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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진전 (267/304)

급 진전

집에 들어온 수용은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기 힘들었다.

“아들. 좋은 일 있어?”

“흐흐. 조금이요.”

수안도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거실로 내려왔다가 수용을 만났다.

“수용이 오늘 일찍 왔다?”

“아. 형.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잘됐다.”

“그 여자 얘기야?”

수안의 말에 어머니가 귀를 쫑긋 세웠다.

“여자? 우리 수용이 여자 소개해 줬니? 나 모르게 언제?”

“…아뇨. 제가 해 주진 않았고요.”

“그럼?”

“수용이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어머니 표정이 금방 딱딱하게 굳었다.

“…….”

“아버지도 적당한 집 여식이면 뭐라 안 하실 거예요. 일전에 아버지와 따로 합의 봤습니다.”

“그럼 나는?”

“…일반인은 별로세요?”

“이번엔 일반인이야? 에효.”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 결혼에 반쯤은 손을 놓고 있었지만, 일반인이라는 말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수용아. 올라와라. 나랑 먼저 얘기 좀 하자.”

“아냐. 형. 어머니도 같이 들어 주세요.”

“…괜찮겠어?”

“응.”

수안은 동생이 너무 밀고 나가는 건 아닌지 싶었다.

“오늘만 날이 아냐. 천천히 하자.”

“정말 괜찮아.”

어머니는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수안도 수용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차하면 수용을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다.

“오늘 여자 집에 들렀다 왔어요.”

“…….”

“처음엔 절 못 알아보셨는데, 나중엔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밥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는데….”

누가 수용을 마다하겠는가. 지금도 미술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중매를 서겠다고 난리였다. 법조계와 정계, 재계를 가리지 않고 한가득 줄을 서고 있었다.

“여자애 직업은 뭐니?”

일반인이라도 전문직이면 남들 보기 부끄럽진 않겠다 싶은 모친이다.

“…지금 찾는 중입니다. 조만간 직장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아이고.”

수안이 예전과 같이 물었다.

“이름. 나이.”

“신주미. 26살.”

“내가 알아봐도 되겠어?”

수안의 말에 수용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응. 알아봐. 우리 집 옆에 살더라.”

“뭐? 옆집?”

옆집이라는 말에 모친도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응? 옆집이라니?”

“엄마. 주미가 교본 그룹 신 회장님 딸이라고 하네?”

“억!”

“뭐?”

“신 회장님과 어머님이 날 얼마나 반겨 주시던지….”

“자, 잠깐만. 아들. 누구시라고?”

“교본 생명 그룹 신 회장님.”

“신 회장님 따님이면…. 막내딸? 아직 학생 아니었어?”

어머니는 신 회장의 여식을 어린 막내딸로 기억하고 있었다.

“대학도 졸업하고 이제 26살인데 무슨 학생이야.”

“호호호. 이게 무슨 일이라니.”

수안도 공교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아. 예전부터 그 집안이랑 선 자리 만들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둘이 알아서 만나네요.”

“그랬어?”

“네. 유서 깊은 독립 운동가 집안입니다. 신 회장님이 완고하신 면이 있어서 그룹 경영에도 잡음이 없어요. 10여 년 전에 상속세도 전부 납부하면서 교본 그룹 이어받으셨잖아요. 슬하에 아들 하나에 딸 하나 있는데, 여자애가 수용이랑 다섯 살 차이라 후보에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그쪽에서 자꾸 미뤄서 왜 그러나 했더니 수용이를 만나고 있어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호호호. 수안이가 벌써 확인했으면 더 볼 것도 없네.”

“아버지도 흡족하시겠어요.”

“흐흐흐.”

“아들. 걔는 언제 데려올 거야?”

“누나 결혼식은 끝내야지.”

“인사만 하는데 수현이 결혼식이 무슨 상관이니?”

“그러려나?”

아까까지만 해도 앞날이 막막했던 인연은 오늘 서로의 진실이 밝혀지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만나 버렸다.

* * *

다음 날 강운모는 막내아들 수용의 연애 상대방이 누구인지 듣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수용이 녀석이 그 집안 여식을 만나왔다니 놀랍구나. 하하하.”

“예. 아버지. 일이 잘 풀리려니 이렇게 잘 풀리네요.”

“그 꼬맹이가 벌써 26살이 됐어.”

“기억하십니까?”

“신 회장이 교본 그룹 경영 맡고 얼마 안 됐을 때 잠깐 봤다. 애가 부끄럼이 많아서 인사만 하고 얼른 도망쳤더랬지.”

“앞으로 수용이는 걱정 없겠습니다.”

“수현이 식 올리면 수용이도 얼른 치워 버리자.”

“예. 아버지.”

“수용이는 뭘 챙겨 줘야 하려나.”

아비로서 결혼하는 자식에게 뭐라도 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정치를 위해 강운 그룹 지분은 털어냈지만, 그 외에도 가진 자산이 많았다.

“수용이가 그룹 주요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지분을 회수하면서 내줄 부분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봐야 몇 프로 안 되는데, 그걸로 교환해 봤자 아니야?”

기업 가치가 오르기 전에 지분을 교환한 수진과 수현은 패션과 호텔 지분을 상당한 규모로 챙겼지만, 여태 주요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었던 수용은 마땅한 계열사가 없었다.

“…세기 통신을 내줄까 생각 중입니다.”

“더블 스타에서 가진 세기 통신을?”

“처음부터 수용이 주고 싶어서 인수한 세기 통신입니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강운 그룹 주요 지분과 교환하면 얼추 가능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수용이가 결혼하면서 제대로 된 기업 하나도 없으면 처가에 면이 서질 않습니다. 그래도 강운 그룹 막내아들 아닙니까.”

“…….”

결국 수안의 뜻대로 진행될 일이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말릴 수는 없겠지. 내가 차명으로 가진 지분까지 수용이에게 더하면 세기 통신 넘겨받는 데 무리는 없을 게다.”

“허락 감사합니다. 아버지.”

“감사 인사는 수용이 놈이 네게 해야 맞지. 수용이 불러와.”

“…예. 아버지.”

.

.

.

수용은 여전히 싱글벙글한 얼굴로 아버지 서재에 들어왔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앉아봐.”

“옆집 교본 그룹 자식이라지?”

“흐흐. 예.”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라 애비 마음도 흡족하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얼마 만에 듣는 칭찬이던가.

“네가 키우는 부동산 포털 기업가 치가 얼마나 되느냐.”

“지금은 한창 사업이 커나가는 중이라 약 2천억 정도 됩니다.”

“어림없구나.”

강운 그룹 막내아들이 가진 기업이라 말하기엔 너무 소박했다. 수안의 말대로 통신사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 큽니다.”

“그건 그거고, 수안이가 네 강운 그룹 주요 지분 회수하면서 회사 하나 내준다고 했으니 받아.”

“……!!”

“그래야 네 누나들과 형평이 맞지. 네 형에겐 고맙다고만 해.”

“아휴. 형은 괜히….”

“네 형이 그런 놈이다.”

“…저도 알긴 아는데.”

“네가 거절한다고 해서 들을 놈도 아니다. 알지?”

“형 고집도 잘 알죠.”

“네 형이 내줄 계열사가 뭔지는 안 궁금하냐?”

“…….”

강운 패션은 수진이 가져갔고, 뉴월드 그룹에서 가져가지 못하고 남겼던 뉴월드 호텔은 수현이 가져갔다. 남은 그룹사 중에 찾자면 못 찾을 것은 없겠으나, 기존 계열사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거나 규모가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규모도 적당하고 독립적인 계열사가 있기는 했지만….

‘강수 제과는 절대로 안 되고….’

할아버지가 형을 위해 인수하고 아버지가 키워온 강수 제과는 논외였다. 게다가 IMF 시기에 다른 기업들과 합병하며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그 외의 강운 그룹 계열사 중에 수용에게 주어 분리시킬 계열사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운 그룹 계열사 중에 내줄 곳이 별로 없는데요?”

“네가 못 찾을 만도 하지. 세기 통신을 준다고 하더라.”

“세기 통신이요?!”

세기 통신이라면 현 한송 그룹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통신사와 비등한 규모였다.

“…세기 통신은 강운 그룹 계열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강운 그룹 계열사가 아니다. 오롯이 형이 세운 더블 스타 제국의 일부분이었다.

“그건 아니죠!”

“그러니까 내가 더 못 말리지. 어쨌든 그렇게 알고 있어.”

“하아.”

수용의 한숨만 깊어진다.

“남들처럼 재산 갖고 싸우지 않는 재벌가가 어디 흔한 줄 아느냐.”

“차라리 그랬으면 마음이라도 편하죠.”

주기 싫다는 것을 빼앗는다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없을 텐데, 형은 더 주지 못해 안달한 사람이었다.

“10억 달러도 녀석에겐 용돈에 불과하다. 네 형은 세기 통신도 결혼 지참금으로 내줄 수 있어.”

“…예.”

“그나저나 조만간에 신 회장과 식사라도 해야겠군. 허허허.”

아버지 서재에서 나온 수용은 형을 보러 가려다가 다시 발걸음을 밖으로 돌렸다.

“다 저녁에 어딜 나가?”

“잠깐 다녀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옆집에 가니?”

“치, 친구들 만나러 나간다고요.”

바로 맞췄다.

“얼른 다녀오렴. 호호호. 오늘 안 들어와도 된단다.”

“…….”

수용은 차고가 아니라 대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고, 주미의 집 앞에서 전화로 불러냈다.

“오빠. 집에선 뭐래?”

“당연히 좋다고 하시지. 아버지는 주미 아버님과 따로 만나겠다고 하시네. 식사라도 같이해야겠다고.”

“흐흐. 역시! 괜히 이웃사촌이겠어?”

“그런데 형이 문제다.”

“형이라면…. 강수안 회장님?”

“응.”

“헐. 나 마음에 안 든대? 부모님이 좋다고 해도 형이 반대하면 일이 틀어져? 강 회장님 위세가 그렇게 셌나?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아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럼?”

“자꾸 뭘 주려고 해.”

“동생 결혼한다고 따로 챙겨 주신대? 옴마. 우리 오빠는 얄짤 없는데.”

“아. 오빠가 회장님 밑에서 일하고 계시지?”

3년 터울의 주미 오빠는 교본 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들 하나 있는 집이라 후계 구도에 문제가 생길 것도 없다는 평이 있었다.

“나보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고 위세가 대단해.”

“큭. 이제 나 있잖아. 교본 그룹에서 더 챙길 생각하지 마. 다 가지라고 해.”

수용은 이미 가진 것으로 충분했다.

“그래도 내 몫은 다 챙길 거임. 이제 강운 그룹까지 내 편이라 이거야. 오빠는 이제 죽었으. 내 앞에서 기가 팍 죽겠지?”

“크크크.”

이게 정상적인 재벌가 형제들 사이였다. 수용은 방금 아버지에게 들은 얘기를 주미와 상의하고자 했다.

“너 통신사 어떻게 생각해?”

“통신사? 한송 텔레콤, KT, GL텔레콤, 세기 통신 얘기하는 거야?”

“응.”

“갑자기 통신사는 왜?”

“형이 통신사를 준다네?”

“토, 통신사?”

“더블 스타 계열사로 있는 세기 통신.”

“그, 그게 막 선물로 주고 그럴 기업인가?”

“너도 형 알잖아. BE 인베스트먼트로 매번 포브스지에 오르는 인물인데.”

“워. 세계 최고 부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솔직히 내가 좀 부담스러워. 그래서 자기랑 상의하고 싶었어.”

“아으. 그걸 내가 뭐라고 해. 난 아직 삼자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나중에 결혼하면 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얼른 말을 덧붙였다.

“우선 하나만 물어볼게, 오빠. 그냥 준다는 거야? 그냥 주면 증여세 장난 아닐 건데?”

“내가 강운 그룹 주요 지분이 조금 있어. 그걸 교환하는 방향으로 할 것 같아. 어차피 난 필요도 없으니까.”

“워. 역시 강운 그룹. 주요 지분 조금으로 통신사와 맞바꿈이 될 정도야?”

“강운 그룹 지분 가치야 뭐….”

당연히 그 정도는 된다. 강운 그룹 주요 지분은 모든 계열사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순도 높은 지분이었다. 거기다 아버지가 일부 지분을 더해 준다고 했으니 추가 비용이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오빠도 강운 그룹은 포기했잖아. 강 회장님에 맞서는 건 자살 행위야. 어차피 필요 없는 지분이면 빨리 넘겨주고 세기 통신을 받아 오는 편이 좋지.”

“너도 재벌가 사람이라 계산이 빠르다?”

“미안한 건 한순간이야. 눈 딱 감고 받아. 오빠.”

“에효. 나도 이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겠다 싶긴 했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다음이라 그렇다. 형이 지금까지 해 준 것을 생각하면 받지 말아야 했지만,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 생각하니 뭐라도 더 챙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형을 먼저 보러 가지 않고 주미를 먼저 만나러 온 수용이다.

“나도 원래 교본 그룹에 욕심 안 낼 생각이었는데, 오빠가 강운 그룹 사람이라니까 생각이 바뀌더라. 내가 달라고 하면 집에서도 함부로 안 된다고 못 할걸? 오빠가 받아 가는 지분만큼 내 몫도 챙길 거야.”

평범한 집안이라면 자신이 교본 그룹 딸이라는 타이틀만으로 부담감이 크겠지만, 상대는 강운 그룹 아들이었다. 맨몸으로 강운 그룹에 들어갈 수는 없었으니, 교본 그룹 주요 지분이라도 챙겨야 했다.

“큭. 그래. 나도 내 몫을 챙겨 오마. 너도 네 몫을 잘 챙겨.”

“우리 둘이 합치면 대기업 하나는 만들겠는데?”

“하하하.”

둘이 합쳐 전세금 만들기도 빠듯한 요즘 세대의 젊은 부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재벌가 자손들이다.

여성 쪽 집안은 국내 보험 업계와 증권 업계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이었다. 남자 쪽은 스스로가 부동산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의 대표이기도 했지만, 강운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는 점에서 딱히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일반인들에게 수현과 진태의 결혼처럼 주목받지는 못하겠지만, 오히려 재계에서는 수용과 주미의 만남을 주목할 것이다.

“그래도 통신사는 진짜 대박이다. 역시 강 회장님이 통이 커. 미리 감사 인사는 드리는 거다. 알았지?”

“물론이지.”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연인을 집에 보내 줄 시간이다.

“자기는 이제 집에서 살 생각이야?”

“아빠가 당장 들어오라고 했어. 다 오빠 때문이야.”

“그러시겠지.”

주미의 부친이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곧 결혼할지도 모르는데, 과년한 딸을 집 밖에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 집안이 강운 그룹 아니던가. 혹시라도 책잡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 자유는 어쩌냐고요! 그동안 밖에서 편하게 살았는데 또 갑갑한 집구석에 갇혀 살아야 하잖아.”

“나도 아쉽다. 우리끼리 있을 땐 좋았는데….”

젊은 연인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살 집이 있었다.

그간 얼마나 자유롭게 만나서 유익한(?) 시간을 가졌겠는가.

“우리 잠깐 밖에 나갈까? 집에 보다 만 영화도 있잖아.”

“큼큼. 오빠랑 잠깐 놀러 나간다고 하면 허락하실지도….”

유익한 시간을 빼앗긴 연인은 어떻게든 다시 그 시간을 되찾고 싶기 마련이다.

“오빠가 차 끌고 나올게.”

“…알았어. 난 어떻게든 아빠의 허락을 받겠어.”

“난 벌써 허락 받았지롱. 어머니가 오늘 집에 안 들어와도 좋다고 하시더라.”

“…….”

수용의 말에 잠시 멍하니 생각하던 주미는 비명부터 질렀다.

“꺅. 그건 안 되지!”

예비 시어머니에게 어떻게 그런 허락을 받는단 말인가. 미리 허락을 받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 안 되겠어. 오늘은 그냥 집에 있을래. 오빠.”

“어, 어?”

“오빠는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난 몰라!”

휙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주미를 붙잡지 못한 수용이다.

“…그럼 난 어쩌라고.”

창창한 젊음이 우뚝 서 있었다.

“하아.”

수용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들.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와?”

“…엄마가 안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더니 주미가 비명을 지르면서 집으로 도망가네요.”

“야! 너는 생각이 있니? 없니?”

“어….”

“얘가 이렇게 상황 판단을 못 하네. 주미가 그 얘길 들으면 날 뭘로 보겠어? 넌 생각 없이 그런 얘길 하고 그래?”

“실수…. 했나?”

“당연하지! 너 앞으로 처신 똑바로 해! 주미뿐만 아니라 그 집안에서 들으면 날 어떻게 생각하겠니? 아휴. 남사스러워서 정말.”

“아, 알았어요. 내가 실수하긴 했네.”

수용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벌어질 일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분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야.’

형처럼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 생각을 했었지만, 다시 생각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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