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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Back (279/304)

Come Back

“…좋습니다. 어쩔 수 없죠.”

-……?

오바마는 생각보다 빠른 포기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뭐지? 그냥 포기한다고?’

“추가 관세를 내도 우리 차량은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다만, 미국 시민들이 우리 차를 구매할 때 지급할 금액은 올라갈 겁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죠.

관세를 부과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외산 물건의 가격 상승을 꾀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해외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나빠지면 국산 차량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단순한 이치였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력이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보면 아실 겁니다.”

수안은 하이브리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등장할 전기차 또한 확신했다.

이후 강운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라임스윙]은 미국에 출시되자마자 이슈를 일으키며 물량 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프라임스윙.]

[강운 자동차 프라임스윙 없어서 못 판다.]

[한국 판매 가격보다 25% 높은 가격, 애국 기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

[물량 부족 현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K시리즈에 이은 대박 성공.]

“역시 대박! 믿고 있었다고 아메리카!”

강운 자동차에선 부족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풀로 돌리기 시작했고, 미국 현지 공장의 건설에도 박차를 가했다.

“관세가 문제라면 아예 미국에 공장을 지어 버리면 되잖아?”

미국 정부에선 환영할 일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면 일자리 창출과 세금 납부, 현지 부품 조달 등으로 연관 산업에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강운 자동차는 주지사들의 적극적인 공장 유치 활동에 손쉽게 공장 부지를 확보했고, 지금은 자동차 공장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세이프 가드가 발동되어도 비껴갈 수 있지.”

당장 관세 하나만 보고 진행하는 일이 아니었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해외 기업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 가드가 발동된다. 현지 공장을 통해 생산을 진행하면 추후 어떤 조치가 다시 내려져도 걱정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무너지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좋은 기회였다. 자동차 그룹 부회장의 미국 출장이 잦았던 이유다.

‘가서 얼른 공을 물어와라. 오바마가 절절매는 꼴을 보고 싶으니까!’

경쟁? 다른 부분은 몰라도 자동차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다.

* * *

미국의 한 주택.

조용한 분위기 속에 여성의 입이 열렸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봐.”

“그래…. 그래…. 그동안 고마웠어. 제시.”

“아냐. 그동안 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당신은 날 많이 사랑해 줬어.”

“나도 네게 넘치게 사랑받았어.”

이별을 고하는 여인과 쉬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남자.

제시와 주환이다.

“나 밉지 않아? 무명 배우가 이제 막 뜨기 시작했다고 당신을 버리잖아.”

예전에 본 영화 오디션에서 주요 배역을 따낸 그녀였다. 이후 영화 촬영을 이어왔고, 최근 여배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녀는 주환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럼에도 주환은 그녀를 이해하고 있었다.

“괜찮아. 이해해. 난 당신과 만나는 동안 너무 행복했었어. 그 시간이 날 지탱해 줬어. 고마워.”

“…….”

“당신이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 멀리서 당신의 성공을 지켜보면 나도 열심히 살 힘을 얻을 것 같아.”

이별의 이해를 넘어서 상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남자가 된 주환이다.

“내가 되게 나쁜 년인 것 같아.”

“…찌질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딱 1년만 기다려도 될까?”

마지막 남은 아쉬움이었다.

“너무 짧지 않아? 한 10년은 기다려 주지?”

“훗. 그래 10년이면 또 어떻겠어. 아예 평생 기다릴까?”

주환은 제시의 말이 농담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제시.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랄게.”

“너도….”

그렇게 오랜 인연이 끝을 고했다. 무려 3년이었다. 제시는 계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2년이나 더 주환을 만나온 것이다. 오랜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의 끝은 담백하고 깔끔했다.

제시는 자신의 짐을 챙겨 집을 나갔고, 주환은 임대한 집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돌아가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교본 그룹의 소식은 미국에서도 가끔 확인했다. 여동생은 교본 생명 보험에 완전히 자리 잡은 모양이었고, 매제는 교본 증권 부사장으로 일하며 증권사 지분을 상당히 취득했다는 기사를 봤었다.

‘어차피 교본 그룹에선 나왔으니까….’

자신이 돌아가도 남은 자리는 없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었다. 밝은 성격의 제시 덕분이었다.

* * *

그리고 주환의 주변 정리는 주환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확인되었다.

수안은 미국에 있는 아서에게 연락받았다.

-신주환 씨가 미국 임대주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인 것 같습니다.

“…3년이라.”

짧다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었다.

아들을 낳고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 주미와 수용에겐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고,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에겐 정말로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연락해 주세요. 이번 일은 여기서 끝이군요.”

-일은 쉽고 벌이는 마음에 드는 일이었습니다. 언제든 연락 바랍니다. 회장님.

“나중에 미국에서 만납시다.”

-예. 회장님.

수안은 아서와 통화를 끝내고 수용에게 전화했다.

-어. 형.

“집이냐?”

-응. 당연히 집이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제수씨도 집에 있고?”

-응. 조금 전에 호원이 재우러 들어갔어.

“그래. 알았다.”

두 사람은 3년 전 아들 호원을 낳았고, 이번에 둘째를 계획한다고 들었다.

-주미한테 할 얘기 있어? 전해 줄까?

“미국에서 금융 예측 정보가 좀 들어와서 그래. 내일 따로 불러서 논의 좀 할게.”

-그래. 알았어.

수안은 다음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주환에 관한 일은 동생에게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주미는 남편의 말을 듣고 강운 그룹 사옥에 먼저 들렀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앉아요.”

“예. 회장님. 미국 금융 시장에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주미는 오늘 수안이 업무로 인해 호출했으려니 생각하고 호칭을 바꿨지만, 수안의 입에서 나오는 내용은 회사의 일이 아니었다.

“미국 소식이긴 하지만, 내용이 다르군요. 제수씨 가족 일입니다. 오빠분 일이요.”

“……!!”

“한동안 뜸했죠?”

“아. …예.”

집을 나간 초반엔 미국으로 가 버린 오빠가 걱정되어 종종 수안에게 소식을 물었지만, 아들을 낳고 일에 치이며 관심이 멀어졌었다.

“아직 제수씨에게 시간이 필요할까요?”

“…….”

오빠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전에 희석되었다.

회사에서는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고, 아버지께 받기로 했던 지분도 매년 조금씩 받아 모두 명의를 가져왔다. 추가로 남편이 여유 자금으로 교본 증권 지분까지 인수했기에 당장 지분 싸움이 붙어도 이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소속 임직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집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의 사랑과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었으니 더 이상 오빠의 유무는 상관없었다.

“아뇨. 이제 손을 떼셔도 좋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언제든 오빠가 돌아와도 좋습니다.”

“당장 돌아올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

오빠가 돌아온다는 말에 조금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예전 그 여자를 생각하니 또 걱정이 앞선다.

“아직 그 여자와 함께인가요? 설마 그사이 아이가 생겼다거나 하진 않았죠?”

수안은 지금까지 묵혀 놨던 과거의 일을 꺼냈다.

“처음 만나던 여자는 애초에 떼어놨습니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 드린 소식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거든요.”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최근까지 다른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와도 헤어지고 이번에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국으로 입국하는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휴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 아주버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신 회장님께 말씀드리는 것은 조금 미뤄 두시죠. 정확한 시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니까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주환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했다.

* * *

“후아. 이제야 한국으로 돌아왔네.”

주환은 3년이 훌쩍 넘어서야 다시 한국 땅을 밟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많이 변했네.”

공항부터가 세련되게 바뀌었고, 택시를 타고 지나면서 본 서울 시내엔 못 보던 건물도 많이 생겼다.

그리고 그가 내린 곳은 서초동이 아니라 강남의 작은 원룸 건물이었다.

“이걸 안 팔길 천만다행이지.”

주환은 가진 모든 것을 팔고 미국에 간 것이 아니었다. 물려받은 건물은 팔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원룸 건물은 팔지 않고 보유했었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왔어도 돈 걱정이 없었다.

“부동산 사무소가 어디 있더라….”

원룸 관리를 맡겼던 부동산이 근방에 있었지만, 지금은 이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사무실을 옮겼나?”

그래도 자신의 원룸에 붙어 있는 부동산 전화번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장님?”

-전화 감사합니다. 무슨 물건을 찾으십니까?

“저 신주환입니다.”

-신주환? 아! 허허. 이제야 돌아오셨습니까? 금방 오신다고 했잖습니까.

1년 이내에 돌아올 거라고 했었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사무실 이사했습니까?”

-멀지 않습니다. 위치 불러드리죠.

부동산 아저씨가 불러 준 주소는 네 블록이나 더 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으으. 추워. 그리고 안 멀긴 뭐가 안 멀어?”

주환은 추운 겨울 벌벌 떨면서 부동산 사무소를 향해 걸어갔다.

* * *

수안은 주미에게 다시 전화를 받았다. 분명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던 오빠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기에 연락한 것이다.

“…집에 안 왔어요? 분명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했다는 연락은 받았는데요.”

그게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 해도 너무 긴 시간이다.

-정말이에요. 오빠는 연락도 없었어요. 당연히 집에도 오지 않았고요. 혹시 나쁜 생각으로 입국한 것은 아닐지 걱정돼서요.

미국까지 같이 갔던 여자와 헤어지고 또 만난 여자와 헤어진 다음 돌아오는 오빠였다. 주미는 끔찍한 상상까지 했다.

‘오빠가 삶을 정리할 생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

“조금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떨지 싶은데요.”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바쁘실 텐데, 괜한 일로 회장님을 번거롭게 했습니다.

초조한 마음에 전화하긴 했지만, 수안에게 이런 일까지 의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로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아요.”

-예. 회장님.

.

.

.

수안은 비서실에 상황을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오래지 않아 신주환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신주환 씨는 본인 소유 원룸 건물로 입주했다고 합니다.”

“아직 자산이 남아 있었나 봐?”

“예. 전에 처분한 건물 외에 원룸 건물과 땅이 일부 있었습니다.”

“밀착 감시를 부탁해.”

“예. 회장님.”

.

.

.

강운 전자 비서실 소속 직원들은 돌아가며 신주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배영성은 이를 종합해 다시 보고했다.

“신주환 씨는 취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취직?”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는 일만 하는 사람이다. 여동생을 시기해 불만을 가진 것과 고작 여자 때문에 집을 나간 것도 그랬다. 개인의 삶에서 가족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몇 년 만에 한국에 와 놓고 집에 얼굴도 안 비춰? 게다가 뭐? 취직?’

아버지가 교본 그룹 회장인데 따로 취직을 위해 애쓰는 것도 이해 불가였다.

“그 사람 동선 파악 좀 해 놔. 내가 한번 봐야겠어.”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직접 만나서 얘길 들어 봐야 할 것 같았다. 가족이 이런 식으로 해체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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