 : 0

스킬: 비행

어…. 이런 거도 알려주는 거야?

나름 친절한 시스템이었네 미안해 시스템아

난 벨로르 버그를 보며 나보다 레벨이 낮다는 것을 깨닫고는 우선 잡고 보자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이런 걸 사냥해서 쉽게 레벨업을 하잖아?

레벨과 비교하면 민첩이 상당히 높고 스킬로는 비행이라는 것에 조금은 긴장을 했지만, 한대만 툭 쳐도 죽을 것 같은 체력이기에 용기를 내었다.

가자! 저건 경험치 덩어린 거야!

꿈틀꿈틀….

1분경과

자자! 이제 다 와 간다.

3분경과

다 왔어! 조금만….

5분경과

아놔….

잊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내가 저기까지 가야 하는 거리…. 그리고 내 속력이 겁나 느리다는 것을

*******

죽어!

열심히 머리를 휘두르며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나였다.

[머리를 과도하게 돌려 3초간 스턴에 빠집니다.]

[머리를 돌렸습니다. [지렁 헤드 어택 LV1]을 습득합니다]

몰라 몰라! 그냥 스턴에 빠지든 말든 난 돌리기만 할 거야!

무려 20분에 걸쳐 도착한 벽이다. 그리고 손쉽게 잡을 거라 생각했던 벨로르 버그는 바로 눈앞에서 왜앵 거리며 날아다니는데….

문제는 이 녀석이 가까이 다가오질 않는다.

제발 이리와!!

나 토할 것 같단 말이야…. 우욱!

체력 10이라서 한 방에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깨물기 공격으로 겨우 4 깎았다. 지렁이에게 이빨이 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무는 힘이 강할 리도 없었기에 너무나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예상외로 이 녀석은 비선공 몬스터였다.

겉모습만 보면 뭐라도 와그작 씹어 먹을 것 처럼 생겼는데.

아무튼, 한번 물리고 나니 가까이 오기는커녕 기회만 보다가 꼬리 부분을 열심히 공격한다.

이 녀석 지능 0이라며!!!

아마….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절규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놈의 자식은 지능 수치 0이면서 머리는 겁나 잘 쓴다.

이런 녀석이 0이라면 난 뭔데? 난 슈퍼 지렁이냐?

[머리를 과도하게 돌려 3초간 스턴에 빠집니다.]

으어….

또 스턴이다.

이러면 저 녀석이….

쯔걱!

아파! 아프다고!

꼼지락 꼼지락

엉덩이가 미친 듯이 따가워지며 애써 움직여 보지만 스턴 상태였기에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같은 곳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녀석을 보는 내 눈에는 불이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턴이 풀립니다]

와아악! 너 뒤졌어!

휙!휙!휙!

꼬리와 머리를 나비가 날갯짓 하듯 펄럭거리며 움직이며 녀석을 공격했지만 이미 하늘 높이 도망간 상태였다.

화난다…. 화난다! 으어! 답답해 미치겠다!

당장에라도 보너스 능력치를 민첩에 꼴아 박아서 저놈을 낭만이 넘치는 내 뱃속에 집어넣고 싶었다.

아까부터 계속 공격당한 꼬리 부분이 거의 떨어져 나가려 하고 있다. 아프다 으엉…! 마음 같아서는 상처를 치료 하고 싶었지만 여기에 약국이라던가 치료 약 같은 게 있을 리가 만무하니 레벨업을 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머리를 잘 써야 해

저 녀석은 내가 움직일 때는 하늘에 있고 스턴이 걸려서 멈칫 할 때는 내려와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서 공격하면 되지 않을까?

[벨로르 버그]

레벨 : 1

종족 : 곤충

HP : 10 > 6

MP : 0

체력 : 1

민첩 : 4

지능 : 0

스킬: 비행

남은 체력은 6 한 번의 공격으로 4의 데미지를 줄 수 있으니 2번의 공격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까와 똑같이 머리와 꼬리를 빙빙 돌린다. 꼬리가 끊어질 것만 같이 덜렁덜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아픔을 참고 계속 돌리다가 일부로 멈칫거렸다.

스턴이 걸렸을 때와 같은 포즈 같은 모션을 취하며 녀석을 유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쫓아온다.

와라! 네놈의 머리를 와그작 씹어 줄 테니!

아! 와그작이 아니라 산채로 꿀꺽이구나?

나의 완벽한 연기에 속아 가까이 오는 녀석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덥썩!

됐다!

엉덩이 부분을 물었더니 다시금 4의 체력이 딸랐고 황급히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녀석을 보니 한 번 더 공격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물어? 아니야 너무 높아.

그럼 어떡해....

이판사판이다!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해보자고!

부웅!

꼬리를 힘차게 움직였다. 그리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뭔가를 보게 되었고 그것은 곧 녀석의 머리를 가격하고는 함께 떨어져 내렸다.

[띠링! 메인퀘스트 PS 포인트를 습득하자! 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몸을 미끼로 사냥감을 낚았습니다. [ME끼 MAX]를 습득하셨습니다.]

[몸 일부를 희생하여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자기투척 MAX]를 습득하셨습니다.]

[한번에 두 가지 이상의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을 완료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2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조건 충족! 진화를 시작합니다.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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