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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요 도시에 진출한 홈플러스의 국내 경쟁업체는 뉴월드 그룹의 뉴월드 마트와 농신 그룹 메가 마트, 샤롯 그룹의 샤롯 마트가 있습니다.”

“전반적인 정보는 됐습니다. 어차피 필요한 부분은 큰 줄기가 아닙니까.”

“예. 부회장님.”

국내 마트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고모의 뉴월드 마트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샤롯 마트가 저력을 보여 주며 선전하고 있었다. 해외에서 진출하는 마트는 볼 것도 없다. 국내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퇴출하고 말 테니까. 코스트코의 경우에도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다.

현재 강운 무역 홈플러스의 위치는 뉴월드와 샤롯 마트의 가운데쯤에 있어 향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출혈 경쟁을 통해 얼마든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광고 비용 크게 늘리시고, 주요 도시에 마트가 들어설 위치 확보하세요. 군 단위까지 모두 시장성 파악해서 계획을 잡아 두시면 됩니다. 시장성이 높은 위치부터 계속해서 마트를 오픈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강운 무역에 그만한 여유가 없어서 말입니다.”

“자본 걱정은 내려놓으세요. 제가 되지도 않는 일을 시킬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김성우 사장은 수안의 지시에 그룹 차원의 지원이 시작될 것임을 짐작했다.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되겠군요. 하하하.”

수안이 홈플러스 인수를 결정한 목적은 당연히 시장을 장악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김 사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고객입니다.”

“예! 마트에 방문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다른 마트와의 차별점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시장을 장악하고 최종적으로 원하는 바가 김성우 사장과 달랐다. 고객이라는 의미부터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말하는 고객은 마트에 방문하는 고객이 아닙니다. 김 사장님은 강운 무역의 최고 경영자이니 첫 번째 고객은 바로 김 사장님 주변의 임원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강운 무역 직원들도 고객입니다. 내가 김 사장님께 중요하게 여기라고 했던 고객은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수많은 서비스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아.”

평소에도 수안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직원을 제일 우선해야 하며 그 이후가 소비자라는 말이었다.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분들은 그냥 직원이 아닙니다.”

각 지역에 위치하는 홈플러스는 지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주로 채용한다.

“지역에서 채용한 그 직원들이 홈플러스의 광고판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집에서 먹을 음식들을 홈플러스에서 조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구든 가장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음식 재료를 찾게 된다. 만약 홈플러스에서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물건을 판다면 홈플러스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내부 직원들이 애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직원들과 친분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통해서 알려지게 된다. 그래서 수안이 직원을 고객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주변에 좋은 소식이 퍼집니다. 그 직원들이 진짜 고객이라고 생각한 다음 마트 가격을 책정해야 합니다. 외부에 설문 조사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 없습니다. 광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그렇다면 우선 가격이 저렴해야겠군요. 그래야 직원들이 구입할 겁니다.”

“우선이라는 말은 제외하죠. 나중에도 홈플러스에서 수익 볼 생각은 없으니까요.”

“네?”

“홈플러스는 제로섬을 목표로 합니다.”

“……!!”

“홈플러스는 전국 마트 중에서 가장 저렴한 물건을 판매하고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조달해야 합니다. 품질도 당연히 최고로 맞추세요. 그리고 신선한 식재료 보급을 위해 주변 농가와 직접 계약을 진행하십시오. 중간에 도매상 거치지 말고 직접 계약으로 신선한 식재료 조달과 품질, 농가의 이익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홈플러스에서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제로섬을 경영 목표로 잡으면 소비자에게 가장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목표까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품질을 최고로 맞추면서도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이익을 포기해야 가능했다.

“마트 이익을 제로로 맞춘다면….”

뭐 하러 사업을 영위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일하는 직원들의 월급까지 감안한 제로섬이겠지만, 사업이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시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홈플러스 자체가 강운 그룹의 광고판이라고 생각하세요. 강운 그룹 이미지가 홈플러스에 달렸습니다. 마트 사업의 손익 분기점을 0으로 맞추고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각오로 운영하면 됩니다. 어렵지 않죠?”

“아!”

홈플러스에서 강운 그룹 이미지를 꾸준하게 상승시킨다는 계획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홈플러스는 아버지의 업적으로 남긴다.’

마트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주 애용하는 시장의 새로운 모습이다. 재래 시장은 꾸준히 쇠퇴하고 있었고 마트는 해가 갈수록 성장한다. 여기에 마트 한 곳이 출혈 경쟁처럼 보일 정도로 저렴한 물건을 공급한다?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계속해서?

‘아버지가 왜 홈플러스를 인수했는지와 앞으로의 목적과 방향도 설명하면….’

정치인의 이미지는 단편적인 몇 가지 일로 정해지기 마련이다. 수안은 정치에 발을 담글 아버지를 위해 미리부터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고, 홈플러스의 일도 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식재료를 공급한다는 목적까지 이룰 수 있으니 더 좋지.’

일거양득의 계획이었다. 소비자는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자는 도매업자인 경매상에 휘둘리지 않고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었으며, 아버지는 평생 국민만 생각해 온 서민 친화적 대선 주자라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

“홈플러스를 이렇게 활용하신다면 정말 대단한 광고 효과를 가져갈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누가 감히 강운 그룹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까방권은 평소에 마련해야 하는 법이다.

“강운 그룹은 재계 서열 1위를 오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소비자가 강운 그룹에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우리는 냄비에서 삶아지는 줄도 모르고 갑자기 배를 까뒤집겠죠.”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외면받고 만다. 수안은 강운 그룹을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국민에 친화적인 그룹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계열사에선 혹시라도 강운 그룹에 귀족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예. 부회장님. 홈플러스 운영 기조는 확실하게 이해했습니다. 나머지는 맡겨 주십시오.”

이렇게 부회장인 수안이 홈플러스의 방향을 제시해 주면 일이 수월하다. 게다가 제로섬을 맞추는 사업이라면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할 것도 없었다.

“그럼 내가 누구한테 맡기겠습니까. 김 사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논드릴 일이 있습니다.”

“뭐가 남았죠?”

사전에 비서실에서 듣지 못한 내용이다. 비서실에서 받은 서류를 뒤적거렸지만, 관련 내용은 기록에 없었다.

“임영수 씨 관련 내용이라 따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 잘했네요.”

형님에 관한 일이라면 비서실에 알리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영수 씨 덕분에 회사는 해외로 새는 돈을 막았습니다. 따로 포상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미리 말씀 정도는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처음 보고했던 것처럼 강운 무역은 영수의 활약에 힘입어 사내에 부조리한 일을 해결하고 있었고, 그중에 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커미션 문제도 있었다.

강운 무역에서 비밀 제보 제도를 활용해도 안 되던 일이 영수의 존재로 인해 수면으로 드러났다. 부회장 사모님의 오빠라는 특수성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제보를 통해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고, 혹시나 일이 잘못되어도 영수를 어쩌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숨겨졌던 많은 사건이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번에 일이 제대로 해결되면 더 많은 직원이 영수를 찾아오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일로 찾아낸 금액이 전부 얼마입니까?”

개별 건수로 보면 크지 않았지만, 하나로 인해 다른 사건들이 줄줄이 고구마처럼 엮여 올라와서 전체 금액은 상당했다.

“지금까지 해외 커미션 부조리를 통해 확인된 금액만 300만 달러 이상입니다. 국내에서 거래처에 뒷돈을 받은 금액을 더하면 총금액은 50억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넘어가지 말아요. 김 사장님.”

회삿돈을 공돈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예전도 자금을 맡은 직원들이 횡령해 도박이나 쇼핑으로 탕진했다는 기사를 많이 봐 왔기에 이 부분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김 사장님은 형님 포상으로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사실 제가 말씀드리긴 민망해서…. 부회장님께서 지시하시면 그대로 따르려고 합니다.”

김성우 사장이 포상 금액을 확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님도 어렵게 사신다. 내가 뭐라고 할까 봐 그렇게 겁을 내요?”

“흐흐. 이게 바로 처세 아니겠습니까.”

본인을 앞에 두고 처세라고 하니 더 어색한 기분이다.

“됐고. 강운 그룹 발명 포상이랑 같은 비율로 갑시다.”

“예.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었죠. 그대로 확정하겠습니다.”

* * *

영수는 사장실에 평소와 같이 화요일 아침 사장실에서 김성우 사장과 간단하게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젠 너무 익숙해서 김성우 사장과 편안하게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였다.

“사장님 기분 좋은 일 있으십니까? 아~ 요즘 눈에 거슬리는 임원들 많이 내치셨죠?”

“크흐흐. 외부에 알리기엔 좋은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놈들을 잡아내서 속은 시원하지.”

“덕분에 회사 내에서 저를 보는 시선이 이상합니다. 저한테 찍히면 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요.”

“그래도 2팀에서 서포트해 주고 있잖나.”

“그렇죠. 저희 팀 덕분에 아직 제가 회사에 다니고 있죠. 부장님이나 팀원들 잘 좀 봐주십시오. 사장님.”

“어허. 그건 영수 씨 권한 밖인데? 영수 씨가 할 일은 회사 내 불합리에 관한 보고로 끝이야. 오케이?”

“아이고. 역시 사장님은 빈틈이 없으시네요. 회사 내에서도 사장님에 관해서는 나오는 말이 없습니다.”

“어이쿠. 그러고 보니 영수 씨가 문제를 들고 부회장님께 직접 보고할 수도 있었군.”

“설마요. 일이 생겨도 사장님께는 먼저 보고드리겠습니다. 오해는 사양입니다.”

영수도 사회 생활을 하며 처세 정도는 익히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보고한다고 말해도 일이 생기면 매제에게 먼저 달려갈 생각이다.

“하하하. 역시 믿음이 가. 그래서 내가 부회장님을 만나서 특별한 포상을 허락받았네.”

“포상이요?”

“지금까지 영수 씨 덕에 부조리를 찾아 회수한 금액이 총 50억을 상회하고 있잖은가.”

“우아. 그렇게 많았습니까? 어지간히 해 처먹었네요.”

건별로는 금액이 많지 않아 이렇게 큰 금액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 어지간히 해 먹었지. 그래서 회수한 금액 일부를 영수 씨 포상금으로 책정해 지급하려고 해.”

“아, 아니. 사장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어? 부회장님 허락받았다고.”

자신이 결정한 일이 아니라 그 윗선에서 이미 결정해 일이 확정되었다는 뜻이다.

“…그냥 받으라 이거죠?”

“그래 다 영수 씨 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둬. 부회장님이 합법적으로 영수 씨 챙겨 줄 수 있는 건수가 쉽게 생기겠어?”

“후. 예. 사장님 다 제 덕이라고 생각하고 받겠습니다.”

“난 부회장님이 생각한 금액의 반절쯤 생각했었는데, 확실히 부회장님은 통이 크더라.”

“하하. 부회장님 손이 좀 크긴 하시죠.”

일전에 사수에게 수고했다며 백만 원 권의 수표를 줬다고 들었다.

만원이면 충분할 것을 너무했다 싶었지만,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엔 그 큰 손이 자신에게 적용될 차례였다.

“그래도 적당한 수준이지. 포상으론 5%를 책정하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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