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퀸을 위하여 (101/304)

퀸을 위하여

“이현창 의원과 만나고 있었어?”

“예.”

청와대에서 보고 싶지도 않았던 대통령을 또 보고 훈장까지 받아 돌아온 수안은 아버지 호출에 집무실로 불려 들어온 참이다.

“뭐 하러?”

“대학교 선배님이시고 이번에 국회로 들어가셨으니 친분 유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벌써 국회의원과 끈을 만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은 기업인에 더 가까워져 있었다.

“그 외엔?”

“아직 이현창 의원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만들어가야죠.”

“조만간 자리 마련할 테니 의원들을 만나 봐. 어차피 우리와 친분은 의원들이 더 원하고 있으니 너무 고개 숙일 필요 없어.”

“한신당입니까, 민국당입니까.”

“너 한신당 이 의원과 친하지 않아?”

“이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녀석.”

더 알려 줄 것도 없어 보이는 아들이지만, 노파심에 계속 충고하게 된다.

“한신당이나 민국당이나 남들 보는 곳에서나 으르렁댈 뿐이야. 돌아서면 다 동료랍시고 웃으면서 악수하는 놈들이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야 해.”

“물론이죠. 하지만 지금은 민국당을 보고 싶습니다. 다음 대선은 한신당에서 못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 의원은 제가 민국당에 지원한다고 해서 돌아설 사람도 아닙니다.”

이미 한참 전에 금융 위기를 예견하고 다음 대선 성공은 김대준에게 걸어야 함을 말한 수안이다.

국회의원과 친분으로 시작된 대화의 흐름은 다음 대선으로 향했다.

“아직도 금융 위기 타령이야?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잠룡 중에 가장 먼저 OECD 가입국이 된다는데….”

강운모 회장은 곧 정부가 OECD 가입을 정식 결정하고 다음 달에 OECD 비준안이 국회로 향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정부의 생각대로라면 12월엔 OECD 가입서가 프랑스 외무부로 기탁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가입국이 되는 것이다.

“OECD 가입국은 위기 안 옵니까? 나라에서 경상 수지 적자난 지가 몇 년째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이 적자를 전부 단기 외채로 메꿔 놓고 OECD 가입하면 잘도 굴러가겠습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가입이 아니지 않습니까.”

몇 달 뒤에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 OECD 가입국이 된다. 29번째 OECD 회원국이 되는 대한민국이다. 김일삼은 개발도상국에 우리나라 경제 발전 모델을 전파해 공동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담화문을 발표하지만 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국내에선 OECD 가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OECD에 가입된 경제 선진국으로 가려면 무역수지 흑자 정도는 기록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개방의 부작용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자본 시장을 개방하여 체질을 개선한 다음에 OECD에 가입해야 한다는 단계론이 우세했지만, 미 행정부와 외부 시선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제2의 일본이라 여기고 있었다.

결국 93년에 계획한 대로 96년 12월 OECD 가입에 성공했지만, 내부로부터의 계획은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김일삼 정부는 치적을 내세우기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해 1995년 임기 내 1인당 국민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게 만들어 냈다. 1만 달러를 만들기 위해 환율을 800원대까지 내린 것이다. 이런 정부에서 OECD에 가입했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게다가 자신들이 원했던 OECD 가입도 아니었고 외부에서 먹음직스러운 한국의 성장을 보고 달려들기 위해 만든 가입이다. 이럴 때일 수록 긴장해야 하는 경제인들이다.

“경상 수지 적자를 외채로 돌려막고 달러를 반출, 원화 가치를 올렸습니다. 결국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열었다 자평하겠지요. 이런 경제정책이 정상으로 보이십니까? 경제에 까막눈인 놈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어요!”

“…….”

강운모 회장은 아들이 어느 때보다 바짝 날이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까지 마음 놓고 계시면 정말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는 안정적인 경영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안정적인 경영 방식은 이럴 때 빛을 발합니다.”

“…네가 생각하는 위기까지 얼마나 남았느냐.”

“지금이 96년 10월 초. 위기를 알아볼 거대한 징조는 97년 1월부터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앞으로 단 3개월. 그 징조를 보시면 이후로 저에게 묻지 않으실 겁니다. 아버지 눈에도 선명하게 다 보일 테니까요.”

한보 그룹을 시작으로 하나씩 뒤로 넘어가는 기업들을 보면 믿고 싶지 않아도 믿게 될 것이다.

“…앞으로 강운 그룹은 금융 위기 대비를 시작하지.”

한 번 내뱉은 말을 쉽게 주워 담지 않으시는 아버지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야 믿어 주시다니….’

그래도 늦지 않았다. 실제 IMF 지배하에 놓이는 97년 12월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또한 아버지 모르게 계열사 사장들이 위기를 대비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 * *

배영성은 최근 완공한 더블 스타 아이스 링크에 관해 보고했다.

“적절한 시기에 완공되었습니다.”

위치는 서울 대공원 근처였다.

“열과 성의를 다했겠지?”

“물론입니다.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상태입니다.”

“그럼 퀸을 모셔와. 난 따로 아이스 링크로 가지.”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

최근 배영성은 김연하를 지원하기 위해 접근했었다. 더블 스타의 획기적인 스포츠 스타 지원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보고받지 못한 수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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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성은 과천 빙상장에 몇 번이고 방문했다가 겨우 퀸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천금 같은 기회라 여기고 장황하게 지원할 부분에 관해서 설명했다.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가세요.”

“네?”

하지만, 퀸의 부모는 배영성에게 그냥 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경찰 부르기 전에 가시라고요!”

“경찰을 왜….”

“당신이 생각해 보면 알 것 아닙니까? 우리 애가 몇 살인데요!”

“그야….”

7살 여자애에게 수억 원의 스포츠 지원을 약속한 배영성이다.

이제 막 피겨에 발을 담근 자신의 아이에게 수억 원을 준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배영성의 제안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저, 저는 연하의 큰 가능성을 보고….”

“우리도 아이에게 전문적으로 피겨를 시킬지 결정을 못 하겠는데 가능성? 당신 진짜 쓴맛을 봐야 정신 차릴 거야? 우리 애 데려다가 뭘 하려고 이런 일을 꾸며? 코치님. 당장 경찰 불러요!”

배영성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아직 연하의 확실한 진로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미래를 얘기한다는 것은 사기꾼이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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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들은 수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죄송합니다. 제가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거기 자주 오시나?”

“예….”

“일어나.”

“직접 가시려고요?”

요즘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수안이다. 극성스러운 팬들의 시달림 때문이었는데, 오늘은 이를 감수하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나 보고도 안 믿으면 그땐 진짜 방법이 없어. 나중에 후원이나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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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히 무장한 수안이 과천 빙상장에 나타났다.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언제 오시는 거야?”

“곧 오실… 저기 들어옵니다.”

배영성이 그들을 알아본 것처럼 그들도 배영성을 알아봤다.

“저, 저! 저 사람이에요!”

그들 뒤에 경찰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배영성이 처음 거절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과천 빙상장에 찾아왔었기에 이번엔 처음부터 경찰을 불러 같이 왔다. 경찰은 배영성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주민 등록증 제시하십시오.”

“아….”

배영성이 수안을 돌아봤고, 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경찰들은 수안의 검문까지 요청했다.

“거기도 주민 등록증 봅시다. 그리고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 다 벗어요. 주민 등록상 얼굴과 대조해야 하니…….”

수안은 경찰의 요청이 끝나기도 전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어 잠시 얼굴을 보여 주고 다시 착용했다. 잠시였지만 얼굴을 알아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억!”

“조용히… 조용히 합시다.”

“호, 혹시…. 가, 강수….”

“예. 제가 강수안 맞습니다. 여기는 배영성 이사로 저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아~”

“저는 대통령 각하께 유망한 스포츠인을 지원해 키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은 그 약속을 지키는 중입니다. 여기까지 와주셨으니 경찰관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시면 좋겠는데요.”

“저희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우선 저기 두 분을 모셔와 주시죠. 얘기하는 동안 함께 있어 주시면 두 분이 안심하실 것 같습니다.”

경찰관 두 명이 보는 가운데 배영성과 연하의 부모님이 자리했다.

수안은 단단히 얼굴을 방어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여기 경찰관께서 제가 사기꾼이 아님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전 두 분께 진실만을 말씀드렸습니다.”

“…정말인가요?”

출동한 경찰관 하나를 향해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믿으셔도 됩니다. 여기 이 사람을 믿지 못하시면 대한민국에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방금까지 사기꾼을 체포하겠다고 장담하던 경찰관이었다.

“당신이 뭐라고 여기 경찰관이 이렇게 말하죠?”

“지난번에 명함도 못 드렸습니다. 우선 받으시죠.”

배영성은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네줬다.

“더블 스타? 여기가 뭐 하는 회사예요? 연예 기획사인가요?”

“회사 산하에 연예 기획사가 있긴 합니다. 요즘 인기 있는 HOT도 저희 기획사 소속 가수입니다.”

“아! 알아요.”

“하지만 저흰 연예 기획사 중심의 회사가 아닙니다. 삐삐를 만드는 팬탁과….”

“아! 팬탁도 알아요. 저도 그 삐삐를 쓰는데.”

“컴퓨터를 제조 공급하는 SJ 컴퓨터와 한컴….”

“어? 그것도 집에 있는데….”

“그 모든 회사가 저희 더블 스타에 소속된 계열 회사입니다.”

“아주 큰 회사네요.”

“네. 작은 회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스포츠 스타를 발굴해 어려서부터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귀댁의 아이인 김연하가 선택된 겁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진행하는 스폰서라면 아이가 커서 나중에 문제가 있든가 하지 않나요?”

“없습니다. 그냥 받으시면 됩니다. 나중에 일이 어떻게 되건 우리가 지원하는 돈을 갚으라고 할 일은 없습니다. 계약서에도 명시될 테니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왜요?”

조용히 듣고 있던 아버지의 반문이다.

“왜 이렇게 조건 없이 스포츠 꿈나무를 지원하죠?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믿기 힘든 것도 당연하다. 그 어떤 기업이 이렇게 조건 없이 비인기 스포츠를 지원할 수 있겠는가.

“더블 스타가 누구의 회사인지 모르시는군요?”

“더블 스타가 누구 회사인데요?”

“올림픽 3연패의 주인공. 강수안 님이 오너로 계시는 회사입니다. 더블 스타의 강수안. 처음 들으셨습니까?”

“……!!”

“기, 기억납니다.”

강운 그룹의 아들, 3연속 올림픽을 제패한 국민 영웅. 모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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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성이 대화를 이어 가던 그때, 수안은 빙상장 가까이 가서 어린 여왕이 얼음 위를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몸이 가벼워. 그리고 귀엽네.”

어린 여왕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다.

그런 수안에게 배영성이 다가왔다.

“부사장님?”

“응? 얘기 끝났어?”

수안이 고개를 돌리자 미안한 표정의 배영성이 보였다.

“죄송하지만 같이 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관들이 부사장님 얘길 해 버리는 통에….”

“어쩔 수 없지.”

빙상장에 사람이 많지 않아 관중석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이 없었다.

수안은 여왕의 부모에게 다가가 모자를 벗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도 벗었다.

“처음 뵙습니다. 강수안입니다.”

수안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 어머. 어머! 어머머!!”

“진짜 강 선수가….”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가 처음 스포츠 선수를 지원하러 나왔습니다. 일이 익숙하지 못해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하! 진짜 강수안 선수가 우리 아이를 보러… 아니 지원하러 왔단 말이에요?”

“예. 우린 연하를 지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물론 다른 피겨 꿈나무도 함께 지원할 겁니다. 대우는 다르겠지요. 오직 연하만 최고 등급으로 지원받을 겁니다.”

“아….”

“그리고 이곳은 빙질이 고르지 못하더군요. 이런 곳에서 연습하면 부상 위험이 있습니다. 빨리 다른 빙상장으로 옮기시죠.”

“사정이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다른 곳도 비슷합니다. 거리가 너무 멀면 힘들고요.”

“…더블 스타 아이스 링크가 완공되었습니다. 피겨 선수만을 위해 회사에서 만든 아이스 링크입니다.”

“피겨 지원을 위해 아이스 링크까지 만드셨다고요?”

“거리도 여기 과천 빙상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서울 대공원 근처니까요.”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배영성이 얼른 일어나 수안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부사장님. 나머지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이제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두 분은 나중에 또 보시죠.”

얼른 얼굴을 감춘 수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멍한 표정의 둘에게 고개를 숙이고 모자를 마저 착용한 다음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우리 연하가 재능이 있나?”

“…코치님도 재능이 있다고 했잖아.”

하지만 금메달을 8개나 딴 국가대표 선수가 눈여겨볼 정도인지는 몰랐다.

“얼마 준다고 했는지 기억해?”

“몰라. 일전엔 사기라고 생각해서 귀담아듣지도 않았어.”

곁에 있었지만, 남편처럼 자신도 기억나지 않았다.

“명함 잘 가지고 있지?”

“어, 어. 가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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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은 얼른 차에 탑승해 배영성에게 다음에 만나서 해야 할 일을 지시했다.

“내일은 회사 지원 프로그램 안내해 드리고 아이스 링크로 안내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이스 링크 준비는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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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배영성은 이전과 다른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 음료라도 드세요.”

캔 커피 하나였지만,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감사합니다.”

“코치님도 오시라고 했는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다른 예비 피겨 선수도 있어야 하니까요.”

김연하를 필두로 같은 클래스에서 교육을 받던 피겨 꿈나무들은 새로운 아이스 링크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들은 새로운 아이스 링크에 눈을 반짝였다.

“우아. 빙판이 거울 같아.”

빙질부터 차원이 달랐다. 미국에서 아이스 링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을 적용한 새로운 아이스 링크였다. 점프와 회전을 연습하는 데 있어서 부상을 방지할 훈련 장치도 도입되어 있었다.

“앞으로 편히 쓰십시오. 다른 용도로 사용할 일은 없습니다. 피겨만을 위한 아이스 링크입니다.”

아이스 링크의 명칭은 퀸즈. 오직 연하를 위한 아이스 링크였다. 다른 곳에 대관하거나 아이스하키 등 다른 경기로 사용될 일은 없었다. 쇼트 트랙에게도 밀릴 일은 없었다.

“…….”

“…….”

입을 벌리고 있는 둘에게 배영성이 말했다.

“두 분은 잠시 저랑 남은 얘길 하셔야죠? 아직 지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셨습니다.”

-매년 선수 가정에 드리는 고정 지원금 5천과 선수에게 매월 급여 200만 원 지급.

-피겨용 훈련 장비 일체 구입 비용과 훈련과 대회 참관으로 인한 해외 체류비용 및 왕복 항공 비용 일체….

“그리고 계약금으로 드리는 5억.”

“…….”

“…….”

“부족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여기서 더요?”

“이번 지원금은 연하가 선수 생활 전까지 드리는 소정의 지원금입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시면 지원금이 달라져야겠죠.”

직장을 오가며 가정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나을 터였다.

“세계적인 선수로 자라려면 새로운 코치를 영입해야 하고, 그 외에 필요한 부분도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훈련장까지 오갈 차량과 운전자가 필요할 수도 있고, 경호 인원도 필요하겠죠.”

“하.”

“제가 믿기 힘드시면 어제 만나신 강수안 부사장님을 믿으세요. 우린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따님이 편안하게 피겨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됩니다. 아! 만약 가정에서 직접 연하를 케어한다면 그 비용도 추가로 지급하겠습니다. 1인 300만 원. 월급입니다. 고정 지원금 5천과는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죠.”

부부가 눈을 마주쳤다. 둘 중 하나는 일을 그만두고 연하만 보살필 수 있는 돈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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