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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보상 (221/304)

보상+보상

이방효는 애플의 스티브와 구두로 협의한 사항을 수안에게 알렸다.

“…….”

-마음에 안 드십니까?

미리 논의된 사항을 토대로 협의를 먼저 진행했기에 수안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걱정은 있었다.

“5%나 떼어간다는데 그냥 주겠다고?”

수안은 1차 제안이 먹힐 것으로 예상하지 않아 말이 없었을 뿐이다.

-예. 사전 품질 검사 건도 양보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쉽게 포기해 버렸습니다.

“그럼 미국 생산 공장 건은 어떻게 되는 거야? 강운 전자가 공장 짓고 생산에 돌입해야 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텐데…. 완공하고 안정화까지 최소 2년은 잡아야 하잖아?”

디자인 사용 협상을 이어 가다가 이미 완공된 애플의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로 제안하면 디자인 협상에서 발생할 마이너스를 벌충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애플은 자사의 제품과 강운의 제품을 모두 생산해야 했지만, 향후 판매량에 따라 조절하면 되는 일이었다. 수안은 강운 전자의 제품이 우위에 선다고 확신했다.

-애플에서 진행할 생산 대행도 이미 협의했습니다.

“뭐야. 아까 그 계약 조건 다 받아들이면서 추가 조건까지 오케이라고? 이번에 스티브 대표의 머리도 검사하라고 해야 하나?”

-스티브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애플의 제품 출시는 내년 말이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출시일 예상이 크게 엇나가서 완공한 MP3 제품 생산 공장이 붕 떠버린 상황입니다. 저희 조건은 스티브에게 단비와 같았습니다.

“아이고. 이 멍텅구리. 결국은 그 사달을 냈어.”

스티브가 급하게 iPod을 준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준비는 대충 끝냈겠다고 짐작했는데, 출시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저희에겐 호재입니다. 디자인 사용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고, 생산까지 애플에서 맡아 주면….

“크흐흐. 앞으로 애플은 우리와 특허 분쟁을 시작도 못 하겠지.”

-그렇습니다.

수안이 원했던 최종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애플이 강운 전자의 제품을 생산하며 어쩔 수 없이 확인하게 될 강운 전자의 기술들. 그 기술들을 활용한 애플의 제품 생산까지….

강운 전자의 제품이 팔리든 팔리지 않든 유효한 일이다. 강운의 물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대가 훗날 강운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고 할 수 있다. 법적 분쟁으로 들어가도 승소 가능성은 0에 수렴하고, 오히려 손해배상에 책임만 따르게 될 것이다.

대행 생산을 하던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새로이 고안했다고 인정해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애플의 나머지 지분을 얻은 기분이야.”

-회장님께서 요트 휴가 건으로 미국에 오시는 날에 맞춰서 애플과의 조인식을 잡겠습니다.

“빨리 가 봐야겠는걸? 강운 전자 사장과 팬탁 박병우 사장은 내가 연락해서 일정 조율하지.”

-그러고 보니 저도 이제 강운 그룹 사장단 미팅에 참석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BE의 실소유주 이슈가 터져 나오면 이방효도 수면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전 국민에게 알려진다면 이방효가 숨어다닐 필요가 있겠는가. 당당하게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존재감을 자랑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게. 조만간에 자리 마련해서 봐야겠다. 이번 건 끝나고 임원회의 집합할 때 이방효 사장과 차진호 사장도 참석하는 방향으로 하지. 사장단 중에 일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배영성 대표님도 공개된 자리에서 같이 뵈었으면 합니다. 항상 저희와 회장님을 연결해 주시는 상급자이신데, 평소 저희가 너무 소홀했습니다. 다들 보는 곳에서 상급자 대우를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간 미국 BE와 일본 BE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던 사람인 만큼 이방효와 차진호는 배영성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거기다 둘은 투자 회사에 근무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내고 그에 따른 거액의 성과보수를 챙겼지만, 배영성은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일을 하면서 소소한(?) 급여만 받았다고 들었다. 둘의 마음에 가장 걸리는 사람이 바로 배영성이었다.

“어휴. 배 사장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지. 배 사장이 뽑은 당신들이 챙기면 배 사장 면이 서겠어?”

배영성은 내년 더블 스타 부회장으로 취임하고 강운 그룹 본사에도 추가 직책이 생길 예정이었다. 급여는 저 둘에 비해 부족할지 몰라도 직급은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 줄 예정이다.

-저희가 지금까지 따로 더 해 드리지 못해서, 이번에 배 대표님 가입하신 펀드에 저희 자금을 전환해 조금 더 챙기기로 했습니다. 아마 최종 수익률이 상당하실 겁니다.

“이 사장.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말도 없이 그렇게 먼저 진행할 거야? 보고는 왜 빼먹어?”

-…….

“미리 얘길 해 줘야 나도 동참할 거 아닌가. 얼마나 넣었어?”

-아.

‘회장님이 배영성 사장에게 해 주는 것을 아까워하실 분이 아닌데 또 깜빡했군.’

“난 소소하게 한 2천억만 넣어도 되나?”

-어휴. 저희가 손이 작아 부끄럽습니다.

이방효와 차진호가 500억씩을 각출해 펀드에 추가 정산을 하려 했었다.

‘회장님까지 더하면 4천억은 충분하겠어.’

“이 사장과 차 사장이 지금까지 받은 성과 보수엔 못 미치겠지만, 그래도 자네들을 포섭해 온 공이 너무 크잖아. 이 정도는 받아도 돼. 내 해외 계좌에서 빼서 보내 줘.”

-그러고 보니 배 대표는 강 회장님을 항상 지척에서 보고 계셔서 충분히 보답이 되겠습니다. 차 사장이나 저나 항상 그게 부럽습니다. 배 사장님과의 보직 변경을 정식으로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어허. 이 사장은 날로 아부가 심해지네.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

-흐흐. 예. 회장님 조만간 미국에서 뵙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수안은 아침부터 들려온 좋은 소식에 기분이 상쾌했다.

“애플 건도 잘 해결되었으니 이제 BE 인베스트먼트만 남았군.”

BE 인베스트먼트 실소유자 정보는 미국 대선이 부시의 승리로 기울어지며 슬슬 외부로 전해지고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지분이 알려지고 BE 인베스트먼트의 스티븐 강이라는 이름도 함께 오르내리고 있었다. 국내로 퍼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여기에 김승철이 또 한 건 했지.”

가수로서 대한민국을 강타한 김승철은 인터뷰에서 이번 뮤직비디오의 기획자를 언급해 수안의 이름을 다시 언론지상에 오르게 했다.

[가수 김승철, 이번 곡은 더블 스타 강수안 회장의 작품이라고 밝혀.]

[김승철. 주변 가수들이 작곡가를 소개해 달라고 해도 소개 못 했던 이유.]

[작사, 작곡에 뮤직비디오까지 손대는 강운 그룹 강수안 부회장.]

다움과 네이보 기사엔 대단하고 신기하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댓글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상하지? 이젠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먼저 들어.

┗동감. 매번 비슷한 충격에 익숙해져 버린 듯.

┗나도 이제 강수안이 뭘 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쟤가 뭘 못하겠어?

┗손대는 것마다 빵빵 터지네.

┗대체 저딴 뮤직비디오는 왜 만들었는지 몰라. 차라리 여자가 청혼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서 신선한 충격이라도 주든가. 여친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번 수안이 던진 프로 야구 시구까지 다시 언급되고 있었다.

┗시구로 150km를 던지는 사람이 뭘 못하겠음?

┗기화 타이거스 투수로 영입했어야….

┗구단주가 투수까지 해야겠니? 선수들은 무슨 죄야?

┗강수안이 투수로 뛰었으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

┗강수안 시구는 아직도 돌려본다. 피칭을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진짜 프로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음.

┗강 부회장 영입하려면 백억으로도 어림없음.

┗강수안이 프로로 데뷔하면 프로 선수들 평균 연봉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거 아니냐?

시구를 던지기 전 경기장에서 잠시 연습한 것이 전부였지만, 오히려 그 이유로 인해 힘 조절이 힘들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려고 조금 힘을 줬더니 구속이 150km를 찍어 수안도 놀랐었다. 그래서 다시는 시구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강수안의 뉴스가 있다는 데에 내 X랄 한쪽을 건다.

┗난 윗 놈의 나머지 X랄 한쪽을 걸지. 분명히 있다.

┗넌 뭔데 남의 X랄을 걸어?

┗내 X랄은 소중하니까.

수안이 BE를 설립했다는 이슈가 터져 나와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또 무슨 소식이 전해질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많이들 기대하고 있으라고 친구들.”

매머드급 뉴스가 대한민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연말이 되기 전 배영성이 창백한 얼굴로 수안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회, 회장님.”

“어. 배 사장. 무슨 일이야?”

BE 인베스트먼트 건으로 뉴스가 터졌나 싶었던 수안이다.

“아무래도 BE 인베스트먼트 서울 지점에서 자금 사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금 사고? 누가 횡령이라도 한 거야?”

“아직 횡령으로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정산된 제 BE 펀드 계좌에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찍혔습니다. 전산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BE 지점에 연락해 보진 못했지만, 다른 계좌도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이방효 사장에게 연락해서….”

자신의 계좌뿐 아니라 다른 계좌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면 빨리 수습해야 했다.

수안은 당장이라도 이방효에게 연락하겠다는 배영성을 말리며 말했다.

“워워. 진정해. 그거 정상이야. 미국에서 잘 자고 있을 이 사장까지 깨울 필요 없어.”

“…BE 펀드에서 알려 준 수익률을 몇 배나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이건 분명….”

“이 사장이랑 차 사장이 신경 좀 썼다고 들었어. 나도 거들었고.”

“네? 신경을 쓰다뇨?”

“그간 일은 배 사장이 다 했는데 보상은 너무 짜게 줬잖아. 이방효 사장과 차진호 사장은 BE에서 성과 보수를 꽉꽉 눌러서 받았는데 배 사장은 아무것도 못 받았어.”

“그야….”

지금까지 배영성은 BE를 밝힐 수 없어 투자 컨설팅 명목으로 월급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그사이 이방효와 차진호는 미국 BE와 일본 BE에서 소속 직원들과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착실하게 재산을 불려 나갔다.

“이제 BE가 수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어. 배 사장은 이제부터라도 투자 회사 임원 대우를 받아야지. 이번 돈은 지금까지 주지 못한 성과급이라고 생각해 줘. 적당히 넣었으니까 허튼소리는 하지 말자. 알았지?”

“회장님….”

수안은 일부 금액은 다시 BE 펀드로 넣고 나머지만 아내에게 공개하라고 했다.

“아내에게 알려 주기 전에 청심환이라도 사가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하하하.”

* * *

배영성의 아내는 일전에 30억을 넣은 BE YⅡK 2호 펀드의 놀라운 수익률을 보고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후히후히. 이게 대체 얼마야.”

YⅡK 2호 펀드의 최종 수익률은 400%에 가까웠고, 30억은 120억이 넘는 금액으로 불어나 있었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이 정도였다.

통장을 확인하던 수애는 항상 늦은 시간 퇴근하고 일에 치어 사는 남편을 생각했다.

‘이 정도 돈이면 남편도 일 쉬면서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수애는 퇴근하고도 서재에서 남은 업무를 본다던 남편을 보러 갔다.

“여보오~”

“어, 어. 주원이 엄마. 왜?”

이제 막 서랍에서 청심환을 챙기던 배영성이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애들은 자?”

“응. 주원이는 일찍 잠들었고, 주현이도 맘마 먹고 꿀잠 자는 중.”

“나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었는데 잘됐네.”

“그럼 나부터 얘기할게.”

“어. 그래.”

청심환을 건네려던 배영성은 다시 청심환을 서랍에 넣었다.

“일전에 BE 펀드에 넣은 돈이 정산됐는데, 수익률이 어마어마해.”

“30억 넣었지?”

“응. 그래서 말인데…. 이제 당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편히 지내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적당한 빌딩 하나 사고 그거 관리하면서 따박따박 들어오는 임대료 받으면서 살면 당신도 편하고 좋잖아.”

“나보고 회사를 그만둬라? 여보. 그건 아니지!”

회사를 그만두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배영성이다.

“물론 당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는 알지만, 매번 당신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래.”

“…….”

배영성은 아내가 뭘 몰라서 하는 말이려니 생각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남편 힘들다고 생각해 준 아내에게 화까지 낼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도 이해는 시켜 줘야 했다.

“여보. 당신 남편이 회사 사장인데, 그만두긴 뭘 그만둬?”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배영성이 사장직에서 쫓겨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사장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지 시켜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간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본 이유도 그만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장이 회사를 그만두면 우리 직원들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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