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600화 (600/608)

외전. 7화

“뭐야, 넌 왜 천사가 없어? 신이 태어날 때 수석 천사도 같이 태어난다고 알고 있는데. 그럼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잖아. 설마 너무 괴롭혀서 사표라도 냈어? 근데 천사도 사임할 수 있나?”

“다른 신한테 가거나 자결하면 가능…… 아냐, 일단 있거든? 지금 일하고 있어서 그래.”

탓하는 시선이 더 험악해졌다.

“진짜 너무하네. 천사는 일 시키고 넌 놀고 있냐? 인원이라도 충원해주든가. 역시 괴롭히는 거 맞네!”

“그 유일한 천사가 인원 충원을 반대하는데 어쩌라고.”

“왜 반대해?”

“기다려 봐. 보면 알아.”

“그게 무슨…….”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여섯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가 안으로 들어섰다. 크로아첸의 수석 천사이자 첫 번째 천사인 루미나엘이었다. 손님이 있다는 걸 확인한 루미나엘이 엘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같이 고개를 꾸벅인 엘은 천사의 화려한 외모에 매우 감탄한 얼굴이었다.

“주인님, 크라제의 천사들 좀 패도 돼요?”

물론 그 감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웃는 얼굴 그대로 얼어붙은 엘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을 짓는 동안, 이럴 줄 알았던 크로아첸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일인데?”

“아니, 자꾸 빡치게 하잖아요. 마계 개편 상황 공문 보내놨더니 읽어볼 시간 없으니까 변경된 부분만 요약 정리해서 다시 보내달래. 내가 지들 부하예요? 난 뭐 시간이 남아돌아요? 아무튼 그것들이 절 호구로 본 거 같아서 경고 좀 하려고요.”

“뭐, 상관은 없는데. 죽이진 마라. 그럼 귀찮아지니까.”

“네, 그럴게요. 아무튼 성격들은 다들 뻣뻣해 가지고! 아, 진짜 신족들은 왜 다들 그 모양 그 꼴인지 모르겠어요. 그중에서도 고위 신족은 제일 최악이에요.”

투덜거리던 루미나엘은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와 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쯤 엘은 이미 질린 얼굴이었다.

“……방금 뭐였어? 신족으로 변장한 마족?”

“아니, 그냥 신족 맞아. 좀 동족 혐오가 있어서 그렇지.”

“참 누구의 천사답네. 근데 널 닮아서 저런 거면, 동족 혐오가 아니라 타인 혐오 아냐?”

“맞아, 잘 아네. 쟨 그냥 자기 외엔 다 싫어해.”

황당해하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책망하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크로아첸은 늘 그렇듯이 무시했다.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았고, 딱히 그게 잘못됐다고 여긴 적도 없었다. 단지 그로 인해 불편해지는 것들이 있다는 정도는 인정하고 있었다.

“새로 충원해봤자 걔도 저런 성격일 거라 서로 싫어할 게 뻔하고. 원만한 업무를 위해선 충원은 해야겠고. 나름 해결 방법을 고심해봤는데 마침 특이한 소문이 들리더라고?”

“무슨 소문?”

“엘뤼엔의 궁처에 성향이 다른 천사가 하나 있는데, 걔가 탄생의 과정에서 네 영향을 받아서 순하다는 얘기.”

말 그대로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었다. 처음엔 헛소문이라고 여겼다. 인수인계를 치르는 동안 서로 수시로 얽혔지만 그런 천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엘뤼엔과 그 천사들이 작당해서 소문의 천사를 꽁꽁 숨긴 거였다. 잠시 얼빠진 얼굴이 된 엘이 곧 어색하게 웃었다.

“와, 나 지금 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그 예감 맞을걸.”

빙긋 웃는 것에 사색이 된 엘이 몸을 뒤로 뺐다. 그래 봤자 소파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피하는 동작을 본 크로아첸은 기분이 나빠졌다.

“난 성격 좋은 천사가 필요해. 협조 좀 해주지?”

“아니, 내 성격 좋다고 해주는 건 고마운데. 아버지 땐 어디까지나 사고였고. 딱히 누군가의 삶에 그런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싶진 않거든? 성격 문제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잖아. 천의 계열 쪽은 다 좋지 않나?”

“성격이 좋기는. 천마대전에서 마신의 천사들을 제일 집요하게 죽인 놈들이 바로 그 천의 쪽이거든? 그리고 다른 녀석은 싫어. 현재까지 내가 친구로 인정한 건 너밖에 없어.”

“누적된 나이가 몇인데 그게 자랑이냐? 설령 내가 도와준다 쳐도 네 천사가 그것도 용납을 못 하면 어쩌려고?”

“아, 그건 괜찮아. 이미 확인해 봤어. 마침 천사들 모임에 엘뤼엔 쪽 애들이 전부 참석한다길래 만나보고 오라고 했지. 걘 괜찮다더라. 역시 날 닮은 건 맞나 봐.”

황당해하던 엘이 곧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눈에도 불쾌한 생각을 하는 얼굴이라 크로아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생각인데 그런 표정이야?”

“아니, 역시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구나 싶어서. 누가 더 기분 나쁜지 라미아스와 우열을 가려보고 있어.”

“나라고 하기만 해봐.”

“재평가를 시급하게 한 건 너야.”

단호한 태도에 크로아첸도 뚱해졌다. 그냥 동의를 구할 것도 없이 바로 청공의 방부터 데려갈 걸 그랬나. 엘이 알면 기함할 생각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아무튼 헛소리 그만하고. 너 중간계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어?”

“헛소리 아니고. 한 30분쯤. 왜.”

“진짜 짧네. 30분 더 시간 내는 건 괜찮아?”

“아마?”

“그럼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자.”

생각지 못한 제안을 받은 크로아첸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받은 엘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헉! 이게 누구야? 엘이잖아?”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지어진 작은 저택 앞이었다. 울타리 안에서 한창 텃밭을 돌보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다가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황급히 맞이하는 흑발의 남자는 크로아첸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젠장, 속으로 투덜거리는 그와는 다르게 이 상황을 만든 엘은 마냥 즐거운 얼굴이었다.

“디아곤, 오랜만이야.”

“그러게. 진짜 오랜만이네. 다시 돌아왔단 얘기는 들었어. 이렇게 얼굴 보니까 좋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란타샤…… 반려가 깨어났단 얘기를 들었어. 둘이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단 얘기를 듣고 축하해주려고.”

“와, 진짜? 너무 감동이야.”

눈을 휘둥그렇게 뜬 디아곤은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어서 들어오라며 수선을 피운 그가 곧 엘 옆에 있는 크로아첸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쪽은 누구?”

“아, 내 친구야. 같이 왔는데 괜찮지?”

“물론 손님은 무조건 환영이지. 자자, 어서 들어와.”

흔쾌한 답변과 함께 요란한 손짓이 이어졌다. 그 손길을 따라 마지못해 걸으며 크로아첸은 은근히 엘을 흘겼다. 시선을 받은 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란타샤가 깨어났으니 보러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크로아첸은 단숨에 거절했었다. 한때 혈육이었다 해도 이제 전생일 뿐. 라피스의 삶이 끝나면서 그쪽의 모든 인연도 함께 종결된 거였다. 역시 죽으면 다 끝나는 거냐며, 씁쓸해하는 엘을 보다 못해 자신의 정체를 가리는 조건으로 응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란타샤,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하지만 그의 기분이 어떻건 간에 이미 상황은 벌어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거실이 들어왔다. 란타샤는 이런 취향이 아니니 전부 디아곤 취향이었다. 뒷마당과 연결된 테라스 쪽, 안락의자에 앉아 있던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발랄한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소개해줄 사람?”

차분한 목소리에 엘이 긴장했는지 숨을 삼켰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본 4천 년 전의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란타샤 역시 이채 어린 눈으로 엘을 응시했다.

“아, 혹시?”

“누군지 바로 알겠지? 전에 말했던 엘이야. 이번 정령왕 엘퀴네스.”

“안녕하세요, 란타샤.”

엘이 조심스럽게 건넨 인사에 란타샤는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이다 희미하게 웃었다.

“이번 엘퀴네스는 무척 정중하네. 당신 얘기는 많이 들었어. 그 아이와 계약해줬다면서? 웬일인가 했는데 이런 성격이라 그랬구나?”

“하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요.”

“늦었지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그 애가 너무 귀찮게 굴었지?”

“아니에요. 라피스는 좋은 친구였어요.”

이어진 말에 크로아첸은 내심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 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미안해요. 제가 계약자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어요.”

“야, 너…….”

바로 얼굴을 찌푸린 크로아첸이 엘을 돌아보았다. 한마디 하려는 찰나, 란타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정황도 전부 들었어. 하지만 그건 당신 탓이 아니야. 악신 때문에 드래곤 하트가 망가진 거잖아.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어.”

“하지만…….”

“신경 쓰지 마. 솔직히 말하면 난 그 얘기를 듣고 안심했어.”

“……네?”

당황한 엘이 고개를 들었다. 란타샤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낸 탓에 본의 아니게 그 표정을 읽어내는 데도 능숙한 크로아첸은 란타샤가 자조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애가 화기 때문에 단명한 게 아니라서. 악신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한 거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란타샤.”

“그거 알아? 라피스가 지나친 화기를 타고난 건 전부 내 탓이야.”

“그게 무슨…….”

“어릴 때부터 꾸준히 힘을 강화하는 실험을 했었거든. 내 몸에 직접 시험하는 방법도 서슴지 않았지. 이프리트가 계속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듣지 않았어. 레드 드래곤은 낳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 경고도 듣지 않았어. 그 이기심이 그 아이를 날 때부터 죽음으로 몰아간 거야.”

엘이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역시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는데. 다시금 이 자리에 발을 들인 걸 후회한 크로아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관련 사정을 모르고 있던 건 아니었다. 아무리 쉬쉬해도 알려질 얘기는 알려지게 되어 있었다. 하물며 그는 예전부터 눈치가 빨랐다.

그래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탓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정작 스스로가 자신을 탓하고 있을 거라곤, 그렇게 쌓인 마음의 독이 깊은 수면에 이르게 할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평소 란타샤가 워낙 당차고 활기찬 성격이었다 보니 더욱 그랬다. 어느 기점에서 갑자기 더 나빠진 것만은 분명했다. 아마 형제처럼 의지하던 이프리트의 소멸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는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지만, 정령왕 쪽이 소멸하거나 계약을 파기하면 엄청난 상실감을 느낀다고 들었다. 세상에서 버려진 것 같은 감각이라던가. 딱히 들어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대강 짐작할 수 있게 됐다. 그날, 끓어오르는 울음을 참지 못하던 엘을 본 이후부터였다.

“참 우습지. 그런 주제에 지금은 내 탓으로 죽은 게 아니라는 점에 안심하고 있어. 참 이기적이고 못난 모친이야.”

“그럼 그냥 끝까지 이기적으로 살아. 어울리지 않게 불쌍한 척하지 말고.”

툭하고 내뱉은 말에 모두의 시선이 크로아첸을 향했다. 엘이 기겁해서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만두라는 뜻이 역력한 행동이었으나 크로아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떤 이기적인 녀석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수면기까지 들어가? 그래도 다시 깨어난 걸 보니 살려는 의지는 있나 보네. 그럼 그냥 쉽게 좀 살아. 다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뭘 어쩔 거야.”

“야, 너 진짜. 말을 그렇게밖에 못 해?”

“엘, 너도 마찬가지야. 이제 그만해.”

낮게 경고한 말에 입을 다문 건 엘 쪽이었다. 침묵이 흐르면서 잠시간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반대로 속이 시원해진 크로아첸은 아무렇지 않게 엘의 어깨를 쳤다.

“안부는 충분히 확인한 거 같고. 이제 됐지? 얼른 그거나 주고 용건 끝내.”

“……내가 널 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엘이 볼멘소리로 중얼거리는 말은 전혀 타격이 없었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끝내라고.”

“알았으니까 기다려. 란타샤, 이거 받아요.”

한숨을 내쉰 엘이 준비해 둔 것을 건넸다. 얼결에 받아든 란타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열어봐요.” 그래도 권하는 말은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겉면을 감싸고 있는 비단을 풀었다. 이윽고 그 안에서 나온 것에 란타샤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거울?”

“기억을 비추는 거울이에요. 보고 싶은 과거의 장소나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봬도 마신 크로아첸이 만든 신물이에요.”

마신의 신물이란 말에 디아곤과 란타샤가 눈을 크게 떴다. 크로아첸은 그래 봬도라는 말은 왜 들어가는 거냐며 투덜거렸다.

“드래곤은 기억력이 좋다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거랑은 차이가 있잖아요. 뭐, 만들기는 마신이 다 만들긴 했는데, 아이디어는 제가 제공한 거니까. 제 지분도 있긴 해요.”

“왜 이런 걸…….”

“결혼 선물이에요. 많이 늦었지만.”

거울을 살피고 있던 두 드래곤이 다시금 당황한 표정이 됐다. 이미 4천 년도 훌쩍 지난 결혼 선물을 한다니 황당하기는 할 터였다. 잠시간 말을 잇지 못하던 란타샤가 곧 거울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일렁이는 눈동자가 거울 속에서 무엇을 발견한 건지 물기를 품었다.

“고마워. 정말 특별한 선물이네.”

“마음에 들었으면 해요.”

“정말 마음에 들어. 나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거울이 있었어. 그땐 하이튼의 신물이었는데.”

“그래요? 우연이네요.”

우연이긴, 아무튼 저런 거짓말은 참 잘하지. 크로아첸은 속으로 툴툴거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란타샤와 눈이 마주쳤다. 기이할 정도로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였다.

“당신에게도. 정말 고마워.”

“…….”

아무래도 제가 마신인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 너머의 정체까지 알아봤을지도 모르지만, 크로아첸은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고개를 대강 끄덕이니 곧 란타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크로아첸도 피식 웃었다. 적어도 또다시 수면기에 들어가겠다고 난리 칠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이만 간다.”

“어? 잠깐만!”

엘의 머리를 한 번 쓸어주곤 그대로 몸을 돌렸다. 당황한 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손을 한 번 흔들어주기만 했다. 궁처로 돌아온 후에서야 뒤늦은 자괴감이 미쳤다.

“젠장, 그 자식, 결국 나만 또 부려먹었잖아.”

분명 엘의 협조를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정작 협조한 건 자신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짜인 판에 뛰어든 느낌마저 들어서 찜찜하기까지 했다. 왜 그 녀석한테는 유독 무르게 되는 건지. 신이 된 후에도 알차게 부려 먹히고 있는 제 신세가 어처구니없었다. 이런 중에도 기분은 딱히 나쁘지 않다는 게 더 문제였다.

‘하지만 천사의 형성에 엘의 도움을 받는다는 작전은 보류해야겠어.’

자신이 엘에게 휘둘린다면, 그 성격을 닮은 천사에게 수석 천사도 휘둘릴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루미나엘이 들어섰다.

“주인님, 저 다녀왔어요.”

“손은 잘 봐줬어?”

“그냥 그만뒀어요.”

“왜?”

“가는 길에 나드엘을 만났는데 걔가 그러지 말래서요.”

“아, 그래?”

역시 보류해야겠다. 크로아첸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저지르기 전에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주 큰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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