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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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이 임신했지만 수안의 일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했고, 하루 한 번씩 육상 훈련장에 들러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단조로운 일상이다.

변화가 있다면 수안이 출전할 종목이 하나 늘었다는 것에 있다.

본래 수안이 출전하기로 했던 종목 남자 100m, 남자 200m와 400m 계주였고, 여기서 남자 400m를 추가했다.

아이가 생겨서 하나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훈련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준비.”

탕.

수안은 스타팅 블록(Startting Blocks)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트랙은 7번에서 뛰고 있었고 연습 때마다 트랙 번호를 바꿔가며 달리고 있다.

어느 번호에 서건 잘 뛰기 위함이다.

타다닥.

확실히 100m와 400m는 달랐다. 조금 더 오래 달리며 관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들기도 하다. 400m는 단거리계에서 마라톤으로 불린다. 신체에 전해지는 압박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단거리를 달리며 무산소 호흡으로 축적된 젖산이 근육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준다. 타고난 몸을 가진 수안조차 고통이 느껴진다.

딸깍.

수안이 결승선을 통과함과 동시에 임경남 감독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43초 30!! 좋아! 세계 신기록에서 0.01초 뒤진다! 이 정도면 확실히 메달권이야.”

100m와 달리 400m가 기록 조절에 더 여유가 있다.

이 정도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흐읍. 끄으. 하아. 하아.”

보통은 100m와 400m를 동시에 출전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어차피 같은 단거리가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단거리로 묶여 있어도 100m와 400m는 엄연히 다른 종목이다. 수안이 아니면 쉽게 도전하기도 힘든 일이고, 훗날 볼트도 감히 400m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100m와 200m 그리고 400m 계주에만 출전한다.

“수안아.”

임 감독이 눈치를 보며 수안에게 말을 걸었다.

“허어. 허억. 왜요?”

“…중거리 한번 안 해 볼래?”

임 감독도 수안과 마찬가지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

“…감독님. 미쳤어요? 아니면 지금까지 날 싫어하면서 숨기고 계셨나?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요?”

“그렇지? 안 되겠지?”

임경남 감독의 욕심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그럼 단거리라고 할 수 있는 100m, 400m 허들은….”

“임 감독님!! 적당히 합시다. 볼트는 한국에서 잘 놀고 집에 갔어요! 임 감독님은 내가 400m 계주 출전하는 것만으로 나한테 절해야 한다고요!”

약속도 못 지킨 사람이라 수안에게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걔를 잡아야 했는데 말이야.”

처음엔 볼트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임경남 감독이지만, 어린 볼트의 성장 가능성을 임경남 감독도 알아봤었다. 프로 선수들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같은 나이 또래에 비한다면 엄청난 수준이었다. 수안의 뒤를 이을 스프린터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미 자기 나라로 떠난 애를 지금 얘기해서 뭐 해요? 계주 훈련해야 하니까 저리 비켜요. 가서 봉준이 형이나 봐주시라고요.”

“에잉.”

아쉬워도 더는 부탁할 수 없었다. 4개 종목 출전만 해도 충분히 무리였다.

* * *

수진이 돌아왔다.

일전에 졸업식이 있었지만, 수안은 바빠서 참석하지 못했고, 수진이 돌아오면 축하해 줘야지 하고 있었다. 졸업은 지난 9월이었는데, 한국 도착은 그보다 한참 늦었다.

“언니 반가워요. 오빠도 안녕!”

“고생 많으셨어요. 수진 아가씨.”

“그런데 좀 늦었다?”

“밀라노에 있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뭐야. 역시 이탈리아에 오래 머물다 오길 잘했다 싶어. 역시 패션의 중심은 다르더라고.”

수진이 이탈리아에만 머문 것은 아닐 터였다.

“그리고 바로 파리로 날아가서 멋진 아가들을 쇼핑하고….”

거기까지 말하던 수진이 오빠 수안의 눈치를 봤다.

“우, 우리 조카는 언제 나와서 얼굴을 보여 주려나? 늦었지만 임신 축하해요. 언니.”

수진은 임신 표시도 잘 나지 않는 아현의 배를 보고 말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저녁에 아버지 오시면 내려와. 올라가 쉬어.”

어머니 말에 수진은 홀랑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수안은 그런 수진의 뒤를 따랐다.

“수안아….”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부르자 수안은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혼내러 가는 거 아닙니다. 내일 잠깐 시간 내 달라고 하려고요.”

“그래. 수진이나 수현이나 마음 편히 쓰고 살아야지. 누가 보면 못사는 집 애들이라고 해.”

가끔 어머니도 아들에게 눈치 보일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용돈을 금방 다 써 버리고 수안에게 혼나는 아이들 곁으로 쇼핑백을 가득 들고 지나간 날이 있었다.

.

.

“너희 돈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도 아프리카에선 굶어 죽는 아이들이 태반이라고!”

“…….”

“하다못해 써야 할 곳에 썼으면 모르겠다. 너희가 산 것들이 지금 너희에게 필요하기나 해? 낭비라고 낭비!”

“…….”

“어떻게 셋이 다 똑같아? 수진이 네가 오히려 말려야 하는데 네가 더 하면 어떡해? 나이를 어디로 먹었어?”

“…….”

아들이 뭐라 하진 않았지만, 괜히 눈치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자신도 나중에 쓰지 않을 모자를 예쁘다고 사 온 참이었다. 그 외 나머지 쇼핑 물품들도 한 번이나 쓸까 말까 했다.

.

.

.

“그럼요. 써야 벌 마음도 생기겠죠.”

“아들이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내가 너무 짠돌이로 살았지.’

이젠 풀어 줄 때가 됐다. 동생들이 바로 서려면 경제적인 부분부터 풀어 줘야 했다.

* * *

똑똑.

수진은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오, 오빠?”

“들어간다.”

“어. 어.”

“짧게 얘기할게. 앉아 봐.”

수진이 침대에 걸터앉고 수안은 책상 앞 의자를 끌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내일 일정 있어?”

“아니. 없어.”

“내일 회사로 와. 할 얘기가 있어.”

“응….”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안은 수진의 표정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혹시나 수안에게 혼나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혼내려고 부르는 거 아냐. 곧 회사로 들어올 거잖아. 그 전에 몇 가지 얘기해 주려고.”

“휴우.”

수안은 안심하는 수진을 보며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 너희 돈 쓰는 거로 참견하지 않을 생각이야.”

“……!”

“너희도 성인이 된 지 오래인데, 내가 너무 참견해 왔구나 싶어. 투자하건 쇼핑으로 써 버리건 너희 할 탓이잖아. 이제 너희 스스로 판단하면서 쓰고 살아.”

“응. 오빠.”

수진은 이제야 얼굴을 펴고 환하게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신 이제 졸업도 했으니 스스로 번 돈으로 써야겠지? 용돈은 끊어도 되지 않겠니?”

“…….”

‘이럴 줄 알았어. 좀생이 같으니라고.’

“월급 받으면 그걸로 얼마든지 쓰고 살면 되겠네.”

‘오빠는 악마가 틀림없어.’

“부족하다고 증권 계좌 손대면 죽는다.”

“으응….”

“부족하다고 어머니에게 손 벌려도 죽는다.”

“…….”

“대답이 없네?”

“아, 알았어.”

엄마는 수진에게 마지막 비빌 구석이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별로 쓸 데도 없어. 월급으로 충분해.”

수안의 기준과 수진의 기준은 많은 괴리가 있었다.

‘오빠나 그렇겠지.’

“나머진 내일 회사 오면 얘기하자.”

“응. 오빠.”

수진은 지금까지 받은 돈과 꿍쳐 둔 자금을 알뜰하게 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이 돈이 사라지고 나면 앞으로 자신의 수입은 강운 패션에서 나올 월급밖에 없을 터였다.

“통장에 얼마나 남았지?”

밀라노와 파리에서 한껏 기분을 냈으니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젠장.”

* * *

수진은 약속된 시간에 맞춰 수안의 회사를 찾았다.

“워. 꽤 크네?”

수진이 더블 스타 사옥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안내에 따라 최상층으로 올라가 오빠를 마주한 수진이다.

“용케 늦잠 안 자고 나왔다?”

“이런 약속도 못 지키면 오빠한테 또 무슨 소릴 들으라고.”

“약속은 경영하는 사람이 꼭 지켜야 해. 그래야 네가 따르는 직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거야.”

수안의 입에서 또 잔소리가 나오기 전에 수진은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알았어. 그보다 오빠 회사 건물 좋더라?”

“얼마 전에 이전한 사옥이야. 앞으로 크게 키울 거라 미리 큰 곳으로 옮겼어.”

김현성 사장의 제안이었다. 계열 회사들이 성장하는 것에 맞춰 사옥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었고, 수안도 이에 동의해 약간은 큰 사옥으로 이전했다. 지금은 소유가 아니라 임대였고, 2년 뒤인 1997년에 이 빌딩을 매입할 생각이다.

“앉아 봐. 오래 걸리진 않지만, 서서 할 얘기는 아니니까.”

“응.”

수진이 앉았지만, 오히려 수안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백보드로 향했다.

“우리 계열사부터 시작해 보자.”

“……?”

수안의 족집게 강의가 시작되었다.

수안은 강운 계열사를 시작으로 강운 그룹이 앞으로 발전할 방향을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수진이 앞으로 일할 강운 패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래전 의류 사업에 진출한 강운 패션은 여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었고, 강운의 이름이 아닌 각 브랜드의 이름으로 백화점 매장에 입점해 있었고 전국의 각 대리점에서 팔리고 있었다.

수진은 이미 아는 부분이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잔소리를 듣게 될까 봐 가만히 듣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 수진이 넌 패션 사업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해?”

“…너, 너무 뜬금없는 질문 아냐? 포괄적인 질문이잖아?”

“그럼 다시 묻지. 패션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어떻게 생각해?”

“패션을 선도하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패션쇼야. 일부 감각 있는 디자이너들이 이것이 올해의 유행이라고 판단하면 각 의류 브랜드는 그에 따라가는 추세니까.”

고객의 니즈.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알아야 했다.

패션에서 고객의 니즈가 시작되는 것은 바로 이 패션쇼에 있었고, 밀라노나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패션쇼에서 제시한 유행을 접하게 된다. 스스로 원하는 옷이 아니라 대세 유행을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수진의 말을 이해하지만, 수안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유행을 선점해서 판매하는 방식은 끝이 보일 거야. 소비자는 자신의 니즈가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아차릴 테니까. 물론 전통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고가의 패션 브랜드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올리며 살아남겠지. 하지만 우리 강운 패션은 유럽 전통의 브랜드와 결이 다르지.”

아직은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느리게 변화하고 있지만, IT 발전과 함께 소비자의 니즈가 폭발하는 시기가 온다. 비싸기만 한 의류 브랜드가 아니라 저렴하면서도 자신과 어울리는 옷을 찾게 된다는 뜻이고, 대세 유행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을 찾게 된다는 의미였다.

“생산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소비를 위한 생산. 앞으로 강운 패션이 나아갈 길이야.”

수안은 강운 패션이 SPA 브랜드로 진출해야 함을 설파하고 있었다.

이제 곧 IMF 환란이 닥치면 소비자의 지갑은 단단히 닫힌다.

하지만 옷을 사 입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그 지갑을 여는 것은 바로 저렴한 SPA 브랜드였다.

결국은 강운 패션도 SPA 브랜드로 진출하겠지만, 시장을 선도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일본계 SPA 브랜드가 시장을 잡아먹기 전에 강운 패션 SPA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 진출한다면 그거야말로 베스트였다.

수안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저렴하지만 패션성과 기능이 좋은 제품을 가장 빠르게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주입하고, 점포 하나하나를 커뮤니케이션 장치로 인식해 기존과 다른 고객 만족을 추구해야 함을 설명했다.

한정된 제품을 출시하고 대형 거점화를 통해 브랜드 과잉 노출을 피하는 상세한 노하우까지 들어 있었다. 여기에 고객 최적의 제품을 출시, 새로운 카테고리, 신선한 제품 라인,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단기간에 새로움을 창조하는 기획, 개발, 생산, 관리 체제까지 이어졌다.

“항상 불황 속에서 경영을 이어 간다 생각해야 해. 그래야 기회를 살릴 수 있고 진짜 이익을 낼 수 있는 거야.”

마지막으로 물류와 점포 운영에 운영비를 최소화할 프로세스까지 진행하자 수진이 손을 들었다.

“이걸 다 어떻게 적어?”

수진은 작은 수첩에 수안이 말하는 내용을 받아 적다가 더는 적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

수안은 집무실 책상에서 서류를 하나 들고 와 수진 앞에 내려놨다. 기억나지 않는 몇 가지는 적을 수 없었지만, 전문가가 달라붙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터였다.

“이걸 참고해.”

수안이 말하던 내용이 모두 들어간 자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수진은 얼른 보고서를 들추며 자세한 사항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아…. 오빠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어?”

“네가 잘돼야 나도 편하지 않겠어?”

“고마워 오빠.”

“나머진 네가 읽어 봐. 패션 사업이 끝이 아니니까.”

그 뒤엔 SPA 의류 산업에 더해 저렴한 화장품을 유통하는 새로운 뷰티 시장을 제안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훗날 K-팝 열풍에 편승할 뷰티 산업이다.

“새로운 시선인데?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커 보여.”

보고서에 푹 빠진 수진을 보고 수안은 쇼핑백 하나를 가져왔다.

퉁.

“용돈 부족하면 우선 이걸로 써. 졸업 축하한다.”

수진이 용돈이 부족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일전의 사건으로 현금이 많은데, 동생에게 못 줄 것도 없다. 남은 돈으로 수안이 필요한 곳에 충분히 쓸 수 있었다. 쇼핑백에는 현금 1억이 딱 맞게 들어갔다. 졸업 축하는 늦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돈이 최고다.

“사랑하는 오빠!”

“앞으로 돈 부족하면 나한테 와. 너도 건실한 경영자 이미지를 가져야 아버지도 생각을 달리하시지.”

아버지 마음이 달라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 했다.

“히히. 알았어. 수현이도 쇼핑 잘 안 한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나도 줄여 볼게.”

수진은 무거운 쇼핑백을 가볍게(?) 들고 로비로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던 차에 탔다.

“아저씨. 집으로 가요.”

“예. 아가씨.”

수진은 빌딩 숲을 지나다 갑자기 예전에 오빠가 한 말이 번뜩 떠올랐다.

“……!!”

오늘 오빠가 준 서류의 내용이나 지금까지 한 말들이 예전에 하던 말과는 전혀 달랐다.

“…패션은 알지도 못한다며? 나한테 다 맡긴다며?”

“네? 아가씨 뭐라고 하셨죠?”

“아니에요. 그냥 가요.”

수진의 눈이 더블 스타가 있던 방향을 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돌려 생각에 잠겼다.

‘오빠가 모를 리가 없잖아….’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고 애쓰는 오빠의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나 잘해 볼게. 오빠.’

“아저씨. 은행부터 들러요.”

“아. 예. 알겠습니다.”

용돈이 생겼으니 국내 백화점을 한 번 돌아보려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돈은 통장에 잘 넣어 두고 오빠가 준 사업 계획을 집에서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다.

<『재벌가에 끼어들었다』 5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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