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584화 (584/608)

제584화

“아크아돈을 둘러보고 싶어.”

“뭐?”

내 말이 갑작스러웠는지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한 틀에서 찍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동그래진 눈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3백 년이나 흘렀다며.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떤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이사나와 알리사의 무덤도, 혹시 남아 있다면 가보고 싶고.”

“엘…….”

“괜찮아. 나 이제 아무렇지 않아. 아니,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는 형편없게 굴지 않을 거야. 그냥, 쉽게 잊기에는 너무 특별했으니까. 내 나름대로 그들을 떠나보내는 시간을 갖고 싶어.”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달라진 세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알던 장소들이 이제 더는 그곳에 없다는 걸.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가 되면 또 울고 말겠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했다.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래야지.”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트로웰과 미네도 고개를 끄덕여 동조했다.

“육체는 어떻게 할 거야? 계약자라곤 단 둘뿐이었는데 이제 그 둘 다 없잖아. 뭐, 자연체로 돌아다닐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이프리트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이제 나 계약자가 아무도 없는 거구나. 묘한 충격을 받고 있으니 트로웰이 얼른 끼어들었다.

“계약이야 새로 하면 되지. 내가 괜찮은 드래곤을 소개해줄게.”

“드래곤 누구? 지금 그 녀석 눈치 안 보고 나서려는 드래곤이 있겠어?”

“이프리트, 제발…….”

낮게 신음한 트로웰이 이마를 짚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어 이프리트를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블루 드래곤과는 계약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런 일도 있었는데.”

“그런 일?”

“얘 좀 봐. 블루 드래곤 때문에 방어진이 무너졌었잖아. 너 그때 화나서 다시는 블루 일족과 교류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거 잊었어?”

아, 그랬었지. 그렇게 예전 일도 아닌데 벌써 한참은 된 것 같다. 그래놓고는 정작 과거에서 가장 자주 어울린 게 블루 드래곤인 라미아스라서 멋쩍은 기분도 들었다. 내가 그러는 동안 현실의 물의 정령들은 아주 충실하게 내 말을 지켜온 모양이었다. 지난 3백 년간 그 어떤 블루 드래곤도 물의 정령과 계약하지 못했다. 사실 오칼이 저지른 일 자체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라 딱히 미안하진 않았다.

“다른 드래곤과 하면 되지. 물 속성 드래곤이 블루 일족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게 어렵다는 거라고.”

“왜?”

의아해져서 물으니 트로웰과 미네가 서로 곤란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이어진 대답엔 절로 눈이 크게 떠졌다.

“실은 장로가 깨어났거든. 그 녀석이 블루 드래곤이라 그래. 전에도 말한 적 있지? 라피스와 비슷하다고 했던 녀석.”

“……라미아스 말이야?”

“맞아, 그 녀석. 원래도 물의 정령왕한테 집착하는 녀석이라 누가 너와 계약하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야.”

설마 라미아스가 깨어났을 줄이야. 라피스와 나눈 대화도 있는 만큼 그와 계약하는 문제는 숙고하던 일이었다. 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참 얄궂은 인연이었다.

“어떡할래, 엘? 라미아스가 안 그래도 깨어나자마자 그 일을 알고는 한바탕 난리를 쳤거든.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는 걸 네가 잠들어 있는 상태라 계속 미뤄두고 있었어. 한번 만나라도 볼래?”

“어, 으음, 그전에 인간이 날 소환할 일은 없을까?”

“그런 우연이 두 번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

하긴 그렇겠지. 이사나가 나를 소환한 것만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잠시 현실도피를 했다. “너는 왜 계약 때마다 이 야단이냐?” 이프리트가 쯧쯧 혀를 찼다. 나도 공감했다. 왜 매번 계약 때마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건지 모르겠다.

“란타샤는 안 깨어났어?”

“유감이지만 아직이야. 그런데 꼭 아는 드래곤인 것처럼 말한다? 과거의 시간대로 갔을 거라더니, 거기서 란타샤도 만났어?”

어떤 세상을 다녀온 거냐고 묻지는 않더라니 이미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숨길 필요는 없는 일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라미아스도 알아. 그에게 도움도 자주 받았어. 그쪽에선 날 잊어버렸겠지만.”

“허,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과거에 갔다 온 거라는 실감이 드네. 뭐, 잘됐네. 현실의 은원을 과거에서 청산한 셈이잖아. 그럼 계약에도 거부감 없는 거 아냐?”

“그렇긴 한데…….”

“라피스가 마음에 걸리는 거지?”

트로웰이 물었다. 속내를 읽힌 것 같아 뜨끔했다.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니 이프리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뭐라고 하려는 걸 나서서 막은 트로웰이 진지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엘. 지금은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하겠지만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마. 네가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것만 집중하도록 해.”

그 말을 들었을 땐 생각이 한결 정리됐다. 애초에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라피스는 내게 현실을 살아가라고 했다. 그때 이미 내가 내릴 답도 정해진 거였다.

“일단 라미아스를 만나볼게.”

“그럴래? 그럼 내가 얘기를 전해둘게.”

그가 기뻐할 얼굴이 눈에 선하다며 트로웰이 밝게 웃었다. 과거에선 거의 보지 못했던 얼굴을 여기선 수시로 보는 것 같다. 신기해서 가만히 바라봤더니 그가 상기된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왜 그렇게 봐?”

“아니, 확실히 성격이 많이 변했구나 싶어서.”

“윽, 엘. 그땐 정말 미안해.”

기습을 당한 것처럼 신음을 삼킨 트로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괴롭히려고 한 말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지적한 것이 돼버려서 나도 덩달아 당황했다. “아냐, 트로웰. 나 아무렇지도 않아. 진짜 신경 안 써.” 서둘러 말해 봤지만 별반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는 더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저기요? 여기 우리도 있거든? 너희끼리만 아는 얘기 좀 하지 말아줄래?”

“맞습니다. 서운해지려고 하는군요.”

이프리트와 미네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그제야 겨우 진정한 트로웰과 시선을 맞추고 함께 웃었다.

“그러고 보니 진작 했어야 할 말을 못 한 것 같아.”

쑥스러워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로, 트로웰이 내 손을 잡았다. 물기 어린 음성이 잔잔한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돌아와서 기뻐, 엘. 널 많이 기다렸어.”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한껏 미소지었다.

쭉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 * *

라미아스와의 만남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트로웰에게 소식을 전해 받은 그는 날짜와 시간부터 정하고자 했다. 아무 때나 상관없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즉각 소환진이 떠올랐다. 그 조급한 간격에서 애초부터 기다릴 마음이 없었던 게 훤히 보였다.

『저기, 안녕, 엘퀴네스? 난 라미아스라고 해.』

『나와 만나보고 싶다고 말해줬다고 들었어. 기회를 줘서 진짜 고마워. 절대 헛된 시간이 되지 않게 할게.』

애타는 음성과 함께 눈앞에서 깜빡거리는 황금빛의 마법진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명 아는 목소리인데 말투는 전혀 다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던 상대와 모르는 사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저어, 엘퀴네스?』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울먹거릴 기세라 소환진에 몸을 실었다. 곧 눈부시도록 새하얀 빛과 함께 어디론가 떨어지는 듯한 아득한 추락감이 들었다.

“헉!”

바닥에 닿은 걸 느꼈을 땐 어디선가 격한 숨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라미아스가 보였다. 변하지 않은 목소리처럼 외모 역시 내가 아는 모습과 똑같았다. 4천 년의 세월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반갑게 말을 건넬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았을 정도였다. 다만 충격을 받은 것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이라 의아해졌다.

“라미아스?”

“허억!”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그가 크게 숨을 삼켰다. 아까 들었던 숨소리도 라미아스가 낸 소리였다는 건 알겠는데, 이 드래곤이 왜 이러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니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트로웰이 보였다. 그는 체념했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려는 때였다.

“미쳤다. 어떡해. 목소리도 종달새 같아.”

……뭐가 어쨌다고? 어이가 없어서 돌아보니 다시 시선이 마주친 라미아스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한껏 심호흡하고는 조심스럽게 나를 응시해왔다. 갓 태어난 새끼 동물을 보는 듯한 눈길이라 무척 부담스러웠다.

“아, 안녕, 엘퀴네스! 내가 널 부른 라미아스야.”

“네, 그건 알고 있는데요.”

“헉, 존댓말을 해! 귀여워!”

굳이 대화를 해봐야 하는 걸까. 왠지 번지수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강렬히 든다. 트로웰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잔뜩 가라앉은 시선에서 괜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회한이 느껴졌다.

나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라미아스가 이런 성격이었나? 내가 아는 그는 느긋하긴 해도 권위적인 면이 있었는데 지금 눈앞의 그에게선 위엄 따윈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모가 똑같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긴 원래도 엘뤼엔 앞에선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는 푼수이긴 했지. 아, 설마 이젠 내가 엘퀴네스라 그 대상이 된 건가. 거기까지 생각하니 마음이 차게 식었다.

“안녕히 계세요.”

“헉! 왜, 왜? 뭔지 몰라도 내가 다 잘못했어! 제발 가지 마!”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려니 기겁한 라미아스가 엎드리다시피 내 발치에 매달렸다. 그래 봤자 아직 계약 전이라 그냥 통과해버렸지만. 그래도 미운 정도 정이라고, 간절하게 올려다보는 얼굴을 보니 차마 그대로 사라지기가 미안했다.

“그러니까 내가 흥분하지 말라고 했지. 좋은 인상을 보여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점수를 깎으면 어쩌자는 거야?”

망설이는 나를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바라본 트로웰이 라미아스를 향해 핀잔의 말을 건넸다. 라미아스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치만! 이렇게 아름다울 거라는 말은 없었잖아!”

마른기침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니, 이 드래곤이 정말 미쳤나? 경악해서 바라봤지만 그의 기행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이건 정말 반칙이야! 대체 엘퀴네스들은 나한테 다 왜 이러는 거야? 전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는데, 이번 엘퀴네스도 너무 완벽하게 내 취향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수면기에 들어가지 않는 건데! 내가 최초의 계약자가 될 수 있었는데!”

“……넌 지금 당장의 계약부터 걱정해야 할 거 같은데.”

트로웰이 쯧쯧 혀를 찼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였다. 진작에 자리를 뜰 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기회를 줬을까. 과거에서 엘뤼엔이 왜 그를 매몰차게 대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땐 너무 야박하기만 한 건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내 입장이 되니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이제 보니 엘뤼엔이 인내심이 강한 거였다.

차라리 자연체로 다니고 말지 변태 드래곤과 계약은 못 하겠다. 결론을 내린 즉시 소환진과의 연결을 끊었다. 당황한 얼굴로 돌아보는 라미아스를 향해선 마지막 예의로 손을 흔들어줬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라는 의미를 담은 작별 인사였다.

“안 돼! 가지 마아-!”

간곡한 비명 따윈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시 라미아스를 상종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어디 무 자르듯 단칼에 해결되던가.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나는 다시 그와 대면하는 자리에 나와 있었다. 무시하고 싶어도 울며불며 계속 소환을 해대는 통에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이럴수록 화를 부추긴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죽음마저 불사한 드래곤은 직진밖에 몰랐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래도 큰 교훈을 얻기는 했는지 두 번째로 마주한 라미아스는 기가 쭉 빠져 얌전해진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았지만 그냥 가벼운 한숨만 내쉬었다. 나보다 더 피곤한 표정인 트로웰도 옆에서 같이 한숨을 쉬었다. 두 정령왕이 한숨을 내쉴 때마다 움찔거리던 라미아스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아깐 내가 너무 지나치게 흥분했어. 새 물의 왕을 마주한다는 기쁨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아. 넌 안 그래도 이 자리가 그리 달갑지 않았을 텐데. 정말 미안해.”

“또 그러지 않는다면 괜찮아요.”

“물론이지! 진짜 주의할게.”

저렇게 말해도 믿지는 못하겠다. 엘뤼엔한테 주접을 떠는 걸 한두 번 봤어야지. 그래도 당장은 얌전하니 우선 넘어가기로 했다. 어쨌든 그가 차분해지면서 대화에도 진전이 있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라미아스는 내게 양해를 구하고 어디론가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공간을 가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모두 푸른색 머리칼을 지닌 블루 드래곤들이었다. 그들 중에 고요히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라미아스의 손자이자, 결전의 날 물의 방진을 맡았던 오칼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인상이 너무 달라져서 솔직히 처음엔 정말 오칼이 맞나 했다. 처음 봤을 땐 도도한 귀족 같았는데, 지금은 많이 소탈해진 모습이었다. 내내 변한 세월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그를 보니 정말 시간이 흐르긴 했구나 싶었다. 굳어 있는 손자의 모습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본 라미아스가 입을 열었다.

“오칼이 저지른 잘못은 전부 들었어.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그런 큰일이 벌어졌을 줄은……. 정말 경솔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었어. 저 애의 조부이기 전에 블루 일족의 수장으로서 사죄하고 싶어.”

그가 고개를 숙이자 다른 블루 드래곤들도 모두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만든 상황이긴 하지만 막상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니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사과는 받을게요.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그게 전부인 건 아니겠죠?”

라미아스가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염치없지만, 우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없을까?”

“기회라…….”

“물의 일족인 우리가 물의 정령들과 교류하지 못하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야. 그동안 오칼도 많이 반성했어. 물론 3백 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했다고 말하는 건 아냐. 하지만 저 애가 결코 고의로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는 걸 부디 참작해줬으면 좋겠어.”

“내 화가 아직 안 풀렸다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용서할 때까지 기다릴게.”

아직 정령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라미아스는 소환진을 유지하느라 마나를 소모하는 중이었다. 얼굴이 창백해지는 게 실시간으로 보이는데도 아무런 내색 없이 감내하는 모습을 보니 더는 심술을 부리기가 어려웠다. 나도 참 마음이 약해서 탈이다.

0