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K폰!
잔소리
통신사
위헌 or 합헌
부질없는 기대
다 내놔
너도 내놔
각자 하나
나가!
호박씨들
누군 연애도 한다는데…
SARS CoV
팬데믹 (1)
샤를랄라
싹둑
결혼이란
싹둑싹둑?
Yes or Yes
비수
걔들은 그냥 미워
위기를 기회로?
축출
강운 생명 과학
차이
발표에서 자신이 호명된 순간부터 자꾸만 피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끼리 논의를 해 보고 최종 금액을 산출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루빈은 동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수안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회의가 필요합니다. 동료들과 논의하고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우린 나가 있죠.”
“우리가 나가서 회의하면 됩니다.”
“손님을 그렇게 대우할 수는 없죠. 게다가 우리 회사에 올지도 모르는 분이니까요. 1시간이면 되겠습니까?”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그럼 편히 논의하세요. 1시간 뒤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죠.”
수안과 강운 그룹 관계자들이 자리를 피하자 안드로이드사의 직원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냉철했던 앤디 루빈은 대체 어딜 갔어? 왜 그렇게 흥분하는데?”
앤디 루빈과 안드로이드를 함께 개발했고 안드로이드사를 공동으로 창립한 제이슨 아이너는 앤디 루빈의 비이성적인 태도를 꼬집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잖아. 휴대 전화 제조사 어딜 가도 오픈 소스를 공개하겠다는 회사는 없었어. 우리가 안드로이드를 여기저기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 자체를 극도로 반대했으니까. 우리가 한 회사에만 안드로이드를 제공한다면 국제 표준이 아니라 그 회사에서 잠깐 쓰이고 사라져 버렸을 거야. 하지만 여긴 아니야. 자신들의 모바일 소프트웨어도 우리와 같이 오픈 소스로 공개하려고 하고 있어.”
“인정해. 나도 마지막 그 부분에선 소름이 돋았으니까.”
무엇보다 자신들의 모바일 소프트웨어만큼이나 범용적이고 완성도가 높았다. 게다가 휴대 전화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다. 휴대 전화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대하는 스티븐 회장의 태도를 봐. 여기보다 더 작은 회사에서도 받지 못한 대우를 해 주고 있잖아. 그는 엔지니어를 대우할 줄 아는 진짜 경영자란 말이야. 아까 발표한 사람의 얼굴을 봤어? 그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 앞에서도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표를 이어 갔어.”
“그게 왜? 당연하지 않아?”
스티븐 회장이 자신들을 대우해 주는 건 제이슨도 좋게 평가하고 있었지만, 직원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느껴지는 건 없었다.
“제이슨. 여긴 한국이야. 이들은 회사의 오너를 극도로 어려워해. 그런데 그는 스티븐 회장을 어려워하지 않았어. 회사 분위기가 자유분방하고 우리 같은 엔지니어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졌다는 말이야. 마치 미국처럼.”
“원래부터 그런 성격일 수도 있잖아.”
“발표가 끝나고 한참이나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 이런 작은 발표도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의 사람이야.”
“음….”
‘역시 루빈은 나와 보는 시야가 다르네.’
“그리고 생각해 봐. 무려 BE 인베스트먼트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란 말이야. 거기다 스티븐 강 선수는 세 차례 연속으로 올림픽 육상 챔피언을 차지한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고! 내가 흥분을 안 할 수 있겠어? 사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아차. 나도 깜빡했다.”
다른 동료들도 그제야 부랴부랴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자신들이 오늘 만난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올림픽 3연속 육상 챔피언이자 현재도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었고,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희대의 투자가이자 자산가였다. 게다가 요 몇 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용 미디어 장치를 생산한 기업의 수장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한 K팟 오리지널, 미니, 셔플, 나노는 훌륭한 MP3 제품이었다. K팟 시리즈의 MP3 장치는 루빈의 가방 속에도 들어 있었다.
“다들 내가 스티븐 회장과 대화하는 동안엔 사인받을 생각하지 마.”
“…알았어.”
“끝나고는 받아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나도 받아야 하는데.”
루빈은 K팟 오리지널 뒷면에 사인을 받을 생각이었다.
제이슨은 소란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앤디 루빈과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앤디.”
“난 들을 준비가 됐어.”
“우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는 카메라를 조작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어. 지금은 휴대 전화에 들어가는 모델로 만들었고, 세계 휴대 전화 제조사에 우리의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써 달라고 부탁하는 중이지.”
“여긴 써준다고 하잖아.”
“하지만 회사를 달라고 했잖아. 우리 전부와 회사까지 달라고 했어. 스티븐 회장은 원하는 가격을 내줄 생각이고, 우린 그 돈을 받아 권리만 넘기고 채용은 거부할 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제이슨 너는 남고 싶지 않아? 우리가 창조한 소프트웨어가 세상에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봐야 하잖아.”
제이슨은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푹 쉬고 입을 열었다.
“난 내 몫을 받으면 떠나고 싶어. 어차피 앞으로 할 일은 너와 남은 동료들도 할 수 있으니까.”
“…떠나겠다고?”
“그래서 앤디 네가 협상에 진지하게 임했으면 해. 내겐 상당히 중요한 일이니까.”
“혹시 돈이 필요해?”
“응. 돈이 필요해. 넓은 땅을 사고 앞으로 농장이나 운영하며 살 생각이야.”
“…진심이 아닌 것 같은데? 네가 우리의 창업에 가장 열성적이었잖아. 갑자기 무슨 일이야?”
마음에 드는 기업이 나타난 지금 할 얘기가 아니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자. 우선 가격부터 확실하게 정하는 편이 좋겠어.”
“개인적인 부분이라면 더 묻지 않을게. 하지만 난 너와 함께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속에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감춘 제이슨은 루빈과 강운 그룹에 제시할 금액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금액은….”
“제이슨! 그건 너무 많아!”
“욕심일까?”
“스티븐 회장이 그 엄청난 다리로 우리 엉덩이를 걷어찰지도 모른다고!”
루빈의 말에 다른 동료들이 반응했다.
“오오! 그것도 대단한 일이겠다!”
“맞아. 챔피언에게 엉덩이를 맞다니. 그것도 황금보다 더 귀한 그 다리로 말이야.”
“너희는 엉뚱한 얘기하지 말고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
* * *
수안과 강운 전자 & 팬탁 경영진도 회장실로 가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전자의 김 사장은 외국인 기술자를 들여온다고 하니 괜히 걱정이 앞섰다.
“회장님. 저들을 다 불러들이셔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한국인이 아니잖습니까.”
“……?”
정말 엉뚱한 대답이라 박병우 사장은 자신이 잘 들었는지 의심했다.
다행히 수안의 다음 말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인은 회사를 그만둘 만큼 싫어하는 요인이 없으면 계속 다니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인은 아니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회사를 그만두고 그 일만 파고드는 경우가 많아요. 저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인이죠. 자유분방하고 얽매여 있는 걸 싫어하는…. 아무리 합당한 월급과 좋은 환경을 제시해도 10년 이상을 버티지 못합니다. 그동안에 우린 저들의 노하우를 다 흡수하면 됩니다.”
‘오래 두고 볼 생각이 없으셨던 거야.’
그래서 쉽게 채용을 거론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저들이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고 일도 잘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보내야 할까요?”
“…….”
수안은 박병우 사장을 삐뚜름한 눈으로 보다가 말했다.
“박 사장님. 외국 애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도 빠르고 일까지 잘한다고 가정하라니까요? 일 잘하는 놈들을 내가 왜 얘들을 내보내야 합니까? 죽을 때까지 계속 일만 시켜야죠.”
“아….”
“미리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마세요. 그거 쓸데없는 짓입니다.”
“예.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내보낼 생각만 해서 제가 기본을 잠시 잊었습니다.”
“이제 가격이 문제인데….”
과거 구글에서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할 때 얼마를 불렀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 가격은 5천만 달러. 이후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 체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헐값이다. 그래서 수안이 자신만만하게 안드로이드에 관심을 표하고 루빈을 포함한 직원들의 채용까지 거론할 수 있었다.
“김 사장님과 박 사장님은 대충 어느 정도 금액이 합당하다고 보십니까.”
“…….”
“…….”
뭘 들었어야 대강의 인수가라도 예상하지 않겠는가. 루빈은 프레젠테이션의 기회를 빼앗겼고, 두 사장은 안드로이드를 파악할 기회를 빼앗긴 상태였다.
전자 사장은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장님. 저희는 저들이 모바일 운영 체제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만 알지 산출물은 알지 못합니다. 가치 산정이 쉽지 않습니다.”
“아. 이거 내가 너무 급하게 일을 처리한 모양입니다.”
자신만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알고 있었음을 잠시 잊었다. 다 알고 있으니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프레젠테이션을 건너뛰었는데, 이들을 위해선 듣는 편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어진 박병우 사장의 말은 괜히 휴대 전화 사업부 팬탁을 총괄하는 사장이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낸 운영 체제를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은 걸 봐서는 그들이 만들어 낸 운영 체제도 못지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합류하면 모바일 운영 체제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전자 사장은 박병우의 추측을 기반으로 말을 보탰다.
“박 사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야겠습니다. 그들은 고작 여덟이 이뤄낸 성과이고, 우린 수천의 직원이 달라붙어 나온 결과니까요.”
“그럼 최대치를 산정하고 루빈의 입에서 나올 금액을 기다리죠. 괜히 가격 협상을 통해 내릴 생각은 하지 맙시다. 두 분은 모르지만, 난 다른 통로를 통해 안드로이드의 비전을 확인했어요. 그들이 우리와 함께한다면 모바일 운영 체제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꿈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휴대 전화 제조사가 대부분 우리의 운영 체제를 사용할 겁니다.”
“그렇다면 상당한 인수 금액까지 예상해야 합니다. 향후 어떤 모바일 운영 체제를 쓰느냐에 따라 그 안에서 발생하는 금융 거래 수수료의 주체가 달라질 테니까요.”
“역시 김 사장님의 혜안은 대단하네요. 벌써 거기까지 보신단 말입니까?”
“우리 회사는 모바일 운영 체제를 타 휴대 전화 제조사에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얻을 최종 수익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꾸준히 찾아봐야 했죠. 시장을 장악해도 결과물인 수익이 없다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결론은 광고 수익과 우리 운영 체제 안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램들의 결제 시스템밖에 없었습니다.”
“수익은 시장을 장악하고 나서야 생각해 볼 일이죠. 어쨌든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괜히 비싸게 주고 인수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수안이 아무리 회장이라지만, 반대 의견을 묵살하지는 않는다. 본인의 주장이 먹히지 않으면 설득으로 풀어내야 했다.
“불과 몇 년 뒤에 휴대 전화 시장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될 겁니다. 우린 역사의 변곡점 앞에 서 있죠.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우리의 결합은 K폰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안드로이드사 인수에 돈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자 사장과 수안의 논쟁에 박 사장이 끼어들었다.
“당장 오늘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들의 입에서 나올 금액을 들어 보고 다시 논의를 해 봐도 좋지 않겠습니까? 만약 저들이 낮은 인수 금액을 부른다면 추가 논의는 필요 없겠죠. 그렇게 된다면 회장님이 바로 승인하셔도 좋겠습니다.”
“그럼 우리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한을 알아야겠어요.”
전자 사장이 먼저 금액을 예상했다.
“제가 생각하는 인수 금액은….”
다음은 박 사장이었다.
“너무 저렴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렇게 산정했습니다.”
“두 분의 인수 예상 금액이 상당히 흥미롭네요.”
수안은 둘의 입에서 나온 금액을 듣고 작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