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엘피디언 아카데미(1)
* * *
“엘피디언 아카데미?”
엘피디언 아카데미라면 엘프들이 만든 학교이다. 정령술과 궁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 메리엘이 졸업했고, 그 여동생 루시엘이 아직 다니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루시엘 개인 과외해줬던 때가 생각나네.
정령술을 못한다고 하도 징징대서 과외를 해 줬었는데,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게 수업해서 오히려 더 망치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다.
그런데… 수업을 듣기 전에도, 들은 후에도 아카데미에서 늘 1등 아니면 2등이었다고 하던데, 걔는 대체 왜 못한다고 징징댔던 거지?
루시엘은 비교 대상을 항상 자기 언니나 나 같은 괴물들로만 잡는다. 잠재력이 대단한 녀석인데,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네. 정령술과 궁술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엘프들의 학교입니다. 하지만 가끔 정령술과 궁술이 뛰어난 타 종족 학생분들을 초대하기도 하죠.”
“특별 입학생, 그런 거네요.”
“그렇죠.”
제발 교수로 들어와 달라고 하는 요청은 받았어도, 학생도 섭외해 오는지는 몰랐다. 왜 나를 학생으로 섭외 안 했던 거지?
“로헨 님도 그곳에 다녔었나요?”
“어… 그분은 이름을 처음 떨칠 때부터 아카데미의 학생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은 분이라, 학생 대신 교수로 섭외를 받으셨죠.”
아하, 그런 거였구만. 괜히 기분 좋네.
하지만 학생이든 교수든 간에 엘피디언 아카데미에 갈 이유는 없다. 이 엘프도 말했듯이 나는 이미 저 학교에서 배울 것들을 전부 섭렵했기 때문이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잠깐.
세계 최대 규모의 정령술 학교라면 내가 잃어버린 정령들에 대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왠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 나의 최우선 목표는 정령들을 찾는 것. 그것이기반이 되어야 마왕 처치 등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넓은 세계에서 정령들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령술 학교에 가 보면 그나마 찾을 확률이 조금 높아지지 않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정령과 가장 관계가 있는 장소니 말이다.
“가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정령사 라헬 피스본. 근데 중급 정령을 다루시는 거 맞죠?”
다행히 네델 광산 앞에서 중급 뱃지를 보여준 일은 널리 퍼지지 않은 모양이다. 엘피디언 아카데미에 입학한 적도 없는 정령사가 뱃지를 가지고 있다니, 의심받을 게 분명하지.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중급 정령사 반으로… 일주일 후에 새 학기가 개학합니다. 늦지 말고 와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엘프 남자는 돌아갔다.
"여왕님이 내가 로헨인 걸 아시려나?"
잠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 그 추측을 부정했다.
여왕님 선에서 일개 학생을 한 명 한 명 초대하는 걸 신경쓰실 리도 없으니, 이 초대는 아마 그 밑의 엘프가 보낸 거겠지. 아무튼 큰 상관은 없는 문제였다.
“음….”
그런데 이걸 어떡해야 한다. 아르마는 상급 정령이고, 중급 정령도 한 마리가 아니라 종류에 따라 여러 마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정령사들은 대부분 한 속성, 많아봤자 고작 두 속성하고 계약한다.
중급 정령사라면 중급 불의 정령사, 중급 물의 정령사,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있는 정령들만 따져도 불, 물, 대지, 바람, 빛, 어둠, 무기 등… 7가지 종류의 정령들이 있다.
“너무 뛰어난 것도 곤란하네.”
나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고 중얼거렸다.
아차,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스승님, 당신은 그래서….”
“조금만 시간을 주게.”
“시간…?”
“어차피 라헬… 아니 로헨, 그 엘피디언 아카데미라는 곳에 가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하죠. 스승님이 따라오실 필요도 없고.”
“그럼 네가 그곳에 갔다 돌아왔을 때, 대답해도 될까.”
대답을 빨리 듣고 싶기는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여정을 떠난다고 해도 아카데미에서 나온 다음에 떠나야 할 테고.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다면 당장 자퇴하고 모험을 떠날 테니 그곳에 오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내 정령들과 만날 약간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면 다닐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 기대할게요, 스승님!”
나는 무명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오두막 밖으로 나섰다.
“학교라….”
독학 공부만 했던 나였다. 또래의 아이들과 만나 같이 공부를 한다는 것이 기대되기도 했다. 음, 엘프들은 또래가 아니지만….
몸이 변하기 전에는 워낙 유명인이라 그런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게 무리였는데 여자로 변해서 좋은 점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정령사 라헬 피스본, 엘피디언 아카데미의 괴물 신입생.
…학교생활은 처음이라서 그런가, 살짝 기대된다.
* * *
“엘피디언 아카데미? 재밌겠구만.”
저녁을 먹으며 파헬 아저씨에게도 얘기했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떠나다니, 너도 참 방랑자 기질이 있어.”
“한 달이면 오래 있었죠, 뭐.”
“언제 가는 거냐?”
“다음 주라네요. 그때까지 준비 좀 해야겠어요.”
먼 곳이다.
분명 기숙사에 살아야 할 테고, 당연하지만 가지고 가야 할 것들이 많았다. 옷이라든지, 음… 여러 가지로.
“이제 여자아이니까 속옷도 꼭 제대로 가지고 가야 한다?”
“으엑!”
* * *
“누나, 진짜 가는 거에요?”
티론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제발 가지 말라고 애쓰는 듯한 표정이다. 괜히 미안해지네….
“죄송해요. 제가 그때, 고, 고백해서 불편해진 건가요… 그래서 마을을 떠나시는 거죠…?”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찾아볼 게 있어서, 그리고 배우고 싶은 것들도 있고, 음….”
그때 티론의 고백 이후로 확실히 조금 어색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불편한 사이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먼저 말도 걸고, 같이 밥 먹자고도 했고, 그리고…
잠깐, 이거 고백 차 놓고 계속 어장 관리하는 여자 아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렵네 정말.
요즘 들어서 마물들을 죽이는 일보다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훨씬 힘들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곤 한다.
“그럼 언제쯤 돌아오시는 거예요?”
“잘 모르겠지만 오래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엘프들의 학교라 해서 몇 년, 어쩌면 몇십 년 공부하는 학교는 아닐까 해서….”
티론의 말도 이해가 갔다. 엘프들은 인간보다 수명이 2, 3배 많으니까 학교에 다니는 햇수도 훨씬 더 많나? 생각해 보니 궁금했다.
《엘프 학교는 그냥 본인이 잘해지면 졸업한다. 못하면 계속 다녀야 한다.》
“깜짝이야, 아르마? 근데 너는 그런 거 어떻게 아는 거냐?”
《예전 주인이 엘프였다!》
“누나, 누구랑 얘기하세요?”
“방금 정령이 얘기해 줬어. 엘프 학교는 그냥 잘해지면 나가는 건가 보네. 졸업이 쉽지 않은가 봐.”
“그렇군요. 라헬 누나, 졸업할 수 있죠…?”
“나를 뭘로 보고. 아니, 애초에 내 볼일 다 보면 그냥 자퇴 때리고 나올 거야.”
“아, 그렇구나….”
로헨은 진심으로 안심한 표정을 짓고 돌아갔다.
“그나저나, 아르마 너랑 대화하고 다니면 이상해 보이네.”
《그럼 실체화한다. 처음 만났을 때 모습 기억하냐?》
“근데 네가 실체화해서 상급 정령인 게 드러나면 곤란해져서. 그냥 숨어 있어라.”
《뭐냐. 그럼 차라리 생각으로 말해라.》
예전엔 그냥 입으로 말하면 돼서 딱히 이런 기술을 익힐 필요도 없었는데, 생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면 나름 유용할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오! 잘했다.》
‘이러는 게 훨씬 편하네. 이상한 시선 받을 걱정도 없고.’
《그 학교에 가서도 내가 활약하겠다.》
‘미안한데 너 아마 나올 일 없을 거야.’
《왜냐?!》
‘하하, 그게….’
아르마에게도, 무명에게도, 티론에게도, 파헬에게도 모두 엘피디언 아카데미에 간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아르마에게는 내가 중급 정령사 신분으로 가서 한동안 너를 소환하지 못할 것 같다고도 얘기했다.
그런데 학교에 간다는 얘기를 전할 인맥이 고작 4명밖에 없다는 사실에 갑자기 우울해졌다.
…그 와중에 한 녀석은 사람도 아니지만 말이다.
아카데미에서 예쁜 여학생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야지. 지금은 여자니까 더 다가가기도 쉬울 게 분명하다. 아, 근데 그 아이도 있으려나?
루시엘.
얼마 전에 자신이 수석이라고 했으니까 아직은 아카데미를 다닐 것이다. 그사이에 벌써 졸업했을 리는 없겠지?
여왕님과 루시엘은 내가 라헬이 아니라 로헨이라는 사실을 아니까 그렇게 힘들지는 않겠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지내면 조금 힘들지.
* * *
“흐음, 인간 정령사가 아카데미에 들어온다고요?”
여느 날처럼 차기 여왕으로서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루시엘. 요즘 따라 공부할 것들이 많아져서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제 곧 개학도 하면 더 피곤해질 텐데….”
그나저나, 인간 정령사는 꽤 놀라운 소식이었다. 1년에 한 명 입학할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것이 인간 정령사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령사들의 정점에 선 최고의 정령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 정령사이다.
‘로헨 님.’
모종의 사건으로 여자가 되어버린 정령사들의 정점. 남성이었을 때도 루시엘에게 그는 한없이 멋있었지만, 여성이 된 로헨은 그녀의 눈에는 멋있고 귀엽기까지 했다.
‘로헨 님이 엘피디언 아카데미에 오실 일은 없겠지.’
루시엘은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로헨이 교수로도, 학생으로도 올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차, 또 멍 때렸네….”
이렇게 다른 생각할 시간도 없다. 루시엘은 다시 펜을 잡고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엘피디언 아카데미로 갈 준비도 마쳤다.
“잘 갔다 오거라.”
여느 때처럼 파헬 아저씨의 집에서 아침을 먹고, 작별 인사를 한 뒤 나는 집을 나섰다.
“라헬 누나! 가시는 건가요?”
“응. 인사하러 온 거야?”
“네. 한동안 못 볼 테니까… 작별 인사라도 해야죠!”
티론도 나를 배웅하려 찾아온 모양이다. 기특한 녀석.
“아버지도 안부를 전해달라 하시더군요. 조심히 갔다 오셔야 해요. 다치지 말고! 물론 누나가 다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당연하지. 학교에서 다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나저나, 스승님은 별말 없으셨어?”
마지막에 그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 그를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티론의 수업은 진행하던데, 혹시라도 배웅을 나오지는 않았나 살짝 기대했다.
“요즘도 스승님한테 열심히 배우고 있죠. 배웅하러 오신다고 하셨는데, 어디 가셨지?”
그래도 무시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러면 마왕 토벌… 수락할 가능성이 꽤 올라가는데?
“그럼 이만 나는 가볼게. 수고해라, 티론.”
나는 티론을 뒤로하고 마을 입구로 향했다. 마을 입구에 마차를 대기시켜 놨는데, 저 마차를 타고 드디어 엘피디언 아카데미로 떠나는 것이다.
“라헬.”
“여기 계셨군요.”
스승님, 무명은 마을 입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오거라. 네가 돌아왔을 때, 어떤 대답을 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 정령을 찾는 여정은 최선을 다해 돕겠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배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마차에 올랐다. 물론 내가 인맥은 적지만… 좋은 사람들만 친구로 둔 것 같다.
《간다! 간다!》
‘시끄러워.’
이 녀석도 포함해서 말이지.
* * *
“정령사, 라헬 피스본 님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기숙사로 가는 건가요?”
혹시 내가 로헨으로 이 마을에 왔을 때 나를 안내했던 엘프 병사가 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아마 엘프 여왕 클라우디아 님이 내 편의를 봐주시고 있는 거겠지. 감사합니다, 여왕님.
“이쪽으로.”
엘피디언 아카데미 바로 옆에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기숙사 건물이 있었다. 역시 세계 최대의 정령술 학교답다.
“이 방입니다. 룸메이트분은 나가셨나 보네요. 내일 학기 시작이니 9시까지, 절대 지각하지 마시고 1층 중급 정령사 반으로 오시면 됩니다.”
여성 기숙사다. 룸메이트도 여성. 음… 왠지 엄청난 죄악감이 들지만, 이 몸으로 남자 기숙사에 갈 수도 없고. 남자 기숙사에 가게 해 달라고 해도 들어주지 않을 테고, 하다못해 1인실은 없냐고 일주일 동안 조르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2인실이 가장 나은 옵션이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와중에서 제일 비싸고, 넓고, 좋은 방을 골랐다.
《계약자, 돈 많다.》
‘마물 사냥을 몇 년 동안 했는데. 당연히 많이 받아야지.’
마왕을 잡기까지의 여정에서 그의 부하들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죽였고 또한 많은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그런 일을 한 결과,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은 것이다.
…돈으로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엄청난 부자라는 말씀. 이런 방에 묵는 것으로는 재력에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나저나 이런 방에 사는 여자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며칠 전에 기숙사가 열렸으니 내 룸메이트도 나보다 조금 빨리 들어왔을 텐데, 어디 간 거지… 첫 만남도 살짝 기대했는데 아쉽다.
“언제 오는 거지… 하암.”
그날, 내가 잠이 들 때까지 룸메이트는 돌아오지 않았다.
* * *
“늦었다!”
최근에 한 달 동안 매번 늦잠 잔 다음 낮에 아침 겸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아침에 제때 일어나는 데 실패했다.
룸메이트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내가 잠이 든 이후에 들어와서 깨기 전에 나갔나 보다. 솔직히 엄청나게 아쉽다.
“헥, 헥….”
간신히 시간에 맞게 도착했다. 나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서 구석 자리에 앉고 책상에 고개를 박고 엎드렸다.
다들 꼿꼿이 앉아서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같은 반 친구들이 궁금한지 양옆을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었다.
구석에 분홍빛 머리 소녀 한 명은 엎드려서 자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랬다는 거다.
다행히 나 빼고 전부 친하다던가,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학기라 그런지 반이 바뀌어서 아직은 다들 서로 친하지 않은 모양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엘프 선생님이 들어왔다.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커 보이지 않는 외모. 역시 엘프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으음… 뛰어난 학생들이 많네요~ 오, 인간 정령사까지? 라헬 양이 제일 먼저 나와서 자기소개 해 볼까요?”
그녀는 출석부를 읽어내리더니 갑자기 나를 불렀다.
자기소개라니, 그게 무슨… 거절하고 싶었지만, 다들 나를 신기한 생명체 보듯이 바라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 저는 라헬 피스본. 중급 정령사입니다.”
이거 엄청 떨리네. 여기는 중급 반이니까 당연히 다들 중급 정령사겠지. 마지막 말은 붙이지 말 걸 그랬나? 아, 모르겠다….
그때, 교실의 반대편에서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자던 분홍색 머리의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와 나는 눈을 마주쳤고…
루시엘이었다. 다행이야,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지인이 있다는 안도감에 나는 그녀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어…?”
저기, 루시엘? 왜 그런 목소리를… 놀란 건 알겠지만, 여기는 교실이니까 조금 조용히…
“로, 로헨 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와중에 그녀는 크게 소리쳐 버렸다.
라헬이 아니라 로헨, 내 본명을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