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쥐약 (124/304)

쥐약

수안의 검은 벤츠 세단이 모처로 이동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있다.

이현창에게 아들의 취직을 말하고 오래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약속된 장소엔 두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안이 차에서 내리자 둘이 먼저 인사해 왔다.

“강 부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형님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창수 창식 형제가 군대에 있을 때 면회한 일이 있었고 이상호, 이상준 형제도 함께 만나 인사했던 수안이다.

“어휴. 형님이라니요.”

“상호, 상준 형님이 저보다 한참 연상이지 않습니까.”

수안은 이현창의 아들인 이상호와 이상준 형제를 만나고 있었다.

“사회에서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저희 입장도 생각하셔서 편히 해 주십시오.”

“제가 이현창 선배님을 워낙에 따르다 보니까 두 분도 남 같지 않아서 그럽니다. 이제 두 분이 일할 회사로 갑시다. 제 차로 가시죠.”

수안은 두 사람을 차에 태워 충남 천안의 한 공장으로 향했다. 천안 시내에서 조금 더 가야 공장이 나온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었던 상호, 상준 형제는 얼굴이 조금씩 굳어진다.

지방이라도 괜찮은 회사에 보내 주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는 2차선 도로를 벗어나 외길로 들어섰고 을씨년스러운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계속 달리고 있었다. 공사 중인 곳이 있어 잠시 차를 멈추기도 했다.

“회사는 조금 깊이 들어가야 나옵니다.”

“아. 예.”

“저긴 별장을 짓고 있나 보네요. 저기 호수 보이시죠? 천안엔 큰 강줄기가 없어서 이런 호수가 많아요. 호숫가에 별장이면 정말 운치 있지 않을까요?”

“밤낚시에 딱 좋겠습니다.”

“상준 형님은 민물파?”

“하하. 예. 저는 붕어 낚시가 주종입니다. 상호 형님은 바다 낚시를 주로 하고요.”

“저는 상호 형님하고 가야겠습니다. 하하.”

시답지 않은 농담이 끝나갈 때가 되어 공장의 초입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호 상준 형제의 예상대로 크지 않은 외관의 건물이다.

“자아. 도착입니다. 내려서 걸어 들어가죠. 들어가면서 살펴보세요.”

둘은 수안의 곁에서 고개를 돌리며 회사를 둘러봤다. 계단 근처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어 근래 관리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수안이 곁에 있어 싫은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좋은 점을 찾아 말하는 형제다.

“건물은 깔끔한데요?”

“그런데 공장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에 책상만 있는데요?”

둘의 말을 들은 수안이 답했다.

“거긴 전체가 사무동입니다. 공장은 저쪽이에요.”

사무동을 반쯤 지나고 나서야 가려져 있던 큼지막한 공장의 외형이 드러났다.

“우아….”

“진짜 크네.”

아직 공장의 전체적인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대충 크기를 짐작할 정도는 됐다.

“공장은 나중에 확인하시고 안부터 들어갑시다. 한 본부장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예. 들어가시죠.”

사무동 현관에는 아까부터 나와서 기다리는 임직원들이 있었다.

수안이 나타나자 모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다들 고생 많습니다.”

임직원들을 치하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비서는 따끈한 커피를 사람 수에 맞춰 내려놓고 나갔다.

“우선 여기 한중혁 본부장은 ㈜대한 공조를 인수하는 데 일조한 사람입니다. 강운 그룹이 아니라 더블 스타 쪽 인물이라 강운과 이현창 총재님을 연결 지을 수 없죠. 물론 제 회사인 만큼 루트가 남아 있지만, 이것도 서류 작업을 통해 분리할 예정입니다. 회사 인수 대금은 아예 두 분 형님들 계좌에서 시작할 겁니다.”

“아. 이해했습니다.”

회사를 준다는 것은 이미 사전에 아버지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부드럽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한 본부장. 우선 회사에 대해서 대략 설명해 줘.”

“예. 회장님.”

대한 공조는 일본계 자본이 투자하여 세운 자동차 공조기 회사다. 일본의 기술을 받아 공조기를 만들 수 있었고, 지금까지는 대부분 일본계 자동차 회사에 공조기를 납품해 왔다. 이번 금융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으며 더블 스타에서 인수 사인만 앞두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 두 분은 이사로 시작하시게 됩니다. 2년간은 제가 사장 업무를 보며 회사를 정상화하고, 이후에 두 분이 공동 대표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분은 시작부터 두 분 앞으로 해 두려고 합니다.”

“후아.”

‘이사로 시작해서 2년 뒤에 사장.’

큼직한 제조 공장을 가진 자동차 부품사가 품으로 들어왔다.

“회사의 주 생산품은 자동차 공조기로써 차량 에어컨과 히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한공조는 에바포레이터 제작에 관한 핵심 기술을 보유했고 주변에 탄탄한 납품사들이 거래처로 확보되어 있습니다. 아주 큰 강점이죠. 그리고 회사가 가진 가장 확실한 비전은 바로 회장님입니다.”

한중혁 본부장의 말에 수안이 설명을 보탰다.

“공조기 납품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기화 자동차를 인수하고 나면 이곳 공장의 생산 여력이 되는대로 납품받을 테니까요. 한 본부장은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는 날까지만 두 분을 지원할 겁니다. 초기엔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괜히 고생입니다. 제가 배려한다고 2년이라고 했는데 너무 길다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절대로 길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2년은 지나야 회사가 제 자리를 잡지요.”

아직 둘은 사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옆에서 보고 배워야 했다.

“한 본부장. 이제 공장 시찰 가자.”

“예. 회장님.”

공장으로 들어서자 가득 늘어선 기계들이 반겨 준다.

“여기서 최대로 생산하면 매출이 얼마나 나오지?”

“가동률 80%에서 연 매출 500억은 나옵니다.”

“후아.”

“상당하네요.”

수안은 추가로 주문했다.

“한 본부장이 책임지고 생산 설비 두 배로 늘려 놔. 새로운 설비는 자동화 라인이 가능하게 해서 생산량 늘려. 품질관리 인원도 충분히 확보해서 제품에 불량 없도록 하고.”

“시설 투자 자본금이 약간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즘 대출이 어려워서….”

요즘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게다가 한 번 망했던 기업이라면 은행에서 대출을 허락할 리가 없었다.

강운 그룹이나 더블 스타가 관계된 기업이라면 은행도 생각해 볼 법하지만, 흔적을 감추는 상황이라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

“40억이면 충분합니다.”

“40억은 내가 줄 테니까 은행에 손 벌리지 말고 설비 늘려 놔.”

“예. 회장님.”

“……!”

“……!”

형제는 이 모든 상황을 차곡차곡 머리에 저장하고 있었다.

‘40억을 투자해서 시설을 두 배로 늘리면 매출이 1천억?’

하지만 수안의 지시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금속 노조는?”

“이미 회사가 한 번 뒤집혀서 그런지 고분고분합니다.”

대한 공조의 제조부 직원들 대부분은 금속 노조에 가입된 노조원들이다. 보통 강성 노조라고 알려졌지만, 경영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잘 챙겨 줘. 그 사람들이 극성이 되고 싶어서 됐겠어? 지금까지 당한 것이 많아서 그래. 경영진이 보듬어 주면 오히려 회사 성장에 협조할 사람들이야. 노조와 경영진과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지.”

“예. 회장님. 기술 좋고 일 잘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노조와 협력하여 상생의 방향을 찾아보겠습니다.”

형제도 듣고 배우라고 일부러 금속 노조를 언급했다. 그리고 아직 할 말이 남았다.

“두 분 이사님 숙소는 언제 완공이야? 오다가 봤는데 아직도 공사하는 것 같았어.”

“……!!”

“……!!”

오는 길에 봤던 호수 옆 공사 현장이 바로 형제를 위한 별장이자 기숙사였다.

“인부들 최대로 끌어와서 빠르게 올리고 있습니다.”

“인부 중엔 실력 없는 사람들도 많을 건데….”

본인이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해 봐서 잘 안다. 기술 좋은 사람은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전부 숙련공으로만 투입했습니다. 요즘 인력 시장에 사람이 많습니다. 워낙에 공사가 없어서….”

“하긴 그렇겠다.”

건설 경기가 극도로 얼어붙은 요즘이다. 기술자도 일이 없어 놀아야 할 판이니 이런 현장에 기술자가 넘쳐날 수 있었다.

“그래도 한중혁 본부장이 직원 보내서 수시로 확인해. 감시자가 없으면 저도 모르게 공사를 날림으로 하게 되니까.”

“예. 회장님.”

지시를 마친 수안이 돌아서서 말했다.

“자아. 우린 이제 돌아갈까요?”

“아! 예….”

“…예.”

두 사람은 내려가며 보이는 풍경이 전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아까 올라오던 길을 똑같이 내려가고 있었지만,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니 계단 곁에 난 풀 한 포기조차 예뻐 보였다. 코로 들이쉰 공기도 깨끗하고 청량하다. 서울의 탁한 공기와 비교할 수도 없다.

“형님들 타십시오. 이제 갑시다.”

“저희는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겠습니까.”

자신들의 회사가 저기에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로 들어가 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형님들. 왜 그걸 제게 물어보십니까?”

“그럼. 여기 한중혁 본부장님께 여쭤봐야 할까요?”

둘을 배웅하려고 나와 있던 한중혁도 두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자신도 아니라는 뜻이다.

수안이 두 사람의 궁금증을 해결해 줬다.

“…앞으로 두 분이 이 회사의 주인입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아!”

“하…. 하하.”

한 방 맞았다는 표정이다.

“직급이 이사라고 해서 착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지분은 두 분 앞으로 명의가 바뀔 테니 형님들 회사가 맞습니다.”

“예. 부회장님. 잘 알겠습니다.”

형제는 잠시 둘이서 소곤거리고 수안에게 말했다.

“그럼 강 부회장님 먼저 서울로 가시죠. 저희는 회사에서 조금 더 있겠습니다.”

“회사가 크게 발전하겠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회사에 애착을 뒀으니 발전하지 않는 게 이상할 일이죠.”

수안은 두 사람이 돌아서서 회사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차로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둘이 사무동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을 때 수안을 따르던 한중혁이 말했다.

“아직 어리숙한 것 같습니다. 감사 인사 정도는 할 법도 한데….”

“나이는 먹었는데, 아직 사회를 제대로 겪어 보지 못해서 그래.”

아까 한중혁과 나눈 대화 중 대부분은 이미 준비된 각본이었다.

40억을 투자해서 설비를 늘리는 것이나 금속 노조, 숙소에 관한 대화도 모두 준비된 내용이다.

앞에서 감탄을 뱉지는 않았어도 그들의 눈은 충분히 감탄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받은 충격과 희열은 모두 이현창에게 전해질 것이다.

말을 전해 들은 이현창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을 배려하는 수안의 마음 씀씀이를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할 것이다. 신뢰는 이렇게 바닥부터 단단하게 다져야 했다.

“회사에 법인 차량 남는 거 있나? 두 사람이 오늘 퇴근하려면 차가 필요하겠어.”

“없어도 만들어야죠. 남는 차 없으면 제 차라도 주겠습니다.”

“지금은 자전거 타고 서울 가라고 해도 열심히 페달 비비면서 갈걸?”

“푸흡. 죄송합니다.”

“웃으라고 한 말인데 안 웃으면 내가 서운하지. 흐흐. 한 본부장은 여기서 2년만 고생하고 다른 계열사 사장 자리 맡으면 될 거야.”

“고생이라뇨. 제가 원한 일입니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지. 한 본부장. 우리 오래오래 같이 가자.”

“예! 회장님.”

수안은 한중혁 본부장의 어깨를 툭툭 치며 친근함을 표현하고 차로 향했다.

“얼른 올라가 봐. 둘이 마음만 급했지, 회사에 아는 것은 없잖나.”

“하하. 예. 회장님 들어가십시오.”

* * *

수안은 웃음소리부터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고 역시나 이현창 총재의 연락이었다.

-푸흐하하. 강 후배. 아무리 강 후배가 돈이 많아도 그렇지 너무 힘주지 않았어?

“형님들이 저 때문에 안 가도 되는 군대까지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미안해서 그랬죠.”

‘미안할 일도 아닌데 아들놈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아들들은 강운 그룹 강수안 부회장이 아버지로부터 큰 은혜를 입어 이에 보답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둘은 회사를 내준다는 말에도 딱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이현창으로부터 크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

.

.

“아버지가 강수안 부회장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고요?”

“그래! 강 후배가 요즘 취직이 어렵다고 그냥 챙겨 준 거야! 뭐 어렵다고 감사하다는 인사 한마디를 안 하고 와?”

“저, 저희는 아버지께서 회사 규모에 상응하는 이권을 내주신 줄로 알고….”

“강 부회장이 나한테 이권을 요구할 사람으로 보이더냐? 이미 국내 재계 서열 1위를 굳건하게 수성하는 재벌가에서 뭐가 아쉬워서 나한테 부탁하겠어? 이미 다음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인물인데, 야당 총재가 무슨 도움을 주겠냔 말이야? 이 멍청한 놈들….”

“그럼 그냥 회사를 준단 말입니까? 뭐라도 원하는 것이 있으니 줬겠지요.”

“그러니까! 아직 난 아무것도 약속해 주지 않았고, 녀석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고! 나에 대한 순전한 호의로 너희에게 수백억짜리 회사를 넘겨줬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인사 정도는 하고 왔어야지! 내가 앞으로 강 부회장 얼굴을 어떻게 봐?”

두 아들은 강수안 부회장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는 말에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그럼. 우리 형제가 아버지 이름으로 회사를 빼앗았다는….’

자신들이 회사를 빼앗은 걸로 끝이 아니라 결국 아버지 명예를 땅에 떨어트린 것이다.

“…저희가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그래! 먹칠을 아주 잔뜩 했지! 강 부회장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주 걱정이 태산이다. 이놈들아!”

“죄송합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나가! 강 부회장에겐 나중에 만나서 꼭 인사하고! 알았어?”

“예. 아버지.”

“예.”

두 아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얼른 전화를 걸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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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이거 내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현창의 목소리엔 민망한 기색이 가득했다. 처음 웃음을 터트린 이유도 민망한 감정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제가 예전부터 말씀드렸지만, 보답 같은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그런 보답을 바라고 있었으면 제가 선배님을 뭐 하러 잘해 주겠어요? 김대준 키즈나 팍팍 밀어주면 될 일이죠. 선배님은 마음 쓰지 마시고 그냥 받아 주십시오. 제 진실한 마음에 행여 오점 생기지 않도록 보답은 꿈도 꾸지 마시고요.”

-강 후배는 말도 어쩜 그리 잘해? 내가 할 말이 없잖나.

“제가 말 잘하는 거야 하루 이틀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그래. 내가 자네 마음 상하지 않게 지금은 가만있을게. 하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때는 받아 줘야 할 거야. 그때는 자네가 날 생각해 줘야 하네. 알았나?

“그런 얘긴 됐습니다. 전 못 들었으니 그런 줄 아세요.”

-이 사람아.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하하. 김대준 당선인과 협상은 잘되십니까?”

-…아직 가타부타 말이 없어. 인수위원회에서 이미 누군가를 국정원장 자리에 골라놨는지도 모르지.

국정원장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김대준 당선인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가려면 그 어느 때보다 국정원장의 협조가 필요했으니 자신의 수족으로 이를 채우고 싶었을 것이다.

“모레가 취임식이니 그때 뵙겠습니다. 제가 대통령과 따로 얘기하면서 의중을 들어 보죠.”

-이런 일까지 자네에게 맡기면 면목이 없는데 말이야.

“앞으로 선배님과 제가 10년간 준비할 미래의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대범하게 생각하시고 일을 맡겨 주십시오.”

이현창이 헛짓거리만 하지 않으면 헌법 개정, 차차기 대선의 결과와 그 이후 재선까지 확실하다.

-나도 더 노력해 보겠네.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어. 아들들 일은 정말 고맙네. 덕분에 오랜만에 아들들에게 고맙다 소릴 들었어.

수안 앞에선 착각으로 감사를 표하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서 한껏 보고 온 일들을 설명한 형제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강권으로 군대를 다녀온 앙금이 이번 일로 녹아 사라졌다. 감사하다는 말이 나올 만했다.

‘차라리 그편이 내게 더 좋지. 하지만 아직 멀었어.’

“전화가 잘 안 들립니다. 선배님. 전화 끊을 때가 됐나 봅니다. 모레 뵙겠습니다.”

수안은 감사하다는 말은 못 들은 척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직 감사 인사받을 때가 아니거든요. 인사는 나중에 몰아서 받겠습니다. 선배님.”

국내엔 손대야 할 곳이 많다. 미래의 대통령에게 부탁할 일이 참 많았다.

자동차 부품 공장 건은 미래에 할 부탁을 위한 사전 작업의 일부일 뿐이다.

‘아주 특별한 쥐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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