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검은 머리 사나이(2)
* * *
“정말 고맙다. 로헨…! 너에게는 늘 신세만 지는구나.”
“아뇨, 뭐. 제가 한 것도 없고.”
“지나친 겸손은 좋지 않단다. 용사의 파티원이 되고 강해졌단 건 알았지만 언데드 한 군단을 단신으로 격파할 줄이야….”
아무래도 파헬이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내가 남긴 화염의 잔재로 여기저기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내가 다 처리한 거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물론 나도 돕긴 했지만, 주인공은 그 검은 머리 사나이인데 말이야.
“저기, 근데 검은 머리 검사를 보신 적 있으세요?”
“검사들 중에 검은 머리라면… 아, 그 용병을 말하는 건가. 왜?”
“아니, 별 건 아니고 그냥.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스스로 자신의 공적이나 강함을 밝히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나는 그것을 존중하지만, 아무래도 뭐 하는 사람인지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 남자에게….”
“…?”
“여자가 되고,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거냐…?”
“그런 거 아냐! 이 늙은이가!”
아무리 몸이 여자가 됐다지만 남자를 좋아할 수는 없지. 정신이 20년 동안 남자로 살아왔는데 그게 될 리가 없다. 그리고 신전에 가면 저주가 풀릴 거니까….
응, 분명 풀리겠지?
“허허, 미안. 미안. 그 남자는 그냥 출신이 불분명한 용병 출신이야. 안 그래도 요즘 마을 근처에 언데드들이 조금씩 보여서 싼값에 고용했지.”
“음.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거구나. 일단 알았어.”
그나저나 언데드들이 근처에 자주 보인다니. 이 주위에 네크로맨서가 자리를 잡은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거의 몇백 마리에 달하는 언데드들을 운용한다면 꽤 실력 있는 작자일 텐데, 혹시 오늘 밤도 위험한 거 아닐까.
잠시 후에 근처에 있는 신전을 방문해 아리아의 유언을 전하고, 저주에 대해 조금 알아보기로 했는데… 일을 빨리 끝내고 와서 마을을 지켜야 할 것 같다.
“그 남자의 계약기간은 언제까진데?”
“딱히 정해져 있진 않아. 그가 그만둘 때까지라. 근데 정말 그 남자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는 거냐? 그자가 지내고 있는 곳을 안내해 줄 수도 있는데.”
“아냐. 오늘 밤이나 내일 와서 뭐 좀 물어보게. 지금은 신전에 들렀다 와야겠어.”
파헬과 잠시 작별 인사를 하고, 어제 탔던 마차에 다시 올랐다.
제발 신전에서 이 저주를 풀 수 있기를….
* * *
“이쪽입니다.”
여사제님이 신전 앞에서 기다리시다가 나를 안으로 안내해 주셨다.
교황님이 직접 아리아의 마지막을 지켜본 나와 대화하기를 원하신다는 모양이다.
“환영합니다. 대륙 최고의 정령사 로헨 님. 정말 여성이 되셨군요.”
“하하…. 반갑습니다. 교황님. 제가 오늘 온 이유는 아시다시피….”
교황 할아버지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그럴 만도 하지. 아리아는 그에게 손녀 같은 아이였으니까….
“그 아이는, 아니. 성녀 아리아 님의 최후는 어떠했습니까.”
“그녀는 용감했어요. 다른 누구보다, 저 같은 건 그녀의 용기를 평생 따라 할 수조차 없겠죠. 자신을 희생해서 타인을 구한다. 끝까지 그녀답게, 성직자의 본분을 지키다 전사했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교황으로서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아리아의 동료로서, 그의 슬픔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용사 파티와 함께해 마왕에게 도전한 것이 너무 즐거웠다고, 이 말을 남겼습니다.”
“그 아이가 즐거웠다면, 다행이지요. 로헨 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 아이의 마지막을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성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교황이 아니라, 손녀를 진심으로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저, 로헨 님이 저주에 걸려 여자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에 관해서는…?”
“아, 네. 이런 저주는 처음이라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성별이 바뀌는 저주는 들어본 적도 없다. 혹시 처음 보는 저주라면 뭔가를 실험해보기라도 하려나?
내가 첫 실험 대상이 아닐까 생각하니 살짝 무서워졌지만, 방금 이렇게 감사하다고 하고서 설마 나 상대로 실험할 리는 없겠지.
“잠시 보겠습니다.”
와, 교황님이 직접 봐주실 줄은 몰랐는데.
기껏해야 사제 몇 분이 봐주실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횡재네.
“흐으음….”
교황님이 손을 이리저리 흔들자 내 몸 안에서 파란 무언가가 나왔다. 아마 저게 마나… 인가?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고요한 몇 초가 흐르고,
“정말 죄송하지만, 로헨 님….”
“…?”
“로헨 님의 몸에 저주는 없습니다.”
뭐라고?
“저. 다시 한번 검사를….”
“아닙니다. 마나를 추출했을 때 저주에 걸렸다면, 혹은 어둠의 마나가 흘러 들어갔다면 분명히 파란색 사이에 검은색 마나가 섞여서 나옵니다.”
“그렇다는 건….”
“네. 로헨 님의 마나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그럴 리가… 그렇다면 저는 갑자기 왜 여자가 된 거죠?”
“그건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잠시 눈을 떴을 때 온몸이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아마 그때 내가 저주를 받아서였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신체가 여자의 것으로 바뀌니 자연스럽게 뼈와 살의 구조가 변하면서 그에 따른 통증이 수반됐던 것이 분명하다고.
하지만 마왕, 혹은 타인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여자로 변한 거지?
교황에게 이렇게 질문하자, 교황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아마 저주의 종류가 아닌 그저 순수 마법이거나, 특수한 약물이라던가….”
“…….”
“어디까지나 전부 추측입니다. 분명한 건 알 수 없겠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공손히 인사를 드리고 신전 밖으로 나왔다. 아직 여자의 몸 그대로 남아 있는 나를 본 마차 기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따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씨발.’
앞으로 계속 여자로 살아야 한다고? 그런 거야? 진짜로?
마왕이 흑마법이나 저주가 아닌 순수 마법으로 굳이 나를 여자로 만들 이유가 있나?
아니, 애초에 다 죽이면 되는데 살려서 보낸 걸 보면 진짜 그냥 가지고 논 것뿐인가.
마왕을 향한 적대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당장이라도 왕궁으로 돌아가서 마왕 토벌에 재참여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디로 갈까요…?”
“벨크 마을로, 아니 잠깐.”
안 그래도 차기 여왕 메리엘의 실종으로 엘프 마을은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며칠 전 내게 메리엘에 대해 듣고 싶다고 편지도 한 통 왔었고.
혹시 엘프들이라면 내 몸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엘프 마을로 가 주세요.”
“엘프 마을은 여기서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만….”
“최대한 빨리 갔다 오죠. 저녁까지는 돌아가야 해서. 실프(風).”
바람 정령, 실프로 마차의 속도를 높였다.
오고 가는 길에 정령들도 좀 모아 놔야겠다. 나쁜 언데드들이 또 우리 고향을 침입할 수도 있으니.
‘그 남자가 있는 이상 별로 걱정은 안 되지만.’
그 남자는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지 않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다른 인간들이 다 없어졌을 때 등장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내가 없어서 빨리 전선이 붕괴되면 언데드들에 의한 피해가 더 적어질지도 모른다.
* * *
실프 몇 마리를 이용해 가속하자 생각보다 빨리 엘프 마을에 도착했다.
속은 좀 메슥거렸지만….
“우우욱! 우욱!”
많이 힘드신가 보네. 미안합니다… 마차 운전수 양반.
“누구세요?”
엘프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마중을 나온 분홍색 머리 소녀.
‘루시엘.’
메리엘의 여동생이자, 엘프 마법학교 ‘엘피디언 아카데미’의 수석으로, 엘프 왕가는 메리엘과 루시엘이라는 천재가 두 명이나 난 결과 엄청난 전성기를 누릴 예정이었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따라다니면서 오빠라고 부르던 게 참 귀여웠지.’
그러나…
내 눈앞의 소녀는 이전에 봤을 때만큼 명랑하지 않았다. 아마 차기 여왕이던 메리엘의 실종으로 이 아이가 모든 부담감을 떠맡아서 그런 거겠지.
오빠 오빠 하면서 잘 따르던 귀여운 여자아이였는데, 우리의 패배가 다른 사람들한테 미친 영향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언니, 누구시죠? 뭔가 엄청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언니라니…
“아, 나는 미리 약속하고 온 건데, 혹시 아시는 분이….”
“로헨 님 맞으십니까? 여왕 폐하가 뵙고자 하십니다. 같이 가시죠.”
엘프 병사님들이 오셔서 나를 여왕님께 모셔드린다고 한다. 루시엘의 표정이 궁금한데…
“다, 당신이 로헨 오빠…? 거짓말…!”
“미안, 루시엘… 하하.”
경악에 빠진 루시엘을 뒤로하고 나는 여왕님의 궁전으로 향했다.
“고개를 드시지요. 로헨 경.”
“여왕 폐하를 뵙습니다.”
내 앞의 이 미모의 여성 엘프는 메리엘 엘피디아와 루시엘 엘피디아의 어머니이자 엘프 종족의 여왕인 클라우디아 엘피디아.
엘프 종족의 정통 왕가인 엘피디아 가의 당주이기도 하다.
나이는 250살. 엘프들의 평균 수명이 2~300살인 것을 고려하면 노년이라고 할 만할 나이지만 그 외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었네요. 푸흡.”
“놀리지 마시죠. 여왕 폐하….”
그 놀리는 모습이 내가 아는 엘프와 닮아 살짝 씁쓸함이 느껴졌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메리엘은, 어떻게 된 걸까요.”
으윽. 바로 정곡을 찔러버리시네…
“저도 전혀 아는 바가… 메리엘만 넘어오지 못한 것으로 보아, 그녀는 아마 아직 마계에 남아 있을 듯 합니다.”
“흐윽, 흑. 그 긍지 높은 아이가 대체 어떤 꼴을 당하고 있을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야 고작 며칠 전에 마왕을 다시 물리치고 메리엘을 구하자는 왕의 제안을 거절한 게 나였으니까.
“…….”
“흐흑. 그래도 다행입니다. 로헨 님 덕에 그 아이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알 수 있는 실낱같은 단서라도 있으니….”
아닙니다. 여왕님. 전 그냥 도망치려 한 쓰레기에요.
“저, 궁금하신 게 있다고 하셨죠. 뭐든지 물어보세요.”
“저… 여자가 된 게 저주 때문이 아니더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마법 중에 성별을 바꾸는 마법이라거나, 성별을 바꿔버리는 약 같은 게 있나요?”
“오랜 엘프의 역사 속에서도 그런 마법이나 약은 들어본 적이 없네요….”
칼 같은 답변.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혹시 저희 대도서관에 뭐라도 좀 있을지 모르겠네요.”
“대도서관이라면?”
“저희 마법 학교, 엘피디언 아카데미 안의 대도서관에 수많은 책이 있답니다. 그중에 성별을 바꾸는 마법에 관한 책이 있을지도 모르죠.”
“감사합니다.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그래요. 정령사 로헨. 그대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나는 인사를 올리고 엘프 왕궁을 나와서 대도서관으로 향했다.
* * *
“성별을 바꾸는 마법이요~? 그런 건 아마 없을 텐데. 제가 200년간 이 도서관을 관리해왔는데, 그런 책은 못 봤어요.”
사서 엘프 비비안. 이 대도서관을 200년간 관리해온 사서이다.
이곳에 살다시피 한 그녀가 없다고 하는 거면 아마 정말 없는 거겠지.
“그래도 조금만 찾아보겠습니다….”
“네에~ 근데 로헨 군. 아니 로헨 양?”
“군이라고 해 주세요….”
“푸흡! 네, 로헨 군. 천재 정령사잖아요, 저희 학교 정령술 교수로 오실 생각 없어요? 미모의 여교수. 인기 엄청 많을 거 같은데~?”
“안 합니다. 교수도 안 할거고, 여교수는 더더욱 안 합니다. 빨리 남자로 돌아갈 거에요.”
“흐응. 알겠습니다~”
교수도 하기 싫은데 여교수라니. 상상도 하기 싫다.
그 후로 나는 돌아다니면서 성별에 관한 마법 책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에휴.”
또 허탕 친 건가. 돌아가서 언데드 대비나 해야….
툭.
『흑룡 토벌 기록』
‘이건 뭐야.’
발밑에 누군가 읽다 만 책이 떨어져 있었다.
‘흑룡 토벌 기록? 거의 600년 전 책이네.’
엘프 도서관이라서 그런지, 몇백 년 전 책들이 많았다.
『흑룡이 날개를 펼치자, 인간 병사들은 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엘프와 인간 모두가 쓰러져갈 때, 그 사나이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 사나이.』
음…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드는데.
나는 그 옆의 책을 펴 봤다. 『창공의 고래 토벌 기록』, 거의 700년 전 책이었다.
『그것의 두꺼운 피부에는 어떤 날붙이도 통하지 않았다. 그때 검은 머리 사나이가 칼을 뽑아…』
검은 머리 사나이가 대체 누군데?
그 옆의 책. 『대악마 토벌 기록』, 이번엔 400년 전 책.
『더러운 대악마의 심장에 검은 머리 사나이가 그 칼을 찔러넣고…』
그 옆, 『칼데스 왕가 몰락기』, 지금의 왕가 전, 즉 300년 전 몰락한 왕가의 이야기였다. 내분으로 하루아침에 망해버린 걸로 유명하다.
『왕가의 호위병들과 군대는 검은 머리 사나이 한 명에 의해 격파당했고, 그는 찔려도 베여도 죽지 않았다.』
그 옆의 책들에도 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검은 머리 사나이가…』
『검은 머리 사나이의…』
『검은 머리 사나이는…』
나는 확신했다.
메리엘을 구해내고,
다시 남자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마왕을 처치해 진짜로 전쟁을 끝내는 방법.
『검은 머리 사나이』
그가 있으면 된다. 용사와 검은 머리 사나이 둘 다 있다면, 마왕을 처치하는 것도 마냥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어디 있는지 대충 알 것 같다.
* * *
“운전수 아저씨! 벨크 마을로! 빨리!”
그때 갑자기, 뒤에서 어떤 소녀가 나를 불렀다.
“저, 저기! 로헨 님!”
“루시엘…?”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당연하지, 루시엘. 너도 힘내서 살아라.”
“네?! 넵…! 그, 그리고…”
“…?”
“여자아이로 변하신 거, 엄청 귀여워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저 멀리 뛰어갔다.
“뭐야, 쟨… 여전하네.”
이해 못 할 행동을 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벨크 마을로 향했다.
* * *
“아저씨! 파헬 아저씨! 아직 언데드들 안 들이닥쳤죠?”
“어, 아직은…. 다들 피난은 시켰다. 혹시 몰라서.”
“알았어요. 오늘 제가… 아니, 어쨌든 오늘 다 끝내볼게요. 근데 그 검은 머리 사나이, 아니 그 검은 머리 용병이 있는 곳이 어디예요?”
“어? 저기 저쪽 오두막인데….”
“감사해요!”
나는 파헬 아저씨가 가리킨 곳으로, 입고 있던 로브가 바람에 떠나갈 만큼 빠르게 달려갔다.
쾅!
오두막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어제 봤던 검은 머리 남자가 있었다.
분명히 상처로 가득해야 할 몸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당신, 정체가 뭐야?”
“…….”
“500년 전, 600년 전, 700년 전 역사책에도 검은 머리 사나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어. 그 책의 남자와 당신, 둘 다 절대 일반적인 인간의 강함이 아니야. 역사에 남을 만한 영웅의 것이지.”
“…….”
“책의 『검은 머리 사나이』. 그리고 언데드 군단을 30분 만에 홀로 해치운 검은 머리 용병. 아마 둘은… 동일 인물이겠지.”
물론 증거라고는 그 강함의 수준에 대한 추측. 그리고 역사책 속의 인물과 내 앞의 인물 둘 다 검은 머리 사나이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용사 에반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강자라고.
그리고 마침내, 『검은 머리 사나이』가 드디어 그 입을 열었다.
“조용히 하거라.”
칼집에서 그 날카로운 명검(名?)을 뽑고,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내게 명령하면서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