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팬데믹 (2) (302/304)

팬데믹 (2)

당연히 아버지에게도 전화가 왔다.

-아들. 괜찮냐?

“예.”

-내 주치의라도 보내 주랴?

“어차피 강운 병원 의사 아닙니까? 저 지금 강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요?”

-입원이 필요할 정도인 거지?

“아뇨. 사실 나이롱 환자입니다. 저 안 다쳤어요.”

-뭐?

“여기저기서 전화 와서 미치겠네요.”

-안 다쳤다고? 정말이야? 나 걱정하지 말라고 일부러 하는 말 아니지?

“아니면 지금 이 나이에 육상 뛰게 생겼잖아요. 일부러 부상이라고 흘렸죠. 정말입니다.”

-썩을. 끊는다.

아버지의 전화만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 욕심에….

“야. 너까지 왜 이러냐. 나 어차피 육상으로 복귀할 생각 없었어.”

기사를 확인한 볼트가 연락한 것이다.

그렇다고 부상이 거짓이라 밝히진 않을 생각이다. 수안의 부상을 제일 숨겨야 하는 놈이 바로 볼트였다.

“연습 열심히 해서 내 기록도 다 갈아치워. 특히 다음 올림픽은 내가 기대하고 있을게. 알았지?”

-예. 스승님. 기록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언론은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언젠가는 잠잠해질 일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다른 기사에 묻혀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져 갔다.

“이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휠체어는 한동안 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발로 걷지도 못해? 나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는 중이니?”

“자초하신 일이죠.”

“에효. 알았어.”

휠체어를 타고 도착한 곳은 본인 집무실이었다. 일주일이나 병원에 있었으니, 밀린 업무를 봐야 했다.

“밀린 결재 서류 많지? 싹 가져와.”

“잡스러운 결재는 나중에 올리라고 했습니다. 그것보다 미국 연구소에서 결과가 나왔습니다.”

“……!!”

수안뿐만 아니라 김현성, 배영성도 손꼽아 기다리던 결과였다. 수안은 배영성의 얼굴에 그려진 표정으로 그 결과를 짐작했다.

“이번에 도착한 샘플은 인간 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젠장. 벌써 완성이라니.”

“벌써라뇨. 저희가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겨우 2014년 말에 불과한데, 2019년에 등장할 감염병 19가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이번 바이러스가 회장님이 말씀하신 그 바이러스와 일치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상당히 위험한 바이러스임은 확실합니다. 연구원들은 치명력이 대단할 거로 예측합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형태 자체가 인위적이라 전염력이 기존 바이러스를 한참이나 뛰어넘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유포되면 전 세계로 퍼지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예측입니다.”

“…….”

“우선 김현성 회장에게 백신 개발을 지시해 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포섭한 항주 연구소의 지우창 박사는 그대로 뒀습니다.”

“…아직 확신이 없지?”

인간 전염 바이러스를 확보하긴 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이제야 첫 인간 전염 바이러스를 확보했을 뿐이다.

“예. 추가로 몇 번 더 샘플을 받아 봐야 바이러스가 개선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바이러스가 완전히 바뀌기라도 한다면 개발할 백신도 무용지물입니다.”

“아예 무용지물은 아니지. 개선되어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거야. 메르스만 해도 기존 사스 바이러스에서 변화한 정도였잖아. 그러니 그렇게 빨리 백신을 완성했지. 같은 감염병 바이러스 기반이니….”

“그래도 확실한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지우창 박사에게 10년을 약속했습니다.”

“앞으로 6개월. 2015년 봄까지만 더 고생하라고 해.”

“2019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어차피 지우창 박사도 인간 전염 바이러스를 확보했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길 테고요.”

“휴우. 그럼 2015년 말까지만. 그 이상은 위험해.”

“예. 회장님. 기한을 못 박아서 전달하겠습니다.”

* * *

지우창 박사는 앞으로 연구소 스파이 활동이 1년 남짓 남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10년까지는 아니라 다행이군.’

인간 전염 바이러스만 확보하면 끝날 줄 알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겠는가. 본인이 생각해도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인간 전염 바이러스까지 조합했으니, 앞으론 더 지독한 개선을 진행할 것이다.

‘느긋하게 마음먹자. 넉넉하게 2년이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어.’

이후 계절이 바뀌고 연구가 지속되는 동안 지우창은 연구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를 맴돌았다. 핵심 연구의 진행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 수 있지만, 직접 그 연구에 함께하지 못하는 위치였다. 연구소 소장을 맡은 스정리 박사의 농간이었다. 아무리 연구 성과에 욕심이 없다고 해도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말.

지우창은 스정리 박사에게 단독 면담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제야 때가 되었어.’

연구소에서 일하기로 한 마지막 날이다. 물론 항주 연구소와의 계약이 아닌 강운 생명 과학과 계약된 날짜였다.

“연구소를 그만두겠소. 더는 견디기 힘들군요.”

“누가 들으면 연구소에서 박사를 괴롭히기라도 한 줄 알겠습니다.”

“…….”

지우창은 할 말이 많았지만, 지금 화풀이할 시점은 아니었다.

“이곳의 연구에 관해 밖에서 떠드는 일은 없겠지요? 이미 비밀 서약서에 사인도 하셨고요.”

“물론입니다. 어차피 제가 아는 것도 많지 않지만, 어디 가서 얘기할 일도 없을 겁니다. 나도 중국의 학자요. 이런 의심은 상당히 날 기분 상하게 하는군요. 특히 제대로 바이러스 관리도 못 하는 연구원들이 득실거리는 속에서 듣는 말이라 더 감당하기 힘듭니다.”

욱하는 마음에 돌려 까기를 시전한 것이다.

“…그 성격을 지금까지 어떻게 감춰 두셨을까요?”

“나가는 판국에 이 정도 속마음도 얘기 못 합니까? 그래도 당신은 대단한 연구원입니다. 나도 당신의 실력만큼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호호. 병 주고 약 주는군요.”

“나는 자애가 넘치는 사람이라 그렇소. 날 못살게 한 사람에게도 좋은 말을 할 수 있지요.”

돌려 까기를 한 번만 하면 아쉽지 않겠는가.

“…….”

“내가 없어도 박사는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랍니다. 그간 내가 도운 연구 자료는 그대로 두고 가겠소. 그 어떤 데이터도 들고 나가지 않을 겁니다. 맨몸으로 왔으니 맨몸으로 갑니다.”

“그건 연구소에 파견된 당국 공안이 판단할 일이죠. 공안의 업무에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

“…끝까지 말썽이군. 마음대로 하시오.”

이후 지우창을 따라나선 공안은 지우창의 숙소를 뒤지고 노트북까지 입수해 자료를 복사했다.

“끝입니까?”

“…그렇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받으시오. 또 연구소에서 수고하실 테니 같이 식사라도 하시구려.”

지우창은 공안에게 봉투를 건넸다. 이들을 얼마나 많이 속여먹었던가. 미안한 마음에서 나온 돈이었다.

“여기선 이런 재미도 없지 않습니까. 나는 충분히 월급을 받았소.”

“하하하. 역시 지우창 박사님은 중국의 동량입니다.”

이런 칭찬은 반갑지 않았다. 자신은 이미 모든 자료를 해외로 넘겼고, 샘플까지 시시때때로 유출한 스파이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비밀 서약에 들어간 자신의 사인은 깨끗하게 무시할 생각이었다.

지우창은 숙소의 짐을 택배로 보내고 일부는 그대로 버렸다.

그리고 홀가분한 몸으로 기차에 올라 베이징으로 향했다.

베이징으로 가는 기차에는 여전히 감시의 눈길이 붙어 있었다.

그 감시의 눈길은 베이징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호텔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지우창은 공안의 감시를 느끼지 못했지만, 오히려 보호해 주는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잔뜩 긴장한 채였고, 덕분에 공안의 감시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징그러운 놈들이야.’

자꾸만 조국에 정이 떨어졌다.

호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 이미 안에 있던 사람이 신문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체는 밤에 진행될 겁니다. 지금과 같은 옷을 입고 9시에 호텔 바로 내려오시오.”

“…….”

지우창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상대는 그 말만 남기고 다른 층에서 내렸다.

저녁 9시.

술을 마시러 호텔 바로 내려간 지우창은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적당한 자리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시간을 죽이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는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갔고, 그 모습은 공안의 눈에 모두 담기고 있었다.

다음 날.

호텔 방을 열고 나온 사람은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겨울이라 두꺼운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경했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골목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어디로 갔지?”

계속 그를 따르던 공안은 시장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골목 구석에서 두꺼운 검은 모자와 마스크 그리고 지우창이 입었던 옷가지들을 발견했다.

“젠장!!”

공안의 뒤로 임수호가 지나치고 있었다.

‘형님. 미국에서 봅시다.’

오늘 아침 호텔에서 시장으로 나온 사람은 지우창이 아니라 임수호였다. 이미 어제 호텔 지하 화장실에서 옷을 바꿔 입은 두 사람이다.

“대형!”

“의제!”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저와 옷을 바꿔입으셔야 합니다.”

“그럼 자네는!”

“저는 대형 대신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공안을 따돌리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위험해! 왜 그런 일을 맡는가!”

“대형과 저의 체형이 제일 비슷합니다.”

“게다가 그 연구소도 너무 위험해. 언제 바이러스가 유출될지 모른단 말이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키려고 직원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강운의 직원들뿐 아니라 국정원 해외 파트 직원들이 총출동했다.

“…후우.”

“형님은 직원들을 따라 새로운 여권을 받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시면 됩니다. 밖으로 나가시면 형님을 기다리는 직원이 있을 겁니다.”

“…미국에서 기다리겠네. 바로 안 오면 다시는 자네를 안 볼 테니 그리 알게.”

“하하. 더 머뭇거리시면 제가 먼저 가서 대형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얼른 가십시오.”

둘의 체형은 정말 비슷했기에 얼굴을 감춘 것만으로 멀리서 지켜보는 공안을 속일 수 있었다.

지우창은 어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고, 지금쯤이면 미국에 도착해 가족들이 사는 집을 향해 가는 차량에 타고 있을 것이다.

* * *

수안도 배영성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확보한 샘플로 봤을 때 더는 발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7차 샘플 이후로 크게 변화한 점이 없습니다.”

“지우창 박사는?”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나름 박사급 인재니까요.”

“…미국엔 자료를 넘겨주지 말라고 얘기해 놨지?”

“애초에 그는 가진 자료가 없습니다. 모든 자료는 저희 수중에 있습니다.”

“백신은 아직인가?”

첫 인간 감염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한 이후로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연구소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기능획득 연구로 바이러스는 인위적인 복합성을 띠고 있었다. 자연 발생으로 인한 바이러스가 아니기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아. 박사는 연구소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샘플만 전해 주던 지우창은 오랜만에 의제를 만나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본 연구소의 실상을 전했다.

현재 항주 연구소의 보안 수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와 같단다.

* * *

“저희가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만 버텨주면 좋겠습니다만, 저희는 그 기한을 이미 알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

전염병이 시작되는 것은 2019년이다.

2019년 말인 12월에 항주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언론에 알려졌지만, 실제 중국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더 이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최소 가을부터 시작되었고, 어쩌면 더 이를 수도 있었다. 그러니 2015년 말인 지금부터 2019년 초까지를 생각하면 만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 3년. 그 안에 백신을 만들어야 할 거야. 치료제까지 만들면 더 좋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야? 저 자랑스러운 항주 연구소는 아직도 바이러스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게다가 변이는 어쩔 건데? 3년도 너무 촉박해. 최신 기계 다 도입하고 인력도 계속 확충해. 특히 백신 생산 공장은 상시 월 1억 도즈 이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해. 인도는 위험해서 소용없어. 오직 국내 생산 수량만으로 1억 도즈가 가능해야 해. 그 이상도 좋아. 이후에 생산 시설을 못 써먹어도 상관없어.”

말로는 1억 도즈라고 했지만, 기존에 생산하는 제품까지 생각해 2억 도즈 이상의 CAPA를 계획하고 있었다.

“예전에 회장님이 불을 지르고 싶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오르네요. PMC에 의뢰해서 날려 버릴까요?”

“…그런다고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 개발을 그만두겠어?”

“휴우. 저도 해 본 말입니다. 김현성 회장과 논의하겠습니다.”

“지우창 박사의 성도 보상도 빨리 처리하자. 이런 거 늦게 주면 신뢰를 잃어.”

“훗날 다시 써먹으려면 신뢰를 잃을 수는 없죠.”

훗날 중국의 항주 바이러스 연구소에 책임이 있음을 공표하려면 실제 그곳에서 일했던 지우창 박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정확하게 보상 지급하고 필요한 것 있으면 임 차장 통해서 추가로 집행해 줘. 우선 새로운 집부터 마련해 주고.”

“예. 알겠습니다.”

* * *

임수호는 미국으로 건너가 지우창과 반갑게 해후했다.

“대형!”

“의제!”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의제가 내 곁에 있지 않았는가. 가끔 얼굴을 보여 주는 의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네. 자네를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네. 하하하.”

“안에 들어가 형수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래. 들어가지.”

임수호는 미국에 올 때부터 얼굴을 익힌 지우창의 아내와 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형수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이이와 함께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슈엔도 잘 지냈니?”

“네. 숙부님.”

“자자. 의제가 왔으니 오늘 그냥 보낼 수 없지. 오늘 집에 갈 생각은 말아야 할 거야.”

“하하. 감사합니다. 대형. 하지만 대형은 오늘 저와 갈 곳이 있습니다.”

“어? 미국에서 가긴 어딜 가?”

“이 집이 좁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임대 주택이고요.”

“아니. 전혀. 이 집이 좁긴 뭐가 좁아?”

수영장과 정원, 차고가 존재하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집이었다.

“그간 고생하신 대형을 위해 강운 생명 과학에서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대형의 가족들이 머무실 더 큰 집을 마련해 놨습니다.”

“이, 이봐. 자네 또 무리를….”

임수호가 또 윗선에 요청했는가 싶어서 말하는 지우창이다.

“아닙니다. 제가 말씀을 올리기도 전에 고위층에서 지시한 일입니다.”

“이 사람아. 그런 건 그냥 “제가 했습니다.” 해야지.”

“하하하. 그럴 걸 그랬습니다. 형수님도 같이 가시죠. 슈엔 너도 가자.”

“그래. 가 보세. 집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멀지 않습니다. 여기서 약 300km 떨어져 있지요.”

“…….”

“…….”

“…….”

셋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임수호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 300km를 달려서 집을 보러 가자고?”

“…너무 멉니까?”

“나, 나는 나중에….”

슈엔이 뒤로 빠졌다.

“둘이 다녀와요. 저는 나중에 사진으로 보든지, 아니면 이사 갈 때나 보든지 할게요.”

형수도 뒤로 빠졌다.

“…지금 가면 밤이 되지 않겠어? 의제. 내일 가는 게 어떻겠어?”

“제가 너무 급했나 봅니다. 받아 온 사진이 있으니 보여 드리지요.”

“사진이 있으면 사진만 보여 주면 됐네. 굳이 내일 먼 길을 갈 필요도 없겠군.”

멀리까지 집을 보러 가지 않겠다던 그들은 임수호가 내민 사진을 보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허허…. 언제 출발하면 될까?”

사진을 본 형수와 조카도 마찬가지였다.

“내일 저도 같이 가요. 앞으로 살 집인데 한 번은 가 봐야죠.”

“저도 보러 가고 싶어요. 아빠.”

“자네가 왜 이 집을 보여 주고 싶어 했는지 알겠어.”

해안가 절벽 위에 있는 사진 속 주택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주로 신흥 부호들이 산다는 마을이었다. 사진으로 봐도 그 집의 규모가 짐작됐다.

“우리 언제 이사 가요?”

“빨리 가면 좋겠죠?”

“흠흠. 내일은 꼭 가도록 하지.”

“예. 대형. 여긴 제가 선택한 곳입니다. 위에서 집을 사라고만 했지, 어떤 집을 사라는 지시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허용 범위 내에서 제일 좋은 집으로 골랐습니다.”

“하하하. 이것 보라고. 내 의제가 이렇다니까.”

“어머. 내 정신 좀 봐. 술을 가져와야 하는데.”

“숙부 기다리세요. 제가 호텔 조리학을 전공하거든요? 금방 요리를 만들어 올게요.”

“감사합니다! 형수님. 슈엔. 기대해도 되는 거지?”

“물론이죠. 숙부.”

* * *

감염병이 퍼지기 전까지 백신 개발에 매진하던 강운 생명 과학 연구소는 동시다발적으로 백신 개발에 성공하기 시작했다.

[제2 연구소 백신 개발!]

[제1 연구소 개발 백신 동물 실험 성공!]

[제5 연구소에서 개발한 백신. 75% 이상 효과 예상.]

여러 연구소에서 각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에 발생한 일이다.

배영성은 지금까지 성공한 백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연구소들은 RNA 백신을 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RNA 형태로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유럽에 있는 연구소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

백신이 일부분 성공했다고 안심되질 않는다. 최종 제품까지 확인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백신이 전부일까? 치료제가 필요했다.

“치료제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백신으로 중화항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중화항체를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대량 생산해 치료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그럼 우리가 백신이나 치료제를 완성하면 국내 심사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 거야?”

“지금은 절차가 많이 줄어들어 6개월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서 더 긴급한 문제가 생기면 40일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수안은 추가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변이 바이러스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서 감염병 사태를 일으킨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대응은 어떻게 되지? 새로운 타입의 바이러스를 막아낼 백신의 개발까지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는 거야.”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변이를 거듭하는 감염병 19는 변이까지 대응할 수 있어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답이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보다 우리의 백신 개발이 더 빠를 겁니다. 장담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실험설비가 우리 강운 생명 과학에 다 몰려 있습니다.”

강운 생명 과학은 그동안 수안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무지막지하게 투여된 자금으로 최신 설비를 준비했고 세계 최고의 석학을 모조리 끌어왔다.

“돈 앞에 장사 없지. 흐흐흐.”

“바이오 산업은 앞으로 강운이 주도하게 될 겁니다.”

백신 개발이 성공한 지금은 2019년 초반이었다.

아버지의 임기가 끝났고, 19대 대통령이 선출된 다음이다.

박재문 전 대통령의 직계라고 할 수 있는 정우현은 민국당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언론의 호의적인 기사들로 무난하게 대선을 승리로 장식했다.

수안에겐 당연한 결과였다.

미래와 같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촛불로 일어선 민중이 없었기에 국민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예전엔 국민이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대통령이지만, 이현창과 강운모 라인으로 이어지는 전임 대통령의 치적이 오히려 실제 대통령을 역임했던 정우현 대통령에게 가져야 할 기대를 갉아먹어 버렸다.

정우현 대통령으로선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기대가 없으니 성과를 내는 족족 그의 인기가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우현 대통령은 시시때때로 수안에게 연락해 이것저것 부탁을 해 대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박재문 대통령부터 강운모 대통령까지 많은 일을 사전 해결했기 때문에 그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많지 않았다. 그는 어느 때보다 순탄한 임기를 지나는 중이다.

하지만 이제 곧 그를 충격에 빠뜨릴 감염병 사태가 시작될 것이다.

수안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물었다.

“항주 연구소 근방에 문제는 없던가?”

“…최근 공안의 움직임이 부산합니다. 국정원을 움직일 수 없어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

아버지가 퇴임한 다음이라 국정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정 대통령에게 연락해 보고 다시 얘기하지. 그동안 우리 직원들은 방역 철저하게 지키라고 해.”

“예. 회장님.”

이러려고 지금까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겠는가.

국정원의 도움을 받으면 중국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 * *

대통령은 국정원에 협조를 얻고자 하는 수안의 연락을 받고 있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의 협조를 얻고 싶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버지 임기 중에도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의 정보망을 사적으로 이용해 왔다는 말입니까? 상당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습니까?”

-사적인지 공적인지는 제 얘길 들어 보고 판단하시죠.

“지금까지 강 회장과 쌓아 온 신뢰가 아니었다면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을 겁니다.”

-조금 서운하지만 넘어가죠. 강운 그룹은 상당히 오랜 시간 중국의 한 연구소를 주시했습니다. 그곳에서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

-중국은 중화사상이 골수에 미친 자들입니다. 해외 선진국 전부를 눈 아래로 보는 인종이죠. 그래서….

수화기 너머 수안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정 대통령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아버지가 퇴임하시고 취임한 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강운의 직원만으로 연구소 감시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힘에 부칩니다. 공안이 바쁘게 움직여 정보를 차단하는 통에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뭔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일개 회사의 능력으론 불가능합니다. 나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항주 연구소의 감시는 앞으로 국정원 해외 파트에서 모두 처리하겠소.”

-그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허락? 국정원이 중국에서 활동하는데, 강운의 허락이 필요하단 말입니까?”

허락은 오롯이 국정원을 손에 쥔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단어였다.

-제 얘길 제대로 듣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분명 무기화 단계로 가고 있는 바이러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강운 생명 과학은 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오기업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가 있어 중국의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죠.

“국가정보원 요원들도 조심하면 될 일이오.”

수안은 아직 현실 인식이 부족한 대통령에게 조금 더 충격적인 예측을 입에 올렸다.

-국정원이 단독으로 이번 일을 맡게 되면 국정원 로비에 검은 별이 늘어나는 결과만 얻으실 겁니다. 중국 파트에 10명이 있다면 최소 다섯 개의 별은 늘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들이 함부로 국내로 입국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부터는 국내에 지옥이 도래하는 겁니다.

“……!”

로비의 검은 별은 대외적으로 사망을 밝힐 수 없는 국정원 직원들의 죽음을 의미했다. 또한 바이러스가 그만큼 치명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해당 바이러스가 이미 중국에 퍼지고 있다면 우리 국정원 직원들도 그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허락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국정원 직원들이 항주 연구소에 첩보전을 시작해도 우리 직원들의 통솔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 알겠소. 이해했소.”

-질병관리청을 재정비하십시오.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서 전임 대통령께서 질병관리본부를….”

-예. 그래서 전임 대통령인 아버지께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WHO 사무총장에게도 따로 줄을 만들어 뒀습니다. 한국만의 일이 아니니까요.

“…강운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군.”

-제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지요.

“…….”

대통령은 그제야 예전에 수안이 했던 말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강 회장님. 앞으로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힘닿는 데까지 돕겠소.”

수안이 준비하는 미래는 강운의 이득이 아닌 인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돕는 것을 넘어서 직접 뛰어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많은 협조를 바랍니다. 국가의 협조가 없으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식약처의 백신 심사도 신경 쓰셔야 하고, 외교적으로 해외 입국자의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역을 시작하려면 모든 관리를 질병관리청으로 일원화 하십시오.

“…우선 국정원부터 시작합시다.”

-정부는 당장 방역망을 가동하십시오. 일이 터졌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움직여야 최대한 막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완벽은 없습니까?”

-완벽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해외로부터 고립시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죠. 바이러스를 막으려다가 나라 경제를 말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알겠소.”

이후 강운 직원들은 중국에서 국정원을 통솔하며 항주 연구소와 주변을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 * *

“…아무래도 시작된 모양입니다.”

국정원의 협조하에 중국에서 파악한 내용을 분석하며 알 수 없는 병으로 쓰러진 중국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했지만, 더 자세히 보면 이전의 사스나 메르스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그들의 피를 입수해 검사를 맡긴 상태였다.

“이것들이 진짜….”

“예상보다 시기가 빠릅니다. 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하겠지만, 70% 이상 확신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바이러스의 출현을 항상 염려했는데, 그 염려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겨우 5월이었다.

“막는 방법은?”

“…중국입니다. 한국을 움직이는 일도 쉽지 않은데, 공산당을 움직일 방법은 없습니다.”

“믿을 건 우리 백신밖에 없겠어.”

그때 배영성의 품에서 진동이 울렸고 수안이 앞에 있음에도 휴대 전화를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

문자를 확인한 배영성은 눈에 띄게 굳은 얼굴을 했다.

“…뭔데?”

“방금 의혹이 사실로 바뀌었습니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 양성이라고 합니다.”

백신은 완성에 가까웠지만, 바이러스 진단 키트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진단 키트 신뢰도가 얼마나 된다고 했었지?”

“신뢰도 99% 이상입니다. 개발한 진단 키트 다섯 종에서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다섯 종의 진단 키트가 오류를 보일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휴우.”

진짜 감염병 바이러스의 등장이다.

“문제는 유증상자가 병원을 찾았고, 이미 많은 이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입니다. 곧 중국에 지옥도가 펼쳐질 겁니다.”

“…….”

“국정원 직원들과 우리 직원들은 격리에 들어가겠습니다.”

“격리는 해외에서 진행하도록. 입국을 막아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물론입니다. 혹시 증상이 발현되면 미완성 치료제라도 적용하겠습니다.”

“…아직 불확실한 치료제는 위험한 임상 실험이 될 수도 있어.”

수안은 한참 고민을 거듭하다가 입을 열었다.

“…중국에서 먼저 시작해 봐. 혹시 증상이 발현된 직원들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라고 해. 어차피 방역을 철저하게 지켰으니 바이러스에 노출된 직원들은 거의 없을 거야.”

“예. 중국에서 먼저 발현이 시작될 테니 거기서 임상 실험을 겸할 수 있습니다. 비밀 임상 실험으로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해 보겠습니다.”

“문제를 일으켰으니 이런 도움이라도 줘야지. 안정성 확보하고 심사 준비하도록. 해외 심사는 문제가 심각해져야 빠른 통과가 가능할 거야. 우선은 국내 심사만 준비하도록 해. 그렇다고 기사가 뜨기 전에 시작하라는 말은 아냐. 시기를 봐가면서 심사를 시작해. 괜히 우리가 퍼트렸다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으니까.”

“예. 회장님.”

“그리고 계획대로 마스크, 손 세정제를 포함해서 바이러스 전염을 막을 모든 방역 소모품을 확보해. 특히 의료물자 확보가 급선무야.”

“아. 예. 회장님. 감염병에 대응할 TFT를 가동하겠습니다.”

오래전부터 감염병 바이러스를 준비했기에 관련 계획이 모두 수립되어 있었다. 마스크와 알코올 손 소독제, 라텍스 장갑과 방역을 위한 모든 의료물자의 국내 공급을 TFT에서 관리하게 될 것이다. 국내 수급으로 끝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필요한 방역 물품의 생산과 의료물자 수출까지 관장할 것이다. 방역 물품과 의료물자 부족 사태는 극히 일부의 나라에서만 발생할 것이다.

“테드에게 중국에서 파악한 내용을 전달해 줘. 그냥 넘길 일이 아니잖아.”

테드는 2년 전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된 [테워드로스 아 드하놈 거브러이여수스]를 말함이다.

“테드는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와야 공표할 수 있을 겁니다. 내부적으로 조사할 시간도 필요하고요.”

“그래도 미리 준비하면 조금은 더 빨라지겠지.”

“능력도 없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겠군요.”

테드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를 맞이해 상당한 권한을 휘두를 것이다.

“이제 능력 없는 사람이 아니지. 우리가 있으니까.”

과거와 다르다. 중국 정부와 결탁한 테드가 아니라 강운과 결탁한 테드였다. 테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때를 너무 잘 타고났네요.”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나만 해도 내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어? 다 집안을 잘 타고나고 때를 잘 타고났으니까 여기까지 성공해서 누리고 사는 거지.”

수안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은 어쩌다가 재벌가에 끼어든 존재일 뿐이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지만, 본래는 부모도 없는 천애 고아였다.

지금 수안이 누리는 모든 것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호의에 의한 새로운 삶에서 비롯되었다.

“회장님 말씀대로면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회장님이 저를 선택해 주셔서 여기까지 왔지요.”

“배 회장은 내가 없었어도 주원이 덕분에 잘 살았을걸?”

“하하하.”

BTC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BTC 멤버인 주원의 인기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인기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벌어들이는 돈이 대단하다는 의미였다. 국내가 아닌 세계무대에서 뛰고 있는 주원은 이제 아버지만큼이나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주원이는 아직 저 따라오려면 멀었습니다. 고작 몇백억으론 어림도 없죠.”

2017년 말 코인 급등으로 엄청난 돈을 쓸어 담은 수안의 주변 인물 중에 배영성도 순위권에 있었다. 가장 많은 돈을 벌었고 지금도 벌고 있는 1순위는 최장호 되시겠다. 국제 코인거래소 중에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다국적 기업의 대표가 아니겠는가.

“그 돈 다 쓰고 죽으려면 이번 감염병 사태부터 잘 관리해야 할 거야. 주원이가 BTC 멤버로 세계무대를 활동하려면 아빠가 감염병을 잘 막아 줘야지.”

“돌고 돌아 언제나 감염병 상황이 항상 문제가 되네요.”

“여행 업종과 항공 업종에 관련한 주식은 전부 털어 버려. 아니다. 아예 투자 자체를 줄이고 현금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 지금은 소나기가 내리기 직전이야. 시기 맞춰서 정리해야 해.”

“…예. 주식 시장 급락에 대비하겠습니다.”

* * *

이후 강운 증권과 BE 인베스트먼트의 소극적인 투자 행보는 국제 투자 은행에 의아함을 느끼게 했지만, 그 원인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中 항주서 원인 불명 폐렴 환자 속출 ‘사스’의 재현 우려.]

[중국서 원인 불명 폐렴 잇따라. 2002년의 사스의 악몽 재현?]

[중국 항주. 병원을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이제 시작이었다.

[원인 불명 폐렴과 흑사병. 중국 당국 긴급히 조사 착수.]

-중국 항주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잇따라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긴급히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재로선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보고 있다.

12월 31일 중국 중앙 방송(CCTV) 등에 따르면 항주시 위생 건강 위원회는 현지 한 수산 시장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속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총 27명의 환자가 발견돼 이 가운데 7명은 중태다. 나머지 환자들은 병세가 진정되고 있으며 이들 중 2명은 증세가 호전돼 곧 퇴원할 예정이다.

이들 환자는 모두 발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했으며 폐 질환 등도 동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은 이미 격리돼 치료받고 있으며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항주의 각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의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가 위생 건강 위원회가 파견한 전문가팀은 이미 이날 항주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했다.

항주시 질병통제센터 등 현지 의료 당국은 임상 의학과 역학 등의 초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보이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도 전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을 통해 사스가 퍼진 게 아냐는 소문이 나돌자 중국 관영 매체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현지 의료계 인사를 인용해 “현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인터넷 소문대로 사스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다른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스라고 하더라도 성숙한 예방 체계가 있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인민일보는 당부했다.

그럼에도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항주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견됐다’는 화제가 조회수 1억 8천만으로 인기 검색 1위에 올랐다.

또 온라인 매체 제몐은 이날 오전 의약주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남부에서 시작된 사스로 2002~2003년 37개국에서 774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서만 약 6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네이멍구에서 흑사병이 여러 건 확인됐지만 현재까지 확산하지는 않았다.

.

.

.

수안은 지난 기사를 자세하게 읽으며 확인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옆에 서 있는 배영성의 얼굴도 다르지 않았다.

“적당히 무르익지 않았을까요?”

“아직.”

지금은 중국 내부에서만 들불 번지듯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졌다. 해외 각국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위기를 겪어야 해. 그래야 오랜 시간 바이러스에 대항할 힘을 얻을 수 있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피가 필요하듯이 국가가 방역망을 구축하고 이에 국민이 호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희생은 막을 수 없는 일. 미래를 위해서라도 당장 발생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희생이야.”

“…회장님의 혜안을 믿습니다.”

“어허. 배 회장이 날 믿으면 어쩌나? 난 배 회장과 김 회장만 믿고 있는데.”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린 혼자가 아니야. 국가에서 돕고 있잖아.”

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은 강운 생명 과학에서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해 준 다음부터 은밀하게 출입국 병역 수준을 높였다. 입국하는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온이 체크된다. 특히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체온을 정밀 체크하고 24시간 이내에 바이러스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활용, 유증상자를 가려내 검역을 실시했다. 여기서 1차로 걸러냈기 때문에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었다. 아직은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국가에서 바이러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었고, 백신 심사는 언제든 자료가 들어오기만 하면 승인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왜 차기 대통령이 중요한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 역시 회장님의 혜안이었지요.”

“내 역할은 거기까지가 끝이야. 나머지는 배 회장과 김 회장 몫이지.”

말은 이렇게 해도 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설 사람이었다.

“예. 회장님. 나머지는 맡겨 주십시오.”

“2020년 한 해는 상당히 긴 해가 될 거야.”

고통으로 점철될 한 해였다.

그리고 고통을 겪는 시기엔 시간이 더디게 가는 법이었다.

“WHO와 지우창 박사를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래. 그들을 쓸 때가 됐지.”

WHO의 테드로 물꼬를 틔우고 지우창 박사로 확인 사살할 생각이다.

* * *

[WHO(세계보건기구) 발표. 항주 폐렴은 신종 전염병의 일종인 감염병 바이러스로 확인. 전 세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공식 발표.]

시작은 미지근했다. 처음부터 중국의 잘못으로 생겨난 전염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항주 폐렴 급속도로 확산! 최소 1만 명 이상 감염. 사망자 속출.]

[中 이상 전염병 효과적으로 통제 중. 과도한 추측 자제 요청.]

[中항주시, ‘항주 폐렴’ 치료할 병원 짓는다. 병상만 1,000개.]

중국의 발표는 얼마 가지 못했다. 아무리 대응해 봐야 보통 대응으로는 불가능한 감염병이 바로 감염병 바이러스였고, 이 바이러스는 그들이 직접 개발한 제품 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너무 성공적이라 대응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항주 ‘병상 부족’ 극히 심각. “발병 열흘 뒤에야 입원 가능.”]

[병원 신축, 시설 전용으로도 모자라….]

[中 병원 병상 부족으로 환자들 복도에 방치.]

[中 항주 당국 “신종 감염병 환자 병상 부족 심각”]

[환자의 보호자들. 병원서 대기하다 감염되기도….]

[<‘항주 폐렴’ 비상> 정보 은폐·늑장 대응·의료시설 부족. 흔들리는 시진핑 체제]

[‘항주 폐렴’, 中 31개성 중 29개성 뚫었다. “의료물자 부족 심각.”]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항주 폐렴이라는 사태에 WHO 사무총장 테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중국에 WHO 바이러스 전문가 파견 예정. 바이러스의 원류를 파악해야 백신 개발에 도움.]

[中 이번 감염병. 중국에서 기원하지 않아. 과도한 몰아가기 자제해야.]

[中 지금은 전 세계인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야 할 때.]

아무리 중국이 감추고 싶어도 근거가 존재했다.

[항주 바이러스 연구소. 감염병 바이러스 연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항주 연구소 스정리 박사의 바이러스의 기능 획득 연구 논문이 증거.]

[한때 항주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연구원의 증언. 이번 항주 폐렴은 중국 정부와 연구소장 스정리 박사의 작품.]

때맞춰 항주 연구소의 자료가 방송국과 기자들에게 전해졌다. 물론 강운에서 그간 모아 둔 자료였다.

[CNN 충격적인 연구 자료 확보. 항주 바이러스 연구소 기원이 확실!]

[항주 연구소의 충격적인 실상. 동물 실험 후 항주 야생동물 시장에 내다 팔아!]

[중국은 이번 세계적 팬데믹을 어떻게 책임질 생각인가.]

[WHO 항주 연구소에서 바이러스 기원한 증거 다수 확보. 中 압박.]

[WHO 사무총장 “中, 감염병 기원 조사 협조하라.”]

이제 중국이 감염병 바이러스의 발원국임을 의심하는 나라는 없었다. WHO에서 공인하고 해당 연구소 출신의 자료 공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압박한다고 굴복할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항주 폐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숫자를 비공개로 전환하며 철저하게 방역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말만 반복했다. 내부로 썩어들어갈 일만 남은 중국이다.

배영성은 중국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을 키우는 중국보다 해외가 중요했다.

이미 바이러스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전해진 다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강운 생명 과학의 기사가 더해졌다.

[강운 생명 과학. 기존 사스, 메르스 백신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 기존 진단 키트의 변형으로 신종 감염병 진단 키트 개발 완료!]

진단키트 부터 시작이었다.

[진단 키트 정확도 99% 단 3시간 만에 검사 결과 도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 키트까지 종류 다양해.]

[세계 각지에서 진단 키트 요구.]

[강운 생명 과학. 창구 일원화. 한국 정부에만 공급하기로 약정.]

[강운 생명 과학의 진단 키트 구입하려면 한국 정부를 통해서만 가능.]

.

.

.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민국 국민에게 국뽕이 가득 차올랐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중국이 싸지른 똥을 한국이 치운다.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추가!

-주모 과로로 쓰러졌다. 웨이터 불러라.

-웨이터는 감염병으로 못 나온다. 주모는 알바를 고용하라.

.

.

.

배영성은 대통령과 통화 중이었다.

“예. 예. 대통령님. 모든 권한은 대통령께 드리겠습니다. 세계 정상과 협의하시는 일은 대통령께서 수고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번에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지겠습니다.

이미 방역 물품을 한국 정부를 통해 공급하며 예행 연습을 끝냈다. 하지만 이번 진단 키트의 창구 일원화 또한 연습이었다.

다음에 시작할 백신 공급은 지금과 다른 열기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만 제외하시면 됩니다. 가장 늦게 보내시면 되겠습니다.”

-어차피 그들은 잘하고 있다질 않습니까. 급한 나라에 먼저 보내야 맞겠지요.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따져서 공급하겠습니다.

수안은 집무실에서 미국의 대통령으로 올라선 힐러리와 통화하고 있었다.

-바이러스 진단 키트가 필요합니다.

“…많이 필요하시겠죠?”

-1차분으로 1억 명을 진단할 수 있는 수량을 요청합니다.

“프레지던트. 그 얘긴 한국 정부와 의논하셔야 합니다. 우린 국가 재난 물품을 함부로 유출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스티븐 회장의 허락을 먼저 받는 것뿐입니다. 당연히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할 생각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혈맹이죠. 정부에 요청하시면 흔쾌히 들어줄 겁니다.”

진단 키트의 가격은 물을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국 정부. 주한 미군과 미군에서 사용할 진단 키트 1차분 긴급 발송.]

[美 한국과의 우호 관계 재확인.]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 정상의 러브 콜이 청와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또한 바이러스 진단 키트가 공급되며 전 세계 확진자 숫자는 폭증에 폭증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중국은 조용했지만, 중국의 화장터는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특히 매달 휴대 전화 요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는 중국의 통신사 특징으로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가입자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즉, 최소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WHO는 항주 폐렴, 신종 감염병 등 여러 이름이 쓰이자 감염병 19로 명명했다. 그리고 강운은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강운 생명 과학. 감염병 19로 새로이 명명한 항주 폐렴 바이러스 백신 개발 중.]

항주에서 발생한 폐렴임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백신이라는 충격적인 단어까지 들어 있었다.

[강운 생명 과학. 기존 사스, 메르스와 유사해 백신 개발에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

강운 생명 과학의 기사는 전 세계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한국의 정부 관계자들은 매일같이 시달리다가 더욱 지독하게 시달리게 됐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백신을 내놓으라고 성화였기 때문이다.

“아직 개발이 안 끝났다니까요.”

“이제 개발한다지 않습니까. 없는 걸 어떻게 공급합니까?”

“기분 좋으신 건 알겠는데, 여기다 전화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국내 우선 공급은 확실합니다. 예. 예.”

정부의 민원 콜센터는 마비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들도 국민도 이미 백신 개발이 완료되었음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국뽕은 치사량에 도달하고 있었다.

-주모!

-주모고 나발이고 이게 나라다!

-강운 그룹 하나 덕분에 이게 머선 일이고!

-강수안을 대통령으로!

.

.

.

“저희가 직접 공급했으면 정말 큰일 났겠습니다.”

“이제 개별 회사의 일이 아니라 국가 간의 일이야.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이번 백신 기사 덕분에 강운 생명 과학 주가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미리 지분 받은 김 회장하고 배 회장은 떼부자가 되겠네?”

김현성과 배영성은 강운 생명 과학 지분 1%를 스톡옵션으로 받은 상태였다.

“이러다가 강운 전자 시총까지 넘보겠습니다.”

“넘고도 남지.”

팬데믹 사태로 추락한 주식 시장에서 강운 생명 과학은 나 홀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었다. 방역 물품과 의료 물품 거기다 진단 키트까지 공급하는 기업이 이번에 백신까지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상한가로 직행할 소식들만 전해지고 있었고, 백신은 성공을 예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애초부터 성공이었다. 이 소식까지 전해지면 언제까지 상한가 행진을 이어 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이후 강운 생명 과학은 대한민국 주식 시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강운 생명 과학이 백신을 개발하면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바이코리아의 시작이었다. 강운 생명 과학으로 인해 국내 주식 시장까지 불이 붙어 버렸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감염병 시국에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크게 위기감을 느끼고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랐고, 실제 방역이 효과를 발휘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감염병 청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감염병 확진자가 문자로 전송되기는 하지만 해외에서 만 단위로 갱신되는 해외 확진자 숫자와 비교하긴 어려웠다.

“오늘 감염병 확진자가 국내에 12명이나 나왔다고 뉴스에 나왔더라.”

“우리 지역도 뚫리는 거 아냐?”

“설마….”

10명이라는 확진자 숫자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숫자였다. 소박한 숫자였지만, 언론은 여전히 감염병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백신이 시판되어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언제든 변이가 발생하는 감염병 19.]

[백신은 사전에 막아주는 기능. 여전히 걸리면 답이 없다.]

* * *

2020년 가을.

강운 생명 과학은 백신 개발 성공을 공표하고 이번에도 한국 정부를 앞에 내세웠다.

[강운 생명 과학. 감염병 19 백신 개발 세계 최초 성공!]

[백신 생산 기지는 한국. 월 2억 도즈 생산 가능!]

[대한민국 국민은 한 달 생산량으로 전부 접종 가능한 수량.]

[세계 정상들 저마다 축전 보내.]

[정부. 백신 신뢰도 높아. 심사 최단 시간 허가 예정.]

[미국 FDA 백신 허가 대기 중. “심사 자료 보내 달라.”]

[강운 생명 과학. 미국에 심사 자료 보낼 예정 없어. 한국 정부와 상의가 먼저.]

[한국 정부. 이번에도 유일한 백신 공급 대상자. 전 세계 정상들의 화상회의요청 쇄도.]

[외신 주요 뉴스. G7에 한국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유럽 각국과 미국의 절대적 지지, 일본만 홀로 반대.]

[日 올림픽 개최 무산. 감염병 19로 연기 불가피.]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주식 시장으로 향해 있었다.

-작년에 강운 생명 과학을 샀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강운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면 다 오른다.

-강수 제과는 소외주다. 강수안의 이름을 따서 강수 제과란다!

-감염병으로 집콕하면서 과자 많이 먹제? 그럼 강수 제과 사야제?

강운 그룹 계열사는 일부는 물론이고 강수 제과까지 상한가에 도달했다. 모든 유동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물론 강운 증권과 BE 인베스트먼트는 오르기 전에 발을 담근 상태였다.

* * *

백신으로 뜨거워진 열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강운 생명 과학 감염병 치료제 개발 성과 있어. 조만간 결과 발표.]

강운 생명 과학 주가의 붉은 화살표 표시는 언제나 하늘을 향해 고정이었다.

가끔 나오던 매물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

이에 강운 생명 과학은 너무 과열된 주가를 가라앉히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강운 생명 과학 자사 주 2% 처분 결정.]

[자사 주 매각으로 주가 안정 기대. 10일간 매각 예정.]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뜨거웠다.

-더! 더 팔아! 유상 증자를 해도 다 사 줄 테니까!

-젠장. 대체 한 주에 얼마야?

-주당 950만 원은 너무 덩치가 크다. 지금이라도 액면 분할해야 하지 않을까?

감염병 이전 1~2만 원 선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수백 배 폭등한 상태였다. 몇 개월 동안 시시때때로 상한가를 기록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진기록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운 생명 과학은 100분에 1로 액면 분할을 했고, 주식은 내려갈 줄을 모르고 고공 행진을 이어 갔다.

한국의 위상도 강운과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방역 물품과 의료물자를 공급하고, 누구보다 먼저 감염병 진단 키트를 개발, 공급한 나라였다.

여기에 백신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었으며, 이번엔 치료제까지 성과를 보이며 감염병 사태를 종식 시킬 나라로 부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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