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권- 보이지 않는 곳에서 (90/304)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심

작명

태동

사업 계획

탄생

정원

의인상

둘 중 하나

강릉

원투 펀치

퀸을 위하여

사장단 회의

호출

드러나는 실체

동등한 대우

양보 아닌 양보

교통정리 (2)

마지막 기회

제자리에 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진을 보내고 다음 날 수현을 불렀다.

강운 패션에서 시작하는 수진에게 조언을 끝냈으니 이젠 수현 차례였다.

수현은 내년 코스모스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회사에 집중하려고 미리부터 준비한 모양이다.

“오빠. 생각보다 회사 규모가 크네?”

수현도 수진과 마찬가지로 더블 스타 사옥을 처음 봤다.

“김 사장이 향후 성장까지 생각해서 좀 크게 잡았다.”

손이 큰 김현성이다. 빌린 사옥의 외견만 보면 대기업이 사용해도 될 법한 규모였다.

“김현성 사장님 대단하시던데? 나 분기 수익을 보고 깜짝 놀랐잖아. 오빠.”

10억으로 시작한 주식 계좌 잔고가 벌써 19억을 돌파하고 있었다.

30%의 운용 수수료를 착실히 제외했음에도 이 정도였다.

“그 돈은 잊고 살아. 네가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냐.”

“나 이제 쇼핑 끊었어. 그 돈 빼서 쓸 생각도 없고.”

“훗. 나도 들었다. 그래도 신상 나오면 손이 근질근질하지?”

“입 가벼운 수진 언니가 말해 줬구나? 그래도 놀리진 말아 줄래?”

수안의 용돈을 반길 수현이다. 수안은 작은 즐거움을 남겨두고 수현에게 집중했다.

“앉아 봐. 요즘 뉴월드 호텔 일은 어때?”

“확실히 달라. 고려 호텔은 약간 올드하면서 고리타분한 느낌이 있는데, 뉴월드는 신선한 분위기야.”

녀석은 일을 좋아했다. 만약 수안이 강운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아버지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자식이 되었을 것이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몇 가지만 조언하려고 불렀다.”

“오~ 나만 해 주는 거야?”

“수진이는 어제 벌써 듣고 갔지.”

“쳇. 나만 예뻐하란 말이야.”

“하하.”

똑똑한 녀석이다. 어려서부터 사랑받는 방법을 깨닫고 주변에 여우짓을 하지만, 밉지 않다.

“나 아직 실장급이고 뉴월드로 옮기고 얼마 안 돼서 오빠가 뭘 알려 줘도 써먹기 힘들어.”

“수진이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지금이니까 내가 조언이라도 해 줄 수 있어. 나중에 너희가 경영자 입장이 됐을 때는 듣기 좋겠어? 그땐 나도 말하기 힘들지.”

“하긴….”

‘그때도 오빠가 이렇게 조언한다면 참견이라고 느껴질 수 있겠어.’

“들어 볼래?”

“무슨 말을 하려고 불렀는지 궁금하던 참이야.”

“골프와 연계한 호텔 영업. 특히 골프 선수를 마케팅에 포함하는 부분이 중요해.”

“골프?”

후일 IMF로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은 TV를 통해 스포츠를 지켜본다.

악전고투 끝에 98년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는 박새리 선수.

특히 연장 18번 홀. 해저드에 빠지기 직전인 공을 치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었을 때 보이는 도자기처럼 하얀 발.

그녀의 발은 새까만 종아리에 비해서 너무도 뽀얗고 투명했다. 극명한 대비 효과였다.

그리고 시청자는 “왜?”라는 질문에 이어 “아!” 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얼마나 땡볕에서 오래 훈련했으면 다른 모든 피부가 구릿빛으로 그을리는 동안 그녀의 발은 골프화 속에서 하얗게 유지된 것이다.

박새리는 그 샷을 페어웨이에 올리고 동률을 이룬 다음, 다시 서든데스 연장 경기를 통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메이저 대회 2연승을 달성한 순간이다.

올해 박새리 선수가 프로로 전향했다.

고3이던 작년에도 시즌 4승을 거둔 대단한 여자 프로골퍼였다.

이 여성 골퍼가 우리나라 골프 대중화의 신호탄이다.

박새리 선수 덕분에 골프가 돈 많은 사람들만 즐긴다는 인식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전환되었다. 훗날 수안이 만났던 최경준 선수도 크게 유명해지지만, 첫 번째는 바로 박새리 선수다.

“뉴월드와 고려가 소유한 전국 골프장과 호텔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골프 마케팅이 1번. 여기에서 확장해 전국 골프장 예약 시스템을 선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리면?”

“…모든 골프장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거나 마찬가지….”

사업 머리가 있는 수현은 수안의 말을 단번에 파악했다.

수안은 설명을 이어 갔다.

“여기에 숙박이 필요하면 어떻게 될까?”

“1순위는 뉴월드 호텔과 고려 호텔이 되겠지. 우리 시스템이 가장 먼저 추천할 테니까.”

“골프장만으론 한참 부족해. 그래서 아까 골프 선수 마케팅을 얘기한 거야. 미리 확보한 프로 선수들과 연계하면 고객에게 레슨과 라운딩을 주선할 수 있겠지. 선수들은 돈 벌 구석이 생기는 일이고, 우린 광고 효과가 커지는 일이야. 서로 이익인 셈이지. 물론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에서 수수료도 챙길 테니 수익은 더 커지겠지? 국내에서 골프장, 호텔 예약 시스템을 완성했다면….”

수안은 해외 호텔과 연계해 글로벌 호텔 닷컴으로의 성장과 호텔 예약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얘기하려다 말았다. 이 부분은 지금보다 더 오랜 시일이 필요했다. 스마트폰 개발이 선행되어야 했다.

“…우선은 여기까지만.”

쭉쭉 늘어가는 수안의 제안에 수현은 얼른 수첩을 열었다.

“자, 잠깐. 천천히 다시 말해 봐. 좀 적고.”

툭.

수현 앞에도 수진과 같은 서류 뭉치가 놓였다.

“뭐 하러 그걸 적고 있어? 다 서류로 만들어 놨다.”

“오~ 역시 울 오빠.”

수안은 눈을 반짝이며 서류를 뒤적거리는 수현에게 말했다.

“당장 시작할 순 없어. 아직 우리나라 전산망이 받쳐 주지 못하니까. 그래도 준비하고 있으면 가장 빨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 당장 할 순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너에겐 좋지 않을까? 네가 경영자급 인물이 되기 직전에 큰 실적이 될 테니까.”

지금은 시작해도 손해만 볼 가능성이 크다. IMF를 지나야 했고, 다음 정부의 IT 육성 정책도 필요했다. 물론 사전에 회사가 대비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사업을 선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음….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네.”

“전국에서 실시간으로 예약 현황을 통제하려면 빠른 통신망이 필수야. 그래야 전국을 한 곳에서 통제할 수 있잖아.”

“오빠는 몇 년을 예상해?”

“앞으로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야.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하고. 영입할 골프 선수들은 내가 우선 체크해 놨어.”

“좋았어. 뉴월드 호텔의 미래는 내가 맡을게.”

“큭. 그래. 너 다 가져라.”

수안은 탁자 밑에 숨겨 둔 쇼핑백을 올려놨다.

퉁.

“용돈 써. 괜히 아낀다고 친구들 쇼핑할 때 손가락 빨고 있지 말고.”

일반인에겐 엄청난 금액이다.

상위 대기업 평균 연봉이 2천만 원에 미치지 못하던 시대였다.

지금의 1억은 20년 뒤의 1억과 몇 배나 되는 차이가 있지만, 재벌가 자식인 둘에겐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적당한 금액으로 생각되는 1억이었다.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하하하.”

* * *

수진을 만났으니 이번엔 수용 차례다.

수용이 도착할 때 마침 로비에 내려왔던 수안이 수용을 안내했다.

“우아. 형 회사 진짜 크네.”

“누가 형제 아니라고 할까 봐 셋이 하는 소리가 다 똑같아?”

“누나들이 먼저 다녀갔어?”

“네가 막내잖아. 당연히 꼴찌지.”

“힛. 꼴찌면 어때? 오늘은 형님이 무슨 좋은 얘길 해 줄까 기대 중이야.”

“가서 얘기하자.”

수안은 아직도 막내티가 나는 수용 어깨에 팔을 걸치고 위로 올라갔다.

수안의 집무실에 도착한 수용은 큰 창으로 도시를 내려다봤다.

“전망 죽이는데?”

‘눈에 보이는 전망이 아니라 네 미래를 계획해야 하지 않겠니?’

“자리에 앉아.”

수안은 수용을 소파에 앉히고 먼저 물었다.

“내년에 회사는 어쩔 생각이야?”

“헤헤.”

실없이 웃는 걸 보니 내년에도 회사에 들어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괜찮아. 시간은 많으니까.”

상관없다. 녀석이 졸업하고 들어와도 그사이에 충분히 굴릴 수 있었다.

“역시 형은 날 이해해 줄지 알았어.”

이 얘길 들어도 좋아할지는 알 수 없다.

“대신 너 공부 좀 하자.”

“공부? 나 대학생이야. 아직 공부하는 학생인데 또 공부야?”

“그 공부 말고. 앞으로 네가 원하는 회사에 대한 사전 학습.”

“내가 원하는 회사? 아직 난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수안이 서류를 늘어놨다.

“그래서 내가 몇 개 골라 봤어. 이 중에서 찾아봐.”

강운 그룹 계열사 중에 수용이 맡을 수 있는 회사를 수안이 미리 찾아뒀다.

“아휴…. 형. 나 벌써 골치 아픈데?”

“야! 그런 놈이 누나들과 합세해서 날….”

“……!”

흠칫 놀란 수용은 입을 열지 못했다.

“…….”

수안이 눈앞에 안 보일 때는 자신만만했지만, 이렇게 눈앞에 두고는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형이 알고 있을 거라 짐작도 하지 못했다.

수용은 오랜만에 형 앞에서 떨고 있었다.

“이 얘긴 실수.”

모른 척해야 했는데, 녀석의 나약하고 안일한 모습에 화가 나서 튀어나온 말이다.

“아…. 그….”

“됐어.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잖아.”

“…미안해. 형.”

“됐다니까. 네가 정하기 힘들면 형이 선택지를 줄여 줄까?”

“아무리 봐도 난 잘 모르겠어. 형이 선택해 주면 해 볼게.”

“이 둘 중에서 선택해.”

수안이 빼낸 종이에는 강운 디스플레이와 강운 에너지 로고가 박혀 있었다.

지금 강운 디스플레이는 계열사 중 중간 정도 위치에 있었고, 강운 에너지는 중하위권이었다.

지금은 특별하지 않아도 훗날 강운 그룹 최상위권도 노려볼 수 있는 계열사다.

“하아. 내가 뭘 알아야….”

“수용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목표를 잡고 공부해야지. 이제부터 디스플레이와 에너지 산업을 공부하고 미래에 금광이나 다름없는 배터리를 주제로 공부하고 있어. 이 중에서 네가 다시 선택하는 걸로 하자. 지금이야 네 머리가 쌩쌩 잘 돌아가지만, 나중엔 쉽지 않아.”

“형이 시키는 일이면 해야지. 알았어. 형.”

수안은 수용의 수동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나중에 회사 경영은 혼자 해야 하는데, 그땐 어쩌려고 그래?”

“내가 어설프면 형이 좀 키워 줘야지. 앞으로도 부탁해 형. 흐흐.”

“내년이면 조카 태어난다. 내가 자식 키우면서 동생도 키우랴?”

“큭. 삼촌이 조카 보기 부끄러운 소릴 했네.”

“자료 줄 테니까 미리 공부해. 나중에 시험 본다.”

“시험까지?”

“기한 1년. 그사이에 자료는 계속 업데이트될 거야.”

“힉!”

“넌 채찍을 들어야 잘할 놈이야.”

수안은 쇼핑백을 꺼내며 덧붙였다.

퉁.

“물론 당근이 없진 않아. 네 용돈이다. 아파트 사느라 용돈도 별로 안 남았지? 이번에 하나 더 샀다며?”

“사랑하는 형님! 마침 현금이 필요하던 참이었지. 흐흐흐.”

“어쩜 이렇게 너희 셋 반응이 똑같아?”

“흐헤헤.”

* * *

수안은 수용을 돌려보내고 김현성 사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부사장님.”

“잠깐 앉아 봐요.”

“예.”

“차는 뭐로 드릴까요.”

“난 됐고. 김 사장님은?”

“저도 방금 마시고 왔습니다.”

수안은 비서가 나가고 지금까지 동생들에게 말했던 내용을 김 사장과 공유했다.

수진에게 일러 준 패션 사업과 뷰티 사업, 수현에게 제안한 호텔과 골프장 연계 및 전국 호텔 예약 시스템과 그 이후의 사업 계획 전반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수용의 경우 앞으로 보내 줘야 할 자료들에 대해서 알렸다.

‘또 동생 병이 도지셨네요. 부사장님.’

“…이상이야. 김 사장은 수용이 한 달에 한 번씩 최신 자료를 받아 볼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어.”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두 여동생에게 주신 자료도 맡아 두겠습니다.”

“아. 그래 주면 고맙고.”

.

.

.

김현성 사장은 자리로 돌아가 수안이 두 여동생에게 준 자료를 자세히 살펴봤다.

“하…. 이대로 진행되면 진짜 강운이 쪼개지겠어.”

바로 수화기를 드는 김현성이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박 사장님. 저는 강수안 도련님을 모시는 더블 스타 김현성입니다.”

-아. 김 사장님. 배 이사 통해서 말씀은 몇 번 들었지요.

김현성 사장의 통화 상대는 강운 패션 박민후 사장이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괜찮으신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일정에 맞추겠습니다.”

-도련님이 연락 창구를 김 사장님으로 바꾸셨나요?

언제나 수안의 연락 창구는 배영성이었다. 김현성으로 바꿨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강운 패션에 중요한 일입니다.”

-음. 통화로는 힘든 일인가 보군요.

“예. 박 사장님께는 상당히 나쁜 소식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문제라니…. 우선 만납시다.

그 뒤로 김현성은 뉴월드 호텔 정진환 사장에게도 연락했고, 둘을 같은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 * *

“안녕하십니까. 정진환 사장님. 박민후 사장님.”

“김 사장님 우리 편히 합시다. 따지고 보면 김 사장님이야말로 도련님의 최측근 아닙니까.”

“박 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우리끼리 너무 격식 따지지 맙시다.”

“두 분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김현성은 예의 차릴 것 없다는 생각에 자리에 앉자마자 서류 뭉치를 꺼내서 정진환 사장과 박민후 사장에게 각각 밀어줬다.

“이게 뭡니까?”

“도련님께서 만드신 사업 계획입니다. 뉴월드 호텔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강운 패션이 업계를 선도할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

“……!!”

둘은 눈앞의 서류를 얼른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김현성 사장은 둘이 자료를 읽는 동안 잠시 기다리며 할 말을 정리했다.

둘은 한참이나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 탄성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허. 자료만 봐도 도련님이 보는 향후 사업 방향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요. 이번엔 정말 상세합니다. 외부로 나가면 바로 적용할 수도 있겠네요. 기밀이 요구되는 사업입니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온다던 위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사업입니다. 잘하면 우리가 패션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요. 이대로 진행하면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어요. 지금부터 시작하면 아주 좋겠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야 할 시간이다.

“그 자료는 도련님이 사장님들께 드리는 자료가 아닙니다.”

김현성의 말에 두 사장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발했다.

“여기 떡하니 강운 패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월드 호텔과 고려 호텔을 함께 키우는 사업 계획이 어떻게 우리 자료가 아니란 말입니까?”

김현성은 자료의 진짜 주인을 알려 줬다.

“그 자료는 도련님이 수진 아가씨와 수현 아가씨께 드린 자료입니다. 수진 아가씨는 곧 패션에 입사할 예정이고, 수현 아가씨는 얼마 전 뉴월드 호텔로 자리를 옮기셨죠.”

“아. 도련님이 동생들을 챙기시려고…. 도련님은 어려서부터 동생들을 무척 아끼셨죠.”

강운 패션 박민후 사장은 좋게만 생각하고 있었고, 뉴월드 호텔 정진환 사장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다.

“허! 나 참. 이게 대체…. 하….”

“정 사장님은 벌써 눈치채신 모양이군요.”

“응? 정 사장. 김 사장님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진환 사장은 박 사장의 말에 답하지 않고 김현성을 향해 물었다.

“제가 생각하는 상황이 맞나봅니다? 김 사장님.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두 분께는 최악의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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