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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d Eagle(흰머리 수리) (45/304)

Bald Eagle(흰머리 수리)

명절이 지나고 2월이 되었다.

배영성은 외부에 사무실을 새로 구성하느라 분주했고, 이채환 대리와 심미진도 배영성과 함께 사무실을 꾸미고 있었다.

“슬슬 구색이 맞춰지네요. 이사님.”

여의도 빌딩 한 층을 오롯이 사용하는 사무실이다.

인테리어는 가장 먼저 끝났고, 지금은 사무실 집기들이 자리했다. 총무과의 인재들이라 사무실을 구성하는 것은 둘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컴퓨터가 들어오지 않아 일을 시작하긴 무리였다.

“저. 그런데 사무실이 너무 큰 건 아닐까요? 이사님과 대리님 그리고 저밖에 없는데….”

분리된 사무실이 있었고, 나머지 큰 공간엔 덩그러니 책상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빈 공간이 너무 많아 삭막한 느낌이다.

이채환과 심미진의 말에 배영성은 웃으며 말했다.

“당장은 우리 셋이 전부지만, 언제까지 우리 셋이 전부겠어? 또 늘어날 거야.”

“내일 컴퓨터까지 들어오면 업무를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상호부터 등록하고 가자. 상호는 펜타그램. 오망성(五芒星)이야.”

“워어… 더블 스타와 뭘 더해서 다섯 개의 별이 돼요?”

“더블 스타의 별 두 개. 우리가 별 하나….”

“어? 그럼 나머지 둘은요?”

“미국에 BE 인베스트먼트와 일본의 BE 인베스트먼트를 더해서 다섯 개의 별이 완성되지.”

“…미국과 일본이요?”

이채환 대리가 국외에서 활약 중인 투자사의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둘 다 강 실장님이 가진 회사야. 강운 그룹에서도 모르는 회사고.”

“…….”

“…….”

“우린 이 두 회사를 관리하고 보고 자료를 취합해서 실장님께 보고 드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장님께서 지시하는 사항을 해외 지사에 전달하는 역할도 같이 해야 해. 특히 강운 비서실과 외부엔 극비 사항이니… 알아서 입조심해. 입만이 아니라 모든 서류 불출도 마찬가지야.”

“해외 지사 규모가 좀 큰가 보죠?”

이채환 대리는 그 규모가 더블 스타보다는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물었다.

“둘을 더하면 30조 원 규모야. 다섯 개의 별 중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별이야. 우리가 필요한 이유가 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어.”

“히익!!”

“딸꾹….”

1995년 대한민국 예산 규모가 54조 8천억이었다. 한해 국가 예산의 절반이 넘는 규모를 가진 거대 투자사를 수안이 보유하고 있었다.

“왜 숨겨야 하는지 알겠지?”

“…저,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심미진 씨는 왜 대답이 없지?”

“딸꾹… 죄송합니다. 딸꾹. 저도. 딸꾹. 입 꽉 다물게요.”

“이채환 대리는 미국 BE 인베스트먼트와 연락을 맡게 될 거야. 그리고 심미진 씨는 일본 BE 인베스트먼트. 둘이 각각 영어와 일본어가 되니 문제는 없을 거야.”

배영성은 아직 정신없는 둘에게 마저 해야 할 말을 했다.

“이채환 대리는 앞으로 실장이고, 심미진 씨는 팀장으로 불릴 거야. 해외 지사에서 연락받는 사람이 사원급이면 면이 안 서잖아. 외부에 알리는 직함일 뿐이니까 너무 좋아하진 말고.”

“예….”

“예. 이사님.”

“그리고 분리된 개별 룸은 강 실장님과 내가 사용하게 될 거야.”

따로 내부 사무실을 분리해 사장실과 임원실을 만들어 뒀다.

“아… 그럼 사무실 명패는 사장실로 할까요?”

“체어맨. 회장님으로 대우해야지. 지금 당장 BE 인베스트먼트가 우리 더블 스타 산하로 들어오면 재계 순위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 같아?”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규모였다. 잘하면 강운 그룹과 대현그룹 다음으로 3순위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아… 회장님이 맞겠네요.”

“어차피 외부에 알리는 것도 아니니까 강 실장님 방은 회장님으로 하고 난 그냥 이사로 하자.”

“예. 제가 명패 찍어 올게요.”

“그래 사무 시작하기 전에 이런 부분은 심 팀장이 맡아서 해.”

“흐흐. 팀장 소리 너무 듣기 좋아요.”

“다시 말하지만 둘은 오직 강 실장님의 신뢰 하나로 여기 들어왔어. 강운 비서실에 버림받은 둘이잖아. 그러니 앞으론 외부 압박에 절대로 굴하지 말고 오직 강수안 실장님만 믿고 따라와. 저 높은 곳까지 이끌어 줄 테니까. 알았지?”

““예!! 이사님!””

* * *

수안도 펜타그램 사무실의 업무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에 배영성과 함께 조용히 사무실에 방문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안녕하세요. 회장님.”

이채환과 심미진은 보안상의 이유로 마중 나가지 못하고 사무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인사했다.

“…회장님?”

“제가 펜타그램 내부에서는 회장님 직함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너무 노티 나지 않나?”

“이채환이 실장이고 심미진이 팀장인데, 강 실장님이라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펜타그램 한정이면… 오케이. 이 실장, 심 팀장. 앞으로 잘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이제 막 시작하는데, 너무 힘 빼지 마. 갈 길이 멀어. 호흡 조절을 잘해야 오래 달리는 법이야.”

“예. 회장님.”

“사무실 잘 꾸며 놨네.”

“둘이 총무 출신 아닙니까. 관여하지 않아도 둘이 알아서 잘했습니다.”

“하하. 맞네. 둘이 총무과에서 일하던 직원들이라 그런지 아주 깔끔해.”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 실장.”

“예. 회장님.”

“심 팀장은 일본 담당이라 시차가 없어서 괜찮은데, 이 실장은 미국 담당이라 야근할 일이 좀 있을 거야.”

“상관없습니다.”

“물론 늦은 시간에 일하는 만큼 추가 보수는 챙겨 줄 거야. 그렇지 배 이사?”

“예. 야근 수당은 1.5배로 챙겨 주겠습니다.”

“내 사무실이 저쪽인가?”

“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수안은 사무실 깊은 곳에 마련된 자신의 방으로 가다가 배 이사가 일할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저긴. 배 이사 자리?”

“예. 저도 보안이 필요한 통화가 많은지라 단독 사무실을 꾸며봤습니다.”

“그런데 왜 이사실이야?”

“이사니까 이사실이 맞지 않을지….”

“사장실로 달아.”

“아….”

배영성이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곁에 있던 심미진 팀장이 곧장 대답했다.

“예. 회장님. 바로 사장실로 바꿔 달겠습니다.”

이채환 실장도 답했다.

“제가 사장님 방에 어울리는 가구로 배치하겠습니다.”

“이 실장이랑 심 팀장이 배 사장 잘 챙겨 줘. 앞으로 모셔야 할 사장님이잖아.”

“예. 회장님. 맡겨 주세요.”

“예! 부족함 없이 모시겠습니다.”

“대답이 기운차니 좋네. 하하.”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툭툭.

이채환 실장의 말에 수안이 말없이 어깨를 두드리고 배영성과 사무실로 들어갔다.

“펜타그램은 앞으로 우리 그룹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회사입니다. 제가 대표를 맡는 것은….”

펜타그램은 더블 스타 산하의 계열사와 미국, 일본의 투자 회사를 이을 중심점이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미국지사와 일본 지사를 관리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야. 배 이사 외에 누가 할 수 있겠어? 군소리 말고 그대로 가자. 내가 믿는 사람 별로 없는 거 알잖아.”

“…실장님.”

“약속한 대로 사장 달아 줬다. 맞지?”

“하하….”

수안이 배영성에게 사장 자리를 약속하긴 했으나 이렇게 일찍 달아 줄 줄은 몰랐다.

“곧 아이도 태어나잖아. 아빠가 사장이면 얼마나 든든하겠어.”

“수애가 깜짝 놀라겠네요.”

“밖에서 사모님 소리 듣기는 힘들겠다.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할 수도 없잖아. 서류상으로도 사장은 아니고… 말 그대로 이름만 사장이네.”

팬타그램의 서류상 대표는 이채환 실장으로 정해졌다.

“당연하죠. 외부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미국에도 한 번 들르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미국 BE 인베스트 건으로 미국 정부에서 계속해서 조사가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규모가 규모인지라 소유자를 파악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름 규모를 줄여서 외부에 알렸지만, 미국 정부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

미국 소유도 아닌 해외 투자 회사가 거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려는 것이 당연했다.

“흐음…. 이방효 지사장에게 연락해서 내 정체를 알려도 좋다고 해.”

“이제 밝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도 미국 정부엔 단단히 약속받았으면 해. 한국까지 알려지면 안 되니까. 미국 회사의 자금은 아직 회장님께 밝혀지기 일러.”

국내 금융 위기가 도래하면 사용할 중요한 자금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지사장이 숨통을 틔우겠네요.”

“그간 감추느라 고생 많았다고 전해 줘. 직원들 인센은 확실하게 지급되고 있지?”

“물론입니다. 적정선에서 만족할 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투자 전문가들도 외부에 비교해 부족하지 않게 받고 있습니다. 강 실장님이 지시하신 투자건 외에도 나름 수익률이 나옵니다. 대략적인 로드맵조차 너무 확실하지 않습니까.”

수안이 경제 흐름을 대략적으로 알려준 것만으로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재들이 모여 있었다.

“이래서 돈이 돈을 부른다니까. 어쨌든 이방효 지사장이 미국 정부에 알리고도 나 찾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기로 해.”

“예. 변동 사항이 생기면 즉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오케이. 배 이사도 수고해. 아.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사장이라고 부르진 않을 거야. 괜히 입에 익었다가는 실수할 것 같거든.”

“저도 지금처럼 실장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겠습니다.”

“자아. 그럼 난 사무실 다 봤으니 회사로 돌아갈게. 너무 오래 자리 비우면 의심받아.”

“같이 가시죠. 저도 회사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일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 이사도 초과 근무 수당 꼭 받아 가.”

“초과 근무 수당은 직원 한정입니다. 임원은 그만큼 일하라고 월급을 많이 받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그럼 내가 월급은 잘 챙겨 줄게.”

“제가 기둥뿌리 뽑아 갈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배 이사가 기둥이야. 뽑긴 뭘 뽑아?”

“하하. 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

“진짜라니까.”

* * *

미국 정부는 이방효로부터 BE 인베스트먼트의 실소유주 정보를 받아 실소유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티븐 강이라는 인물이. 강수안이란 말이야?”

“예. 차관님. BE 인베스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강수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강수안?”

“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타이틀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그 강수안 맞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서 가장 큰 회사를 소유한 기업가를 아버지로 두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수안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사진과, 강운 그룹의 강운모 회장 사진이 들어 있었고, 수안의 신상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지금 나이가 고작 23살 아니었던가? 10년 전에 BE 인베스트먼트가 설립되었는데, 고작 13살의 나이에 회사를 설립한다는 말이잖아.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BE 인베스트먼트의 CEO가 관련 서류도 보내 줬습니다. 현재 BE 인베스트먼트의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는 모회사 소유주는 분명 스티븐 강. 강수안입니다. 그리고 강수안은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의 정보를 확인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BE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결정도 직접 진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주고받은 관련 자료도 제출했습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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